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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시공테크 박기석 회장:보수적인 불도저

[편집자 주]기업은 경영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방향이 좌우됩니다. 아이투자는 ‘CEO&’ 코너에서 여러 기업들의 CEO에 대해 알아봅니다. 새로운 각도로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업 : 전시문화 전문기업 시공테크(관련글:[기업이야기]박물관을 만드는 회사, 시공테크)
CEO : 대표이사 회장 박기석(창업자)

CEO 약력
: 1948년생. 66년 순천고 졸업. 77년 고려대 독어독문과 졸업. 사회초년병 시절에는 율산실업에서 몇 년간 직장생활. 율산실업 부도 이후인 70년대 말 건축자재 중개무역회사 창업. 이어 88년 시공테크 창업 후 현재까지 대표이사로 경영 중. 2002년에 시공테크의 사업부였던 디지털 콘텐츠 부문을 분사시켜 시공미디어 창업(대표이사 겸직). 2004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05년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회장 역임.

길이 없으면 길을 뚫는다

시공테크3,275원, ▼-35원, -1.06%의 창업자이자 지금도 경영을 주도하는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사진)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온 기업인입니다.

전시문화업계에 기획력, 창의력 등 무형의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운 시공테크, 그리고 국내 최초로 공교육 디지털 교육콘텐츠 시장을 열어젖힌 시공테크의 자회사 시공미디어가 모두 그의 작품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월급쟁이 생활을 할 때도 없던 길을 개척하는 데 남다른 수완을 보였습니다.

1978년, 박 회장의 나이 서른 살 때 그는 율산실업에서 일하던 시절, 수출선을 뚫기 위해 무작정 사우디아라비아에 날아갔습니다. 길거리에서 알루미늄을 싣고 가는 트럭을 발견하면 따라갔답니다. 해당 시장이나 거래기업 후보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가 생각한 거래처 발굴 아이디어였던 거죠.

그 트럭에서 알루미늄을 인수하던 현지 상인에게 그는 다짜고짜 말을 붙였다고 합니다. “한국의 율산실업에서 왔는데, 우리가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다”며 설득을 했답니다. 이런 방식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현지 시장을 개척한 그는 놀랍게도 그해에 1700만달러어치의 알루미늄을 사우디아라비아 업체로 수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율산실업 최초의 사우디 시장 개척이었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말에 율산실업이 부도를 맞았고, 박 회장은 고민 끝에 한국, 일본, 유럽의 건축자재를 중동에 파는 중개무역 사업을 시작하며 월급쟁이에서 사업가로 변신합니다. 사업이 잘 되어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합니다.

테마파크 같은 느낌을 주는 시공테크의 홈페이지 모습.

1987년, 박 회장은 중개무역 사업을 접고 드디어 전시문화 사업에 눈을 돌립니다.

자재를 구입하러 미국을 드나들었을 때 접했던 테마파크, 박물관, 과학관 등에서 새로운 사업의 감을 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건축자재 사업의 중요한 배경이었던 중동 붐이 꺾이기 시작한 데다 경쟁도 치열해지는 시점이었다는 점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1982년께 시카고 사이언스 뮤지엄을 방문했어요. 컴퓨터에 ‘Park Ki Seok’을 입력하자 로봇이 해당 알파벳을 차례로 집어 들며 제 이름을 쓰는 겁니다. 깜짝 놀랐죠. ‘우리나라엔 왜 이런 과학관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해외 박물관과 테마파크 방문 횟수가 늘면서 ‘내가 이런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박기석 회장, 한국경제신문 인터뷰 中, 2010.01.19)

시공테크의 시작은 단촐했습니다. 시공테크의 전신은 직원 3명을 둔 슬라이드 제조업체였습니다. 박 회장은 이 회사를 인수해 건축자재 무역으로 번 돈 20여억원을 밑천으로 전시산업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현실이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확신 있으면 버티는 뚝심

