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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뒤집기의 여지는 있는가
Game is over?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저예산으로 대박을 낸 스릴러 영화 ‘쏘우’를 보면 마지막에 제3의 인물에 의한 반전이 일어나며 관객들의 뒤통수를 때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에 밝혀진 범인이 멍한 표정의 등장인물을 바라본 채 문을 닫으며 크게 외친다. “Game is over!”
역사가 얼마 되지 않은 국내 인터넷 포털 시장에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 시장의 1등으로 지목되던 주인공은 무료이메일을 앞세운 토종 인터넷 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물 건너온 원조 포털 야후코리아였다. 초반에 관객들의 모든 시선은 이 둘의 경쟁구도에 모아졌다. 하지만 Game is over를 외치며 문을 닫아버린 주인공은 바로 NHN(네이버)이었다. 말 그대로 제3의 인물에 의한 반전이다.
2003년 11월에 더비매치에서 NHN16,980원, ▼-90원, -0.53%과 다음의 경쟁구도를 다룬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야후코리아는 이미 경쟁 구도에서 멀어졌지만 NHN과 다음이 트래픽 면에서 쌍벽을 이루면서 서로의 영역을 넘보고 있어 누가 승자일지 완벽하게 가늠하긴 쉽지 않았다. 둘의 실적도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2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NHN의 시가총액은 무려 4조1천억원까지 올라왔다. 고평가 논란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인터넷 거품 때처럼 돈은 못 버는데 트래픽만으로 받은 막무가내 시장가격은 아니다. 올해 영업이익을 2000억원까지 바라본다. 반면 다음은 시가총액이 6000억원으로 시가총액이 오히려 더 떨어졌다. 그간 뉴스는 다음이 더 많이 만들어냈는데 투자자들이 좋아할만한 뉴스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듯 하다. 특히 투자결정과 실적에서 그랬다.
어디서 반전이 일어났나
주지하다시피 인터넷 거품 붕괴라는 긴 터널을 뚫고 살아남은 생존자들간의 1차 라운드에서는 NHN이 압승을 거뒀다. 한때 검색에서는 몰라도 트래픽 하나만큼은 지존이었던 다음이 어찌 이리 쉽게 무너졌을까? 승부의 반전이 일어난 포인트를 세 가지로 나눠서 살펴보자.
1) 첫 번째 포인트 – 웹 2.0
팀 오라일리는 ‘웹 2.0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성공한 닷컴 기업들의 비결을 일방적 정보제공 대신 이용자들이 직접 정보를 만들게 유도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를 편리한 방식으로 정리, 제공한 것이라 언급했다.
우리나라에서 웹 2.0을 가장 잘 실천한 서비스를 꼽으라면 단연 네이버다. 지식검색이 그러하고 댓글이 그러하다. 이용자가 직접 정보를 만들고 공유한 지식검색과 댓글은 최고의 컨텐츠로 떠오르며 네이버의 트래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줬다. 사실상 지식검색과 댓글이 자리를 잡으면서 반전이 급격히 일어났다.
반면 다음은 웹 2.0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핵심서비스인 이메일은 웹 2.0에 안 맞다 치고 다음카페라는 킬러 서비스가 있었지만 필요한 내용을 신속하게 찾아주는데 실패했다. 지금은 다음카페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거 같지만 당시에는 다음카페를 컨텐츠 보다 커뮤니티의 각도로 인식한 점이 실기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다음이 보유한 서비스 중 웹 2.0에 가장 가까운 것은 미디어다음이었고 현재도 파워풀한 면이 있지만 네이버 뉴스와 비교했을 때 접근 방법이 좀 틀렸다. 다음은 미디어다음을 초기 세팅할 때 언론인을 스카우트해 맡겼고 자체 취재인력도 존재한다. 이름 그대로 스스로를 미디어로 정의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슈 선정에 있어 영향력을 중시하고 결과적으로 무거운 느낌을 주게 되었다. 반대로 네이버 뉴스는 취재인력이 없다. 영향력보다는 그때그때 네티즌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띄워준다. 검색이 주력 서비스라 네티즌의 관심 사항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아무래도 어려운 주제에 대해 웹 2.0이 발휘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치나 경제 이슈 등 무거운 주제를 잘 이해하는 사람의 숫자 자체가 많지 않으므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 또한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인터넷에서의 파워는 주제 선정이 아니라 트래픽임이 밝혀진 셈이다.
