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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책] '경제적 해자', 가짜 경쟁력을 구분하자
편집자주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투자에 대한 칼럼에 더해 금융, 투자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읽은 소감을 서평으로 남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3월달에는 팻 도시의 ‘경제적 해자’를 소개합니다. 여러 기업과 투자에 대한 칼럼에 더해 금융, 투자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읽은 소감을 서평으로 남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전과는 달리 경제적 해자라는 단어의 의미나, 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해자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잘 알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만큼 경제적 해자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해본 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경제적 해자의 여러가지 형태들을 분류하여, 그 중에서 어떤 종류가 생각보다 쉽게 깨져나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산업과 그렇지 못한 산업을 예를 들어 설명해놓은 것에서도 다른 책과 차별점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책에 대한 소개와 시사점들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질문과 답변의 형태로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Q1.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경제적 해자란 대체 무엇인가요?
경제적 해자의 정의는 ‘마치 성의 해자와 같이, 한 회사를 경쟁사로부터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강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오랫동안 강력한 경쟁 위협에 맞서 싸우면서’,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매우 높은 자본이익률을 달성하는’ 기업들을 경제적 해자를 갖는 기업들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투자자들이 투자하려고 하는 기업들에 대해서 ‘자금력과 순발력을 갖춘 신규 진입자들이 그 회사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라는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해자가 있는 기업을 확인하는 것과 합리적인 가격에 그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반복한다면 주식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을 크게 높여줄 것입니다.
Q2. 이미 경제적 해자나 경쟁우위에 대해 다룬 책은 많이 있습니다. 다른 책에 비해서 이 책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마이클 포터의 ‘경쟁 우위’와 비교해보겠습니다. 아직 성공하기 전의 기업이 아니라 이미 잘 나가는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정의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경쟁력들 중에서 어떤 것은 생각보다 쉽게 깨질 수 있는 ‘가짜 경쟁력’이라는 것입니다. 현재는 차별화가 되어 있어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제든 쉽게 깨질 수 있는 경쟁력이라면 그 기업의 가치는 언제든 폭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거짓 경쟁력’이 ‘경영자의 질’입니다. 훌륭한 경영자가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해자의 관점에서는 회사의 경영 능력보다는 이미 내재되어 있는 구조적인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포커에 비유하면 ‘주어진 패를 어떻게 잘 다루는가?’보다는 ‘처음부터 어떤 패를 들고 있었는가?’가 중요하다, 투 페어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보다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가 더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 이 책의 논지입니다.
저자는 경험적으로 ‘실체 없는 해자’가 될 수 있는 요인으로 1)뛰어난 제품, 2)높은 시장점유율, 3)운영 효율성, 4)우수한 경영진의 네 가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는 어떤 회사가 경제적 해자를 지니고 있다고 착각하도록 유혹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Q3. 언급해주신 뛰어난 제품이나 높은 시장점유율 같은 것은 훌륭한 기업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아닌가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이 ‘뛰어난 제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게 경제적 해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나온 사례는 크라이슬러 미니밴이지만,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쌍용차의 티볼리를 생각해보면 쌍용차가 마힌드라 그룹에 매각된 이후에 티볼리가 대박을 치면서 실적이 크게 좋아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소형 SUV시장에 현대기아차나 한국GM과 같은 경쟁사들이 뛰어들면서 수익성은 금세 악화되었습니다.
효율성 또한 그렇습니다. 경쟁사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은 좋은 전략입니다. 하지만 경쟁사가 비슷하게 따라갈 수 있다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아닐 것입니다. 능력 있는 CEO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똑똑한 CEO가 기업의 성과를 크든 작든 높일 수는 있겠지만 그 유능한 CEO가 내년이나 내후년에 그 회사에 남아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경제적 해자는 현재 경쟁우위에 있는 것 이상의 ‘지속가능성’을 요구합니다. 위의 요인들은 지속가능성 면에서 한계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Q4. 그렇다면 이 책에서 강조하는 ‘진짜 해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저자는 진짜 해자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1)무형자산, 2)전환비용, 3)네트워크 효과, 4)원가우위입니다.
