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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매수적기인가?
편집자주
지킬VS하이드
현대차217,000원, ▲1,500원, 0.7%는 비자금 조성과 정몽구 회장 구속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6년도 상반기를 보냈다. 2006년 초 비자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에 대한 기사들은 온통 찬양일변도였고, 현대차 경쟁력의 원천을 분석하는 특집 기사들이 지면을 가득 메우던 상태였다. 중하류층이 주로 타던 싸구려 차량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가치있는 차로 새롭게 인식되면서 현대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급상승했고, JD파워 상승 등 객관적 수치 측면에서도 현대차가 재평가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비자금 사건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후진적 지배구조로 인한 부의 사외유출 가능성이대두되었고, 토요타 및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잇따른 견제 움직임은 낙관적으로만 비춰졌던 현대차의 미래에 의문부호를 찍게 만들었다.
더구나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져서 12년 연속 파업이라는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전통을 세웠고, 현대차 글로벌화에 있어 국내 생산공장의 비탄력적인 노동유연성이 장애물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지킬 박사는 현대차가 일시적으로 암초에 부딪혔지만, 오히려 최근 암초가 현대차의 장기적인 발전에 있어 오히려 보약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킬 박사는 현대차의 모든 악재가 밖으로 드러나서 저평가된 지금 시점이 매수 적기라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하이드는 현대차의 지금 악재들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바꾸기 힘든 요소들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늘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현대차의 현재와 미래, 투자 유망 여부를 놓고 지상 토론을 벌인다.
하이드: 최근 벌어진 현대차의 파업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네. 현대차는 7월 말에 파업을 끝냈는데, 날짜로는 한 달이고 일해야 되는 날만 따진다면 21일이지. 문제는 이런 노조의 파업이 올 한 해뿐이 아니라는 것이네. 현대차 노조는 1995년부터 올해까지 `12년 연속 파업'이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웠다네. 일반적으로 파업은 회사측과 최선을 다해 협상을 해보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자신의 임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주어진 업무를 단체로 거부하는 쟁의 행위라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12년 연속으로 파업을 벌였다는 것은 현대차 자체의 노사관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네. 올해 현대차는 노조파업으로만 차량 9만3천882대를 만들지 못해 총 1조2천958억원의 생산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네. 이런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면서도 노사관계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소모적인 관계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은 현대차의 역량이 거기까지밖에 안된다는 증거라고 봐.
<12년 연속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노조>
지킬: 글쎄, 자네 말은 현대차 파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네. 만약에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안했다면 현대차의 순이익이 1조 3천억원 정도 증가했을 거라고 보나? 사실 노조가 파업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현대차의 이익구조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네.
노조가 파업을 해서 한 달 정도 차를 생산하지 못한다고 해도 국내 공장과 해외 딜러들은 수개월분의 재고를 항상 갖고 있는 상태지. 그리고 파업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생산에 들어가고, 야근과 특근을 하면 한 달 정도의 생산량은 곧 채울 수가 있다네.
자네 말대로 하자면 현대차가 파업에 들어갔을 경우 순이익이 대폭 감소하기 때문에 주가가 폭락을 해야 할텐데 주가는 그렇게 큰 폭으로 빠지지 않았네. 이건 투자자들이 이미 현대차의 파업은 노사협상을 위한 연례행사일뿐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증거지.
하이드: 자네는 너무 태평스럽게 이야기를 하는군. 파업이 예상된 연례행사라서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그렇다면 현대차가 벤치마킹 상대로 삼고 있는 토요타의 케이스를 살펴보세. 토요타는 이제 50년이 넘는 무분규 기록을 갖고 있고, 최근에도 노조가 먼저 기본급 동결을 주장하고 나오는 등 스스로 책임감있는 자세로 노사협상에 임하고 있네. 자동차 업계 세계최고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토요타 노조가 먼저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는 이면에는 자신들의 양보가 일본 경제를 살리고, 토요타의 세계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네.
현대차의 시장은 이미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네.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매년 파업을 일삼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를 사고 싶겠나, 아니면 무분규 사업장에서 만들어진 차를 사고 싶어하겠나. 차는 작은 결함이라도 생기면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고, 개인소비자가 구입하는 소비재 중 가장 비싼 편이지. 세계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파업을 단순한 연례행사로 관대하게 봐주기는 힘들지.
