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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투자] '땅 따먹기' 놀이에서 배울 것
요즘 아이들은 피아노 학원 가랴, 영어회화 배우랴 하는 통에 이런 놀이는 잘 즐기지 않겠지만, 필자가 어렸을 적에 즐겼던 게임 중에 땅 따먹기 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게임방법은 이렇습니다. 빈 공터에 큼지막한 네모 선을 그려 놓고 모서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각각의 아지트를 정해 놓습니다. 그 아지트는 부채꼴 모양의 공간이 되겠지요. 그리고 난 후 순서대로 아지트 안의 말(돌)을 손가락으로 쳐내는데 세 번 안에 그 말이 다시 아지트 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성공적으로 말이 돌아오도록 쳐내면 그 말이 그린 궤적 안의 공간은 자신의 땅이 됩니다. 점점 이렇게 땅을 넓혀 나가면서 처음 그렸던 네모선 안의 공간을 다 차지하면 이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이를 즐기다 보면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의 성향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아이는 처음부터 돌을 아주 멀리 쳐냅니다. 말하자면 욕심을 크게 부리는 것이지요. 이런 방법은 한 번에 땅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성공확률은 낮습니다. 저 멀리 아지트까지 다시 말을 돌려보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또 다른 아이는 아주 조금씩 돌을 쳐냅니다. 아지트에서 말이 멀리 가지 않기 때문에 돌아오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땅을 아주 조금씩 늘려가는 방법이지요. 성공확률은 높은 대신 아주 지루해 보이고 어쩔 때는 그 아이가 좀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어떤 기업이 어렵게 여기저기서 돈을 긁어모아 치열한 경쟁을 뚫고 큰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말하자면 M&A 전쟁에서 당당히 승리한 셈입니다. 그런데 너무 치열한 경쟁을 거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가격을 너무 높이 불렀습니다. 향후 시장상황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전망을 한 것이죠. 비싸게 산 것도 억울한데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금리까지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재무적 투자자니,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니 하면서 끙끙 댄 투자의 결과는 최근에 보다시피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주가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간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수합병 붐의 역풍이 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자본이 거의 없이도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매우 늘어났습니다. 이런 행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선진(?)금융기법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선진적인 것인지는 재고해 볼 일입니다.
땅 따먹기 게임에서 다시 아지트로 돌아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돌을 멀리 쳐낸 친구가 몇 번 성공을 하면 자신의 원칙을 바꾸고 싶은 열망이 자꾸 생깁니다. 그게 인지상정이지요. 자신에 비해 땅을 불리는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조금씩 땅을 늘려서 언제 저런 친구를 따라갈까 하는 조급함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토록 호기로운 장타(?)가 늘 성공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인수합병 열풍이 부는 이유로 ‘그것이 묵묵히 경영하는 것보다 경영자들에게 훨씬 재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중산․서민층 가정들도 그 사정은 비슷하다고 여겨집니다. 자신이 벌고 있는 소득과 갖고 있는 자산에 비해 지나친 욕심을 부린 사람에게 시장은 벌을 줍니다. 처분조건부 대출이니 뭐니 하면서 겁 없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강남의 아파트를 매수한 투자자들도 지금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자산을 안정적으로 조금씩 늘려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지루한 과정입니다. 큰 돈을 빌려 홈런을 친 주변의 친구들이 늘어갈 때마다 열패감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한 번의 장타로 타이거 우즈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드는 요즈음입니다.
/ 오르멜라 어드바이저스 대표 양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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