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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을 탐하다] '사막에 핀 꽃' 우리파이낸셜
[하루에도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기업 보고서, 그러나 궁금증은 여전히 남습니다. 이민주 버핏연구소장이 기업을 직접 탐방해 이런 궁금증을 확 풀어봅니다. 아이투자의 새 시리즈 '탐방을 탐하다'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을 선정해 재무제표의 숫자나 주석 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기업 현장의 느낌과 분위기, 증권사 보고서에 나와 있지 않은 궁금한 사안과 점검 포인트 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사막에 활짝 피어나는 꽃' 우리파이낸셜
피터 린치의 황금주 후보 우리파이낸셜
중고차를 할부로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이 회사의 고객입니다. 새 차도 아니고 중고차, 그것도 일시불이 아니고 할부로 매입하려는 사람들에게 보증을 서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합니다. 떼일 위험은 얼마나 클 것이며, 어느 세월에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까요.
그런데 이 사업에 승부를 걸어 오히려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제가 얼마전 탐방을 한 우리파이낸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 번화가를 한참 헤매다 우리파이낸셜 입간판을 대했을 때, 저의 머릿속은 궁금증 반, 호기심 반이었습니다.
이 기업에 제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얼마 전 어느 증권사의 짤막한 보고서를 접하고서였습니다. 이런 요지였습니다.
"요즘 중고차 할부 금융 시장이 소리소문없이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파이낸셜이 이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중고차 할부'라는 단어에서 저는 오히려 매력이 느껴지더군요.
새 차 할부도 아니고 중고차 할부라니... 전설의 미국 펀드 매니저 피터 린치(Peter Lynch)가 말한 고수익을 가져다 주는 황금주의 조건에 부합하는 사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분한 사업, 침울한 사업, 남들이 거들떠 보지 않는 틈새 사업, 그렇지만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그런 사업 말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고차 할부 금융 시장에서 2위를 기록했습니다. 2007년에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불과 2년만에 업계 2위로 성장한 것입니다. 증권사 보고서에는 이 회사가 이런 성과를 낸 것은 2007년에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된 것이 계기로 작용했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괜찮은 종목인 것 같은데 이미 고평가 상태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PBR, PER, ROA 등을 현재 시점(12월 4일) 기준으로 계산해봤습니다. 여전히 저평가 상태이더군요.
이런 저런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우리금융지주의 계열사가 된 것이 이 회사의 중고차 할부금융업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는걸까. 이 회사는 향후에도 이런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까. 중고차 할부업이란 게 얼마나 남는 장사일까. 떼일 위험은 어떻게 통제하는걸까.
그러다 보니 결국 우리파이낸셜을 기업 탐방하게 된 겁니다. 자동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우리파이낸셜은 11층을 비롯해 이 건물의 3개층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환골탈태
서울 강남의 전형적인 사무실 풍경이었습니다. 말끔한 양복 차림의 직원들이 잘 꾸며진 공간에서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회의실에서 IR담당자님과 명함을 교환했습니다. 저는 명함과 더불어 <대한민국 고수분석>을 증정했는데, 이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었습니다.
IR담당자님이 "질의 응답에 앞서 우리 회사의 지나온 역사를 소개하겠다"며 회의실 한쪽의 칠판으로 다가갔습니다.
우리파이낸셜은 1989년 한미리스라는 사명으로 설립돼 기업 설비 대여업(리스업), 할부 금융업 등을 했는데, 한동안 수익을 내다가 1997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대주주가 씨티은행, MBK파트너스를 거치는 등 곡절을 겪었다고 합니다. 우리파이낸셜이 지금의 성장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2007년 9월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된 것이 계기였다고 합니다.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우리파이낸셜의 중고차 할부금융 사업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는군요.
중고차 할부 금융업이란 중고차를 일시불(현금)로 구입하기 어려운 고객에게 할부금융사가 금융사와 연계해 자금을 대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말합니다.
중고차 할부 금융업은 기본적으로 고수익 사업이라고 합니다. 요즘 새차를 할부로 사면 금리가 6~8%이지만 중고차를 할부로 사면 금리가 25% 가량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부담일텐데 의의로 대출 진행 과정에서 금리 저항은 크지 않다는군요. 대출 금액이 1,000만원 안팎이어서 그렇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다음의 세가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고차 할부 금융업 성패의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고객 확보의 문제입니다. 금융 상품은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결국 고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합니다. 중고차 할부 금융사가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으로는 자체 채널, 제휴 채널, 그룹 채널의 세가지가 있습니다. 자체 채널이란 중고차 할부 금융사가 전국에 영업지점을 두는 것을 말하는데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휴 채널이란 모집인으로 불리는 중고차 거래 에이전트로부터 고객을 소개받는 것을 말하는 데, 여기에도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그룹 채널이란 예를 들어 현대캐피탈이 모기업인 현대기아차 그룹으로부터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 떼일 위험을 관리하는 문제입니다. 중고차 할부 금융 고객층이 대체로 신용도가 낮다보니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세째, 자금 조달 금리를 낮추는 문제입니다. 우리파이낸셜이 속한 업종을 여신금융업이라고 하는데, 여신금융업은 수신 기능이 없습니다. 대신 여신금융사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채권 발행 금리를 얼마나 낮추느냐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우리파이낸셜은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이 세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다는군요.
