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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화섬을 통해 본 자산주 개념과 의미
편집자주
저PER,자산주,대한화섬
요즘 장하성펀드로 인해 자산주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자산주라고 하면 시가총액에 비해 기업이 가진 순자산이 많은 주식을 말합니다. 흔히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은 PBR이라고 하며, PBR이 낮은 주식은 저PBR주식이라고 하며 이를 자산주라고 합니다. 흔히 자산주라고 하면 PBR이 0.5이하인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저PBR주는 항상 수익이 높을까요?
사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PBR이 1이하라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기업의 순자산이 실제 기록된 자산가치만큼 팔린다면 그 가격에 거래될 것이므로 PBR은 1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PBR이 1이하라면 순자산이 기록된 만큼의 가치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산이 기록된 가치만큼 거래될 수 없는 이유는 자산이 실제 기록된 가치만큼의 가치가 되지 않거나 자산이 실제 가치만큼의 가치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산이 실제 기록된 가치만큼 그 가치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자산이 장부상으로 기록될 때는 회계상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감모손실이나 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한 값을 가치로 기록합니다.
따라서 실제 가치와는 많이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류회사들의 경우 완성된 옷의 경우 만드는데 들어간 원가를 그 가치로 기록하지만, 정상판매에 실패한 옷들은 원가의 1/10 이하로도 팔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한 그 회사에만 특화된 기계장치나 설비의 경우 산업이 쇠퇴할 경우에는 매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도 고철값밖에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업황이 악화되는 시멘트회사들이나 제지회사들에서 저PBR회사들이 많은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저PBR주식이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적절한 가격을 계산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반면 자산의 실제가치는 높은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자산을 제가치만큼 이용할 수 없는 경우란 어떤 것인가요? 매각을 하거나 임대를 할 경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대주주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이를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성장가능성이 불확실한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해서 회사자산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해서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더 적은 수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주주나 경영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의 자산이 적절하게 이용되지 못하므로 시장에서 실제가치만큼의 가격을 부여하지 못합니다. 이런 회사들의 경우 계열회사에 과도하게 투자를 하거나, 사양산업에 있고 은행이자만큼의 수익을 내지도 못하는 본업을 계속 지속하거나, 제대로 활용도 못하는 부동산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 경우에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교체되고 새로운 주주정책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주가는 자산가치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장하성펀드로 유명해진 대한화섬116,300원, ▲800원, 0.69% 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대한화섬은 2006년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했을때, 자산 3,382억원이고 부채 556억원이므로 순자산이 2,826억원입니다. 그런데 장하성펀드의 공시가 나오기 직전에 시가총액은 869억원에 불과했습니다. PBR로 계산하면 0.3밖에 안됩니다. 즉 시장에서는 장부상 자산가치의 30%밖에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러한 질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한화섬의 자산을 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화섬의 자산은 1년 내에 현금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유동자산이 339억원이고, 1년 이내에 현금화하기 힘든 고정자산이 3,043억원입니다. 즉 자산의 대부분이 고정자산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정자산은 장기보유하는 금융자산인 투자자산이 1,610억원이고, 부동산 및 설비를 포함하는 유형자산이 1,433억원입니다.
투자자산은 대부분 매도가능증권(967억원)과 지분법적용투자주식(563억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주식들이 대부분 계열회사출자분입니다. 매도가능증권에는 흥국생명(496억원)과 우리홈쇼핑(454억원)이 포함되어있고, 지분법적용투자주식에는 태광관광개발(360억원)과 고려상호저축은행(80억원)과 예가람상호저축은행(123억원)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유형자산은 토지(957억원 : 주로 울산과 부산의 공장부지로 공시지가는 1,214억원)와 건물(379억원) 그리고 기계장치를 포함한 기타설비(97억원)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즉 대한화섬의 대부분의 자산은 계열회사 출자분과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사가 제가치를 받지 못한 것은 이러한 두 자산이 제값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한화섬의 자회사 출자가 잘못된 것이며 이로 인해서 회사가치가 저평가된 것일까요? 타회사에 출자를 한 것이 잘못되려면 타회사에 출자하는 것보다 본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타회사에 출자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대한화섬의 경우를 보면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장 올해 반기만 보더라도 본업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43억원 적자인데, 타회사출자로 벌어들인 배당금수익과 지분법이익의 합은 60억원 흑자입니다. 작년 한해를 놓고봐도 영업이익은 52억원 흑자이나 배당급수익와 지분법이익의 합은 118억원 흑자입니다.
즉 재무적 성과만 놓고보면 비록 계열회사이기는 하지만 계열회사에 투자한 것이 본업을 영위하는 것보다 잘못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만일 출자지분으로 저평가되었다면 이는 출자결정 그 자체의 적절성보다는 계열회사 출자로 인한 불투명성과 관련정보 부족에 대한 리스크 반영 혹은 시장의 오해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면 또다른 중요자산 중 하나인 부동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대한화섬이 저평가된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추정은 타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올해 반기 영업이익이 43억원 적자이고 작년부터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81억원 흑자, 94억원 흑자, 280억원 적자입니다. 회사 유형자산만으로 영업이익을 창출한다고 가정하고 영업이익에서 세금을 제외하면, 자산이익률이 잘해야 5%를 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부동산 가치를 장부가치가 아닌 공시지가나 실거래가로 계산하면 자산이익률은 더욱 낮아집니다.
따라서 현재 주영업에 이용되는 유형자산은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이 대한화섬의 가치를 낮추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단순히 주주입장에서만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민감한 요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형자산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은 주영업에 대한 자산을 처분하고 다른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진출하거나 매각자금을 은행이자라도 받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공장폐쇄와 종업원해직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실행하기가 힘듭니다.
일부에는 현재상황에서 배당금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배당자체가 주주가치를 상승시키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는 차지하더라도, 작년과 재작년의 현금배당금지급총액인 8.33억원이 작년 배당가능이익 8.37억원과 재작년 배당가능이익 8.42억원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상황에서는 큰 변화가 없는 한 작년수준을 초과하는 배당금 지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합니다.
따라서 장하성펀드가 대한화섬을 통해 기업가치를 확대하는 것을 추진한다면 다음의 세가지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계열회사 출자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서 이로 인한 시장의 오해를 불식하는 것입니다. 만일 출자지분의 처분을 요구한다면 이를 통해 보다 수익성높은 투자안이 있음을 증명해야하는데 이는 힘들어보입니다.
둘째 좀 더 적극적이라면 주영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나 자산매각 후 이를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지역사회와 노조의 반발을 야기하고 단순히 주주이익만을 극대화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한다면 대한화섬이 나아갈 새로운 사업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유형자산을 그대로 이용하면서도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을 가져갈 수도 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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