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세미콘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발표해 관심을 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일 엘비세미콘은 잠정 집계한 3분기 매출액이 4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85억9000만원으로 무려 268%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가의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3개월 간 증권사가 전망한 엘비세미콘의 3분기 매출액 평균치는 397억원, 영업이익은 86억원이다. 잠정 실적이 예상치보다 각각 5%와 6% 높게 나왔다.



▷ LG가(家), 반도체 후공정 업체

엘비세미콘은 2000년 설립된 반도체 후공정 전문 업체다. 지난 2011년 1월 상장했으며, 당시 공모가는 4700원에 형성됐다. 최대주주는 구본천 이사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지분 50.53%를 보유하고 있다. 구 이사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인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관계사인 LB인베스트먼트, LB의 대표로 재직 중에 있으며, 다음의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다.

엘비세미콘의 주력 분야는 반도체 후(後)공정 중 패키지, 테스트 공정이다. 반도체 패키지란 말 그대로 반도체를 포장하는 작업이다. 웨이퍼에서 칩 단위로 잘려진 반도체를 기판과 연결한 후 인쇄회로기판(PCB)에 장착하는 공정을 말한다.

▷ 첨단IT 기기 출시...플립칩 범핑 수요 ‘급증’

과거 반도체 패키지는 미세한 금선을 이용해 반도체 칩과 기판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와이어본딩’ 방식이 주를 이뤘다. 최근 첨단 IT기기가 출시되면서 성능 좋고 크기는 작은 패키지를 만들 필요가 생겼다. 그러나 와이어본딩 기술론 이 같은 패키지를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새롭게 부각된 방식이 ‘플립칩 범핑(Flip Chip Bump)’이다. 웨이퍼 위에 돌기 모양의 범프(Bump)를 부착해 칩과 기판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플립칩 범핑은 와이어본딩보다 패키지를 작게 만들 수 있으며, 각종 신호 손실이 적고, 칩 성능을 높여주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PC의 중앙처리장치(CPU)나 TFT-LCD(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와 같은 디스플레이 구동용 칩에 플립칩 범핑 방식이 다수 적용되고 있다.



엘비세미콘은 플립칩 범핑 방식이 주력이다.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와 휴대폰 카메라에 장착되는 CMOS 이미지센서(CIS)용 범핑이 주 사업이다. DDI는 주로 금을 원재료로 한 골드 범핑이 적용되며, CIS는 주석 기반의 솔더 범핑이 쓰인다. 이 밖에 엘비세미콘은 테스트, 레이저마킹, 칩 절단 공정도 수행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사업 부문 별 매출 비중은 DDI가 80%로 압도적이다. DDI 골드 범핑의 전방산업은 중소형 디스플레이가 채용되는 태블릿PC 시장이다.

플립칩 범핑은 종합반도체 업체가 직접 수행하거나 범핑 전문 업체에 위탁한다. 아웃소싱의 경우 실리콘웍스, LG전자93,300원, ▲700원, 0.76% 등이 DDI를 설계하고 동부하이텍, 매그나칩 등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엘비세미콘은 파운드리 업체에서 전공정 처리가 된 웨이퍼를 받아 범핑, 테스트 공정을 수행한다. 이 후 LG이노텍164,700원, ▼-300원, -0.18% 등 모듈 업체를 통해 최종적으로 LG디스플레이9,840원, ▼-80원, -0.81%에 납품한다. 엘비세미콘은 LG그룹의 방계기업으로 LG디스플레이 내 범핑 공정을 독과점하고 있다.



▷ 태블릿PC + 고화소 시장 성장 수혜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PC 수요 증가로 중소형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올해 애플이 아이패드3를 출시한 데 이어 4분기 아이패드 미니를 선보일 것으로 관측되면서 LG디스플레이의 패널 공급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DDI 골드 범핑 사업을 하는 엘비세미콘도 동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PC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DDI는 디스플레이의 화소를 구동하는 반도체 칩이기 때문에 화소수가 높아질수록 탑재되는 DDI 수도 많아진다. 엘비세미콘은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와 기술 진화에 따른 혜택을 동시에 보고 있는 셈이다.

엘비세미콘은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2월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투자금액은 670억원으로 2009년 말 자기자본의 115%다. 반기 말 기준 기계장치 등에 353억원, 토지 및 건물증축에 76억원이 투입된 상태다. 시설투자가 완료되는 시점은 올해 말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 시설투자로 생산능력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리스크 요인은?

한편 엘비세미콘은 시설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대부분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반기 말 기준 차입금은 1009억원으로 자산 대비 50%다. 일반적으로 차입금 비중이 40%를 넘으면 재무구조가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다만 한 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하고 남는지를 알아보는 이자보상배율은 2.2배다.



현금흐름도 점검이 필요하다. 엘비세미콘의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올 들어 (-)로 전환했다. 이는 매출채권 회전일수가 길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매출채권 회전일수가 길어진다는 것은 물건을 팔고 현금으로 회수하는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매출채권이 현금흐름으로 잘 들어오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터치스크린패널(TSP) 사업을 하는 자회사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리스크다. 엘비세미콘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 2010년 7월 글로닉스(보유 지분 34.8%)를 인수했다. 글로닉스는 삼성전자의 2차 협력업체로 스마트폰용 강화유리를 만든다. 작년에 이어 올 상반기 3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엘비세미콘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개장 전 주가수익배수(PER)는 34.9배다. 주가순자산배수(PBR)는 2.1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다. PER과 ROE는 2분기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 자회사의 손익을 반영한 순이익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