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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레터]사자나라의 얼룩말이 사는 법

"만약 당신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얼룩말 가운데 하나라고 하자. 그러면 당신은 얼룩말 무리 속에서 어느 곳에 자리를 잡을지 결정해야 한다. 주변 환경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최상의 자리는 신선한 풀이 있는 무리의 맨 바깥쪽이다. 반면 무리의 중간쯤에 자리를 잡으면 남들이 반쯤 먹다 만 풀이나 말발굽에 짓이겨진 풀을 뜯어먹어야 한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얼룩말이라면 과감히 무리의 맨 바깥쪽으로 나가 신선한 풀을 배불리 먹을 것이다.

그러나 사자가 달려들면 무리의 맨 바깥쪽에서 신선한 풀을 먹던 얼룩말은 사자의 먹이감이 될 수 있다. 반면 무리의 중간쯤에서 제대로 풀도 뜯어먹지 못했던 얼룩말은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다.
당신은 어디에 속할 것인가? 신선한 풀을 마음껏 먹으면서도 사자가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할 방법이 없겠는가?"

국내에도 출간된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라는 책에 소개된 랄프 웬저(Ralph Wanger)의 유명한 비유입니다. 소형주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웬저는 소형주 전문 펀드인 에이콘 펀드(Acorn Fund)를 운용해 1970년부터 1998년까지 연평균 17.2%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970년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1998년에 85억원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에이콘 펀드의 초기 수익률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표]에이콘 펀드와 S&P 수익률 비교


첫 6년 간 1971년을 제외하면 시장을 능가한 적이 없습니다. 특히 1972년에는 S&P 지수는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펀드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하는, 투자자로서 가장 견디기 힘든 상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결국 웬저의 펀드는 출범 6년이 지나서야 겨우 원금을 회복합니다.

웬저의 펀드가 이처럼 시장에 크게 뒤지는 성과를 낸 까닭은 그가 소형주 투자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웬저는 위 6년을 '인간의 인내를 시험하는 시기'라고 부르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의 결과는 앞에서 소개해 드린 것과 같았지요.

최근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코스피 지수는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산 주식은 오르지 않는다며 가슴앓이를 하는 투자자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랄프 웬저의 다음 말을 통해 투자원칙을 점검해보시고 힘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나는 시장의 타이밍을 잴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나는 오로지 주가가 쌀때 매수해야 한다는 말을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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