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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KH바텍,과거의 영광 되돌릴 순 없나?
[글쓴이 주]얼마 전 한국투자교육연구소의 기업분석팀에서 히든챔피언으로 KH바텍8,850원, ▲50원, 0.57%을 선정하였습니다. 직후 주가도 많이 올라, 종목 X-Ray 서비스가 빛을 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가치투자의 기본은 사업모델에 대한 정성적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필자도 과거 KH바텍을 분석한 바 있어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당시 필자는 휴대폰의 미래를 단언할 수 없다면, 일시적인 Slip-down 상태에 빠진 회사에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투자 아이디어
다시 못 올 N97
[표1]KH바텍 분기실적 추이
(출처: Quantwise, VIP투자자문)
KH바텍8,850원, ▲50원, 0.57%의 현황을 이해하는 데는 분기 매출액 만한 것이 없다. 2009년 1분기까지 400억 정도이던 것이 2009년 3분기와 4분기에는 4배 가까이 증가했고, 2010년 1분기부터는 800억대(수주 기준으로 볼 때 2010년 2분기와 3분기도 비슷할 전망)에서 안정되는 모습이다. 원•부재료는 사급받기 때문에 원가는 온전히 판가에 전가될 수 있고, 문제는 매출액(개당 단가와 고정비 규모의 경제 효과)이다.
분기매출이 1600억을 기록한 이유는 노키아의 N97과 N97 mini를 단독 수주한 상황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두 모델의 6개월 간 판매량은 약 400만대(블랙베리 누적판매량 1억대, 아이폰 누적 판매량 2,700만대, 안드로이드폰 누적 판매량 1,160만대)에 달한다. 그러나 단독 수주는 앞으로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노키아는 양산에 들어갈 때 생산량을 6 :4로 배분한 Dual Vendor를 고집한다.
[표2]노키아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
(출처: KH바텍)
[그림1]N97 측면 (우측에 디스플레이와 자판을 연결하는 지지대가 슬라이드 힌지)
(출처: phone Arena)
그런데 N97의 경우 스마트폰의 랩탑화를 꿈꾸는 노키아의 전략모델로서 전면 디스플레이와 QWERTY 자판이 45° 각도로 꺾이는 슬라이드 힌지를 채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무게를 줄이면서도 강한 재질을 요하는 조건에서 KH바텍8,850원, ▲50원, 0.57%은 업계 최초로 동합금을 이용했다. 이에 반해 시제품 생산단계까지 Dual Vendor였던 팍스콘이 결국 스펙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마케팅, OS와 같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싶어 하는 노키아로서 동사와 같이 선도적인 제조기술을 제시하는 협력업체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Sole Vendor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노키아의 화려한 부활을 가정하더라도 분기 1,600억 매출은 어려울 수 있다.
[표3]노키아 힌지 Value Chain (한글표기는 국내회사)
(출처: 대우증권)
N97 시리즈가 동사에게 주는 진정한 의미는 케이스 업체로서의 궁극적 모듈생산에 도달했다는데 있다. 삼성전자에게 공급하는 케이스 또는 쉴드(케이스 내부에 장착하여 강도를 증강시키는 부품)가 최대 수천 원에 불과한 반면 노키아에 제공하는 모듈(케이스와 힌지를 조립한 부품)은 10,000원 수준이다. 그리고 터치패널과 LCD를 제외한 모든 부품을 조립한 N97은 ASP가 50,000원에 달했다.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하겠다. 동사는 ASP 증가를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으로 보고 2012년 이후 터치패널과 강화유리 모듈도 내재화(CAPEX 또는 M&A) 할 계획이다.
