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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금융 - 상황적 독점을 누려라.
가끔 TV에서 나오는 '동물의 왕국'을 보면, 악어와 악어새를 보게 된다. 악어는 사막과 정글의 포식자이지만, 악어새가 없이는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악어새를 통해 세세한 이물질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철저한 아웃소싱의 사례가 사실은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자연 생태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업을 분석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이번에 논의하고자 하는 기업인 '한국전자금융4,740원, ▲20원, 0.42%'(063570)은 잘 알려진대로 금융업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은행'들과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에게는 고비용 3D업무인 'ATM관리'를 대행해주는 사업이 주를 이루는데, 은행들에게 고객 접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업무이지만 직접 하기에는 인력이나 비용면에서 큰 실익이 없는 부분이다.
CD/ATM 관리사업의 핵심역량
CD/ATM 관리업무는 크게 기기 자체에 대한 관리와 현금 및 수표 정산업무로 나눌 수 있다. 은행들에게는 후자가 더욱 중요도가 큰 업무인데, 은행의 특성상 정확한 정산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리스크 회피성향이 기본인 은행들에게 비록 CD/ATM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자사의 현금관리를 외부에 맡긴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확한 정산과 적절하게 현금 및 수표를 채워넣을 수 있는 능력이 핵심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그야말로 많이 해보고, 큰 규모로 해본 쪽이 지속적인 해자를 구축해갈 수 있는 게임이다. 안정성의 '검증'이라는 요소가 필수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라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여 수수료를 낮게 쳐서 들어온다고 기존 은행들이 거래선을 변경하기에는, 은행들의 리스크 회피적인 성향상 쉽지 않다.
이는 과거 이 분야에 공격적으로 들어왔던 '노틸러스효성'의 사례를 통해 입증이 되는데, '노틸러스 효성'이 과거 3년간 뚫어낸 사이트는 고작 200~300여개에 불과한 데서 동사에게 경제적 해자가 존재함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에스원'이 1,360여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어 동사만이 독식하고 있는 시장은 아니지만, '에스원'은 '보안'에 초첨이 맞춰져 있고, 실질적인 현금관리는 한번 더 외부로 소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매출의 45%가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에 편중되어 있다.
CD/ATM 관리사업의 BEP는 기본적으로 2000사이트인데, 동사는 이미 6,400여대를 관리하고 있어 BEP를 넘겨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상황이다. 동사가 관리하는 현금의 규모는 대략 50~60조원에 달하며, 관리 현금의 규모가 커질 수록 은행들의 동사에 대한 신뢰는 함께 커갈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관리 능력의 정점에는 뛰어난 전산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큰 사고 없이 50~60조원대의 현금을 무리없이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은 동사만의 노하우라고 볼 수 있다.
관리하는 현금의 규모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증가하는 CD/ATM 사이트를 관리하기가 수월해진다. 규모가 작다보면 현금관리에 대한 상대적인 비용이 높아지고, 현금분배에 있어 효율적인 경우의 수를 적게 가져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일단 규모가 확보되면 그만큼 사이트간 효율적인 현금분배 경우의 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영업 레버리지가 발생하게 된다.
(은행별 ATM 관리 현황, 단위:대,%, 2007.3.31 기준)
이러한 사업의 독특한 구조가 동사의 가파른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핵심요소이며, 지금까지의 성장 또한 설명될 수 있는 경제적인 해자이다.
파이의 지속적인 확대
올해를 기점으로 큰 폭의 성장을 바라볼 수 있는 이슈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점두/점내기기' 시장의 오픈이다. 기존에 관리하고 있는 6,400여대는 모두 '점외기기'이며, '점두/점내기기'(은행 지점 내 혹은 지점에 붙어있는 CD/ATM기기) 시장은 '점외기기'의 2배가 넘는 규모의 시장이다.
