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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미디어,대한민국 no.1 채널
편집자주
케이블 산업,온미디어,CJ미디어
◇ 바보상자가 준 아이디어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TV는 바보상자라고.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TV가 좋았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지금도 TV를 좋아한다. 사실 재미있어서 본 것이지 인생에 무슨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TV를 즐겨 봤던 건 아니었다.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TV를 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았던 바보상자가 후일 큰 투자아이디어를 던져줬다. 부모님 지적대로 애들처럼 커서도 OCN, 투니버스, 온게임넷 등을 즐겨본 탓에 케이블 방송 채널의 총 집합체인 온미디어가 오리온(당시 동양제과)이라는 기업에 박혀있는 보석임을 남들보다 좀더 빨리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오리온을 ‘한국형 가치투자전략’에 재정의형 기업으로 소개하고 기업분석 레포트를 공개할 때도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줄곧 온미디어였다. 그런데 온미디어를 주식시장에서 직접 보기 위해서는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오리온이 온미디어를 잘 키운 덕에 액면가의 12배에 해당하는 6000원이라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다. 예전처럼 오리온의 히든 에셋이 아니라 독자적인 상장 법인으로서 높은 성장성에 걸 맞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월드컵 8강에서 떨어지고 고향으로 돌아가 비난을 받았던 브라질 대표팀이 될 수 있다. 기대치가 높으면 그만큼 높은 결과물을 요하는 법이다.
따라서 그간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었던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콩깍지는 벗어 버리고 좀더 객관적으로 온미디어를 살펴보자.
◇ 운도 좋고 실력도 좋고
온미디어가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데는 오리온 경영진의 시의 적절한 판단이 결정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IMF 시절 과감하게 PP(Program Provider)들을 인수하고 외부 투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 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채널의 경쟁력을 높인 전략은 칭송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역풍이 불었다면 탁월한 결정도 무용지물이 되었을 터. 온미디어가 억세게 운이 좋았던 배경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첫째, 초기에 대기업들이 PP 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나마 참여하고 있던 곳들도 IMF 때 매각 결정을 했고 이후에도 당장 돈이 되는 홈쇼핑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오리온이 대기업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야금야금 시장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다.
둘째, 우리나라는 난시청 지역이 많은 데다가 아파트 등 집단생활을 하므로 케이블TV 보급이 빨리 진전되었다. 게다가 초기에 빨리 시장에 안착한 홈쇼핑이 영토 확장을 위해 SO를 지원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홈쇼핑 이외의 프로그램 구색을 갖추고 있었던 온미디어가 그 덕을 봤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위의 두 가지 배경을 온미디어가 확실히 이용한 바람에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대그룹 계열인 CJ미디어가 쫓아온다고는 하나 이미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이고 소비자들은 케이블TV를 접고 다시 옛날처럼 안테나를 세워 지직거리는 화면으로 지상파만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온미디어의 포트폴리오
장르 |
채널 |
영화 |
OCN, 슈퍼액션, 캐치온, 캐치온플러스, 스토리온 |
게임 |
온게임넷, 바둑TV, 퀴니 |
애니메이션 |
투니버스 |
여성 |
온스타일 |
유료 |
OnPPV, OnDemand |
◇ 수익성을 논하자
대권을 쥔 상황이므로 다른 PP들이 시청률을 놓고 고민할 때 이제 온미디어는 그간 확보한 시청률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논할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OnPPV를 통해 유료컨텐츠를 팔겠다고는 하지만 자리를 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여전히 그리고 당분간 온미디어의 수익은 광고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결국 시청률을 바탕으로 광고를 파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인 셈인데 회사도 그렇고 주식시장도 그렇고 기대하는 바는 두 가지다. 하나는 케이블TV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적용 받던 광고단가가 광고주의 인식 개선으로 점차 상승할 것이란 논리이고, 다른 하나는 고정비를 넘어가는 매출은 모두 이익이 되는 방송업의 특성상 이익 개선폭이 상당히 클 것이란 논리다.
케이블TV 채널과 지상파의 광고단가 비교
(단위 : 천원)
이중 광고단가의 개선 전망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광고의 핵심은 맞춤광고와 중간광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화의 결정적인 장면에서 광고가 나간다던지 만화영화와 관련한 장난감 광고가 연속해서 나간다던지 게임리그에 스폰서로 기업로고를 노출한다던지 하는 것은 지상파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투니버스 때문에 죽겠다는 발언들을 한다고 하는데 만화를 틀면서 관련 상품 광고를 집중적으로 해 아이의 구매 욕구를 철저히 자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미디어는 다수 채널들을 포트폴리오로 거느리고 있으므로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통째로 받아다가 컨셉에 맞게 뿌릴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온미디어의 광고단가가 지상파의 광고단가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광고단가 중에서도 특히 일반광고보다 비싼 중간광고의 단가가 점차 현실화된다면 향후 매출 추이에서 전진은 있어도 후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출만 는다고 해서 수익성이 자동으로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매출이 늘면 이익이 더욱 는다는 방송 비즈니스의 논리는 어디까지나 비용이 제한되어 있을 때로 국한되는 얘기다. 200억원에 불과한 순이익을 점프업 시켜 7,000억의 시가총액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매출에 따라 비용이 비례해서 늘면 안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를 가로막는 세 가지 장애물이 존재한다.
