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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가 선사하는 '투자의 지혜'



투자의 미래
제러미 시겔 저 / 윤여필 역
청림출판 / 478페이지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학자들의 저서나 의견을 한 수 접어보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특히 자본주의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투자의 세계에서는 더 그렇다. 현실과 괴리되어 뜬구름 잡는 얘길 한다거나 몇 가지 가정만 틀리면 전혀 맞지 않는 모델로 투자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게 주요한 이유들이다. 몇몇 이들은 심지어 일부 교수들이 책으로 벌어들인 인세를 투자로 다 날리기도 했다는 일화를 들어 이론과 실제의 괴리에 대해 힘주어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자민 그레이엄도 콜롬비아 대학의 교수가 아니었던가. 그가 제자인 워렌 버핏보다 실무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줬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 자료를 정리해 분석한 후 결론을 이끌어내고 이론을 만드는 능력에 있어서는 역시 학자다운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게다가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을 통해 친절한 설명까지 빠뜨리지 않았다. 그렇게 보면 학자는 학자대로 현장에서 뛰는 투자자만큼이나 투자의 발전 단계에 있어 나름의 재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 투자자들에게 통찰력을 선물해줄 또 한 명의 학자가 있다. 바로 와튼 경영대학원의 교수로 재직 중인 제러미 시겔이다. 그는 이미 ‘주식투자 바이블(Stocks for the long run)’이란 책에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장기투자의 성과를 증명해냄으로써 가치투자자에게 큰 논리적 무기를 선사해준 바 있다. 이제 더 할 얘기가 있었을까 싶었는데 11년 만에 ‘투자의 미래(The future for investors)’라는 새로운 책을 들고 나왔다. 역시 그는 이번 책을 통해서 현실에 뿌리박고 있으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학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리고 가치투자자들은 또 하나의 논리적 무기를 얻게 되었다.

제러미 시겔의 특기는 많은 투자자들이 보편적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은 오해였음을 방대하고 확실한 자료를 통해 밝혀내는 것이다. 전작인 ‘주식투자 바이블’에서 주식시장이 수 많은 굴곡을 거쳤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주식이 채권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했음을 밝혔다면 이번에는 성장과 배당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메스를 가했다.

즉 흔히들 고성장주가 저성장주 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하지만 과거 수치를 바탕으로 분석을 해보면 실제로는 고성장주의 장기 수익률이 별볼일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고성장에 대한 기대만큼 주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제러미 시겔은 이를 두고 ‘성장의 함정’이라 지칭했다.

그러면 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종목이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배당이다. 주가가 낮으면 배당수익률이 높은데 이를 재투자하면 주식수가 늘어나 결국 상승기 때 복리로 늘어나며 주가가 처음부터 높아 상승탄력이 덜한 종목들을 이기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는 배당이야말로 주주가치의 원천이며 기업 이익에 대한 신뢰감이라며 배당 예찬론을 펼친다.

이 같은 주장은 분명 많은 반박의 여지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렇게 요약된 내용을 읽으면서 분명 다른 얘기들을 하고 싶은 독자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인해 독자들이 수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첫 번째는 뭐니뭐니 해도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근거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과거에 그랬다는데 어쩌겠는가. 역시 학자로서의 재능이 잘 발휘된 대목이다. 두 번째는 1999년 기술주 거품과 2001년 엔론 등 회계 부정 사태를 겪고 난 후라 고성장주에 대한 환상 그리고 기업들의 순이익에 대한 믿음이 많이 깨진 상태라는 점이다.

이런 결론이 이 책의 제목에 붙어있는 ‘미래’라는 단어에 끌려 뭔가 대단한 예언서인 줄 알고 책을 집어 든 사람에게 심한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만이 미래를 판단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란 패트릭 헨리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 책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언서에 가깝다 하겠다. 자, 미래를 읽기 위한 과거로의 지적 여행에 흠뻑 빠져보자.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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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 occlusion
    우하하하~~~~ 바로 사겠습니다.
    2006.04/04 10:16 답글쓰기
  • occlusion
    2006.04/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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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한초보
    장기 투자에서는 배당주가 의외로 짭짤할 듯 합니다. 보통주 보다 주가 계산하는 것도 비교적 간단(?)하고요. ^^
    2006.04/04 12:26 답글쓰기
  • 영원한초보
    2006.04/0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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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un Fun Fun
    지금 출 퇴근하는 전철안에서 열심히 보고 있는데,
    훌룽한 책입니다.
    2006.04/04 13:32 답글쓰기
  • Fun Fun Fun
    2006.04/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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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명한가치투자자
    최준철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중에 책을 둘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있습니다.
    하나는 한번 보고 책꽂이에 꽂아두고는 다시는 꺼내 보지 않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한번 봤더라도 생각이 날때마다 다시 꺼내서 보는 책으로 말이죠.

    제가 수시로 꺼내보는 책 중에는 최준철님의 'V차트'가 있습니다. ^^
    최준철님이 여러 뛰어난 저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듯 저도 고마움을 느끼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가치투자를 통한 성공으로 저도 제 나름대로의 성과를 다른 사람에게 전할 날이 오기를... ^^
    2006.04/04 22:26 답글쓰기
  • 현명한가치투자자
    2006.04/0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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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rryLee
    오늘 아침으로 "투자의 미래"를 다 읽었습니다. 여하간 책읽는거는 힘들어요
    장기로(30년이상) 시장의 기대보다 높은 성장을 보이며, 계속되는 배당정책을 실시하는 기업(에너지,필수품등)에 투자하면 채권보다 안정적이며 S&P500보다 더 뛰어난 수익률을 보여준다는 결론을 DATA분석을 통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채권보다 안전하며 뛰어난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랬습니다. 한편으로, 지난 5월부터 재테크 초점을 주식투자로 정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6.04/05 08:05 답글쓰기
  • TerryLee
    2006.04/0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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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天風김재진
    제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성장주에대한 의견을 정리해볼수 있는 책 같아 보입니다..ㅎㅎㅎ

    감사합니다..^-^
    2006.04/08 13:14 답글쓰기
  • 天風김재진
    2006.04/0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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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손
    높은 수익율을 원하지 않는다면 좋은 방법이군요.
    시겔의 방법으로 포트를 짤 정도로 많은 돈이 쌓이길 바랍니다.
    2006.04/20 16:32 답글쓰기
  • 미스터손
    2006.04/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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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rphy
    시겔 교수의 주장은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는(=밸류에이션이 낮은) 기업 중 경쟁력 있는 넘을 골라서 배당재투자를 통해 혹은 정액매입법으로 장기간 복리수익을 올려라' 입니다.
    이 원칙을 4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지루하게(?) 지켜낼 자신이 아직은 없군요...
    2006.04/21 15:30 답글쓰기
  • Murphy
    2006.04/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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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칸
    감사합니다
    무슨 종목을 매수할때 꼭 가치투자 관점에서 분석하고 매수하게 됩니다.
    중국의 버핏 린 위안(100만_ 486억투자수익)처럽 투자하려고도 합니다
    현금흐름이 좋고 무재고에 이윤율이 높은 기업에 장기 가치투자...
    2006.05/05 14:20 답글쓰기
  • 대칸
    2006.05/05 14:20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도라이
    배당은 기업의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과
    Index 펀드에 대한 저의 생각을 바뀌게 한 책이네요.
    좋은 책 입니다...http://
    2007.03/09 20:09 답글쓰기
  • 도라이
    2007.03/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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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탁 투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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