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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맥주, 소맥(燒麥) 한번에 '원샷'
하이트맥주의 진로인수 그리고 사업구조
지난 2005년 7월 하이트맥주는 국내 최대 소주업체인 진로를 극적으로 인수하게 됐다. 당시만해도 동사를 비롯해 CJ, 롯데칠성음료, 두산 등 쟁쟁한 국내 대기업들과 오리엔탈 및 CVC 등 외국업체들이 저마다 컨소시엄을 적극적으로 구성하여 진로를 인수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해 동사의 인수여부는 불확실한 게 사실이었다.
자금동원력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열위에 있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 때만해도 업계에서는 자금동원력에서 유리하고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로운 CJ와 자금동원력과 유통업에 대한 강력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롯데계열, 그리고 인수 및 합병 등 M&A 노하우가 뛰어난 두산 등 세 업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예상했다.
하지만 '의외로' 동사를 주축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3조1600억 원의 금액을 제시하면서 진로 인수에 성공하게 됐다. 그 외 대한전선이 2조9000억 원, 그리고 두산과 CJ가 각각 2조8000억 원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사가 진로를 인수함으로써 독과점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시한 네 가지 조건을 수용하면서 사실상 동사가 진로를 완전히 인수하게 됐는데 그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소주와 맥주의 가격인상률을 향후 5년 동안의 물가 상승률 이내로 제한하고,
2) 주류 도매상에 대한 출고 내역을 5년 동안 반기별로 보고하고,
3) 끼워팔기 등 강제성 거래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3개월 내에 보고하고,
4) 향후 5년 동안 동사와 진로의 영업조직을 분리해 영업한다.
동사의 진로 인수 당시, 상기와 같은 조건부 승인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1)소주와 맥주는 종합주류도매라는 동일한 유통채널을 사용하는데 이 채널을 장악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또한 2) 강력한 두 브랜드(하이트와 참이슬)의 공동마케팅을 통해 판관비를 대폭 줄여 영업마진의 극대화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당시, 진로의 참이슬에 대한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충성도와 당시 진로의 2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감안해도 3조 원 이상의 입찰금액은 과도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우세한 게 사실이다. 본 계약을 체결한 2005년 6월에는 총 인수금액이 최종적으로 3조4288억 원으로 결정돼 “단기적인” 금융비용 증가가 불가피했지만, 이에 대한 영향력은 동사와 진로의 제품력에 의해 상쇄될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조건부 승인의 기한이 만료되는 2010년이 가까워질수록 금융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보다는 본격적인 소맥(燒麥)의 “알코올” 강도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동사가 진로를 꼭 비싸게 인수했다고는 볼 수 없다. 외형상 동사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교원공제회, 군인공제회, 산업은행, 새마을금고연합회)의 총 인수금액은 3조4288억 원이었지만 동사가 1조 원 상당의 사채를 발행해 이를 진로가 인수했고(동사의 지급보증), 작년 말에 있었던 진로의 대규모 유상감자(23.4%)와 무상감자(81.5%)를 통해 5700억 원이 유입되면서 컨소시엄의 실제 투자인수금액은 1조8588억 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동사는 2005년 9월 보유하고 있던 진로 지분의 10.27%를 모건스탠리에게 매각하면서 투자비용이 감소하게 돼 실제로 동사가 부담하게 될 몫은 약 78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약 8110억 원의 영업권 상각이 20년 기준으로 정액상각으로(매분기마다 약 96억 원 반영) 반영되게 된다.
이로써 국내 맥주시장(M/S 약 60%)과 소주시장(M/S 약 55%)을 아우르는 대형 공룡이 탄생하게 됐다. 주류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종합주류도매상이라는 유통채널의 점유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맥주와 소주는 같은 채널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한 예로 진로는 인구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서 약 90%의 M/S로 독보적인 것과는 달리 동사는 약 45%로 OB맥주의 약 55%보다 뒤쳐져 있다.
