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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주식 고평가 VS 신 패러다임





2005년 하반기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주식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은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화두였다. 지난 수년간 한국 드라마가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거센 한류 열풍이 일었고, 한국의 문화상품도 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때마침 SKT, KT와 같은 거대 통신사들이 방송-통신 융합과 업계의 재편을 앞두고, 양질의 컨텐츠 확보를 위해 관련 업계와 제휴 및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이 같은 배경에 힘입어 매니지먼트사와 영화사들이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잇따라 주식시장에 들어왔고, 상당수의 주식들이 관련 공시가 뜨자마자 수십, 수백배가 오르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엔터테인먼트 주식의 인기에 대해 전통적인 제조업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컨텐츠 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주가에 반영된 정당한 평가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또 하나의 버블로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오늘 엔터테인먼트 주식의 현재 주가 수준이 적절한가에 대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간의 논쟁이 지상중계된다.

▶ 하이드 :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들은 연예인이 투자했다는 공시만 나오면 주가가 하늘높은 줄 모르고 폭등하는 것 같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배용준이 투자했다는 키이스트였던 것 같네. 작년 말 기준으로 순자산이 마이너스였던 회사가 이제는 시가총액만 1700억원 정도 되는 회사로 변했네. 그 사이에 있었던 변화는 배용준이 투자를 했다는 사실과 180억원 정도의 유상증자가 있었다는 사실정도밖에 없네. 실적도 현격하게 개선된 것도 없는데 단지 유명스타가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주가가 폭등한 게 자네는 이해되나?









=> 키이스트의 대주주로 등극한 배용준

▷ 지킬 : 물론 이해되지. 나는 이런 현상이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주가의 선반영이라고 생각하네. 선진국의 산업이 제조업 중심의 제 2의 물결에서 서비스와 정보산업 중심의 제 3의 물결로 바뀌는 것처럼 우리 나라의 산업구조도 바뀌고 있네. 더구나 한류로 인해 한국의 컨텐츠 생산 능력과 경쟁력은 아시아 최강이라네. 수십 년 전에는 섬유가, 지금은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이 한국을 먹여 살리지만 앞으로는 문화산업이 한국을 먹여 살릴 거라고 보네. 주식시장에서 현명한 투자자들은 이런 변화를 미리 눈치채고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지.

▶ 하이드 : 글쎄, 자네는 너무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장밋빛으로만 보는군.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근본적으로 돈을 벌기가 상당히 힘든 사업이라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기본은 사람장사인데, 신인을 발굴하고, 키우고, 매니지먼트를 해주고, 그 사람이 유명세를 얻고 개런티를 받게 되면서 매출이 발생하고, 그 중 일부가 회사에 수익이 되는 구조지. 근데 이 사람이라는 게 참 관리하기 힘들다네. 기껏 키워놓았는데 다른 곳으로 가버리거나 독립해 버리는 경우도 많고, 간신히 떴는데 그 인기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지. 버핏이 투자은행의 유능한 인재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거대한 공장이 갑자기 일어나서 뚜벅뚜벅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에 비유하면서 투자은행에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던 것을 들은 적이 있네. 이쪽이 딱 그 비유에 맞는 사업이라네. 연예인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인기를 잃으면 사업의 존속자체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위험이 정말 크지.

엔터테인먼트업에 있어 회사나 주주는 절대로 갑의 위치가 아니네. 코카콜라나 질레트와 같은 회사들의 경우 회사가 브랜드의 소유권을 갖고 있네. 그래서 임직원 한 두 사람이 그만두더라도 심지어 CEO가 그만두더라도 큰 타격이 없이 무난하게 계속 제품이 팔리고, 매출이 일어나고, 이익을 내지. 하지만 이쪽은 달라. 회사나 주주는 끝없이 제품이자 브랜드인 연예인들의 눈치를 봐야 하네. 실제로 유명 연예인들의 경우 10 : 0이나 9 : 1 계약도 많다고 하네. 연예인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더라도 회사나 주주에게 남는 돈은 그리 크지 않다는 이야기지. 오히려 인기가 많고 돈을 잘 버는 연예인일수록 회사에 남는 돈의 비율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엔터테인먼트업의 사업모델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반증이 아닐까? 난 이런 회사의 주주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네.