물론 이 네 가지도 깨지는 경우들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에게 유명하던 브랜드가 몇 년이 지나면 그만한 가치를 갖지 못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는 기업들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았을 때 저 네 가지에 엮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의 경우 바이엘의 아스피린은 다른 아스피린과 화학적 구성이 동일합니다. 하지만 가격은 거의 2배 더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짧은 시간 내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Q5. 진짜 해자를 만들 수 있는 네 가지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떤 것이 좀 더 중요할까요?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를 가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설명이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설명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생각보다 복잡한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거대 석유화학 회사인 ‘엑슨 모빌’의 경우를 들어보겠습니다. 회사의 입장에서 고객이 더 많아지는 것은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고객수가 많고 적음을 따져서 주유소를 선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식당의 경우는 더합니다. 훌륭한 음식을 적당한 가격에 제공하는 식당이 붐비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식당에 손님이 많기 때문에 그 식당을 갈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손님의 입장으로는 지나치게 붐비지 않는 편이 더 좋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규모가 큰 것과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것의 차이입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무서운 것은 작은 네트워크들이 붕괴되면서 지배적인 네트워크만 살아남아 큰 돈을 버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상당히 우수하고, 무료이기까지 한 경쟁 제품이 나오더라도 이미 조성된 견고한 네트워크를 깨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자는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서 ‘극복하기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환경에서 경쟁자가 끼어들기 어려운 경쟁력’, ‘찾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찾는다면 찾는 데 들인 노력을 보상해줄 만한 가치’,’정보를 공유하거나 사용자들을 서로 연결하는 일을 근간으로 하는 사업에 흔하며 물리적인 상품을 취급하는 사업에는 좀처럼 없는 해자’라고 요약하였습니다. 특히 갖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보이는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른다면, 매도를 하기 전에 한번쯤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Q6. 이 책에서 투자자로서 얻어가야 할 내용들을 좀 더 간략하게 요약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지식’들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이 책에서 숙고해볼 ‘지혜’에 해당하는 것은 어떤 종류의 경제적 해자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파괴되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고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눈에 띄는 도움을 주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제적 해자가 확고한 기업들은 이미 충분히 좋은 가격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그런 기업들을 선택하기에 크게 망설일 것입니다. 경제적 해자가 고려된 가격은 아무래도 비싸보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멀리 보고 길게 보는 투자자에게 있어서 돈을 ‘수월하게’ 버는 산업이나 기업은 반드시 한 번은 짚어보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경제적 해자는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산업에서 네 번째로 우수한 기업은 경쟁이 치열한 산업의 최고 기업보다 더 폭이 넓은 해자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합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유행을 따라다니느라 그 산업의 경제성이 매력적인지는 고려하지 않고 여러 산업을 기웃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단 ‘되는’산업을 확실하게 확인한다면 좀 더 무겁게 지켜 앉아있을 필요도 있다 생각합니다.
Q7. 이 책에는 많은 기업들이 예제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눈에 들어오거나 새롭게 투자하고 싶어지는 기업이 있었나요?
이전부터 익히 알고 있는 기업이지만 채권평가기업 무디스(Moody’s)에 대해서 흥미가 생겼습니다. 싼 가격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생각하지만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MSCI지수로 유명한 MSCI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위의 경제적 해자 중에서 특히 ‘무형자산’의 측면에서 MSCI는 매우 강력한 해자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숫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우수한 기업과 위대한 기업들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단순히 시가총액이 큰 기업, 대기업이나 유명한 기업이라고 해서 꼭 경제적 해자가 있다고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경제적 해자가 확실한 기업을 찾기만 한다면, 꽉 쥐고 놓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우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이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기업들이 20%가 넘은 놀라운 자본이익률을 십 년 이십 년 동안 이어가는 것은 펀드매니저가 20%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십 년 이상 이어가는 것만큼이나 놀라운 일입니다. 특히 최근에 몇 년간 인기가 절정이었던 미국 유명 대기업들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한번쯤은 꼭 꼼꼼히 읽고 고민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달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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