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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책] '100배 주식', 읽으면 찾을 수 있나요?
편집자주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투자에 대한 칼럼에 더해 금융, 투자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읽은 소감을 서평으로 남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2월달에는 크리스토퍼 메이어의 ‘100배 주식’을 소개합니다. 여러 기업과 투자에 대한 칼럼에 더해 금융, 투자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읽은 소감을 서평으로 남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투자관련 도서들이 많지만 크리스토퍼 메이어의 책들은 유난히 제목을 잘 뽑는 것 같습니다. 이전 책인 ‘딜메이커처럼 투자하라’를 대학생 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책도 참 좋지만 제목이 인상 깊게 오래 남았습니다.
이번 책도 제목에서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2배 주식’이나 ‘10배 주식’이었다면 이런 느낌이 나지 않을 좋은 제목입니다.
이 책의 번역자인 송선재 애널리스트가 뽑은 이 책의 강조점은 ‘강력한 성장’과 ‘낮은 주가배수’입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 일은 ‘100배가 될 때까지 보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심지어 주식시장 내의 가격 변동성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 주기상에서 있을 수 있는 저성장이나 역성장까지도 버텨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입니다.
하루 이상도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들이라면 물론 이 책의 주장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성장이나 역성장까지도 버텨내라는 말은 가치투자자들에게도 매우 생소한 주장일지도 모릅니다. 저자 또한 그래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는 짚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투자를 시작한 모든 사람들에게 꼭 추천할 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몇 가지 질문들을 통해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을 밝혀보고자 합니다.
Q1. 이 책을 투자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책은 ‘위대한 기업을 오래 보유하라’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대단히 ‘강력하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 책을 우연히라도 정독한 투자자라면 별볼일 없는 기업에 투자하기를 본능적으로 꺼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투자 기간을 설정할 때에 있어서도 좀 더 멀리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둘 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입니다.
현명한 투자자나 증권분석을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투자성과가 현저하게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투자습관이나 투자성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그보다 더 멋진 결과는 없을 것입니다.
Q2. 이 책에서 꼭 읽어보아야 할 내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3장의 ‘커피캔 포트폴리오’는 꼭 읽어봐야 합니다. ‘커피캔 포트폴리오’는 ‘10년을 두어도 좋을 물건을 커피캔에 넣고 10년동안 그대로 두어라’는 개념입니다.
이 책에서는 커피캔 포트폴리오의 개념이 주가 확인에 대한 집착, 잦은 매수와 매도, 경제와 나쁜 뉴스에 안절부절하는 스스로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대단히 강력한 도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기업을 찾는 것’과 ‘보유하는 것’의 두 가지 중에서, 대부분의 투자서에서는 ‘훌륭한 기업을 찾는 것’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에 앞서서 ‘보유하는 것’의 어려움과 ‘오래 보유하는 것’의 탁월함을 강력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시작점이 되는 ‘토머스 펠프스’의 통찰에서는 ‘뉴스, 주식시장, 경제전망,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을 무시하고 화이자의 연간 재무 수치만 살펴봤다면 결코 주식을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화이자는 10년 전에도, 20년 전이나 심지어 1950년대나 60년대에도 훌륭한 기업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지금까지 갖고 있을 사람은 전세계를 통틀어 단 한 명이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Q3.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무엇인가요?
‘애플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보유한 사람이 아이팟이나 아이폰, 또는 아이패드를 알았을 리 만무하다. 애플의 주가가 상승한 수십 년 동안 그 제품은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내용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주식을 보유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방임이나 방치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빌리 빈의 ‘머니볼’에서도 말하는 것과 같이 항상 더 나은 포트폴리오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초반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지속적이고 열정적인 모니터링은 때로는 투자수익률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Q4. 이 책을 읽고 새롭게 생각해본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미국에서 시작해서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프랜차이즈를 경험한다면 꼭 투자를 해보고 싶습니다.
저자는 ‘국제적인 성장’이라는 단어로 요약하고 있는 시장의 확장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책에서 사례로 든 ‘레드불’의 경우도 그렇고 아마존이나 일렉트로닉 아츠(EA)도 마찬가지입니다. 세 가지 모두 제가 한국에서 이 제품이나 서비스나 게임을 접하고 나서도 한참을 더 성장하였습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구글이나 스타벅스, 넷플릭스와 같은 많은 기업들이 제가 접하고 감탄한 이후에도 훨씬 더 성장하였습니다.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특성을 둘 다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 두 나라에서 잘 되고 있는 사업이라면 아직 진출하지 않았거나 작은 규모로만 진출해 있는 나라로의 확장을 앞으로 기대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은 ‘성장을 위한 R&D비용’과 ‘유지를 위한 R&D비용’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 회계적으로 R&D비용으로 간주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앞으로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쓰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면 그건 이익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이익보다도 더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으로 비유하면 월세와 학원비 같은 느낌입니다. 월세는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이고 꼭 내야만 하는 돈입니다. 학원비는 내가 굳이 내지 않아도 당장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은 없지만 앞으로의 나의 연봉을 극적으로 높여줄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한 달에 200만원을 벌어서 50만원을 월세를 내고 50만원을 학원비를 쓰는 사람 A와 100만원을 월세로 내는 B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와 B 모두 남는 돈은 100만원으로 같겠지만 둘 중 어느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A가 더 나은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개인과 달리 기업의 경우 외부자가 그러한 사항을 판단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고려는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5. 이 책을 읽고 100배 주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나요?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100배 주식들에서도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훌륭한 경영진 등의 요인들은 다분히 사후적입니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M&A) 등의 사건에 대해서 경영진이 과감한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입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고민한 부분은 100배 주식에도 크게 두 가지 패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원래 하고 있던 비즈니스에서 거의 완전히 벗어남으로써 대성공을 거둔 경우입니다. 아이팟과 아이폰 이전과 이후의 애플이 그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원래 하고 있던 비즈니스가 상당한 시간을 거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은 방향으로 발전한 경우입니다. 오래된 예로는 질레트가 있을 것이고 좀 더 최근의 예로는 이 책에도 소개된 레드불을 만드는 몬스터 베버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전자를 미리 찾기는 업계의 내부자가 아니라면 쉽지 않게 보입니다. 그렇다면 후자를 찾아야 하는데, 후자의 기업들은 이미 충분히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훌륭한 기업”과 “적당한 가격”중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만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10년 후에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정말 훌륭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을 어느 정도 비싸게 보일 때 사는 것은 감수해야 할 위험일수도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어정쩡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은 보이는 것보다도 훨씬 더 아슬아슬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된 ‘커피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내가 판단하기에 최고의 기업을 ‘극단적으로 비싸지만 않은’ 상황에서 매수하는 것이 합리적인 투자일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시장에 투자에 대한 책이 엄청나게 많지만 크리스토퍼 메이어의 책은 그 중에서도 차별화되는 점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책은 개인투자자가 그저 정독하기만 해도 개인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훌륭한 기업을 비싸다고 피하고’, ‘훌륭한 기업을 조금 올랐을 때 빨리 파는’ 실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토퍼 메이어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라고 말하고 있는 ‘토머스 펠프스’의 통찰력 있는 말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골프의 경우 채를 쥐는 방법과 자세를 조금만 바꿔도 훨씬 잘 칠 수 있게 됩니다. 보유를 목적으로 매수해야 함을 조금 더 강조하고, 매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조금 더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포트폴리오가 훨씬 풍성해집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면 빨리 달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건대, 주식시장에서는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굳건히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다음달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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