▷ 지킬 : 물론 자네의 지적도 일리가 있네. 하지만, 그것은 엔터테인먼트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들에 있어서도 대부분 마찬가지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벤처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할 수 있겠나. 어느 사업이나 투자 위험은 있게 마련이고, 그 고비를 넘어서면 사업이 안정궤도에 올라서게 된다네.

그리고 우리 나라의 엔터테인먼트업은 이미 자네가 걱정하는 것과 달리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네. 자네가 이야기한 매니지먼트업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근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이제 매니지먼트말고도 수익원이 영화, 드라마, 음반, 초상권, 이름을 활용한 브랜드, 팬시상품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네. 이런 다양한 수익원에서 실제로 큰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는 것이 필수이고, 이 때 마중물의 역할을 할 자본이 필요하게 되지. 그래서 최근 들어 엔터테인먼트 관련 회사들이 연이어 주식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라네.

▶ 하이드 : 그렇다면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떳떳하게 정문으로 주식시장에 들어오지 않고, 뒷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텐가? 자신의 실적과 미래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면 실적을 보여주고 나서 당당하게 공식적인 기업공개 과정을 거쳐서 주식시장에서 자금도 모으고, 상장을 하는 게 정석이지 않는가? 내가 지금까지 본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부실한 상장 기업에다가 적절히 몸을 섞어서 들어오는 뒷문 상장의 길을 밟았네. 그리고 원래 회사가 부실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인수합병 후 경영을 잘 못해서인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 실적이 좋지 않더군.

▷ 지킬 : 자네는 지나치게 엔터테인먼트업의 상장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예전의 엔터테인먼트업이 매출규모나 관리적인 측면에 있어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었다는 점은 나도 인정하네. 하지만 이제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네. 일단 SKT나 KT와 같은 대형 통신기업들이 통신-방송 융합을 목전에 두고 연이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네. 또한 CJ나 오리온과 같은 재벌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네. 이처럼 공룡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엔터테인먼트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보네.

나도 뒷문상장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네. 하지만 일단 주식시장에 올라오고 거기서 유상증자든 채권발행이던지 간에 자금을 끌어서 안정적인 투자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영화 한 편을 제작하고, 연예인 한 명을 매니지먼트하는 것보다 대규모 자본을 끌어와서 영화 수십편을 제작하고 수십명의 연예인을 동시에 매니지먼트한다면 그게 곧 진짜 사업이 되는 셈이지. 규모의 경제가 된다면 투자 리스크도 훨씬 줄어들게 되지. 더구나 회사를 상장하게 되면 외부주주가 생기면서 그 자체가 투명해지고, 관리능력이 업그레이드되는 장점이 있지.

▶ 하이드 : 자네가 흥행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으니 말인데. 진짜로 이쪽 사업에서 돈을 안정적으로 버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아무리 유명한 영화배우라고 하더라도 연이어 영화가 흥행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네. 유명 감독이나 제작사도 마찬가지이고. 최악의 경우는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서 힘들게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가 흥행참패하는 경우지. 제조업에서 만드는 제품들의 경우 회사의 브랜드에 따라 어느 정도 소비자의 선호도를 이끌어낼 수 있는데 비해 이쪽은 정말이지 예측이 불가능하네. 이익을 예측한다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고, 오직 기도만 해야 하는 사업은 현명한 투자자가 투자할만한 사업은 아니라고 보네.

▷ 지킬 : 99년과 2000년에 인터넷에 대한 별별 예측이 난무했네. 그 당시 인터넷 거품론도 많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었네. 하지만 그 당시 인터넷에 대한 큰 전망들이 지금은 거의 맞아떨어지고 있지. 실제로 NHN같은 업체는 엄청난 이익률을 보이면서, 영업이익이 매년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네. 관련 주식에 투자해서 뜨거운 맛을 본 사람도 많았지만, 선견지명을 갖고 과감하게 NHN같은 기업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그 과실을 기쁜 마음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된 거지.