88년 서울 올림픽 때 레이저쇼를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지만 시장이 즉각 열리지 않아 한동안 고전했다고 합니다. 건축자재 중개무역으로 마련했던 20여억원을 다 까먹고, 처갓집을 저당 잡혀 운영비를 조달할 정도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답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전시문화산업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경제가 발전하면 전시회, 박물관, 과학관, 컨벤션 등 전시산업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993년, 마침내 시장이 열립니다. 93 대전 엑스포가 돌파구였습니다. 이후 국내에 박물관, 전시관, 체험관 등의 붐이 일면서 전시문화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었고, 시공테크는 이를 기회 삼아 자리를 잡게 됩니다. 
                                                                                                                   시공테크가 구축한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출처:시공테크 홈페이지)
시공테크는 전시관, 박물관 등 전시문화 인프라 구축 후 모형, 영상물 등 그 내부에 들어가는 전시물까지 채워 넣는 원스톱 서비스를 하는 업계 유일의 업체입니다.

건물 등 하드웨어 중심이던 전시산업에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기획력과 설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전시문화산업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기여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성장은 어떻게 이뤄졌을까요?  

박 회장은 일찍부터 전시문화사업의 핵심이 창의적인 기획력과 설계라는 점을 꿰뚫어보고 꾸준히 직원들에게 투자했습니다.

운영자금이 바닥났던 시절에도 직원들을 해외의 대형 박물관, 전시관에 다녀오라고 보냈고, 해외로 출장 가는 직원들에게 “돈 걱정 하지 말고 국내에 없는 잡지, 책 등을 무조건 사오라”고 독려했답니다.

시공테크는 이렇게 발굴한 수십여 종의 전시·미래산업 관련 전문지와 수천 권의 전문서들을 보며 공부하고 또 꾸준히 자료들을 축적하면서 전시 기획의 창의력 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공교육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계열사 시공미디어의 안착 과정에서도 박 회장 특유의 뚝심이 드러납니다.

디지털 교육 콘텐츠 브랜드 아이스크림(i-scream)은 시공테크에서 전시회, 박물관용으로 촬영하고 제작했던 사진과 동영상 등의 콘텐츠들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가 사업화로 이어진 것입니다.

박 회장은 축적된 콘텐츠 활용안을 고민하다가 유행을 타지 않는 교육용 콘텐츠 쪽이 유망하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다행히 2000년대를 지나는 동안 전국 학교의 교실에는 최신형 컴퓨터, 전자칠판, 대형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가 정부의 주도로 충분히 깔려나갑니다. 고속도로가 깔리는 동안 시공미디어는 이 고속도로 위를 달릴 좋은 차량을 만들기만 하면 됐던 것입니다.

준비된 자료는 충분했지만 이를 돈 되는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2002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유료화를 시작한 2009년까지 수백억원의 자금을 끈기있게 투자한 인고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공테크는 지난 2006년에 열렸던 고성 공룡 세계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공룡뼈 발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출처:시공테크 홈페이지)

박 회장은 시공테크를 경영하면서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꿨습니다.

그 동안 지루한 공간에 머물렀던 박물관을 동적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킨 거죠. 

시공미디어 역시 자칫 따분할 수 있는 교실에 흥미로운 교육 콘텐츠를 공급하는 도전의 결과물입니다.

박 회장은 제대로 된 교육 콘텐츠를 만들 경우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상업적인 성공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료화 초기여서 아직 투자의 열매를 본격적으로 수확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전국 초등학교의 98%에서 아이스크림을 이용해 수업을 할 만큼 초기 시장에는 무사히 진입한 상태입니다. 시공미디어가 오랜 기간 공들여 발굴한 이 시장에는 아직은 경쟁자도 없습니다.

보수적인 불도저

박 회장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는 것이 특기이고, 전망이 있다고 판단되면 장기 투자도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입니다. 이런 경영자들에게 미디어들은 ‘불도저’라는 별명을 붙이곤 하죠.

불도저 같은 경영자라면 혹시 무모한 도전도 잦지 않을까 염려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무모하지는 않습니다. 의외로 빚내는 것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림1]시공테크의 안전성지수(자료:아이투자)









[그림1]을 보시면 시공테크가 부채비율 100% 이하, 차입금 1% 이하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보수적인 불도저’ 같은 경영자라고나 할까요.

이런 기업인이 경영하는 기업,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연 어떠신지요?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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