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 나의 포트폴리오
아이투자 전체 News 글입니다.
[인터뷰]이민주 버핏연구소장:'현인'을 만난 후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가치투자를 통해 세계 두 번째 부자가 된 인물입니다. 올해 3월에 방한했던 버핏 회장은 일거수일투족이 뉴스로 전해지며 투자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버핏 회장이 국내에서 이렇게 유명인사가 된 것이 불과 몇 년밖에 안된 일이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국내에 손꼽히는 워렌 버핏 전문가인 이민주 버핏연구소 소장님을 만나 그가 들려주는 워렌 버핏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기자 출신인 이민주 소장님은 지난 2007년 5월에 미국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 회장을 인터뷰한 바 있습니다.
한국일보 기자였던 이민주 소장님(왼쪽 사진)은 2000년 ‘워렌 버핏이라는 한 유명 투자자가 IT주식에 투자하지 않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쓴 것이 버핏과의 첫 대면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IT분야 담당이었던 이 소장님은 버핏을 ‘한 유명 투자자’라고 묘사했을 정도로 버핏이나 가치투자에 대해서는 낯설었습니다.
몇 년 뒤 이 소장님은 잠시 휴직을 하고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퍼듀대 MBA(경영대학원)에 유학을 갑니다. 2년간의 늦깎이 MBA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앞둔 시점이었던 2007년 3월, 그는 신문에서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린다는 뉴스를 보고 주총에 참석해 봐야겠다고 결심을 했답니다.
버핏, 포스코 투자로 국내서 주목받아
“그 무렵 국내에 ‘한국에선 가치투자가 어렵다’는 의구심이 팽배했어요. 그런데 그 해 버핏회장이 버크셔 해서웨이 연차보고서에서 포스코에 투자했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밝혀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었죠. 버핏을 만나면 이런 여러 상황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장님은 MBA의 투자론 수업에서 들었던 버핏의 투자이론도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투자론의 주류 이론은 ‘시장은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가설을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버핏은 ‘시장은 비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시각이었어요. 실제 현실에서는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저는 버핏의 이론에 더 흥미를 느꼈지요.”
하지만 이 소장님은 당시 특파원이 아니라 휴직한 기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주주가 아닌 이상 주총에 가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돌파를 시도했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에 들어가 주식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썼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가치투자가 어렵다는 논란이 있는 상황인데, 한국에 투자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과 버핏 회장을 취재해 알리고 싶다’고 말입니다.
다행히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초청장을 보내줬고, 이 소장님은 10시간 정도 차를 몰고 미국 중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로 달려갔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기간 동안 오마하의 퀘스트센터에서는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사들의 제품을 전시합니다. 주총 행사 첫날, 이 소장님이 이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경호원과 기자들로 둘러싸인 버핏 회장이 나타났답니다. 거기서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이 소장은 버핏 회장에게 스무 가지 정도의 질문을 했답니다.
당시 버핏 회장이 대한제분과 포스코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진 터라 대한제분과 포스코를 왜 샀느냐, 다른 한국 주식을 더 보유하고 있느냐,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당신만큼 돈이 없는데, 당신이 개인투자자라면 어떻게 투자하겠느냐,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해요.
다음날 공식 주총에서도 또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도 운 좋게 질문 기회를 얻은 이 소장님은 “지금 한국에서는 가치투자가 곤란하다, 가치투자는 미국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답니다.
한국 시장에 훤했던 버핏과 멍거
버핏 회장은 그때 “그럼 가치투자가 아니면 가치투자가 아닌 것(non value investment)을 해야 하는가? 가치투자는 어디서나 가능하다”고 했답니다. 버핏 회장은 그때 “한국은 경제발전도 이룬 좋은 투자처”라며 한국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더랍니다. 더 놀라운 건 버핏 회장 옆에 앉아 있던 찰스 멍거 부회장의 반응이었답니다.
