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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이 필요하십니까?
편집자주
한네트,한국전자금융,현금서비스,현금지급기,ATM
◇ 수수료를 내시오논산 훈련소에서 행군을 하던 날은 뜨겁게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었다. 더워서 몸이 힘은 빠지고 목은 마르고 가는 길은 지루해서 마찬가지로 힘들어하던 옆 친구와 이런 얘기를 나눴다. “너 지금 시원한 콜라 한잔 누가 판다면 얼마 지불할 용의가 있냐”, “난 10만원이라도 내겠다” 그랬더니 옆 친구가 끼어들었다. “난 15만원도 준다. 목말라 죽겠다”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면 값싼 콜라 한잔이라도 그 가치가 틀려지는 법이고 소비자는 기꺼이 가격을 지불하고자 하는 법이다.
현금이 갑자기 필요하게 되었다. 늦은 시간이라 은행도 문을 닫았고 친구도 찾아놓은 현금이 없다고 한다. 현금을 뽑을 수 있는 장소를 알지만 거기까지 가기도 귀찮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평소 같으면 공짜로 뽑을 수 있는 현금도 추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뽑을 수만 있다면 내 욕구 충족이 가능한 방향으로 생각이 틀려진다. 자본주의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현금지급기다. 귀차니즘을 없애주고 다급한 불을 꺼주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물리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현금지급기는 은행 소유다. 하지만 은행이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점 내에 있는 기계야 관리하기도 쉽고 거래 실적도 기본은 되지만 고객 접근성을 높이자고 지하철, 마트, 편의점 등에 다 깔면 투자금도 투자금이지만 관리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틈새를 노리고 만들어진 회사가 한네트4,155원, ▲10원, 0.24%와 한국전자금융이다. 이들은 소위 수수료만 받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사이즈로 만들어져 은행들 입장에서 계륵 같은 존재인 점외 현금지급기 운영 사업을 영위한다. 우리가 지하철 등에서 흔히 보는 한네트 현금지급기와 나이스 현금지급기가 각각 한네트와 한국전자금융의 소유다. 한네트가 약 1700대, 나이스가 약 3000대 정도를 운영하고 있다.
◇ 서로 다른 출발점
한네트의 최대주주는 한국컴퓨터지주(53.4%)다. 당연히 기계를 팔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는 것을 단박에 눈치챌 수 있다. 1990년에 사업을 시작했으니 현금지급기 분야에서는 원조에 해당한다. 하지만 금융업 기반이 없었으니 예금인출이 아닌 현금서비스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한국전자금융의 최대주주는 은행들이 출자해서 설립한 한국신용정보(47.0%)다. 금융업 기반이었고 은행들의 요구가 일부 작용했으니 비록 한네트보다는 3년 늦게 시작했지만 예금인출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쪽은 현금서비스, 한쪽은 예금인출이 주력이었으니 초기엔 직접적 경쟁관계에 있지 않았다. 지하철에 두 회사의 기계가 나란히 놓여 있더라도 사용층은 달랐단 얘기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로의 경계가 무너졌다. 이제는 두 회사의 기계 모두 현금서비스와 예금인출이 모두 가능하다.
다만 효율성 면에서 여전히 상이한 출발점에서 기인한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 한네트는 소위 빽이 없기 때문에 모든 걸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먼저 개별적으로 금융기관을 접촉해 계약을 따내야 서비스를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망을 자체 구축해야 한다. 또한 기계에 들어가는 현금을 자체 자금으로 채워 넣어야 하므로 영업이 호조세면 단기차입금이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한국전자금융은
◇ 진입장벽 높아
현금지급기 사업은 통신 사업처럼 전형적인 네트워크 사업의 특성을 보인다. 첫째, 기계를 충분히 깔아야 하므로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둘째, 감가상각 발생과 관리인력 유지에 따른 비용으로 일정한 고정비가 요구된다. 셋째, 고정비가 일정하므로 매출액이 고정비를 넘어서면 매출이 이익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반대로 고정비를 하회하면 할수록 적자가 배가된다.
매출액, 영업이익 비교 그래프
한네트와 한국전자금융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비교해놓은 위 그래프를 보자. 이미 신규진입자가 들어오기 힘든 시장으로 변한데다가 매출액이 일정 규모에 도달했을 때부터 안정적인 이익창출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해에는 이익도 그 이상의 비율로 상승하는 짜릿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2003년 실적을 보면 두 회사 모두 이익이 크게 꺾이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카드 대란에 따른 현금서비스 빈도 감소로 인함이다. 즉 매출이 계속 느는 경우라면 네트워크 효과를 충분히 맛볼 수 있지만 매출이 꺾이면 이익의 큰 변동성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종합해볼 때 현금지급기 시장이 그리 크지 않고 건당 수수료가 약 1000원으로 고정되어 있는 데다가 기계 구입, 입지 계약, 관리 인력 배치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현금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인지도는 갖춰야 하므로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경쟁이라 하면 이미 시장 안에 포진한 기업들 간의 문제인데 변수는 한네트와 한국전자금융이 아니라 노틸러스효성(구 효성데이타시스템)이다. 노틸러스효성은 금융자동화기기 전문업체인데 은행이 최근 발주를 줄이는 추세이다 보니 새로운 동력으로 서비스 분야의 확대를 공격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현재 약 3000대 정도의 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네트와 한국전자금융이 선점하고 있는 지하철 등의 시장보다는 편의점 시장을 집중 공략 중이다.
◇ 새로운 미래를 찾아
신용카드의 사용 확대, 모바일 뱅킹 등을 생각해보면 현금지급기의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편의성으로 인해 현금의 존재 의미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매출 추이 등으로 볼 때 지금은 현금지급기 사업이 결제 수단의 급격한 변화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예단하기 보단 더 많은 현금지급기의 보급으로 편의성이 증대해 공급이 수요를 견인하는 상황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러나 기업은 연속성을 전제로 하므로 먼 미래라 할지라도 적절한 긴장감으로 가지고 미리 대비를 해두려는 속성이 있다. 한네트와 한국전자금융 또한 이미 닦아놓은 캐쉬카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이 부문에서는 한국전자금융이 한 발짝 앞서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네트와 한국전자금융 비교
|
한네트 |
한국전자금융 |
매출액 |
276억 |
762억 |
영업이익 |
48억 |
71억 |
순이익 |
38억 |
52억 |
영업이익률 |
17.6% |
9.3% |
ROE |
16.5% |
24.1% |
현금지급기 대수 |
약 1700대 |
약 3000대 |
두 회사의 각종 지표를 보면 매출액 차이가 현금지급기 대수 차이보다 훨씬 많이 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전자금융의 매출액이 더 큰데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한네트보다 낮아 네트워크 효과가 들어맞지 않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한국전자금융은 CD/ATM 관리 사업이라는 신사업이 이미 정착 단계에 들어가 현금지급기 사업(39%)보다 더 많은 매출 비중(57.5%)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요청에 따라 97년에 시작해 업력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 80%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 부문이 계속 성장하는 추세에 있어 한국전자금융은 당분간 이 사업에만 집중해도 현금지급기 사업 정체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규모를 바탕으로 현금물류 사업과 같은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
반면 한네트는 재배구조상 금융 쪽에 든든한 배경이 없고 제조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니 신수종으로 PCB 사업이라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2005년 2월 한국컴퓨터지주의 자회사였던 써큐텍에서 PCB사업부문을 양수했는데 PCB 사업 자체가 레드오션화 되어 버린 상태라 큰 기대를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원조임에도 불구하고 지원 사격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안쓰러울 따름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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