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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준은 '규모' VS '효율성'



의료+금융=보험?

1957년만 해도 의료와 금융 부문이 미국 S&P 500 인덱스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3년 이 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4%에 이른다. 이 같은 변화로 미루어볼 때 인구 구조와 산업 구조가 선진국화 되면서 의료와 금융 부문이 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수순을 밟을 확률이 높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작년 한해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의료와 금융 부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고 그 결과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이들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존재하고 앞으로도 코스탈로니가 말한 산책을 나가는 주인과 개처럼 두 분야에 속한 종목의 가치와 주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겠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가치가 올라갈 것이란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렇다면 좀더 나아가 의료와 금융 두 분야의 좋은 점만을 취한 교집합은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해 홈쇼핑을 조금만 본 사람이라면 금방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손해보험업이다. 한때 손해보험은 소비자에게는 자동차 보험의 동의어요, 투자자에게는 이익 변동성의 동의어였을 정도로 비전이 없었다. 하지만 장기보험이 도입되면서 미래 의료 서비스에 필요한 금융 솔루션 제공자로 거듭났다.

물론 파이가 제한되어 있기에 자동차 보험 시장에서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파이가 늘어날 부분이기에 선점을 위해 장기 보험 시장에서의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되었으므로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장기 보험 또한 아직 누구도 미래의 결과치를 장담하기 힘든 가보지 않은 길이다. 은행처럼 구조조정이 확실히 되지 않은 탓에 경쟁자 또한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역시 사이즈 하면 나

진시황 이후 중국의 패권을 두고 다퉜던 한나라와 초나라처럼 손해보험 시장의 패권을 두고 싸우는 경쟁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상대는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다. 현재로서는 삼성화재가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하지만 동부화재의 기세도 만만치 않으며 강점과 전략이 삼성화재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삼성화재381,000원, ▲9,500원, 2.56%의 강점은 역시 규모의 경제다. 1월말 기준으로 삼성화재의 총자산은 16조원에 달한다. 2위 그룹인 동부, 현대, LIG를 모두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이렇다 보니 자연히 사업의 선순환 구조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우선 고정비 부담이 적고 1인당 생산성이 높아져 자연히 사업비를 낮게 가져갈 수 있다.

또한 자산이 크다 보니 그만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보험사의 핵심 경쟁력은 10년, 20년 뒤에 망하지 않고 보험계약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16조원의 자산은 고객이 이러한 우려를 할 여지마저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특히 1년 단위로 갱신되는 자동차 보험이 아니라 가입 기간이 긴 장기 보험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지급 기능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면 어떻게 삼성화재가 이 같은 규모를 달성할 수 있었을까? 기업이 성공한 데 한 가지 이유만 있겠느냐 만은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삼성의 브랜드와 역량을 우선적으로 꼽는 듯 하다. 역시 삼성이니까 보험 가입자들이 믿고 계약할 수 있었다는 의미와 함께 삼성그룹의 전폭적 지원이 성공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해석이다. 또한 삼성 특유의 꼼꼼함과 관리 능력이 보험 사업과 잘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이 증권, 투신업보다 화재, 생명 등 보험업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효율성으로 승부한다

반면 동부화재는 삼성화재가 누렸던 이점이 전혀 없었다. 국민들이 동부라는 이름 자체에 보내는 신뢰도라는 게 있을 수 없었고 그룹의 크기가 적극 밀어줄 수 있을만하지도 않았고 꼼꼼함과 관리 능력이 부족했던 까닭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동부화재가 자웅을 겨뤄볼 정도의 역량을 갖추게 된 건 사이즈나 인지도가 아니라 순전히 높은 효율성에서 기인한다.

상위 4개사의 각종 수치를 나타낸 아래 표를 한번 보자. 주지하다시피 삼성화재의 총자산은 동부화재의 세 배에 이른다. 그래서 작년 말 자동차 부문의 높은 손해율에도 불구하고 합산비율을 101.3에 묶었다. 당연히 자산 규모가 작은 현대와 LIG는 각각 삼성화재보다 높은 106.0, 102.9의 합산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총자산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동부화재는 삼성화재의 동일한 수치의 합산비율을 기록했다.



삼성
동부
현대
LIG
총자산
162,540
55,855
61,779
52,811
임직원수
4,470
2,134
2,650
2,545
합산비율
101.3
101.3
106.0
102.9

2006.1.31 기준 (단위 : 억원, 명, %)

원인은 임직원수에 있다. 동부화재는 삼성화재는 물론이요, 동급의 손보사들보다도 적은 임직원수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노조도 없다. 따라서 인건비율과 일반관리비율 면에서 동부화재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삼성화재를 제치고 업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보험이 결국 사람 장사라는 걸 생각해보면 인건비가 덜 들면 당연히 사업비가 적게 들고 결과적으로 합산비율을 낮게 가져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적은 인원으로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성과의 가장 기본인 수익성을 한번 살펴보자. 동부화재는 2005년 4월부터 2006년 1월까지 당기순이익 1,114억원으로 각각 378억원과 546억원을 기록한 LIG, 현대에 비해 탁월한 실적을 기록했다. 결국 이런 걸 두고 높은 효율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도 비록 경쟁사이지만 동부화재의 저비용 효율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른 길, 같은 길

보험 사업의 핵심을 딱 두 단어로 표현하라면 모집과 운용이다. 즉 보험금을 가능한 한 많이 모아서 열심히 운용해 수익을 낸 뒤 다시 약속한 금액을 돌려주고 남기는 게 보험사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집과 운용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모집에서는 보험설계사들을 통하지 않고도 보험을 팔 수 있는 채널들이 생겨났다. 온라인, 홈쇼핑, 방카슈랑스가 대표적이다. 운용에서는 저금리 시대가 정착화 되고 있고 장기 보험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운용 기간이 길어진다는 점을 주요한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는 이러한 변화 앞에서 모집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을, 운용에서는 같은 방향을 택했다.