같은 관점에서 (분기 1,600억을 베이스로 생각한 여의도의 센티멘탈은 뒤로 하면) 사실 동사는 어닝쇼크가 아니라 오히려 이익이 Level-up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표4]노키아 지역별 판매수량 및 ASP
(출처: 노키아, 대우증권)
[표5]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출처: KB투자증권)
노키아가 High-end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하면서 동사의 실적도 동시에 악화되었다. 내부에서는 그 이유를 OS의 열위로 판단하고 있다. 노키아는 자체 OS인 Symbian을 채용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시장이 일거에 확대되면서 세트업체들은 OS를 개발할 시간이 부족했고, 공개형 OS인 구글의 Android가 대세로 굳어졌다. 노키아는 단순 제조분야에서는 신흥국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보고 OS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Symbian 3.0과 인텔과 같이 개발한 Meego를 두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는 풍문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신규모델 출시 자체를 계속해서 연기하는 바람에 KH바텍8,850원, ▲50원, 0.57%의 모듈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표6]모듈제품 비중추이
(출처: KH바텍, 신한금융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에서 모듈이 차지하는 비중이 추세적으로 늘면서 실적을 방어해내고 있는 것이다.
독보적 다이캐스팅 기술력
[표7]휴대폰 외장부품주 PBR Band (2007~2010)
(출처: Quantiwise, VIP투자자문)
KH바텍8,850원, ▲50원, 0.57%은 2010년 2분기 기준 무차입에 현금성자산 1,500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경쟁사 대비 ROE가 높다. 다소 편차는 있으나, 감가상각비 부담이 덜어진 2007년부터는 기조적으로 이익이 늘었고 밸류에이션도 높게 적용(알티전자는 LED 사업부를 가지고 있어 밸류에이션이 높음) 받고 있다.
[표8]휴대폰 외장부품주 ROE
(출처: Quantwise)
[표9]KH바텍 유형자산감가상각비 추이
(출처: Quantwise, VIP투자자문)
KH바텍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이면에는 다이캐스팅 기술력이 있다. 다이캐스팅은 금속을 고온에서 녹여 금형 모양대로 굳히는 공법으로 레진 사출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다만 레진에 비해 녹는점이 높고 금형의 마모가 심해 가공이 어렵고 수율이 훨씬 낮다. 레진 사출은 금형제작 이후에는 99%의 수율을 보이지만, 금속 다이캐스팅은 KH바텍과 같은 일류 회사가 70%에 불과하다. 워낙 공정이 까다롭고 다양해 웬만한 업체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알티전자 등 일부 경쟁사가 있지만, 한 두 가지 모델만 생산하고 있다. 설비가격이 많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산업의 짧은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거나 복잡한(ASP가 높은) 제품은 생산할 수 없어 동사의 지위가 유지되는 것이다.
휴대폰의 외장재가 금속으로 쓰인 것은 모토로라의 레이저폰이 시초이다. 슬림화, 경량화를 추구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플라스틱보다 더 무거운 금속을 사용한 이유는 사출물로는 인장도 기준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16mm 두께의 보급형 휴대폰도 금속이 들어갈 정도로 보편화 된 상태이다. 그렇다고 인장도만 중시하여 철 프레스 소재를 사용하면 무겁다. 피쳐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는 스마트폰은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금속 다이캐스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그 결과 동사와 같이 정밀하게 다이캐스팅 할 수 있는 회사는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게 된다. 일례로 자동차 전장부품 다이캐스팅 회사들은 물론이고, 노트북 등 가전제품의 다이캐스팅 전문업체인 대만의 Catcher도 휴대폰 분야에서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Full Touch VS. Full QWERTY
동사에 대한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하지 않을 수 없는 고민이 있다. 향후 휴대폰 시장에서 Full Touch가 대세로 굳어진다면, 동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RIM의 블랙베리를 필두로 하여 시작된 스마트폰 바람은 애플의 아이폰으로 극에 달해 있다. 여기에 반격을 가하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까지, 공통점은 바(Bar) 타입이라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인터넷 되는 Full Touch폰’이라는 인식을 가질 정도이다.
