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웍스가 이틀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28일 오전 10시 56분 현재 2.4% 오른 2만3150원에 거래 중이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8월 중순 3만3900원을 고점으로 지속적인 조정을 받아 6개월 만인 지난 달 초 42% 하락한 1만9500원(52주 최저가)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등세가 이어져 현재 52주 최저가 대비 19% 상승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8월 고점에 비해 32% 하락한 상황이다.

주가 하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주가가 본격적인 하락세를 시작한 지난해 8월 중순부터 전일까지 외인은 실리콘웍스 주식 155만주(현재 총 발행 주식의 9.5%)를 순매도했다. 최근 한 달 기준으로도 약 9만주(0.6%)를 내다 팔며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외인의 지분 매도는 태블릿PC 시장의 경쟁 심화와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 출시를 통한 제품 다변화 정책으로 아이패드 판매량이 줄고, 고객사의 단가인하 영향으로 실리콘웍스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 주목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6일 키움증권 김병기 연구원은 "실리콘웍스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7% 줄어든 800억원을, 영업이익이 47% 줄어든 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리콘웍스의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은 COG(Chip on Glaas)타입과 COF(Chip on Film) 타입으로 나뉜다. 이 중 수익성이 높은 COG 타입은 전량 애플 아이패드용으로 납품되고 있어 아이패드 판매량이 감소하면 매출과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타격이 크다.

증권가는 실리콘웍스가 우려를 걷어내고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려면 올해 하반기 출시될 예정인 아이패드 신모델이 판매 호조를 보이거나, 실리콘웍스가 아이패드 미니로 납품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4분기 신규 진입한 TV용 DDI의 매출을 좌우할 LG전자의 'UD TV(초고화질 TV)'와' OLED TV'의 판매량, 신규 개발한 LED조명용 AC-Direct 드라이버 칩 매출도 실적 변수로 꼽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1999년 11월 설립된 팹리스업체로 반도체를 설계한 후 이를 외주제작해 고객사에 납품한다. 주력 제품은 DDI로 지난해 기준(3분기 누적) 매출 비중은 약 80%에 이른다.

DDI는 디스플레이에 글자나 이미지 등의 영상이 표시될 수 있도록 구동 신호 및 데이터를 전달하는 칩이다. LCD, OLED 등 디스플레이 구동에 필요한 핵심부품이다. 실리콘웍스의 DDI는 주로 LG디스플레이에 납품된 후 태블릿PC와 모니터용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데 사용된다.

실리콘웍스는 지난 2008년 애플의 '맥북'과 아이패드에 채용되는LG디스플레이9,840원, ▼-80원, -0.81%의 *IPS패널에 DDI를 단독 공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애플의 스마트기기 판매 증가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기록했다.

* IPS 패널 : 옆에서 잘 보이지 않는 시야각 문제를 보완한 고해상도 LCD 패널

실리콘웍스의 지난 2011년 매출액은 3013억원으로 2007년 대비 385% 늘었다. 2008년 이전 거의 80억원 아래 머물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008년 이후 200억원대로 급증했다.

지난해도 양호한 성장세가 이어졌다. 매출액은 4722억원으로 전년보다 57% 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443억원과 418억원으로 각각 75%와 26% 늘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아이패드 판매 호조와 신규제품군의 지속적인 확대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 현금 부자...순현금만 시가총액의 44%

실리콘웍스는 시가총액 대비 높은 수준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실리콘웍스의 순현금(현금 + 단기금융자산 - 총차입금)은 1648억원이다. 이는 현재 시가총액 3781억원의 44%에 해당한다. 즉, 이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는데 실제로 필요한 자금은 시가총액에서 순현금을 뺀 2133억원이다. 우선 순현금 만큼의 인수 자금을 대출로 조달하고, 인수에 성공하면 곧바로 사내 여유자금을 현금화해 갚으면 되기 때문이다.

실리콘웍스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기준 현재 주가수익배수(PER)는 9.2배다. 만약 순현금을 반영한 시가총액(시가총액 - 순현금) 기준으로 PER을 재산정하면, PER은 5.2배로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