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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펄프, 화장지 '원지' 점유율 1위
개성상인이란 말이 있다. 흔히 송상(松商)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보통 각종 이재와 상행위에 통달한 구루(Guru)를 지칭할 때 쓰인다. 서양에는 유대상인이 이러한 의미로 쓰이고 있고, 중화권에는 화교가 상행위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역사를 돌아봤을 때, 개성상인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걸쳐 개성이라는 특정지역에 활동하던 상인세력을 의미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이 장사 잘하는 사람의 상징이다.
하지만 개성상인은 단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유물이 아니다. 현재 국내 재계에서도 이러한 개성상인의 후예들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오뚜기의 함태호 회장, 에이스 침대의 안유수 회장, 신도리코의 우상기 회장 등이 대표적인 개성상인들이다. 국내 최대 화장품 회사인 태평양의 창업주 서성환 회장도 개성상인 출신이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한 분야에만 몰두해 온 한 우물 파기형 기업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만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개성상인의 특징이 반영된 까닭이다. 따라서 개성상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알짜인 회사들이 많다. 오늘 살펴볼 회사는 삼정펄프다.
삼정펄프25,750원, ▼-100원, -0.39%는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회사다. 하지만 우연히 들르게 된 공중화장실에 걸려있는 휴지걸이에서 그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삼정펄프는 두루마리 화장지와 미용 티슈를 생산하는 펄프 제지업체다.
지난 1974년 4월에 정부의 국산 펄프공업 육성시책에 따라 설립된 경남펄프가 모태다. 이후 정부 육성시책이 변경되면서 백상지 다섯 업체인 한국제지와 홍원제지, 남한제지, 그리고 삼덕제지와 계성제지가 공동으로 인수해 운영하게 됐는데 1년이 지나고 전재준 회장이 직접 인수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이 전재준 회장이 바로 개성상인 출신이다.
사실 일반인들이 삼정펄프를 잘 모르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유한킴벌리나 P&G, 그리고 대한펄프나 모나리자 등 동종업계의 회사이름을 쉽게 인식하는 이유는 이들 기업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TV 광고 등 관련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영 상식으로는 이러한 기업들의 행위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전재준 회장은 제조업체는 제품으로 승부해야지 광고를 통한 “얄팍한” 상술로 소비자들을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쓸데없는 비용지출이 적어 국내 제지업의 성장이 정체됐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마진을 확보하고 있다.
삼정펄프는 사실 두루마리 화장지나 미용티슈보다는 화장지 원지의 매출비중이 높다. 전체 매출액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원지는 화장지나 미용티슈 생산에 필요한 제품이다. 원지 사업과 관련한 시장점유율은 약 23%로 1위다. 대왕제지와 인창제지 등이 원지 사업 분야의 경쟁업체이지만 품질차이가 크다고 한다.
삼정펄프는 계열사가 하나도 없는 단순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는 적극적이다. 지난 5월에 투자한 베트남 조림사업도 이와 관련한 투자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경우인데 향후 안정적인 펄프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건산업처럼 목재수출도 가능해 이 투자를 통해 다양한 옵션이 가능한 점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삼정펄프의 이익실적은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2003년의 실적악화는 삼덕제지 흡수합병으로 인한 무형자산의 상각비용 반영 등 일시적인 요인이 컸다. 그리고 최근의 펄프가격 상승추세도 원가율 측면에서 부정적이었으나 중국과 남미의 물량증설로 인해 내년부터 하락추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여 긍정적인 전망이 예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삼정펄프는 자산가치가 뛰어나다. 현재 171억 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차입금은 전혀 없다. 부채비율도 22% 수준으로 양호하다. 미군기지 이전과 관계된 평택공장부지 가치도 향후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영업용 자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가치반영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지만 79억 원의 장부가로 잡힌 평택공장부지의 실질적인 공시지가는 251억 원으로 추정된다.
순이익의 변동에 따라 삼정펄프의 주주이익 역시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의외로 CAPEX 규모가 큰데 이는 광고비를 쓰지 않는 대신 제품을 잘 만들기 위해 최신 설비의 기계들을 도입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삼정펄프에 대한 투자리스크라면 전재준 회장의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그의 아들인 전성오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경영스타일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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