“멍거 부회장은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인데 한국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까 이례적으로 마이크를 잡더니 ‘박정희, 정주영, 한강의 기적’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한국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보여주더군요. 한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비관하던 그 시기에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은 이미 한국 시장에 대해 많이 공부를 한 상태였던 거죠.”
이 소장님은 한국 시장에 대한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의 답변을 듣고 난 후 국내의 가치투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휴직 중이었지만 이 소장님은 주총 관련 기사를 몇 건 작성해 한국일보에 보내 국내 독자들에게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하고, 얼마 후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합니다.
한국에 돌아온 이 소장님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취재와 버핏 회장 취재의 생생한 기억을 되살려 책을 씁니다. 이 책이 바로 <워렌 버핏, 한국의 가치투자를 말하다>로, 이 소장님 최초의 가치투자서입니다.
이 책을 낼 때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하네요. 원고를 써서 몇몇 출판사들에 출간 의사를 타진해봤는데 반응이 시원치 않았답니다. 얼마나 팔리겠느냐며 시큰둥하더랍니다.
우여곡절 끝에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가 나타나 출판을 하게 됐는데 몇 달 만에 3쇄를 찍을 정도로 반향이 컸다고 하네요.
이에 고무된 출판사에서 버핏에 관한 다른 책을 쓸 수 있느냐고 제안을 해왔고, 그래서 나온 책이 <워렌 버핏처럼 재무제표 읽는 법>이라고 합니다.
이 소장님은 두 책을 낸 것을 계기로 아이투자에 칼럼을 쓰게 됐고, 이를 통해 한국투자교육연구소(아이투자의 법인명) 부설 버핏연구소의 소장도 맡게 되셨답니다.
가치투자의 길로 이끈 버핏과의 만남
사람들은 살다보면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남의 순간이 있는데, 이 소장님에게는 지난 2007년 5월 버핏 회장과의 만남이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소장님은 “버핏 회장이 추앙받는 이유는 투자 성과가 가장 뛰어나기도 하지만, (엄청난 기부 등) 도덕적으로도, 자녀 교육 측면에서도 훌륭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가까이에서 만나본 버핏 회장에 대해 “소박하고 수줍어 하더라”며 “세상 때가 덜 묻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총 행사를 치르는 며칠 동안 버핏 회장은 계속 똑같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그 양복은 저렴한 중국제였는데요, 살고 있는 소탈한 집도 그렇고 세계적인 부자라는 것을 생각할 때 참 소박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버핏 회장은 가치투자로 이룬 투자 성과도 놀랍지만, 연구하면 할수록 투자 영역을 넘어 인생의 롤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소장님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취재를 마치고 버핏 회장, 멍거 부회장과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사진은 버핏연구소 사무실 벽에 액자에 담아 걸어 두었습니다. (왼쪽부터 멍거 부회장, 이민주 소장, 버핏 회장 순. 이민주 소장 제공사진)
사진을 보면 버핏 회장과 이 소장님이 나란히 지갑을 들고 있는데요, 그 지갑은 버핏 회장의 것입니다. 버핏 회장이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같이 들자고 하더랍니다. 그는 가끔 이런 익살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곤 한다고 해요.
이 소장님에게 버핏 회장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 좋은 책을 추천해 주십사 부탁 드렸습니다. 이 소장님은 <스노볼>(앨리스 슈뢰더 지음)을 추천했습니다.
이 책은 버핏 회장의 전기인데요, 버핏 회장은 <스노볼> 저자에게 자신과의 인터뷰는 물론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까지 보여줄 정도로 자신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제공하며 취재를 도왔다고 합니다.
인간 워렌 버핏의 진면목을 구석구석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스노볼>이 너무 두꺼워서 부담스럽다면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전략>(티머시 빅 지음)이 좋을 거라고 권해 주셨습니다.
이 소장님은 끝으로 “앞으로도 워렌 버핏과 가치투자 철학을 전파하며 모든 개인투자자들이 가치에 기반해 주식투자를 하는 날이 올 때까지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셨습니다.
글·사진 / 이혜경 한국투자교육연구소 연구원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