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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세 종목에만 투자해야 한다면?

편집자주 사업보고서,농심,전자공시
앞으로 사업보고서를 집중 분석하게 될 대상 기업을 왜 ‘농심(004370)’으로 선택했는지에 대해 우선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평생 전 재산을 세 종목에만 투자해야 한다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시겠습니까? 투자자마다 상당히 이견이 갈릴 수 있는 이 질문에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농심341,000원, ▲3,000원, 0.89% 아모레퍼시픽108,400원, ▼-700원, -0.64% 포스코DX22,950원, ▲1,400원, 6.5%를 꼽았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평생 전 재산을, 그것도 세 종목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전제는 상당히 극단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하자본에 비해 꾸준한 수익을 줄 수 있는 이른바 채권형 기업[1]
에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같은 담배꽁초형 투자[2]는 안전할 수는 있지만 제한된 투자횟수로 인해 평생이라는 기간을 보상해 줄 만한 만족스러운 수익을 줄 수 없습니다.

필립 피셔와 같은 성장주 투자는 훌륭한 수익을 거둘 수도 있지만 대단한 혜안을 가지지 않으면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세 기업은 절대저평가 기업도, 고성장 기업도 아니지만 시장 내에서 강력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고 긴 세월 동안 뛰어난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사실 이들은 모두 필자와 함께 했던 기업들입니다. 각각의 투자 포인트는 농심은 한국에서 식품을 가장 잘 팔 수 있는 기업으로, 아모레퍼시픽은 바디케어, 기능성, 남성화장품 등 성장잠재력까지 가진 기업으로, 포스코는 기술력과 가격경쟁이 점차 평준화되는 상황에서도 경영효율성으로 압도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이라는 것이었고, 이는 아직까지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투자 포인트가 이렇게 뜬구름 잡는 소리냐?”고 힐난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훌륭한 기업들을 발굴하는 것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다시 농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농심과 필자와의 관계는 한마디로 애증(
愛憎)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농심 전도사를 자청할 만큼 가장 아끼는 기업이지만 수익률 면에서는 가장 형편없는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계속 공부를 하면서 더 좋은 기업, 더 싼 기업을 많이 찾아냈지만 농심만큼 애정이 가는 기업은 아직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투자를 업으로 삼게 되어 개인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했을 때는 눈물을 머금고 매도주문을 내기도 했을 만큼 아직도 농심 사랑은 각별합니다.

농심은 잘 아시다시피 국내 라면, 스낵, 생수 시장의 1인자입니다. 강력한 브랜드파워와 영업력을 바탕으로 불과 수 년 전에는 가치투자 주식의 대명사처럼 불렸습니다. 그런데 2005년 초 주가상승으로 절대저평가가 해소된 이후부터 영욕(
榮辱)의 세월이 시작됩니다. 웰빙 열풍, R&D센터 건립에 따른 대규모 CB발행, 방사선표기 미비로 인한 수출금지, PD수첩 ‘과자의 공포’ 두 차례 방영에 이어 최근에는 그 유명한 ‘생쥐깡’ 파문과 이명박 정부의 생필품 물가안정 대책 등이 쉴새 없이 농심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크게 변하지 않은 영업현황에 비해 끝없이 미끄러지는 주가에 필자를 포함한 주주들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습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많은 주주들이 이탈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웰빙 열풍을 무시하거나, 농심이 금세 다시 성장하리라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또 라면이 여타 즉석식품들에 비해 더 이상 간편식품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2005년부터 3년 간 벌어들인 3천억 원은 어디로 갔느냐는 것입니다. 과연 농심 신라면이 더 이상 안 팔릴 것이냐는 것입니다.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업황이 안 좋아지면 경쟁사를 무너뜨리고 피터 린치가 좋아했던 사양 산업 속의 일등 기업이 될 가능성도 있고, 막대한 현금을 통해 또 다른 관련제품 쪽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현금흐름할인법[3]
에서 끌어낸 개념인데, 여기에서 미래의 수익이 무성장 또는 시장성장을 가정한 추정기간 이후에도 어떠한 요인에 의해 더 큰 수익을 내고 있는, 다시 말하면 투자자가 생각한 것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큰 가치를 가졌던 기업을 말합니다.

바로 농심이 그러한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약간은 냉철한 판단보다 믿음의 영역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필자가 존경하는 투자자 사와카미투자신탁운용의 사와카미 아쓰토 대표이사[4]
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훌륭한 기업을 골랐다면 그 때부터는 그 기업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장기 투자하라.”

저는 앞으로도 신라면과 새우깡을 먹으며 아이투자의 여러분들과 함께 농심에 대해 공부해 가겠습니다. 사족이지만, 이래서 농심의 사업보고서를 읽어본다는 것이지 본 칼럼에서 농심에 대해 분석하려는 것은 아님을 밝혀둡니다.


김현준 (mwmtmw@naver.com)


[1]투자수익은 배당수익과 자본이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 오랜 기간 배당수익(현재는 배당금 자체의 의미에서 확장되어, ‘지속 가능한 주당순이익/주가’ 정도의 의미입니다.)이 일정하여 자본이득을 제외한 투자수익률의 예측이 비교적 쉬운 기업을 채권형 기업이라고 합니다.

[2]워렌 버핏은 기업의 질적 부분은 경시하고 절대저평가(순유동자산>시가총액2/3)된 기업에 단기간 투자하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방식을 “길거리에 뒹구는 담배꽁초를 주워 한 모금 빨아 피운다.”고 비유한 바 있습니다.

[3] 현금배당만이 주식보유의 의미였던 시대를 지나 투자자는 기업가치를 계산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장이 효율적으로 변함에 따라 현재가치로 싼 기업들은 점차 찾기 힘들어지게 되고, 이에 똑똑한 투자자들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업의 미래수익을 예측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수익은 현재의 수익보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할인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현대 가치평가 기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 Cash Flow Model)입니다.

[4] “일반생활자의 자산증식을 위해 운용한다.”는 철칙으로 장기투자를 전파하는 일본의 벤처펀드 1세대로, 설정 당시 400 명의 고객과 160억 원의 수탁고에서 현재는 12만 명의 고객과 2조5천억 원의 수탁고로 일본 주식형펀드 중 두 번째의 규모를 자랑합니다. 특히 가입규모 제한과 판매 및 환매 수수료가 없고 운용보수도 1%에 불과해 진정한 샐러리맨을 위한 펀드로 불립니다. 그리고 이는 오직 운용만으로 승부하겠다는 사와카미 아쓰토 대표이사의 의욕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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