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투자 이혜경] 존 템플턴 경은 주가가 갑자기 싸지면 바로 매수하기 위해 평소에 ‘위시 리스트(Wish list)’를 만들어뒀다고 한다. 비싸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흠이 없는 기업들 가운데, 주가가 저렴해지는 기업들을 찾아보면 유용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에 아이투자가 자체 개발한 우량종목 발굴 시스템인 ‘X-Ray(엑스레이) 분석’을 활용해 ‘비싸지만 좋은 기업’ 중에서 이번 3분기에 실적이 호전된 기업들을 알아봤다. 주가에 큰 변화가 없을 때 순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이라면 주가수익배수(PER=시가총액/당기순이익)가 낮아져 해당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고 볼 수 있다.

추출 결과, 한샘58,900원, ▲100원, 0.17%, 화신9,250원, ▲200원, 2.21% 등 총 4개 종목이 선별됐다.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한샘58,900원, ▲100원, 0.17%으로 나타났다. 그 외 화신9,250원, ▲200원, 2.21%, 포스코켐텍, 파트론7,450원, ▲10원, 0.13% 순으로 순이익 증가율이 높았다. 이중 한샘과 화신은 3분기말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환 관련 수익이 늘어나 순이익이 호전됐다.

◇한샘 = 인테리어가구, 부엌가구를 제조·유통하는 한샘은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가 급증한 9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83% 증가한 115억원을 올렸고, 매출액도 21% 늘어난 1595억원을 냈다.

매출의 43%를 차지하고 있는 인테리어 사업 부문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호조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냈다. 매출의 33% 비중인 부엌가구 부문에서는 빌트인 가구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엌가구 부문은 ‘ik(인테리어키친)’ 브랜드로 중저가 비브랜드 시장을 공략해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

순이익 증가는 3분기말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외환환산이익과 통화선도거래이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화신 = 자동차 부품업체인 화신의 3분기 순이익은 작년 3분기보다 86% 증가해 11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도 상당하다. 각각 65%, 64%씩 늘어난 1336억원, 123억원을 냈다.

화신은 현대·기아차그룹에 자동차용 서스펜션과 차체 부품을 모듈, 개별품 형태로 생산해 공급하는 회사다. 경기 둔화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현대차와 브라질에 동반 진출해 성장성을 확보했고, 해외 완성차업체들에 부품 공급으로 매출처도 다변화하고 있다.

순이익 급증은 3분기 말 환율 상승으로 외화 관련 금융수익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포스코켐텍 = 포스코켐텍은 포스코 계열의 종합 내화물 제조사다. 용광로(고로)가 뜨거운 쇳물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내화물, 생석회 생산 및 용광로 보수 등의 사업을 한다. 

이 회사의 이번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난 24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액 상승률도 높다. 각각 52% 증가한 305억원, 49% 늘어난 2942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에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이 작년 3분기보다 늘어나면서 포스코켐텍의 내화물, 로재정비, 생석회 등 매출이 증가했다. 또한 지난 2분기부터 케미칼 부문의 매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파트론 = 파트론은 휴대폰 안테나, 카메라 모듈 등을 만드는 휴대폰 부품회사다. 주력은 동영상 카메라 모듈과 안테나인데, 신규 사업으로 광마우스, 진동모터, 지자기센서, RF모듈 등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3분기 순이익이 작년 3분기보다 31% 증가해 1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더욱 큰 성장을 보였다. 무려 86% 늘어난 1074억원을 올렸다. 이 회사의 사상 첫 분기 매출 1000억원 돌파다. 영업이익도 48% 증가한 127억원을 냈다.

판매 호조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파트론의 카메라모듈이 채택되며 매출에 탄력을 받았다.

아울러 고부가 카메라 모듈의 매출이 증가하며 수익성도 좋아졌다.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모듈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휴대폰 카메라의 화소 수가 200만 화소(종전 30만 화소)대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고기능 제품의 경우 평균판매단가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선정 기준]
먼저 X-Ray 툴에서 밸류에이션 점수가 0점인 기업 가운데 총점이 15점 이상인 34개 기업을 골라냈다. X-Ray의 밸류에이션 점수가 0점은 적정주가와 같거나 높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이 중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25개 기업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늘어난 10개 기업들을 다시 골랐다. 그리고 기업의 규모와 이익의 안정성을 고려해 이 기업들 중에서 영업이익이 100억원 이하인 5개 기업과 최근 4개 분기 중에 적자를 낸 2개 기업을 제외했다(1개 기업 공통).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4개 종목이 추출됐다.

16일 현재 X-Ray 분석 툴에는 아직 2분기 실적까지만 적용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에 추출한 기업들은 3분기 실적이 반영되면 밸류에이션 점수가 1점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적정주가 대비해 과도하게 고평가되어 있었다면 3분기 실적이 개선됐다 해도 X-Ray 밸류에이션 점수는 계속 0점에 머무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