삼성화재는 신 유통채널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아니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이미 충분히 잘 되고 있는데 자칫하면 설계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스스로 마진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철저히 고지를 지키는 자의 대응이었다. 하지만 쫓는 자들의 대응은 틀렸다. 2위 권 보험사들은 당장은 남지 않더라도 시장을 선점해야 뒤집기의 여지가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홈쇼핑과 은행을 보험상품으로 도배했다. 동부화재도 마찬가지로 신 유통채널을 적극 활용했다.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중간 점검을 해보면 적극적으로 나선 쪽이 추격의 발판을 조금이나마 마련했다고 보인다. 일단 생각보다 신 유통채널에서 보험이 많이 팔렸다. 어쨌든 매출이 올라간 셈이다. 그리고 홈쇼핑이나 은행에서는 고객들에게 간단하게 보장 내용을 설명해야 하므로 납부 보험료가 낮고 단순한 저가 상품 위주로 판매가 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고가 상품을 파는 설계사들에 미치는 파장이 적었다.

특히 방카슈랑스에서는 초기 보험 제품이 어느 정도 영역을 확정 지었다. 너무 많은 상품을 구비하면 보험에 비전문가인 은행 창구 직원이 일일이 다 숙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많이 남지 않고 판매 상품에 제한이 있었지만 어쨌든 선점하는 자가 나중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는 가설은 맞았다.

운용에서는 동부화재가 삼성화재의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삼성화재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채권 위주의 안정적 운용을 추구한다. 반면 동부화재는 다른 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주식의 비중이 높아 주식시장의 부침에 따라 이익 및 주가가 춤을 췄다. 하지만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에 이르고 장기보험으로 인해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지면서 안정적 운용 수익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했다. 그 결과 아래 그래프에서처럼 2002년부터 당기순이익의 변동성이 축소되었다.



<동부화재의 분기별 당기순이익 추이>


현재 삼성화재와 동부화재의 운용자산 내 비중을 보면 매도가능증권(주로 채권)이 각각 67.7%와 61.3%를 차지하고 있고 대출금 또한 각각 21.5%, 22.4%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동부그룹이 삼성 출신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삼성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하는데 자산운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투자자의 선택은?

국내 손해보험업은 자동차보험의 높은 손해율과 정부의 규제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장기 보험의 성장성과 규제 완화라는 순풍을 타고 있다. 영업에서 크게 손실만 보지 않는다면 보험업은 분명 매력적인 사업이다. 일례로 2006년 3월31일 현재 종합주가지수가 1,359인 반면 보험업지수는 11,447이고, 버핏의 포트폴리오에는 늘 가이코가 들어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삼성화재는 1975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흑자 배당을 거르지 않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보험 주식이다. 하지만 이미 그 같은 사실이 주가에 반영되어 있어서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무리인 게 한계다.

반면 동부화재는 실적의 진폭이 있었던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 아주 어려운 지경까지 갔었고 현재도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동부아남반도체를 비롯한 계열사 리스크 때문에 늘 말이 많다. 하지만 그 때문에 리스크 요인이 사라진다면 혹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 상승 여력은 삼성화재보다 더 풍부하다.

따라서 힘든 보험 판매를 하지 않고도 보험이란 것을 통해 돈을 벌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는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즉 길게 보고 점진적 수익을 원하는 보수적인 투자자에게는 삼성화재가, 이익회수 기간을 짧게 만들고 싶은 좀더 공격적인 투자자에게는 동부화재가 어울린다.

향후 프리미엄 고가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통합보험 시장에서도 삼성화재와 동부화재가 라이벌로 떠올랐다. 삼성화재는 삼성Super보험으로 동부화재는 컨버전스보험으로 승부한다. 규모의 승리냐, 효율성의 승리냐, 통합보험 시장은 두 회사의 역량을 판가름하는 더비매치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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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 templeton
    우리나라 보험회사중에서도 버크셔같이 자산운용을 잘하는 회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버크셔만큼 잘하기는 힘들겠지만요..
    2006.04/10 09:37 답글쓰기
  • templeton
    2006.04/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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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광양회
    삼성화재가 워낙 앞서 있고 그만큼 valuation도 높은 만큼, 2위 그룹이고 valuation 매력도 comparable한 동부화재와 LIG화재의 더비매치였으면...하면 개인적인 아쉬움? 바램?이 있습니다.
    2006.04/10 10:38 답글쓰기
  • 도광양회
    2006.04/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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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what?
    동떨어진 얘기지만 김주성 멋있습니다 ^^
    2006.04/11 05:59 답글쓰기
  • sowhat?
    2006.04/1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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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what?
    시총은 삼성화재가 동부의 대략 4배쯤 되네요

    동부가 현대보다 4천억 가량, 현대가 LIG보다 2500억 가량 시총이 큰데 과연 합당한 차인지 조사해봐야겠습니다.
    2006.04/11 06:05 답글쓰기
  • sowhat?
    2006.04/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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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철
    김주성은 제 고등학교 후배입니다 ^^
    2006.04/12 12:58 답글쓰기
  • 최준철
    2006.04/1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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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명한가치투자자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2006.04/13 00:48 답글쓰기
  • 현명한가치투자자
    2006.04/1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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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ep by step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5/02 07:02 답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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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5/0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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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자
    이야기를 끌어나가시는 능력이 대단하십니다. ~~
    2006.05/06 21:19 답글쓰기
  • 날자
    2006.05/0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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