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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AG - 소리없는 성장
1. 소득 양극화
소득 양극화의 시대는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촉발된 실물 자산 가치의 급격한 상승은 전 세계적인 소득의 양극화를 가져왔다. 소득의 양극화 상황을 보여주는 ‘지니계수’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0.28~0.29에서 2005년도 기준으로 0.31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로, 미국 고급차 시장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이후 20% 가까이 성장하여 2005년에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12%를 차지하는 등 고급차 시장의 전세계적인 확장 추세만 보더라도 소득의 양극화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SERI ‘소득양극화의 현황과 원인’)
(일본의 소득격차 추이(소득 지니계수의 추이))
2.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집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산층 계층의 패밀리카 개념의 볼륨카를 지향하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자연스럽게 고급차 시장에 문을 두드리게 되었고, 그에 따라 고급차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게 되었다. 토요타의 ‘렉서스’와 닛산의 ‘인피니티’, 혼다의 ‘아큐라’를 필두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고급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향한 약진은 전통의 독일 자동차 강호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번 굳혀진 브랜드의 장벽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는데, ‘인피니티’와 ‘렉서스’, ‘아큐라’가 1989년에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각 브랜드별 총 판매대수가 40만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의 호조는 눈에 띄었으나, 전통의 유럽 시장에서는 큰 호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고급차들의 약진 속에서도 BMW의 판매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벤츠는 성장이 정체되어 있고, 아우디의 성장은 완만한 가운데, BMW의 성장폭은 상당히 크다. 이는 그만큼 소득의 양극화 시대에 BMW 브랜드가 먹히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BMW는 미니,롤스로이스 제외, 출처: Annual Report)
‘MINI’를 캐내다.
‘로버’사 인수실패로 ‘브랜드’ 가치에 대한 뼈져린 경험을 하게 되었지만, ‘미니’를 통해서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미니’는 영국에서 버려져 있던 소형차에 불과했으나, BMW는 ‘미니’를 통해 ‘소형차’ 시장 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게 되었다.
‘미니’의 브랜드 리뉴얼 작업은 성공을 거두었으며, BMW 특유의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BMW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향한 집념은 상당히 강하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볼륨카 레벨을 갖고 있는 ‘폴크스바겐’이나 ‘다임러-벤츠’와 달리 오직 프리미엄 라인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을 통해 BMW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3. 안정적인 성장전략 – 북미와 유럽의 안전마진 + 아시아의 성장
(지역별 매출액 추이)
BMW 지역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독일과 미국의 매출액 추이는 안정적인 반면에, 나머지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매출액 성장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 판매대수(인도기준) 추이)
이는 물론 ‘미니’의 성장도 매출액 성장에 기여한 바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BMW 모델 자체의 판매대수 증가가 매출 성장을 견인해오고 있다. ‘로버’사 인수를 통한 확장에 실패한 후, BMW는 기존 3시리즈를 리뉴얼 하여 볼륨카로 키우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벤츠의 S클래스를 겨냥한 7시리즈의 성공적인 런칭에 힘입어 BMW 브랜드 자체적으로 성장하는데 성공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미니’의 성장이 더해져 전체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BMW 라인업, 국내 시판 모델 위주, 1 Series 제외, 출처: Topgear 2007.7)
(모델별 매출비중)
(지역별 매출비중)
아시아의 가능성
(중화권 : 중국, 홍콩, 대만)
동사의 가장 큰 시장은 미국(22.8%), 독일(20.9%), 영국(11.2%) 순이며, 아직까지 일본(4.5%)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크기는 작다. 그러나 현재 사실상 동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국가들은 중화권 국가들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다. 선진국화 될수록 BMW를 비롯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차에 대한 수요는 확장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경쟁자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보니, 경쟁심화로 치닫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북미와 유럽에서 구축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성장의 과실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향후 로드맵
동사의 로드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략적인 그림은 그려져 있는 상황이다. 일단 2003년도에 런칭된 5시리즈를 2010년도에 차세대 5시리즈로 리뉴얼 할 계획이며, X3와 X5의 후속 모델인 X6가 현재 개발 중에 있다.