◇ 세 가지 장애물
첫 번째 장애물은 SO(System Operator)다. 엄밀히 말하면 여러 개의 SO를 가진 MSO(Multiple-)라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SO들이 분산되어 있던 시절 온미디어는 오히려 그들을 돕는 존재였다. 홈쇼핑을 팔기 위해 케이블 가입자를 끌어들이긴 했는데 지상파 방송 외엔 별달리 보여줄게 없던 때에 영화, 만화, 게임 등 다양한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던 온미디어는 가뭄의 단비였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MSO들은 SO를 통합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했고 이젠 덩치를 바탕으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익이 나는 MPP인 온미디어가 예외일 수는 없다. 물론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채널들의 소유주다 보니 홈쇼핑과는 다른 차원에서 협상력을 행사해 온미디어의 승리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억하자. 온미디어의 주가에는 프리미엄이 지불되어 있음을.
두 번째 장애물은 지상파다. 그 무엇도 무서울 것이 없었던 지상파에게 다채널과 리모콘은 재앙이었다. 이제 어느 누구도 MBC를 11번, SBS를 6번이라 부르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지상파는 리모콘으로 돌아가다 잡히는 채널 중 하나로 전락했다. 따라서 지상파 채널만 놓고 온미디어의 장애물이라 얘기할 수는 없다.
핵심은 지상파가 보유한 컨텐츠다. 예를 들어 드라마 주몽 정도의 자체 제작 컨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지상파 밖에 없다. 그런데 컨텐츠의 힘이라는 게 무서워서 주몽을 가지고 있으면 예외적으로 시청자로 하여금 월요일과 화요일
온미디어 홈페이지에 있는 케이블TV 주간 시청률 표를 보면 투니버스와 OCN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나온다. 그러나 3, 4, 5위는 약속이나 한 듯이 각 지상파의 드라마 채널들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다.
4위에 랭크된 MBC드라마넷의 재무제표를 한번 들여다보자. 작년 매출액 433억원에 영업이익 238억원을 기록했다. 온미디어에 비해 훨씬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지상파가 계속 이익이 줄어 케이블TV에서 거둘 수 있는 이 정도의 이익이 아쉬워지면 케이블TV에 드라이브를 걸지 모른다. 따라서 온미디어와 지상파가 별개의 물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임을 보여준다.
세 번째 장애물은 인터넷이다. 케이블TV 산업을 논할 때 많이 등장하는 것이 몇 년 앞서 대박을 냈던 미국의 사례다. 우리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미국의 케이블TV가 절정의 몸값을 기록할 때는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얘기라는 것이다. 데이터가 오고 가는 망이 케이블망 하나일 때와 ‘인터넷도’ 있을 때는 긍정론의 수위가 달라져야 한다.
작년 온시네마네트워크(OCN)의 순이익은 163억원이었다. 그런데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무려 509억원에 달한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해답은 영화 판권에 있다. 영화 판권은 계약 만기까지 무형자산상각을 해야 하므로 회계상으로 275억원이 무형자산상각으로 비용 처리된 것이다. 하지만 현금유출이 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해서 온시네마네트워크의 이익을 509억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매년 영화 판권을 사야만 하는 것이 숙명이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판권의 취득으로 200억원이, 판권 선급금으로 219억원이 지출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한 지갑이 얇은 젊은층들은 보고 싶은 영화를 어떻게 볼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상당수가 다운로드를 통해 욕구를 해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낙 인터넷이 빨라 영화 한편 다운 받는 데 길어야 5분이면 족하다. 한 마디로 OCN은 매년 수백억을 들여 영화를 사는데 상당수 네티즌들은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영화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영화팬들은 OCN에 채널을 고정해놨을 테지만 이제 그런 독점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꼭 이런 영화의 예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이 케이블TV보다 재미있을 수 있는 이유가 여럿 있다. 미디어 혹은 엔터테인먼트는 고객의 돈과 시간을 놓고 경쟁하는 법이다. 온게임넷과 리니지는 보완재이지만 대체재일 수 있다.
상기 세 가지 장애물들을 극복하기 위해 똑똑한 온미디어는 지금까지 그러하였던 것처럼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호 통재라! 하지만 여기에는 돈이 든다. 계속 채널을 열고 고급 컨텐츠를 사들이고 자체 제작 비율을 높이고 협상력을 배가하기 위한 SO 투자에 관심을 가지면 수익성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 기다릴 수 있겠는가
2001년 처음 온미디어를 발견했을 때 1~2년 안에 이익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올 것으로 추정했으나 5년 내내 번번히 예상치를 하회하곤 했는데 그 이유는 같은 기간 중 경영진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데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로 인해 채널은 계속 늘어 포트폴리오가 강화되고 핵심 채널의 시청률 상승으로 더 멋진 미디어 기업이 되었지만 경영진과 시야를 맞추지 않으면 제풀에 지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교훈의 시간이었다.
상장 이후부터 온미디어를 보기 시작한 투자자도 마찬가지 관점을 취해야 할 것이다. 시청자로서 온미디어의 팬이라고 해서 주주로서 온미디어에 꼭 입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TV와 같은 산업의 성장기 국면에서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오히려 진짜 팬이라면 계속 잘 주시하다가 주주로 입성하는 시기도 잘 선택하는 쎈쓰가 필요하겠다.
어쨌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좋은 MPP 회사를 길러내 상장시켜 투자자의 선택의 폭을 넓게 해준 오리온에 고마울 따름이다. 오리온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투자할만한 기업의 형태로 PP 비즈니스를 만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사업다각화라는 의심의 벽을 말끔히 넘어선 오리온의 기업가 정신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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