지킬: 현대차의 파업이 언제까지 연례행사가 되기는 힘들걸세.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은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자신들의 힘이 구조적으로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상태에서 나오는 자구책에 불과하다고 보네. 현대차의 국내 공장 생산 의존도는 79%수준이지만,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태지.
반대로 해외 공장 생산 의존도는 21%지만 이 비율은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큰 폭으로 증가할걸세. 현대차의 가장 큰 경쟁상대이자 벤치마킹 대상인 토요타의 해외생산비중이 이미 40%를 넘긴 걸 감안한다면,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 확대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네. 현대차 또한 강성 노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생산 기지의 글로벌화라는 걸 잘 알고 있지. 따라서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현재처럼 전가의 보도로 쓸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지.
하이드: 정몽구 회장이 구속됐다가 풀려난 사건에 대해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나도 예전에는 현대차의 지배구조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네. 이미 참여연대는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몰아주기로 최소한 1조976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현대차 그룹이 이만큼의 손해를 입었다면서 현대차그룹 전현직 이사 5명에 대해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네. 이 외에도 정의선 사장이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설사 엠코는 창립 4년만에 매출액 8000억원에 육박하는 건설사로 성장했고, 40%의 지분을 갖고 있는 광고대행사 이노션은 설립한 지 1년도 안되서 5위권내의 대형 광고대행사로 성장했네.
나는 이런 말도 안되는 기업성장의 이면에는 대주주 개인을 위해서라면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에는 관심조차 없는 현대차의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주주관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네.
자회사로 만들어서 상장을 시키면 수조원대의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는 회사를 혈연관계 외에는 검증된 바가 전혀 없는 대주주의 가족들이 도대체 왜 지분을 대부분을 차지하고 경영일선에 나선단 말인가? 더구나 횡령과 비자금 조성까지 하면서 굳이 자신의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기려는 무리수를 난 이해하기 힘드네.
지킬: 정몽구 회장의 구속을 보면서 나도 여러 가지 생각을 했네. 하지만 현대차가 이정도까지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정몽구 회장의 추진력과 사업감각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고 보네. 현장경영을 하고, 해외 투자건에 대해 오너로서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집요하리만큼 품질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어서 오늘날의 현대차 품질을 만들어낸 것은 순전히 정몽구 회장의 열정과 오너 중심의 신속한 책임경영때문이라고 생각하네. 자네가 한 이야기대로 정의선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면서 다소 무리수를 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오너가 중심이 되는 책임 경영의 장점까지 매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네.
<앨라배마 공장을 살펴보고 있는 정몽구 회장>
난 오히려 정회장의 구속사태가 일반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경영권 이양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었다고 보네. 자신의 후손에게 부를 이전하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성 아니겠나. 물론 정회장이 계열사 등을 이용해 아들에게 편법증여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네. 하지만 그것이 낼 세금을 내고,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상태에서 ‘상식선’인 수준으로 이뤄진다고 하면 난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네.
오히려 지배구조상의 리스크 문제가 부각되면서 현대차가 저평가되어 있는 지금 상태가 현대차를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네. 현대차는 지난 7월에 미국 시장에서 4만7205대를 판매하면서 미국에 진출한 이래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마의 3%대 벽을 뚫었다네.
현대차는 JD파워와 같은 유력기관에서 연이어 호평을 받고 있고, 대부분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를 넘어선 뒤에 빠른 속도로 5%를 넘겼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건 아주 반가운 뉴스네. 가장 큰 시장이자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최대 격전지에서 현대차가 두각을 나타낸다면 이건 남다른 의미가 있네. 이에 비해 현대차의 주가 수준은 75000원 수준으로 작년 연말에 비해 20%이상 폭락한 상태라네.
<2005년말 이후 현대차의 주가 움직임>
하이드: 상황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네. 앞서 우리가 토론했던노조와 후진적인 지배구조 말고도 현대차는 해외에서 토요타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강력한 견제에 부딪히고 있다는 단점이 있네.
