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읽을거리

아이투자 전체 News 글입니다.

튀지는 않지만 꾸준한 성장

◇ 한 편의 CF로 주목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이 기회를 놓칠 새라 모든 기업들이 광고를 월드컵과 연결짓고 있다. 과거에는 거액을 내고 월드컵을 공식 후원한 업체들만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앰부시 마케팅을 펼친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회자되면서 공식 후원사가 아닐지라도 월드컵 이미지를 교묘하게 갖다 쓰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 듯 하다.

식상할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월드컵 관련 광고 중에서 네티즌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아 버린 주인공이 있었으니 대형 통신회사도, 대형 전자회사도 아닌 일개 아이스크림에 불과한 돼지바 광고다. 2002년 한국과 이탈리아전의 유명 장면을 패러디한 이 광고는 모레노 심판을 똑같이 흉내낸 임채무 씨의 연기가 일품이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웃음을 선사함과 동시에 그 당시의 통쾌함을 생각나게 하니 가히 아이디어의 승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돼지바를 만드는 롯데삼강이 이토록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건 아마도 최근이 유일할 것이다. 그만큼 롯데삼강은 화려한 역사를 써오진 않았다. 심지어는 일부 사람들이 롯데제과와 롯데삼강이 둘 다 똑같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데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을 할 정도로 같은 롯데그룹 안에서도 롯데제과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1977년에 롯데그룹으로 인수되었으니 태생부터가 서자였던 셈이다. (롯데칠성도 한미음료를 인수한 것이지만 업계 1위에 사이즈가 훨씬 커서 입지가 틀리다)


◇ 꾸준한 이익 창출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알찬 내실의 포스가 느껴진다. 20만원이 넘는 주당 가격이 괜히 나온 건 아니란 얘기다. 물론 계절상품의 특성상 이익이 계속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기 보다는 어느 정도 부침이 존재한다. 하지만 1998년 이후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오고 있으며 당기순이익의 절대 규모도 100억대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롯데제과가 워낙 규모가 크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서 상대적으로 작아보일 뿐 절대적인 기준으로 롯데삼강만 보면 만만치 않은 회사임에 분명하다.

영업이익,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추이 (1998년~2005년)


이익의 꾸준함 뿐 아니라 보유한 제품과 브랜드의 꾸준함도 압권이다. 앞서 언급한 돼지바가 출시된 년도는 1983년이다. 무려 23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포장도 그대로, 내용물도 그대로, 변한 건 가격 밖에 없다. 빠빠라빠빠빠 삐삐리 빠삐코 하는 CM송과 만화 고인돌이 연상되는 빠삐코는 돼지바보다도 2년 앞서 출시되었다. 이외에도 구구콘, 보석바, 국화빵, 거북이 등 장수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특히 삼강하드는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의 효시로 기록되어있다.




사실 롯데삼강하면 대부분 아이스크림을 떠올리지만 원래 유지(동식물에서 얻는 기름)에서 시작했으며 현재도 유지의 매출 비중이 40%에 이른다. 유지를 활용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시장에 진출했는데 일반 소비자들과 접점에서 만나는 부분이 유지보다는 아이스크림이다 보니 이미지가 그렇게 굳어버린 것이다. 유지의 역사에서도 롯데삼강의 꾸준함은 돋보인다. 1960년에 처음으로 마아가린을 생산한 이래 아직도 동일한 제품을 다루고 있으며 시장점유율도 1위를 지키고 있다.


◇ 꾸준함의 비결

그렇다면 이런 꾸준함의 비결은 무엇일까? 롯데삼강 전체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유지와 빙과 부문을 나눠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

1) 유지

롯데삼강에서 나온 유지 제품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있다면 그의 직업은 요리사일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롯데삼강의 유지 제품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식당과 식품회사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용량도 크고 브랜드도 그리 신경 쓰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광고도 안 한다.



일종의 B2B 장사이므로 마진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기름이라는 반복 소비되는 제품 성격에 확실한 고정 거래처라는 요소가 더해지면 자연히 꾸준한 비즈니스로 승화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무척이나 재미없는 사업이지만 사업가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확실한 영업권을 가진 회사다. 고래로 부자들 중에 기름장사가 많았던 것도 이 사업의 진짜 매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근거다.

또한 롯데그룹의 일원이라는 점이 유지 사업에 큰 힘이 된다. 더 깊이 생각할 것도 없다. 국내 최대의 과자 제조업체가 롯데제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롯데리아, 롯데후레쉬델리카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들과 롯데호텔 등도 가세해 열심히 롯데삼강의 기름을 소비해준다. 게다가 롯데마트를 통해 좋은 진열대에 제품을 비치할 수도 있다. 지금껏 롯데로 인수되지 않고 일동산업으로 남아있었다면 이 정도까지 꾸준한 매출액과 이익을 거두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2) 빙과

롯데삼강하면 빙과가 떠오르는 게 사실이지만 실제 사업의 매력도는 유지만 하지 못하다. 일례로 롯데그룹의 일원이라는 점이 유지 사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빙과에서는 롯데제과와 같은 테두리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래 표에서처럼 롯데제과와 롯데삼강은 빙과만 놓고 봐도 격차가 매우 심하다.