국내에는 시판되고 있지 않지만, 해치백 베이스인 1시리즈의 모델 다양화를 통해 볼륨을 키우는 동시에,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는 M시리즈의 신모델도 개발 중에 있다. 중국과 인도의 부유층을 노리는 롤스로이스의 초호화 모델도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도에 리뉴얼한 3시리즈와 2001년도부터 런칭된 7시리즈에 대한 리뉴얼 계획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유지하는 가운데, 세부 세그먼트에 대해 각기 다른 전략(볼륨 or 프리미엄)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는 대중적인 이미지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성장전략을 꾀하는 경쟁사들의 전략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BMW의 전략이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4. 기타
‘크반트가’에 대해
BMW AG 주식의 46.6%를 소유하고 있는 크반트가는 언론의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철저히 기피하며, BMW의 대주주로서 BMW 경영상 중요한 부분에 대해 제한적으로 참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STEFAN, JOHANNA, SUSANNE)
‘다임러 벤츠’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 – 복병 크라이슬러
물론 고급차 시장의 성장을 가정한다면, 고급차 브랜드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 벤츠’를 소유하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DCX)사를 고려해볼 수 있다. 고급 프리미엄 세단 뿐만 아니라 소형차 시장과 트럭, ‘크라이슬러’의 인수로 규모의 확장은 물론 북미 유통망까지 갖춰 매력적이다.
그러나 누적된 ‘크라이슬러’의 손실로 인해 최근 ‘크라이슬러’의 80% 지분을 매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나머지 20%의 지분을 아직 보유하고 있는 부분인데, 향후 세베러스에 의한 ‘크라이슬러’ 회생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지분을 Buy Back하는 옵션이 설정되어 있어 잠재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최근 유럽의 트럭시장 성장으로 수혜가 예상되지만, ‘렉서스’와 ‘인피니티’, ‘아큐라’ 공격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 ‘벤츠’의 판매대수는 정체되어 있다.
‘로버’사 인수 스토리
BMW가 처음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를 고수한 것은 아니었다. 1991년 ‘에버하르트 폰 퀸하임’ 회장과 제품개발 책임자 ‘볼프강 라이츨레’는 일본을 순방하면서, ‘확장’에 대한 계획을 세워나가게 된다. 일본의 토요타, 닛산, 혼다를 돌아보면서 많은 옵션들을 검토했으나 섣불리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당시 고려했던 옵션으로는 ‘포르셰 인수’,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인수’, ‘랜드로버 인수’, ‘미니 인수’ 건이었는데, 결국 ‘포르셰’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개 브랜드를 인수하게 된다.
포르셰는 스포츠 카에 특화되어 있는 브랜드인데, 당시 북미와 유럽의 경기침체로 스포츠카 시장 자체가 얼어붙었을 때, 스포츠 세단에 과감히 투자한 것이 화근이 되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BMW와 포르셰측은 가격협상에서 맞지 않아 인수가 결렬되게 되었다.
원래 BMW측은 ‘로버’사의 ‘랜드로버’와 ‘미니’ 브랜드와 관련 공장만을 인수하고자 했었으나, ‘로버’사에서 ‘MG로버’도 같이 인수하지 않으면 매각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게 되었다. ‘확장’에 대한 계획을 세워나갈 무렵 일본 순방에 함께했던 ‘라이츨레’는 이미 해외에서 맛이 갈대로 간 브랜드였던 ‘MG로버’ 인수에 강력하게 반대를 표시했었으나, ‘폰퀸하임’ 회장의 뒤를 이은 ‘피셰츠리더’가 밀어붙이는 바람에 결국 BMW는 ‘로버’사 전체를 인수하게 되었다.
‘로버’사 인수대금 규모는 8억 파운드(1.4조원)이며, 당시 20% 지분을 갖고 있던 혼다측에 엔진공급에 대한 인센티브로 2천만 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당시 2억 파운드에 달하는 ‘로버’사의 부채와 7억 파운드 가량의 부외부채까지 인수하는 조건으로, 대내외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1994년 ‘로버’사를 인수하게 되었다.