일단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 해외부분을 살펴보겠네. 지난 1분기에 63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103억원의 적자상태로 반전했고, 터키 공장은 1분기 34억원 적자가 2분기에는 325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었다네. 뿐만 아니라 효자 법인이던 중국과 인도쪽 또한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네.
특히 현대차가 강점을 보이던 미국 소형차 부분에서 GM과 토요타의 견제가 만만치 않은 상태인데, GM대우에서 제작한 칼로스(현지명 시보레 아베오)와 토요타의 야리스 등은 강한 브랜드 파워와 이전보다 훨씬 매력적인 가격으로 현대차를 압박하는 중이네.
더구나 중국시장에서의 영업 상황도 매우 좋지 않은 상태라네. GM대우나 VW(폭스바겐)의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에다가 우리나라에서 짝퉁 마티즈로 유명했던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인 기서기차의 저가모델은 현대차 동급 차종 판매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경쟁력으로 무섭게 시장점유율을 올려나가고 있지. 여기에 대응하느라 현대차는 가격을 잇따라 인하하면서 대응을 하고 있는데, 가격 인하가 시장점유율 하락에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지만 수익성이 악화될 것은 명약관화한 상태지.
지킬: 자네는 소형차에만 너무 치중해서 현대차를 보고 있네. 현대차를 볼 때 가장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은 평균판매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네. 특히 내수부분에서의 평균판매가격은 2004년 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네. 내수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는 상태에서 NF쏘나타, 그랜저TG 등 새로운 엔진과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베스트셀링 카의 가격을 자연스럽게 인상하는 시장장악력은 다른 완성차 업체에서는 흉내낼 수도 없는 현대차만의 브랜드파워라고 할 수 있지. 또한 최근에 출시한 신형 아반떼까지 합하면 준중형, 중형, 대형에 걸쳐 대대적인 모델 리뉴얼이 끝난 셈인데, 이런 리뉴얼로 인해 현대차의 수익성과 브랜드파워는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것이라고 보네.
<모델 에릭과 함께 나온 신형 아반떼>
이 같은 추세는 국내 뿐만 아니라 특히 미국시장에서의 평균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네.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포니 시절의 싸구려 차에서 적절한 가격에 높은 만족도를 주는 ‘VALUE CAR’로서 현대차는 새롭게 자리잡고 있고, 이는 현지에서 아제라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그랜저TG의 인기와 NF쏘나타, 싼타페와 같은 중고가 차량의 판매 증가에서 증명이 되고 있지. 경쟁업체들의 견제로 인해 소형차 부분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중대형 차량에 승부수를 던진 현대차의 장기 계획에 차질을 준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하네.
하이드: 아무리 봐도 자네는 현대차의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 같네. 특히 아까 지배구조 문제에 있어서 자네의 논조는 거의 궤변수준이라고 생각하네. 회사에서 번 돈이 주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지 모르는 지배구조가 어찌 신속한 책임경영만으로 포장되고 변명될 수 있단 말인가? 한번 바람을 피운 상태라는 걸 뻔히 아는 상태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현대차를 믿고 투자해보라는 이야기가 가능한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네.
더구나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카 개발에서도 뒤쳐져 있는 상태인 데다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세계 5위권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태이네.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말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희망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네. 난 굳이 지금 시점에서 현대차의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할 생각이 전혀 없네.
지킬: 자네는 ‘기업은 살아움직이는 생명체다.’라는 비즈니스 세계의 격언을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네. 자네가 말한 리스크들은 이미 시장에 다 알려진 것들이고, 새삼스러울 것들이 없네. 그 리스크들은 투자자들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회사관계자들, 특히 오너이자 최고경영자인 정몽구 회장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네. 투자자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되,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역발상적인 시각이 필요하지.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야 현대차 주가가 왜 이 수준이겠나? 난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현대맨들이 남들이 다 안된다고 할 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현재의 현대차를 만든 역량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 그 역량으로 자네가 이야기한 그 리스크들을 하나하나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능력이 현대차내에는 충분히 있다고 보네. 난 현대차의 미래에 베팅하겠네.
김민국 /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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