2) 두 번째 포인트 – 균형 감각
네이버 뉴스 얘기를 좀더 해보자. 인터넷이 없던 시절 온 국민이 같은 시간에 같은 뉴스를 알도록 만들고 싶다면 조선일보 1면 혹은 MBC 뉴스데스크가 가장 효과적인 매체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네이버 메인 페이지의 가운데 위치한 7줄짜리 뉴스 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예전엔 속도가 빠른 정도였지만 보는 사람 숫자가 늘면서 파워까지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웹 2.0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 댓글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 알 수 있는 보너스도 있다.(물론 익명성에 바탕을 둔 소위 악플이 문제가 되어 보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네이버 뉴스는 스스로를 중립적이라 가정하고 논조와 색깔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기존 언론의 기사를 노출 면에서 안배해 균형을 잡는다. 반면 미디어다음은 스스로를 미디어라 정의하기 때문에 기사 위의 기사가 되고 싶어한다. 즉 기존의 기사를 바탕으로 재생산된 기사를 만들어 영향력을 가지고 싶어한다. 당연히 기존 언론들은 네이버 뉴스의 파워가 점점 커지는 것을 위협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불쾌해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취재기자까지 보유한 미디어다음을 보는 시각은 좀 틀리다.
NHN과 다음의 균형감각의 차이는 비즈니스에서도 나타난다. NHN은 블로그, 게임 등에서 경쟁을 할 때는 무섭게 파고들지만 수익모델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무리수를 둔 적이 없다. 예를 들어 한게임을 유료화할 때도 전면 유료화보다는 각종 아이템을 통한 부분유료화를 적용함으로써 유저의 이탈을 막았다. 당시 유료화 모델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창적인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다음은 온라인우표제를 강행하면서 같은 인터넷 업계의 반발을 산 경험이 있다. 자신의 힘을 적극적으로 보이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식은 제조업체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공개적인 의견 피력이 가능한 공간까지 보유한 온라인 서비스업체에게는 힘의 과시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다음은 이후에도 모 언론사와 각을 세우고 MS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등 자신의 기를 꺾지 않고 이곳 저곳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마디로 적이 너무 많았다.
웹 2.0의 시대에서 인터넷 업계의 최강자로 남는 길은 오히려 최강자임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업계와 네티즌들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일지 모른다. 혼자 존재할 때보다 여럿과 함께 존재할 때 최상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바로 인터넷 포털이기 때문이다. 균형감각은 그만큼 중요하다.
3) 세 번째 포인트 – 선택과 집중
이해진 사장과 두 시간 정도 얘기하고 헤어지면서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아, 이 사람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검색밖에 없구나’ 사실 당시에 네이버가 공인된 검색의 최강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오로지 검색을 가지고 하이킥, 로우킥 등을 계속적으로 때려대더니 결국 정상에 올랐다.
NHN도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 소위 삽질을 참 많이 했다. 가장 컸던 것은 작년 4분기에 영업권을 떨어낼 수 밖에 없었던 중국 쪽 사업이었고 이외에도 엔토이, 쿠쿠박스, 아크로드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 게임, 해외진출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NHN재팬이라는 해외 법인과 함께 지식검색, 카페, 블로그, 지식쇼핑, 주니어네이버 등의 알짜 서비스들을 건져놓았다.
특히 서비스들은 검색을 중심으로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다. 집중 방향이 맞았던 셈이다. 한 마디로 많이 시도하고 안 되면 빨리 접고 남는 건 적극적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잘 실천하고 있다.
다음은 솔루션, 연예, 여행, 취업에다가 심지어는 보험업까지 진출했을 정도로 두서가 없다. 물론 포털과 사업적으로 연결시키면 뭐든 도움이 되고 다 잘 되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핵심역량에 벗어났다는 것 그리고 너무 많이 벌려 놓아서 그나마도 잘 되는 분야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균형 감각 면에서 볼 때도 네이버는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사람을 많이 불러 모으는 스스로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다음은 눈 앞의 수익을 추구해 포털의 고객이 되는 기업들이 주로 하는 업종에 너무 많이 진출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결과적으로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음의 서비스는 이메일, 카페, 미디어가 전부다. 뭔가 많이 한 거 같은데 더해진 건 없고 아쉬운 마음에 남겨둔 사업 부문 구조조정 하느라 정신만 없다. 그 사이 유저들은 갈수록 풍성해지는 네이버를 첫 페이지로 설정해놓고 이것저것 해 본 후에 다음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러 가거나 예전에 가입해둔 카페를 가는 수준으로 사용 패턴을 바꾸고 말았다.
