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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과 엔론 분식회계의 공통점?

편집자주 분식회계,엔론,SK글로벌
최근 분식회계와 관련해 두 가지 큰 뉴스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미국 회계부정을 대표하는 엔론의 전 CEO가 24년형의 징역형과 전재산을 몰수할 정도의 배상금과 벌금을 받았다는 뉴스였고, 다른 하나는 SK글로벌이 과거분식회계로 실적을 부풀려서 과다하게 지급한 세급을 환급받음으로써 일시적으로 순이익이 급증했다는 뉴스였습니다.

두 사건 모두 양국을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분식회계사건이었지만 마무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온 것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물론 SK글로벌은 세급환급 이외에의 여러 불이익을 받고 소버린사태가 나는 등 여러 어려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양사 CEO들의 현재 처지를 생각하면 분식회계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인식차이를 보는 것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양사의 분식회계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그로 인한 교훈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복기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분식회계의 대명사 엔론

엔론은 초기 천연가스 송유관과 전력시설을 보유한 에너지 기업이었습니다. 즉 천연가스 송유관 이용료와 전력생산을 통해서 이익을 내는 아주 단순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미국의 에너지산업의 규제가 풀리던 199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것은 에너지 중개사업이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는 각 지역마다 별도 전력회사가 존재함에 따라 어떤 지역은 일시적으로 전력이 남고, 어떤 지역은 전력이 일시적으로 전력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온라인을 통해서 중간에 중개함으로써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현물의 중개를 주선하다가 이를 선물과 옵션같은 파생상품까지 확대했고, 에너지 종류도 전력에서 가스 등 다른 에너지 전반으로 확대하게 됩니다. 즉 단순한 송유관 이용 및 전력 공급회사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에너지 파생상품 업체로 변신한 것입니다.

에너지 파생상품 중개와 거래에서 자신감이 생기자, 다른 분야의 중개 및 파생상품 시장에도 뛰어듭니다. 예를 들면 인터넷회선에 대한 시간대별 사용량이나 광고 방송시간, 날씨, 전파 경매 등입니다.

파산 이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온라인 중개/파생상품사업은 매출만 클 뿐 별로 수익성이 없는 사업으로 판명되었으나, 인터넷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신사업으로 각광받으면서 엔론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중요한 사업이 됩니다.

엔론의 변신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수도, 석탄, 광섬유, 해외 발전사업, 신문용지 등으로 다각화를 추진했게 됩니다. 불행히도 나중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런 사업들에서도 거의 손실을 보고 있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확실한 결정타는 인터넷 붐을 타고 광대역 통신망의 경매사업에 집중하지만 인터넷붐이 꺼지고 과잉설비가 존재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발생합니다. 결국 엔론은 본래 영위하던 천연가스 송수관 관리 및 미국내 전력사업과 에너지거래 중개업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사업이었음에도 이를 속이고 사업확장과 분식회계를 자행하다가 결국 파산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엔론은 어떤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자행했을까요? 엔론의 분식회계의 중심에는 파트너십(partnership)이라는 특수법인이 있습니다. 파트너십이란 특정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투자자금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공개 비상장 합자회사입니다.

이때 합자회사란 주식회사와는 달리 기업의 자산만으로는 부채를 못 갚을 경우 회사의 주인인 무한책임사원이 전액 책임을 지는 회사의 형태를 말합니다. 즉 엔론이 무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한 파트너십의 부채는 엔론이 끝까지 책임진다는 뜻으로 사실상 엔론의 일부와 다름없습니다.

미국회계준칙상 외부지분이 3% 이상이면 자회사로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점을 이용해서 자사 출자를 97% 이내로 한정한 뒤 이를 별도 법인으로 간주한다.(실제로는 순환출자 등의 형식으로 외부지분도 엔론이 투자한 것임)
파트너십은 자신들의 명의로 자금을 차입한 뒤, 엔론의 자산을 매입해서 이익이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나누어주는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엔론은 회계상 자사의 부채비율이 증가시키지 않고도 자금을 차입했고(과소부채계상), 파트너십에 자산매각가격을 조절함으로써 이익을 늘리고(과대이익계상), 신규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이 자사손실로 잡히지 않도록(과소비용계상) 할 수 있었습니다.

즉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을 바탕으로 기대심리로 자금을 조달해서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했으나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자, 자사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서 회계상 이익을 조작했던 것입니다.

SK에 대한 소버린 공세의 단초인 SK글로벌

SK글로벌의 비극은 SK증권과 JP모건과의 이면계약에서 시작됩니다. SK증권은 본래 그룹지원으로 간신히 살아갈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는데, IMF를 당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더욱이 IMF직전 JP모건이 판매한 바트화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IMF때 태국통화의 하락으로 2천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정부로부터 경영개선압박을 받으면서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때 JP모건은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비싼 가격에 매수를 하면서 SK증권은 퇴출위기를 벗어나게 됩니다. 이는 사실 증자금에 이자비용을 포함해 나중에 SK가 재매수하기로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SK글로벌의 해외법인들(싱가포르, 아메리카)에서 지급한 것입니다.

이처럼 계열회사의 부실을 혼자 감당하고 제대로 공시를 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부실을 정보가 부족한 해외법인을 통해서 숨겨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SK글로벌은 어떤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시행했을까요?

우선 가공의 매출채권을 계상하여 매출을 과대계상함으로써 이익을 과대계상했습니다. 또한 부실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혹은 영업을 잘못해서 발생한 자회사들의 순자산을 부풀려서 실제 발생한 지분법 평가손실을 누락했습니다.
또한 해외매출에 대한 기한부어음인 유전스를 위조함으로써 부채를 누락했다. 즉 당사는 국내에서 쉽게 파악하기 힘든 해외 외상매출이나 해외 자회사를 통해 주로 분식이 발생한 것입니다.
양사의 분식회계의 공통점

이상의 두 사례에서 우리는 양사의 분식회계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개별재무제표를 통해서 분식을 일일이 판별하기는 힘들더라다도 다음의 요건에 해당되는 기업들은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분식을 자행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파악하기가 힘든 특수관계법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엔론의 경우 파트너십이라는 법인형태를 SK는 해외무역법인을 이용하였습니다.

물론 이들간의 거래가 자세히 기록되지는 않지만, 주석항목을 보면 주요 특수관계자들의 내역 및 이들과의 거래규모가 대략적이나마 언급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특수관계법인들이 많거나 규모가 크고, 이들과의 거래내역이 많을 경우에는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둘째 잘 이해하기 힘들지만 기대심리가 큰 사업 특히 파생상품을 이용한 거래가 있는 경우에는 재무적 불확실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엔론의 경우 인터넷 에너지거래사업 및 에너지나 날씨와 같은 파생상품거래를 SK의 경우 바트화를 이용한 파생상품거래가 부실의 중요한 원인이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실 파생상품을 포함한 신규거래의 위험성은 전문가들도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재무제표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석이나 사업보고서 본문에서 나온 파생상품의 거래가 많거나 수익성이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흥분에 앞써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세번째 무분별한 사업확장은 대부분의 경우 주주에게 부정적입니다. 엔론의 경우는 날씨 생상품 등 비관련 다각화에 SK의 경우 증권 등 비관련 사업분야에서 부실이 발생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분식이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매출확대를 통한 사업의 확장이 대부분의 경우 실적악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특히 우리는 성장이 멈춘 저성장시대에 무분별한 다각화가기업에게 얼마나 큰 위험을 주는지를 IMF를 통해서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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