반면에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부산 등 경상남도 지역은 진로가 약 5% 내외의 M/S와는 달리 동사가 약 90% 이상의 독보적인 M/S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서로 열위에 있는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거대해진 유통채널을 활용한다면 이에 대한 폭발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필자는 정부의 “주요 조세 조달원” 이라는 공통점 외에 주류산업과 담배산업의 유사성을 인지하고, 주류산업의 매력도를 확인하고자 했다. 즉, KT&G가 지속적인 프리미엄급 제품출시를 통해 순매출단가를 올림으로써 마진을 확보하는 것과 같이 동사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충분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맥주의 주세는 올해 80%에서 내년부터 72%로 하락하기 때문에 매년마다 담배세를 올리는 담배산업의 리스크에 비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주류산업과 담배산업 간에는 미묘한 차이점이 존재했다. 즉, 제품에 대한 중독성과 소비자 충성도 관점에서 담배가 주류보다 월등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맥주의 경우, 프리미엄급 제품이나 일반 레귤러 제품 간의 맛의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구태여 비싼 값을 부담하고, 프리미엄급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사 역시 예전에 프리미엄급 제품(하이트 프라임)을 출시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맥주는 프리미엄 시장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다.
반면에 담배는 고급 제품으로 갈수록, 그리고 종류에 따라 미묘한 맛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격변화에 둔감하고, 시장도 프리미엄급 위주로 형성되고 있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제품가격변화에 둔감한 담배시장이 맥주나 소주시장보다 훨씬 매력적인 시장이다.
따라서 고가의 신제품을 출시하기 보다는 주세하락에 따른 순매출단가 상승에 의한 단계적인 마진폭발성에 의해 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지속적인 마케팅 비용지출에 의한 브랜드 가치의 관리가 중요한 전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로를 인수한 동사의 시장지배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우려스러운 점은 동사가 진로를 인수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과도기 과정에서 두산이 “처음처럼” 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진로는 처음에는 “처음처럼”의 프로모션을 별로 의미 있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도권에서의 시장점유율이 처음처럼 출시 이후, 3월부터 90% 밑으로 떨어지더니 지난 9월에는 간신히 80%의 시장점유율을 지켰다. 참이슬 fresh가 8월 말에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이 하락해 대단히 우려스러웠으나 10월부터 참이슬 fresh의 제품력이 부각되면서 시장점유율이 소폭 상승했다.
사실 소주 등 각종 주류는 새로운 것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한다. ”처음처럼”은 말 그대로 처음 나온 신제품이었던 반면에 참이슬 fresh는 기존 참이슬의 연장선상이어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두산은 중공업 위주의 회사들로 구성된 계열사 포트폴리오로 인해 대규모의 자발적인 소비층이 존재하는 반면에 진로는 단순히 두꺼비에 대한 충성도를 가진 일반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0월을 기점으로 시장점유율이 반전했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진로는 올해 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본총계(약 1370억 원)가 자본금(약 2150억 원)에 비해 부족한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두산의 반격이 심해 이에 대한 대대적인 프로모션으로 영업에서의 출혈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진로가 보유하고 있는 장부가 780억 원 상당의 진로재팬 매각 등 영업외에서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현재로선 영업외적인 상황에서 해법을 찾고 있으나 이도 아니면 1년 간 유예기간을 두어 영업에서 “처음처럼”을 완전히 제압하고, 2008년에 상장을 목표로 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두산은 지난해 10월, 식품BG의 대표적인 브랜드였던 종가집 김치와 두부사업을 대상에 1050억 원에 매각했다. 그룹 차원에서의 포트폴리오를 점차적으로 중후장대형의 중공업 계열로 정비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처음처럼”의 입지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또한 지주회사인 두산의 CEO로 구조조정 전문가인 맥킨지 출신의 비모스키 씨가 영입되면서 “처음처럼”의 행보가 주목된다.
물론 김치사업 매각 당시, 주류BG의 한기선 사장이 전 직원들에게 절대로 “처음처럼”이 매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매일을 보냈다고 하지만 현재 두산이 공격적으로 “처음처럼”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이유는 몸값을 올려 향후에 비싸게 매각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입맛을 잡기 위한 일종의 플랫폼을 까는 행위로 분석되는데 두산의 입장에서는 탄력이 붙은 “처음처럼”에 대한 프로모션을 멈추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다만 많은 수요층을 확보한 후에 비싼 가격에 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생각된다. 현재 “처음처럼”의 유력한 인수후보로는 진로 인수에도 참여했던 CJ와 롯데칠성이 꼽히고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단기적으로 진로 영업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동사가 보유하고 있는 진로의 지분가치가 디스카운트될 수 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 “처음처럼”의 입지는 예전과 같지 않고, “분명히” 그룹차원에서 매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맥주시장과 소주시장에서의 동사의 시장지배력은 대단히 견조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이 무색한 완전한 시장지배자로서 부각될 전망이다.
