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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홍] 가치투자자의 비수기 '바캉스'

<편집자주: 정기홍의 스몰캡은 작은 진주와 같은 유망 중소형주를 찾아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이 다루지 않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중소형주들의 숨겨진 가치와 내재되어 있는 위험요소를 찾아볼 것입니다. 또한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투자의 기회를 함께 다루고자 합니다.>

저희 가족은 매년 8월말에 휴가를 다녀옵니다.
일반적으로 휴가기간이 7월말부터 8월초임을 감안하면 다소 늦게 휴가를 떠나는 셈이죠. 저희 가족이 매년 이렇게 늦게 휴가를 떠나는 이유는 바로 성수기를 피해서입니다올해 성수기는 8 24일자로 끝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8 25일에 평소에 읽지 못한 책 몇 권, 새 노래로 가득 찬 MP3를 챙겨서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비수기 휴가의 장점은 가는 길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어렸을 때 성수기 때 휴가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해변가에서 보낸 시간보다 막힌 차에서 보냈던 시간이 더 많이 기억납니다. 주차장이 되어버린 고속도로 사이로 옥수수를 팔던 아주머니에게서 사먹은 옥수수의 맛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하지만 비수기에 휴가를 떠난 이번 휴가는 옥수수 파는 아줌마에겐 야속한 일이지만 단 한번도 막히지 않고 속초의 숙소까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8 24일에서 8 25일이 된다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콘도가 급하게 낡아지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럼에도 성수기가 끝나면 휴가지의 방값은 마치 하한가를 맞은 주식처럼 급격하게 하락합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각종 할인행사에 참가하면 더욱 많은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단지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이처럼 가격이 급변합니다.

 




 

해수욕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일반적인 휴가와 무언가 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해수욕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길이 밀리는 그런 풍경에서 벗어나 주차장에 도착하여도 달랑 2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휴가철 성수기가 끝나면 해수욕장 입욕이 금지됩니다. 아마도 대다수의 피서객은 이러한 해수욕장 폐장을 염두에 두고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성수기에 휴가를 떠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해수욕장 입욕이 금지되어도 바다는, 파도도, 그리고 넓은 모래사장도 모두 그대로입니다. 따스한 햇살도 여전합니다.



 

독자 여러분들 중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해변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계시겠지만, 저는 사람 없고 한적한 해변을 더 좋아합니다. 아무도 없는 바다에 누워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바다를 통째로 전세 낸 것과 같은 기분도 듭니다.



 

성수기엔 부르는 게 값이기도 한 파라솔을 비수기엔 말만 잘하면 공짜로도 빌릴 수 있습니다.
비수기의 햇살도 파라솔을 필요로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밀물처럼 밀려들던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한걸음씩 물러나고 있습니다. 딱 일년 전만해도 누군가에게 주식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투자 유망종목을 물었지만 이젠 주식투자자임을 밝히면 이상한 사람을 보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볼 뿐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 해에 매매를 위해선 증권사의 ARS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했는데, 주식 매도를 위해 전화를 걸면 항상 불통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현상을 주식시장 과열의 지표로 판단하여 경계의 자세로 주식 시장을 대하여 왔었는데, 지금은 ARS서비스가 불통이 되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비수기에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분들도 분명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회사 사정상 성수기에 반드시 휴가를 다녀와야 할 수도 있고, 해수욕장의 번잡함이 여행의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수기에 휴가를 떠나면 성수기에 떠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깁니다.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도 강세장과 약세장이 공존합니다. 투자자들에게 단기간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강세장은 투자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쉽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더욱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약세장입니다. 같은 방을 비싼 가격으로 빌리는 것보다 싼 가격에 빌리는 것이 낫듯, 값은 기업의 주식을 비싼 가격으로 사는 것보다 싼 가격에 사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앞날은 여전히 안개가 자욱합니다. 지루한 약세장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비수기가 지나고 다시 성수기가 돌아오듯, 약세장의 끝엔 강세장이 있게 마련입니다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직 휴가를 떠나시지 않은 회원님이라면 늦은 비수기 휴가 어떠신지요?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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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ValueTimer
    비수기에는 휴양의 만족(내재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비용(주가)이 당연히 싸집니다. 가치투자는 비수기 때 할인가격으로 미리 예약해 두었다가, 성수기 때 남들과 마찬가지로 휴양의 만족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비수기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만 비유가 매끄럽지 않아서 실례했습니다.http://
    2008.09/22 12:43 답글쓰기
  • ValueTimer
    2008.09/2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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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홍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비수기 휴가의 만족이 성수기에 비해 오히려 낮지 않아 이렇게 표현했었는데, 이는 물론 제 개인적인 성향이겠지요 ^^; http://
    2008.09/22 16:47 답글쓰기
  • 정기홍
    2008.09/2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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