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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기업가처럼 주식투자하라
기업가처럼 주식투자하라
폴 오팔라(Paul Orfalea) 지음. 손정숙 옮김. 부크홀릭 펴냄 . 원제 The Entrepreneurial Investor
내가 이 책의 저자인 폴 오팔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7년 미국 중부의 어느 소도시의 서점에서였다. 비즈니스 서적 코너에 들렀더니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의 주인공 존 트래볼타처럼 생긴 남자가 활짝 웃는 모습이 표지에 실린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 제목은 <Copy this!>. 책의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나는 이 책이 정말로 존 트래볼타의 자서전인 줄 알았다. 그는 트래볼타를 닮았다!
그런데 책을 펼쳐보니 폴 오팔라였다.
오팔라는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사무 기기점 킨코스(KINKOS)를 창업한 인물이다. 복사를 하고 싶을 때, 급하게 팩스를 보내야 할 때, 책을 제본해야 할 때 킨코스는 유용하다.
1970년, 그는 미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산타바바라 대학(UCSB) 캠퍼스로 들어가는 길목에 복사가게를 차렸다. 3평짜리 공간에 복사기 한 대가 덜렁 놓인 자그마한 가게였다. 이 가게가 30년이 지나 시가총액 20억달러(약 2조원)의 킨코스로 성장했다.
그저그런 수많은 복사가게의 하나이던 킨코스가 이렇게 성장한 것은 오팔라의 사업가적 통찰력 덕분이다.
그는 자신의 가게를 찾은 고객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들이 이 가게에 들른 진짜 이유는 뭘까를 생각해본 것이다. 고객들은 시간에 쫓겼고 누군가에게 어떤 사실을 긴급히 전달하고 싶어했다. 그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불안 해소와 원활한 의사 소통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런 관찰을 바탕으로 그는 복사 가게의 가치를 '복사를 해주는 곳'이 아니라 '소통하는 곳'으로 재정의하고 여기에 맞는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복사 뿐 아니라 팩스도 보낼 수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는 2000년 이 회사의 지분을 매각해 부호가 됐다. 지금은 은퇴한 창업가이다.
그는 2000년 웨스트코스트자산운용(WCAM)을 설립해 고액의 자산가 및 기관들을 상대로 자산 운용 사업을 했다. 이 회사는 7년만에 운용 자산 규모가 20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는 기업가적 관점으로 투자를 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가 성공한 투자자자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밝힌 책이 <기업가처럼 주식투자하라>이다.
회계 지식부터 기업의 전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책 한권에 담아내다 보니 독자들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내용이든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는 기업 재무제표를 읽을 때 현금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대차대조표 왼쪽(차변)의 맨 위쪽에 나와 있는 현금의 변화야 말로 기업의 본질적 경영 활동을 파악하게 해주는 계정과목이라는 것이다.
연말에 기업의 대차대조표에 현금이 더 들어있는가, 덜 들어있는가? 덜 들어있다면 차액은 어디로 갔는가, 더 들어있다면 이것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재고자산, 매출채권, 매입채무의 변화를 살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무엇이 줄고 무엇이 늘었으며 왜 그런지를 따져보면 기업이 좋아지고 있는건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재고자산이 기업의 이익을 왜곡하는 수단으로 빈번하게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재고자산을 늘리기만 해도 기업의 순이익이 그만큼 증가한다. 1963년 얼라이드 크루드사는 은행들이 재고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회사는 기름이 물에 뜨는 성질을 이용해 탱크를 물로 가득 채운 뒤 맨 위만 살짝 기름을 덮어 검사관의 눈을 속이는 방법으로 막대한 재고를 손쉽게 조작해냈다. 사기가 들통났을 때 이 회사는 1억 7,500만달러 어치 이상의 샐러드 오일을 가공으로 만들어냈다.
"재고자산의 증가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잠재적 위험도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테크놀러지 기업, 패션 기업, 또는 썩기 쉽거나 유행을 타는 물건을 판매하는 기업에게 재고자산의 증가는 위험하다. 기업 내부에 무언가가 쌓여야 한다면 그것은 현금이어야 한다."
재고자산 평가방법도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선입선출법을 채택한 기업은 물가가 오르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이익이 높게 계상된다. 선입선출법은 먼저 창고에 들어온 것을 먼저 팔려 나가는 것으로 기록하는 방법인데, 이렇게 되면 매출원가가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인플레 시기에는 오래된 재고자산의 원가가 낮다)
또, 그는 매출액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매출액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 매출액을 날조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매출액의 진실성을 쉽게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 매출액이 늘었는데 현금은 감소하고, 매출채권이 증가했다면 매출액의 진실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순이익이 기업에 의해 자의적으로 조작될 수 있는 만큼 저자는 현금흐름표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손익계산서는 수수께끼로 뒤덮여 있을 수 있지만, 현금흐름표에는 과장해 떠드는 성격이 없다. 분식회계도 거의 없다. 다시 말해 현금흐름표는 있는 그대로다."
주식 투자자를 위한 실전 투자법도 그는 공개하고 있다.
그는 "활짝 핀 꽃을 보려거든 잡초를 뽑아주라"는 격언을 인용하면서 주식 투자자는 손실을 내는 주식은 빨리 매도하고, 이익을 내는 주식을 오래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저자는 1998년 미 캘리포니아대학의 테렌스 오든 재무학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주식 투자자들은 손실을 내고 있는 주식은 그대로 보유하고, 이익을 내는 주식은 곧바로 매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전략은 실패로 돌아간다. 반대로 해야 수익이 난다. 주식 시장을 오랫동안 겪은 투자자라면 이 말의 의미가 실감이 될 것이다.
"잡초를 제거해야 꽃이 활짝 피는 법이다.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에는 잘 나가는 주식과 맥을 못추는 주식이 있을 것이다.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을 먼저 매도하라."
이밖에 그가 성공하는 투자자가 갖춰야 할 자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 투자는 사업과 닮았을 때 가장 현명하다.
- 성공 투자는 이해하기는 매우 쉽지만, 실행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 현명한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를 고려할 기업의 주시 목록Watch list을 늘 지니고 있다. 시장이 급락하면 세일 가격으로 사들일 좋은 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여섯살짜리 아이에게도 기업의 사업 내용을 이해시킬 수 있는 기업을 골라라.
- 집중 투자가 고수익을 가져다 준다. 보유 종목을 10개 안팎으로 유지하라. 성공한 기업가는 핵심 역량 및 그 핵심 역량을 가능한 최대 한도로 극대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 경쟁 기업보다 지속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두는 기업은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 경쟁 우위는 차별화(Differentiation)이거가 원가우위(Cost advantage)이거나 둘 가운데 하나다. 차별화란 제품 품질, 고객 서비스, 지적 재산권, 규제로부터의 혜택 등을 말하고, 원가우위란 혁신, 효율성, 영리한 구매 결정 등을 말한다.
주주에게 해를 끼치는 최고경영자나 임원은 기업 내부에서 어떤 방법으로 재무제표를 왜곡하는걸까. 기업가처럼 투자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기업가처럼 주식투자하라>는 이런 의문들에 해답의 실마리를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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