[그림2]LG전자 옵티머스Q (左), 삼성전자 갤럭시S (右)
(출처: 네이버 지식쇼핑)
스마트폰 ‘벽돌’ 디자인... 업계 ‘고민’
(출처: 한국경제TV)
앞서 언급했듯이 동사의 강점은 슬라이드 힌지를 비롯한 복잡한 모듈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이다. 그런데 Full Touch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루게 되면서 케이스의 디자인은 천편일률적이 되어 버렸다. 이는 곧 ASP의 감소와 경쟁사의 등장 가능성을 의미한다. 실제 동사는 애플에도 부품을 공급하지만, 측면 음량조절버튼이나 USB 커넥터 등 자잘한 단품에 그치고 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Full QWERTY 자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이다. N97 시리즈가 채용했던 슬라이드 QWERTY 자판은 Full Touch폰은 말할 것도 없고, 기존의 슬라이드 피쳐폰보다 크고 복잡한 힌지 모듈을 필요로 한다. 아직 시장이 초기단계이므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노키아 뿐만 아니라 모토로라의 모토쿼티, LG전자의 옵티머스Q, HTC의 디자이어Z, 삼성전자의 갤럭시Pro, RIM의 볼드9800 등 각 세트업체마다 우후죽순 Full QWERTY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은 단순히 보는 인터넷에 그치고 있지만 (애플의 직관적인 UI가 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 향후 노키아의 바람대로 PC와의 진정한 컨버전스가 일어나게 된다면 분명히 입력장치가 큰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그 때 해답이 Bar 형태의 Full Touch는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미 영어, 중국어권에서는 메일의 범용화, 손가락이 두꺼운 신체구조, 복잡한 언어체계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RIM의 블랙베리가 많이 팔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규 공급처 확대 전망
동사의 독보적인 다이캐스팅 기술력은 결국 공급처 확대로 연결된다. 국내 부품업체 최초로 노키아의 1차 벤더가 된 것이 지금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교섭력 강화, 전방업체와 관계없는 외형성장 등 펀더멘탈 상 플러스 요인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는 단기적인 턴 어라운드도 엿볼 수 있게 한다. High-end에 치중하고 있어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노키아에서와 같이 의미 있는 부품사로 글로벌 세트업체의 노크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동차부품주들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원화약세는 우리나라 핸드셋부품주들의 경쟁력을 검증 받을 발판이 되었다.
참고로 QWERTY 출시 회사 중 유일한 비거래처 HTC(G2, 아시아권 모델명 디자이어Z)는 단말기를 거꾸로 들었을 때 저절로 힌지가 헐거워지는 이른바 ‘Drop Down’ 현상 및 잦은 파손이 발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채용된 플라스틱 힌지가 KH바텍8,850원, ▲50원, 0.57%이 노키아에 공급하는 N97의 마그네슘 힌지에 비해 약해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림3]T-mobile G2 ‘Drop Down’ 현상 시연
(출처: IT Chuiko)
실제로 동사는 노키아의 High-end 모델인 N9 시리즈, RIM의 볼드9800의 수주를 받아둔 상태이며, 본격적인 매출은 4분기에 발생할 전망이다. 향후 애플, 모토로라, HP(Palm)과도 긴밀하게 협력할 예정이라고 한다. 노키아가 모델 수를 줄이는 대신 모델 당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한 점, RIM의 볼드9800이 디스플레이가 작다는 단점을 극복한 회심작인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그림은 둘째 치고라도) 단기간에 회복이 가능해 보인다.
[그림4]노키아 N9 (N97 mini 후속)
* 심비안3(또는 Meego), 정전식 멀티터치 터치패널 채용이 특징
(출처: TECHNO BUFFALO)
[그림5]RIM BlackBerry BOLD 9800 (일명 볼드 슬라이더)
* 9000, 9700 등 이전 모델과 비교할 때 슬라이드 QWERTY, 터치패널 채용이 특징
(출처: berrytimes.cn)
지연되었던 매출액이 일거에 발생하면 1년 만에 다시 어닝서프라이즈가 발생한다. 그러나 비슷한 매출규모라고 하더라도 매출처가 늘어나는 것이 고무적이다. 2009년 3, 4분기의 매출을 N97 시리즈와 기타로 나눌 수 있다면, 2010년 4분기는 N9, 볼드9800, 기타로 나눌 수 있다. 이는 KH바텍8,850원, ▲50원, 0.57%이 Event & Turnaround를 넘어 장기투자형 종목이 되었을 때, 어떤 그림을 보여줄 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본 자료는 일반 투자자에게 해당 기업의 사업모델을 소개하기 위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따라서 ㈜브이아이피투자자문의 공식적인 투자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준 VIP투자자문 애널리스트 (mwmtm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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