빙과 브랜드 매출 순위
순위
제품명
제조사
매출
출시년도
1
월드콘
롯데제과
470
1986
2
설레임
롯데제과
460
2003
3
부라보콘
해테제과
360
1970
4
더위사냥
빙그레
350
1989
5
스크류바
롯데제과
270
1985
6
비비빅
빙그레
270
1975
7
메타콘
빙그레
250
2001
8
투게더
빙그레
245
1974
9
돼지바
롯데삼강
230
1983
10
빠삐코
롯데삼강
210
1981
2005년 출고가 기준. 단위 : 억원

하지만 같은 표에서 빙과 사업의 다른 특징들을 추출해 볼 수 있는데 다행히 빙과 사업 자체에 매력적인 부분이 참 많아 빙과 사업도 롯데삼강의 꾸준함에 일조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근거를 제시해준다.

첫째, 시장이 과점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빙과 시장은 결국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삼강 등 4강이 치고 받는 그들만의 리그다. 비록 롯데삼강의 시장점유율이 17% 정도에 불과하지만 회사 간의 직접적인 경쟁 강도가 낮고 새로운 진입자가 없어 여기서 더 떨어질 염려도 없다.

둘째, 매출 규모를 보면 단일 제품 브랜드가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블록버스터 제품 위주로 판매가 된다는 뜻이다. 월드콘은 년 매출이 무려 500억원에 이른다. 롯데삼강의 돼지바와 빠삐코도 나란히 9위와 10위에 랭크 되어 있지만 매출액이 각각 230억원, 210억원이니 적지 않은 수치다. 한 가지 제품을 집중적으로 팔면 영업이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셋째, 제품 출시년도를 보면 설레임과 메타콘을 제외하고 모두 역사가 매우 긴 장수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아이스크림은 가게 냉장고를 열었을 때 눈에 띄는 것을 딱 집어 드는 전형적인 저관여제품이다.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맛에 대한 경험과 광고로 만들어진 이미지인데 이런 것들이 단기간에 만들어질 리가 없다. 따라서 장수 제품이 계속 장수 제품으로 남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 특히나 최근에는 부모가 할인점에서 대량 구매를 해 아이들에게 사주는 형태가 되어 부모 세대의 장수 제품이 자녀 세대의 장수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스크림 입맛도 대물림 되는 셈이다.


◇ 새로운 성장을 위해

롯데삼강은 좋은 회사라는 얘기는 많이 듣지만 매력적인 회사가 되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 꾸준함에 비해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는 탓이다. 하지만 회사는 투자자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해서도 성장해야 하기에 롯데삼강도 이를 인식하고 성장의 발판들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조치는 주로 유지 부문에서 취해졌다.

첫 번째는 제품의 고급화다. 무려 2000억원을 들여 천안에 신공장을 지었는데 물론 기존 공장 부지의 개발과 법인세 감면 혜택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트랜스지방산을 줄인 고급 유지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내놓은 올리브유 치킨은 롯데삼강과의 합작품으로 고급 유지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두 번째는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1101억원으로 법정관리 중이던 웰가 지분 100% 인수를 단행했다. 마아가린, 쇼트닝 등 제품 라인이 롯데삼강과 겹치지만 일반 고객들을 상대한다는 점이 다른 회사였다. 특히 웰가는 가정용 식용유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웰가 인수를 통해 신동방까지 가져간 CJ가 지배하고 있는 가정용 식용유 시장으로의 진출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두 가지 전략을 놓고 봤을 때 핵심역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유보 수익을 유효 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어도 될 듯 싶다. 오히려 최근 들어 롯데 3인방 중 역동성과 주주정책은 가장 나아 보인다. 돼지바의 패러디 광고가 네티즌들에게 웃음을 주었듯이 유보 수익의 활용으로 마련한 새로운 성장 동력의 장착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 주주들에게도 웃음을 주길 바란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턴 개정판 - 부크온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5개

  • DREAM7
    좋은 분석의 글에 공감하면서 감사드립니다.
    2006.04/27 11:47 답글쓰기
  • DREAM7
    2006.04/27 11:47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무주식상팔자
    롯데그룹 이미지가 안좋아서 항상 포트에서 제외했었는데
    관심을 가져봐야 겠네요
    2006.04/27 18:05 답글쓰기
  • 무주식상팔자
    2006.04/27 18:05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step by step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4/30 21:06 답글쓰기
  • step by step
    2006.04/30 21:06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Purpose
    이제서야 봅니다.. 암튼 임채무 아저씨가 압권이었는데.. ^^
    2006.06/30 09:08 답글쓰기
  • Purpose
    2006.06/30 09:08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스탁 투나잇
  •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턴 개정판 - 부크온
  • 예측투자 - 부크온

제휴 및 서비스 제공사

  • 키움증권
  • 한국투자증권
  • 유진투자증권
  • 하이투자증권
  • 교보증권
  • DB금융투자
  • 신한금융투자
  • 유안타증권
  • 이베스트증권
  • NH투자증권
  • 하나금융투자
  • VIP자산운용
  • 에프앤가이드
  • 헥토이노베이션
  • IRKUDOS
  • naver
  • LG유플러스
  • KT
  • SK증권
  • 이데일리
  • 줌
  • 키움증권
  • 한국투자증권
  • 유진투자증권
  • 하이투자증권
  • 교보증권
  • DB금융투자
  • 신한금융투자
  • 유안타증권
  • 이베스트증권
  • NH투자증권
  • 하나금융투자
  • VIP자산운용
  • 에프앤가이드
  • 헥토이노베이션
  • IRKUDOS
  • naver
  • LG유플러스
  • KT
  • SK증권
  • 이데일리
  •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