고임금에 비효율 덩어리였던 ‘로버’사를 BMW와 같은 문화로 고치기에는 너무나 힘겨운 상황이었다. 애초에 영국에서 생산된 ‘랜드로버’와 ‘로버’를 수출하려던 계획을 세웠으나, 이런 계획도 영국 파운드화의 지속적인 가치 상승으로 손실 규모만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손실만 거듭하다가 2000년 과거 ‘로버’사의 CEO를 주축으로 구성된 ‘피닉스’라는 사모펀드에 기록적인 10 파운드에 ‘미니’ 브랜드를 제외한 ‘로버’사를 넘기게 된다. 물론 10 파운드는 명목적인 금액이었으며, 미국 내 주거래 은행을 통해 피닉스 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랜드로버’ 브랜드는 다행스럽게 ‘포드’에 매각하여 그나마 29억 유로를 메웠다.
BMW는 매입가를 포함하여 ‘로버’사로 인해 6년간 총 30억 파운드의 손실을 입었다. ‘미니’ 브랜드와 옥스퍼드 공장은 매각하지 않아 건질 수 있었지만, 모든 비용을 가감하고 통화가치까지 계산했을 때 ‘미니’를 얻기 위해 70억 유로(8.7조원)를 지불한 셈이었다.
6. 결론
비록 지난날 ‘로버’사 인수로 그간의 높은 명성에 먹칠을 한 바 있지만, 그로 인해 어설픈 확장보다는 ‘브랜드’ 가치의 고수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로버’사 인수실패의 전유물이었던 ‘미니’ 브랜드를 소형차 시장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워냈고, 왕실과 귀족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의 턴어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부분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동사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고급 오토바이 시장에서 할리 데이비슨과 양대산맥을 구축하고 있는 오토바이 부문과 파이낸셜 부분의 성장은 덤으로 볼 수 있으며, 동사가 가장 앞서 있는 수소 자동차 관련 노하우 또한 하나의 선물로 생각할 수 있다.
소득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이머징 마켓의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시점에서 BMW의 지속적인 성장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미래라고 판단된다.
7. 리스크 요인
미국 달러의 약세
사실 동사에게 있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달러화’ 약세일 것이다. 매출의 22%가 넘는 비중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주로 판매되는 모델들이 모두 독일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환율의 영향으로 비록 미국 내 판매대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매출액은 정체되어 있다.
동사는 이러한 환율 문제를 최대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희석해보겠다는 생각이다. 1시리즈와 3시리즈를 근간으로 하는 규모의 확장 정책을 통해 마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데,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나름대로 유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절한 포지션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미국 내 현지 생산공장(Spartanburg)이 있어 일정 부분 환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Z4 라인과 X5 라인에 한해 생산되고 있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Spartanburg – 미국, Oxford/Goodwood – 영국, Shenyang – 중국, Rosslyn – 남아프리카공화국]
(지역별 생산비중)
높은 부채비율
부채비율이 300%에 달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과거 ‘로버’사 인수 실패의 잔재이며, 꾸준한 Free Cash Flow를 통해 줄여나가고 있다. 즉 과거의 실수만 되풀이 되지 않는다면 향후 부채비율은 안정적인 수치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해볼 수 있다.
(영업 현금흐름과 CAPEX 추이)
일본 고급차의 공략
또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고급 프리미엄 라인의 성장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인피니티’, ‘렉서스’, ‘아큐라’는 현재 유럽시장에서도 미국시장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실용적인 면을 선호하는 미국에 비해 품격과 브랜드 가치를 먼저 고려하는 유럽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에 진출한지 17년이 지났으나, 미국 시장 판매대수의 10%도 안되는 3만대 내외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유통망도 토요타의 기존 모델과 공유하다 보니, ‘렉서스’의 브랜드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밖에 없었으며, 저렴한 가격에 비해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마케팅 전략은 유럽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렉서스’만의 유통망을 갖추기에는 상당한 시간 소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제 유럽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인피니티’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시련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미국 시장은 시간상 이미 일본 고급차들의 영향을 받을 만큼 받은 상황으로 판단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억 유로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실현하고 있는 점을 통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안전마진으로 분류할 수 있는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일본 고급차의 공략에 의한 영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기타 아시아 지역에서의 부진은 예상되는 리스크 요인이다.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점유율 1위를 ‘렉서스’에 내준 것을 통해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아시아 시장은 시장 자체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성장을 고려한다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치열한 브랜드간 경쟁 속에서도 모든 브랜드의 매출이 늘어난 부분을 볼 때, 기타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Value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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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원(lynus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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