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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이야기] 투자유혹과 본전유감(本錢有感)
[승원의 투자 이야기] '승원'은 M&A 등 기업금융 관련업을 하는 회사의 임원으로 일하는 글쓴이의 필명입니다. '승원의 투자이야기'는 필자가 그동안 은행 등 금융권, 기업체 자금 담당 이사를 거치면서 경험한 것과 개인적인 투자 활동에 얽힌 돈과 일과 인생에 관한 단상을 소개합니다. 진솔한 투자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녹록지 않은 혜지를 맛보는 기회가 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대학 때부터 해오던 주식투자 이력이 어언 20여년이 돼 간다. 충동구매 하듯 좋아 보이면 사놓고 하다 보니 자산은 얼마 안 되는데 종목만 20여개가 돼 웬만한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닮아 버렸다.
2008년도 두달여를 지난 시점에 평가해 보니 작년말 대비 얼추 본전이 됐다. 대부분의 주식펀드들이 연초 대비 죽을 쑤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본전이 된 것도 다행스럽고 은근히 기분이 좋기까지 하다. 본전에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건 요 몇 년 동안 드문 일일 것이리라.
읽는 분중 어떤 분은 부러워 하실줄 모르겠지만 기실 내용을 알고 보면 작년 하반기 저점에서 근 20% 수직 상승할 때 거꾸로 (-)를 냈던 나의 운용현황은 전혀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되고 그저 추세하락을 멈췄다는 점에 위안할 따름이다.
펀드의 특성은 명명컨대 ‘잡치주 펀드’이다. 좋은 말로 가치주이지만 시가총액도 작고 수익성이나 경제적 해자도 열위인 것이 많고 주당순자산이 많은 소외주, 잡주에 가까운 주식이 많이 편입되어 있다. 꽁초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나마 알량하던 현금과 일부 손절매한 뒤 마련한 자금으로 주위의 지인들과 교류해 조언을 구하고 정보수집을 해나가며 새로 편입한 종목들이 조금 손실을 만회해 줬다.
최근 회사일(금융투자회사)로도 본전에 무척 감사할 일이 생겼다.
투자심의 회의에 참석해 보니 단기적으로 꽤 수익성 있는 긴급 안건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6개월 내에 부도가 안 난다면 일면 괜찮아 보이길래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상 기업이 속한 업계에 정통한 지인에게 연락해 봤다. 그 지인은 유선상으로 기업에 대한 현황과 평판을 얘기해 주며 극구 투자를 말렸다. 설마 몇 달 내로 어떻게 되랴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찜찜한 구석이 있어 결국 투자를 보류했다.
며칠 뒤 그 기업이 투자 납입 실패로 부도가 났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등골이 오싹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부적으로 투자 안건 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야 겠다는 각오와 함께 성심껏 조사해 주고 투자를 만류해준 지인이 너무 고마왔다. 연락을 안 해 보았더라면, 또 지인께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었더라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리라.
조언을 얻어 대박이 난 것도, 그리 생색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투자의 유혹에서 본전을 간수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다.
언젠가 또 다른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주식투자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번 크게 손실을 보고 나니 대형우량주 투자가 정석인 줄은 알지만 안정적인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불나방처럼 대박 주식 한방을 좇아 다니게 되나 봅니다”
본전을 잘 간수하지 못하면 흐느적거리듯 '훅' 한방에 기대를 거는 피곤한 복서가 되기 십상이다.
골프 대회를 보면 최종 우승자가 라운드 내내 줄 파(Par)를 잡으면서 인내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한방의 버디로 우승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화려한 버디도 필요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파(Par)로 막아내며 버텨 내는 것이 어찌 보면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어쨌든 최근의 본전 투자는 감사하다. 그 자체도 감사하지만 필자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 주시는 지인들에게 더 감사하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보험은 수익률이 높은 것도, 보험금이 높은 것도 아니라 좋은 분들과 열심히 교류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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