우선, 2008년부터 우리은행의 900개 지점에서 우리파이낸셜의 중고차 할부금융 상품 판매가 이뤄지면서 우리파이낸셜의 고객이 획기적으로 늘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고객이 우리은행을 찾아와 중고차 대출 자금을 신청했는데, 이 고객의 신용도가 대출 부적격에 해당하는 경우 우리은행 담당자는 이 고객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우리파이낸셜을 소개해주는 식입니다. 우리파이낸셜 입장에서는 공짜로 고객 확보 채널 900개를 늘린 셈입니다.
또, 우리파이낸셜은 우리은행의 정교한 고객 신용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게 돼 '떼일 위험'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은행은 자사의 고객 DB 가운데 떼일 위험이 없는 고객에 한해 우리파이낸셜의 중고차 할부 금융 상품을 소개한다고 합니다.
우리파이낸셜이 우리금융지주의 계열사가 되면서 조달 금리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금융지주사 계열사라는 점이 우리파이낸셜의 신용도를 높여주고 있는 겁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할부금융사는 채권(사채)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할부 금융사의 신용도가 높을 수록 채권 조달 금리가 낮아지게 됩니다.
IR담당자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적절한 전략의 선택이 기업 성패를 결정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한편으로 중고차 할부금융업은 금융지주사의 계열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이 실감되더군요.
그러자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만약 또 다른 금융지주사들인 하나금융지주62,100원, ▼-800원, -1.27%,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가 계열사를 통해 중고차 할부금융업을 한다면 경쟁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궁금증도 풀렸습니다. 이들 3개 금융지주사 가운데 중고차 할부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는 곳은 하나금융지주가 유일합니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은 최근 자동차 할부 금융업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계열사는 중고차 할부금융업이 아닌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와 선박 금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파이낸셜이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쳐도 앞으로는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중고차 할부 금융업이라는 게 향후 얼마나 성장성이 있는걸까.
알고보니 한국의 중고차 할부 금융업이라는 게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더군요. 한국의 중고차 시장을 미국과 비교해보면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납니다.
2007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4,700만대의 중고차가 거래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새차 판매 대수 1,700만대의 세배 가량이 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2009년 한국에서는 190만대의 중고차가 거래됐는데, 이는 새차 판매 대수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한국에서 중고차 시장이 향후 성장성이 높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오는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온라인 거래의 활성화, 차량 사고 이력 관리 제도 정착 등이 중고차 시장의 성장을 촉발시키고 있습니다.
중고차 할부 금융업을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 같은 신성장 산업과 동등한 반열에 올려 놓아도 크게 틀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파이낸셜은 왜 신차가 아닌 중고차 할부 금융 시장에 뛰어 들었을까.
신차 할부 금융 시장에는 현대기아차그룹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현대캐피탈이 확고한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 어느 기업의 자체 수요에 의해 형성되는 전속 시장)을 갖고하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현대캐피탈은 중고차 할부 금융 시장에서도 점유율 66.7%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할부금융업에서도 1위를 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을 우리파이낸셜이 따라 잡을 수 있을까. IR담당자님은 현대캐피탈을 뛰어넘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파이낸셜이 시장을 더 늘릴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파이낸셜의 또 다른 사업 부문인 소비자 금융업에서의 성장성도 엿보였습니다. "지난달(11월) 우리은행 고객 DB를 활용해 소액 대출을 텔레마케팅으로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하루 평균 300통의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IR담당자님이 귀띔했습니다.
중고차 할부 금융업은 성장 산업
정리해보면, 우리파이낸셜은 2007년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환골탈태했습니다. 우리파이낸셜은 우리금융지주 계열사가 되면서 떼일 위험, 고객 확보, 조달 금리 등 3가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된 겁니다.
이 회사가 우리금융지주의 계열사가 되면서 얻게된 후광 효과와 안정성도 눈여겨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점은 또 다른 중소형 저평가 금융주인 리드코프, 한국저축은행, 제일저축은행과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우리파이낸셜은 배당도 후한 편입니다. 이 회사는 배당성향 30%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달 31일까지 이 주식을 보유하는 투자자는 내년 5월께 주당 740원 가량의 배당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리스크는?
우리파이낸셜은 유통주식수가 많지 않습니다. 발행주식수 1,690만주 가운데 우리금융지주 지분 51.9%, 국민연금 8.5%, 메트라이프생명보험 4.7%, 국민은행 4.2%가 있어서 최근 60일 평균 거래량이 2만 6,000주에 불과합니다. 한국밸류자산운용과 신영투신은 우리파이낸셜 주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또, 중고차 할부금융업은 경기에 민감합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향후 경기가 나빠지면 자동차 할부금융업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저평가 상태이기는 하지만 요 몇달새에 주가가 반짝 상승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파이낸셜 주가추이. 2009.5-2010.12]
IR담당자님과 작별 인사를 마치고 복도의 엘리베이터 앞에 섰더니 벽면에 사내 업무 혁신상을 받은 직원의 사진과 심사 내용이 붙어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서류를 없애 고객의 불편을 줄였다는 요지였습니다.
우리파이낸셜의 향후 성과와 주가 추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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