결국 엔터테인먼트 관련산업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보네. 나 또한 모든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매력적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니네. 자네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예측이 불가능해서 매력적이지 않다고 했는데, 그건 아직 시장이 초기단계이고 규모의 경제가 되는 단계까지 성장하지는 않아서 그런 거라네.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있어 최고의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를 볼 때 월트디즈니나 바이어컴, 타임워너와 같은 기업들의 매출은 이미 10조원을 훌쩍 넘고 있네. 물론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전개하고, 좁은 의미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외에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사업을 같이 전개하고 있지만 그 핵심에는 엔터테인먼트업이 있다고 보네.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중심으로 한 각종 방송채널과 배급망이 규모의 경제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지. 물론 이렇게 대형 업체로 성장한 이면에는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대규모 인수합병의 과정과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

우리 나라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서 궁극적으로는 수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대형 우량업체로 성장할거라고 보네. 급성장하는 동아시아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보네. 그래서 나는 성장가능성이 큰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네.




=>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라이언 킹 영화포스터

▶ 하이드 : 그 이야기를 들으니 한 가지 동화가 생각나는군. 한 소녀가 계란 바구니를 들고 장에 가고 있었다네. 그 소녀는 계란을 팔아 닭을 사고, 닭을 팔아 소를 사고, 소를 팔아 예쁜 옷을 사고, 예쁜 옷을 입고 무도회에 가서 왕자님을 만나는 상상을 했다네. 그러다가 왕자님이 자기한테 춤을 청하자 우아하게 모자를 벗는 포즈를 취하다가 결국 들고 가던 계란 바구니를 떨어뜨리고 그 안에 있는 계란이 모두 깨져버렸다는 동화지.



* 주요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 현황



자네가 이야기하는 지금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딱 계란 팔러가는 소녀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군. 만약 자네 말대로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할테고, 지금 주가는 자네가 이야기하는 최상의 시니라오까지도 이미 선반영된 수준이라고 보네. 그렇지 않고서야 적자가 나고, 언제 흑자를 볼 것인지 모르는 기업이 순자산의 수십 배에 달하는 걸 어떻게 설명하겠나? 그리고 사람들이 자네가 생각하는 대로 이성적인 기대만으로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에 투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네. 자기 주식을 더 비싼 가격에 사 줄 바보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 난 굳이 바보들의 폭탄돌리기에 동참하고 싶지 않네.

김민국 /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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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 현명한영혼
    김민국님 오랫만에 좋은 글 올려주셨네요...^^

    화이팅입니당...ㅋㅋ
    2006.05/08 13:30 답글쓰기
  • 현명한영혼
    2006.05/08 13:30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좋은습관
    PBR 계산을 반대로 했군요.
    시가총액/순자산 해야되는데 순자산/시가총액을 했습니다.
    제대로 하면 IHQ는 8.2, 스타엠은 16.9이 나오는군요.
    엽기적 고평가가 아닐수 없네요.
    2006.05/08 14:26 답글쓰기
  • 좋은습관
    2006.05/08 14:26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신태용
    오랫만에 올려주신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2006.05/08 14:44 답글쓰기
  • 신태용
    2006.05/08 14:44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김민국
    PBR 계산 부분 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2006.05/08 15:43 답글쓰기
  • 김민국
    2006.05/0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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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X
    통신업과 엔터테인먼트...유사점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며 산업성숙기로 이용자수 증가보다는 주머니에서 나가는 금액이 늘어야 하는 성장한계를 지닌다. ...차이점 어쨌거나 통신사는 지속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데 반해 엔터테인먼트사는 누가 얼마나 벌지 예측하기 힘들어 이익의 신뢰성이 높지않다. 엔터테인먼트업에 대한 고민은 한류나 새로운 미디어의 대중화와 같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 않는한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파이가 크질까에 대한 많은 의문이 들게 하는 산업...톱스타들이나 유명제작자들이 고급 아파트나 빌라를 지니고 사는걸 보면 ...어쨌건 누군가 그 산업에서 떼돈 버는것 같기도 한것처럼 착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문화적 언어적 한계가 있는 현실에서 헐리웃처럼 산업화하기는 좀 어렵지 않나라는 면에서 보면 그냥 빛좋은 개살구가 아닌가란 생각도 들고...한편 겨울연가나 온미디어를 보면 컨텐츠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인 것 같기도 하고...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정말 지킬 vs. 하이드에 딱 어울리는 산업이네요...정말 코너 이름을 잘 지은것 같네요.
    2006.05/16 14:04 답글쓰기
  • ReX
    2006.05/1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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