대략 '점외기기'는 전국에 13,000여대 있는 반면에, '점두기기'는 54,000여대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2009년 이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었던 '점두/점내기기' 시장이 최근에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면서 파이의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은행들의 NIM하락과 CMA계좌에 의한 저비용의 수신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은 '비용절감'의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점두/점내기기'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열리게된 데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점외기기'를 통해 구축된 해자가 '점두/점내기기' 시장에서 '점외기기' 수준만 발휘해 준다해도 해당 매출액의 규모는 자연스럽게 예측이 가능하다. .
CD VAN 사업은 덤으로..
사실 'CD/ATM 관리사업' 외에 'CD VAN 사업'도 동사에게 중요한 사업분야이다.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동사를 설명할 때 빼놓아서는 안될 부분이다.
'CD VAN 사업'은 은행이 커버하기 어려운 지역에 현금인출기(CD기)를 설치하여 수수료를 챙기는 사업인데, 최근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분야이다. 최근 CD/ATM 기기 제조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과열되었으며, 동사 또한 경쟁 과열로 큰 수준의 성장은 바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초기 시장진입자다 보니 좋은 장소를 선점하고 있으며, 그러한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청호컴넷', '노틸러스효성' 등의 기기 제조업체들이 과거 '한네트', '한국전자금융' 등의 CD 기기 바로 옆에 강력한 영업능력을 발휘하여 자신들의 CD기를 설치하면서 향후 이 부분에서는 큰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캐쉬카우 정도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 - 현금물류사업
아직까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향후 주목해야 할 분야가 바로 '현금물류사업'이다. 현금 수납 및 보관 업무에서 시작되어 자동정산서비스 까지 확대되어 오고 있다. 최근 '할인점'과 '백화점'을 타깃으로 '자동정산서비스'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여주 '신세계첼시'에서 시범적으로 '자동정산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반응이 좋으며, 2007년도 하반기 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의 비용절감에 대한 절박한 상황은 '정산센터'의 아웃소싱 속도까지 빠르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정산센터'는 'CD/ATM 관리'사업보다 현금처리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더욱 높은 수준의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미 6,400여대의 'CD/ATM기기'를 관리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인해 충분히 승산이 있으며 성장의 중요한 팩터로 기능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시장의 M/S가 미미한 수준이고, 기존 홈플러스 등의 유통업체를 잡고 있는 '발렉스코리아', '브링스코리아'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첼시'를 통해 검증된 실력으로 국내 최대규모의 할인점 브랜드인 '신세계이마트' 시장이 열린다면 이 분야에서 게임은 끝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동사의 실적은 드라마틱하게 성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커버했던 CD/ATM기의 지역이나, CD VAN 사업의 영역이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 소위 돈이 되지 않는 지역에서 시작되어 돈이 되는 지역으로 확장된 데에 있다. 시장이 지속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면서 선두업체로서 닦아놓은 해자를 통해 향후의 시장도 독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CD/ATM 관리사업'과 'CD VAN 사업'의 특징은 매출 규모가 일정 부분 초과하게 되면, 늘어나는 변동비보다 이익의 성장이 더 크기 때문에 '영업레버리지'를 기대할 수 있어 매력적인 BM이라는 부분이다. 실제 매출 규모의 성장이 '점두기기' 시장의 오픈과 '현금물류사업'의 확대로 인해 기대되고 있다.
물론 은행이 직접 계열사를 통해 시장에 진출할 경우 큰 리스크 요인으로 볼 수 있으나, 규모의 경제 효과가 중요한 상황에서 굳이 비효율이 가중되는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은 적다. 또한 최근의 '효율화' 추구 현상이 비단 은행에만 국한되어 있기 보다 '금융지주'사 차원의 전략이기 때문에 규모에 비해 큰 실익이 없는 사업분야에 대한 진출은 무모하게 느껴진다.
'규모'와 '노하우'라는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발판 삼아 성장이 담보된 시장이 열리는 것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한국전자금융'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악어'의 절박한 심정을 잘 헤아려 주면서 자신의 배를 불리는 '악어새'의 모습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Value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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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원(lynus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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