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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장님도 모른다? 분산투자가 필수인 이유
편집자주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안녕하세요.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2020년의 시작은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모두에게 힘들고 긴장되게 만드는 시작이었습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특히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가장 먼저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CEO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기업이 급속히 망가지는 사례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좋아지는 사례를 다루는 것도 좋지만 초과 이익보다 극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피하는 게 장기 투자성과에 중요하다는 점에서 다뤄보려 합니다. 총 8개 사례를 소개하는데, 투자하는 기업에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적절히 분산투자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기업은 늘 망가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모양새를 살펴보자면 강력한 경쟁사가 나타나거나, 대체품의 등장 등으로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돈을 벌지 못하고 그러다 부채가 쌓여서 부실해지는 것이 수순입니다. 통상 제품수명주기, 또는 기업수명주기라고 말하는 아래의 그림으로 설명하자면 도입기 → 성장기 → 성숙기 → 쇠퇴기의 순서로 점점 활력을 잃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Figure 1 제품수명주기
이번 칼럼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른, 기업이 매우 급격하게 안 좋아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사건들은 매우 유능한 CEO, 또는 훌륭한 기업조차도 미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나누면 좀 더 많을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여덟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자연재해/테러와 같은 정말로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
도쿄 대지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한 뉴올리언즈 침수, 남태평양 쓰나미와 같이 대규모의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9.11테러와 같이 특정 지역이나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들이 이에 속합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례도 여기 속하지요. 보다 작게는 공장에 대규모의 화재가 발생하는 일도 이런 경우에 해당하겠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보험상품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위험들은 어느 정도는 미리 준비할 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CEO가 아무리 선견지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컨대 중국에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벌어져 여행이 금지될 것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 산업 전체를 파괴하는 수준의 혁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주로 나타나는 사례입니다. 사례들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CRT모니터 → LCD모니터
2) 삐삐/시티폰/무선전화기 → 휴대폰
3) 키패드를 사용하는 휴대폰 → 스마트폰
4) 지도 → 외장형 내비게이션 → 내장형 내비게이션/스마트폰
5) 사전 → 인터넷 → 위키피디아
6) OHP → 빔 프로젝터
주로 제품 위주로 적어보았으나, 서비스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우버가 택시를 대체한다든가 위성이나 케이블TV업체들을 넷플릭스가 대체하는 식입니다.
이 문제는 과거에 갖고 있던 기술이나 노하우가 다음 세대의 기술이나 노하우와 연관성이 적은 경우에 주로 발생합니다. 또한 산업 전체가 너무나 급속하게 파괴되기 때문에 비록 CEO나 기업이 상당히 유능하더라도 대응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고성장하는 산업, 또는 기술적인 역량이 중요한 산업에서 자주 나타날 수 있는 경우입니다. 또는 IT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기반에서 시작된 기술에 따라 특정 제품이나 산업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3) 한 명 또는 소수의 극히 치명적인 범죄
대체로 CEO의 배임이나 횡령을 많이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스닥 기업인 수성웹툰508원, ▼-1원, -0.2%(084180)의 경우 경리부 차장이 200억원 규모의 횡령을 저질러 기업이 부도 직전까지 갔고, 현재도 완벽하게 재기하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1995년의 닉 리슨의 베어링 은행 부도 사태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기업의 경우 이런 경우가 비교적 적지만 없지는 않으니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4)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사태의 발생
코스닥 기업 내츄럴엔도텍(168330)의 이엽우피소 혼입과 같은 사태가 이에 속할 것입니다. 3)과 비슷해 보이지만, 꼭 범죄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거나 심지어는 오해 등으로 빚어진 일에서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식품이나 요식업,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5) 금융상품의 사용에 의한 예측하지 못한 대규모의 손실
가장 근접한 경우는 KIKO 사태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피해기업으로 태산엘시디의 사례를 보면 LCD용 백라이트유닛(BLU)을 생산하는 업체로 한때 매출이 연 1조원을 넘나드는 우량 중견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통화 관련 파생상품 키코에 가입한 영향으로 무려 8,000억원의 손실을 입으면서 결국 2013년 12월 파산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헤징(Hedging)을 목적으로 가입한 각종 파생상품이 매우 특별한 시장의 급변동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기업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피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입니다. 특히 기업들이 위험회피를 위해 파생상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나타나기 쉬운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또다른 예로는 최근 CJ CGV5,170원, ▲20원, 0.39%가 터키 영화관 1위사업자 마르스엔터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총수익스와프(TRS) 관련 사태를 들 수 있겠습니다.
6) 회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의 급작스러운 사망
상장기업의 경우 대체로 나타나지 않는 사태이지만, 비상장기업에서는 간혹 볼 수도 있는 사례입니다. 예를 들어 사장이 모든 자금관리를 직접 맡고 있었는데, 사망 이후 줄 돈과 받을 돈에 대해서 정확하게 정리가 되지 못한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받을 돈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가 없다면, 채무자가 굳이 상속자를 찾아와서 돈을 갚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7) 원재료 가격의 예상 범위 밖의 폭등
정확하게는 원재료 가격이 폭등해 원가는 급등하였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제품가격에 전가를 하지 못한 사례들입니다. 특히 많은 원재료들은 한 곳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동시에 쓰이고 있습니다. 만약 같은 원재료를 공유하는 서로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A사와 B사가 있다고 했을 때, A사의 수요는 그대로이고 B사의 제품에 대한 수요만 폭등했다면 B사는 가격전가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지만 A사의 경우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8) 거래상대기업의 갑작스러운 계약해지
거래상대기업의 파산 등에 따라 이미 생산 중인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거나, 납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 등에 발생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한 건 한 건의 규모가 큰 조선이나 건설 등 수주산업의 경우 발생할 있습니다. 상대방이 기업이 아닐 때도 발생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최근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와 같은 사건은 두산중공업 등 원전관련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이 되었습니다.
상대방 기업이 온전하여 위약금 등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파산을 했거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제품이 매우 특이하여 다른 곳에 판매하기도 쉽지 않거나, 해당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하청업체 등의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는 경우입니다.
위의 여덟가지 사례들은 실제로 기업들의 역사를 훑어보면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사건들입니다. 물론 부도까지는 가지 않는 경우도 많고, 보험이나 파생상품의 발달로 어느정도 위험을 사전에 회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CEO조차 미처 알 수 없는” 이런 종류의 위험들의 경우 개별 투자자들이 인지하여 회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내용들을 살펴보면, 기업경영과 기업에 대한 투자가 참 어려워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위험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적어도 이런 위험을 지는 대가로 충분한 수익이 날 수 있다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무수한 기업들이 생겨나고 망하고 있지만, 대체로 시장전체의 시가총액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위험을 어느정도 피해가려면, 다시 한번 적당한 수준의 분산투자는 필요하지 않을까 강조하게 됩니다.
다음 칼럼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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