하이트 맥주 수익가치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내수소비심리가 감소함에 따라 맥주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 하지만 분기별로 살펴보면, 작년 4분기를 저점으로 외형과 이익실적의 급격한 턴어라운드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올해 1분기부터 동사는 OB맥주와의 경쟁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실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미 OB맥주는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동 기간에 별 다른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사는 OB맥주의 브랜드 파워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과 7월에 월드컵으로 인한 특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경기의 대부분이 주로 새벽에 열렸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의 이익성장은 대단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2002년 2분기 761억 원, 3분기 638억 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한 반면에, 2006년 2분기 586억 원, 3분기 758억 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원가율 역시 2005년 4분기를 고점으로 3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3분기 기준으로 44.6%의 원가율을 나타냈다. 원가율 감소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국세청의 제재로 인해 대형 할인점에서의 행사빈도가 감소했다. 동사가 직납하는 매출처는 대사관과 항공사인 반면에 그 외의 유통채널에는 종합주류도매상이 관여한다. 그런데 대형 할인점에서의 프로모션을 위한 1+1 행사의 경우, 도매상에게 제품을 추가로 납품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매상들이 이러한 종류의 제품들은 Black Market으로 빼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크라운제과의 경우에서와 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많이 발생해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마진확보가 가능하지만 작년 4분기의 매출액은 최근 3년 동안 최저 수준이었다. 2) 회사차원에서의 원가절감을 위한 캠페인이 진행됐다. 운반비 및 전력비, 그리고 판매채널 코스트 등 각종 비용들 중 절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들에 대한 캠페인 진행 후,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한다.
참고로 동사 제품의 주요 원재료는 맥아다. 원재료 중 약 49.6%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산 맥아와 외산맥아를 20:80의 비율로 사용하고 있는데 외산맥아가 Kg당 30만 원인 반면에 국산맥아는 100만 원/Kg이라고 한다. 외산맥아는 주로 호주와 캐나다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다. 국산맥아는 가격이 안정적이지만 수확량이 적어 비싸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점차적으로 가격이 훨씬 싼 외산맥아를 중심으로 원재료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동사의 수익성 개선에 직접적인 요인이다. 비록 올해 맥아의 작황상태가 안 좋아 소폭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산보다는 월등히 싸기 때문에 심각한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산맥아가 100% 투입돼야 한다.
하이트 맥주 자산가치
하이트맥주는 진로를 인수하기 전까지 전체 자산규모가 약 1조8400억 원이었으나 진로 인수 후, 몸집이 2조8600억 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진로 인수를 기준으로 이전에는 유형자산 비중이 70% 가까이 됐으나 진로 인수 후에는 투자자산 비중이 약 6~7%에서 35%까지 증가했다. 유형자산 비중은 약 45%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형자산의 비중이 가장 높다.
동사는 지난해 8월 자가소비용(맥아재배)으로 보유하고 있는 여주농장(70년 대 취득)을 230억 원을 받고 신세계건설에 매각했다. 입지가 신세계가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경기도 여주군)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맥아수확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하게 됐다. 회사관계자는 공시할 때까지 이러한 농장을 갖고 있었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회사이다 보니 숨겨진 자산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국적인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두 회사가 합쳐졌으니 특히, 물류센타의 경우, 중복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동사는 기존의 32개에서 30개로, 진로는 21개에서 11개로 줄여 현재 41개의 물류센터로 정비한 상황이다. 진로의 물류센타 축소 폭이 큰 이유는 동사는 최신식인 반면에 진로는 매우 낡았기 때문이다. 12개 물류센터의 장부가치는 약 46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매각해서 유입되는 대부분의 현금은 진로의 경영정상화에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맥주사업의 BM은 매력적이다. 이익잉여금이 꾸준히 쌓이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9883억 원의 자본총계 중, 이익잉여금이 54.6%, 자본잉여금이 40.6%를 차지하고 있다. OB맥주와의 시장점유율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2000년 초반부터 이익잉여금이 쌓인 것을 알 수 있다. 향후 맥주시장과 소주시장의 안정화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익잉여금이 쌓일지 기대된다.
김세훈(sh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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