검색 비즈니스 어떻게 볼 것인가
여기까진 좋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 가지 이유에서 트래픽 확보에 있어 NHN이 다음에 승리를 거둔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음이 네이버에 엄청난 차이로 뒤져 있는 것은 아니다. 트래픽 면에서 네이버를 100점으로 봤을 때 다음은 적어도 70점은 된다. 썩어도 준치다.
그러나 시가총액의 차이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돈 버는 속도와 양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만약 네이버과 다음 모두 배너광고가 주수입원이라면 딱 트래픽의 차이만큼 매출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혜성처럼 나타나 NHN을 1류 비즈니스로 승격시켜준 검색 광고 때문이다. 태생적 운명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NHN은 검색에, 다음은 이메일과 커뮤티니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비즈니스의 운명까지 가르고 말았다.
광고주에게 MBC, KBS 등의 매체 브랜드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출 정도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박찬호 경기를 많이 찾는데 굳이 KBS, MBC가 아니더라도 Xports에서 중계를 한다면 거기에 기꺼이 광고를 한다. 배너 광고는 기본적으로 TV광고의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배너광고가 걸리는 곳이 다음이냐 네이버냐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방적 노출이므로 1, 2위 사이트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많이 가는 사이트라고만 하면 광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검색 광고는 다르다. 소비자가 먼저 찾는 쌍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렌타인데이용 선물을 위해 꽃집을 찾는다고 하면 ‘꽃집’이라는 단어를 넣을 검색 사이트 하나를 열어야 하는데 이때 가장 많은 검색 결과를 줄 수 있고 가장 익숙한 곳을 택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꽃집 주인은 어떻게 광고를 할까? 고객들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릴만한 검색사이트에 집중적으로 광고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런 까닭에 검색 광고 시장에서는 1등만이 의미를 가진다. 배너 광고처럼 일시적으로 몰리는 트래픽은 의미가 없다. 인간이 쓰는 단어가 많은 만큼 키워드는 무수히 많기 때문에 한 업체가 어떤 한 가지 키워드만 독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본 바와 같이 트래픽에 있어 네이버가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검색에서만큼은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같은 추론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결론적으로 트래픽 자체보다는 검색 시장의 압도적인 1위라는 점이 초과 이윤을 발생시켜 매출과 이익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
매출액 |
영업이익 |
당기순이익 |
시가총액 |
NHN |
356,494 |
131,490 |
10,157 |
4,253,400 |
다음 |
274,463 |
27,049 |
(30,066) |
637,200 |
더 자세히 비교해보면 매출액과 이익창출력의 차이보다 시가총액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성숙산업에 들어가기에는 아직도 팔팔한 인터넷 업체의 몸값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미래의 꿈이 작용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으므로 매출액과 이익의 차이를 초과하는 시가총액의 차이는 해당 비즈니스가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꿈의 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NHN이 투자자들을 흥분 시키는 비즈니스적인 매력 포인트는 검색 광고가 롱테일 마케팅의 성격을 가진다는 데 있다. 많이 팔리는 20%가 80%를 먹여 살린다는 파레토 법칙은 검색 광고에도 적용이 된다. 아래 그래프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몇 가지 키워드가 검색 빈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꽃배달, 치과, 중고차 같은 검색어는 가격이 비싸다.
이렇게만 따지면 오프라인 수익모델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핵심은 검색 빈도가 낮은 꼬리 부분에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꼬리 부분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늘리더라도 비용을 수반한다. 예를 들어 도시가스관을 산골짜기에 깔면 매출이 늘긴 하지만 비용은 훨씬 많이 늘어나는 이치다. 도시가스회사의 이익 대부분은 역시 인구밀집지구에서 나온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꼬리가 무한대일 수 있고 꼬리를 늘이는데 한계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것이 검색 광고 전망에 꿈을 심어주는 것이다.
2년 전에 검색창에 ‘두바이’라는 단어를 치면 뉴스나 몇 개 나오는 정도였다. 하지만 두바이가 인구에 회자되고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이제는 두바이를 치면 두바이 관련 여행사들이 쭉 나온다. 두바이란 키워드에 대해 비용을 지불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돈이 되지 않던 키워드도 어느날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롱테일의 매력이다. 게다가 인기가 있으면 있을수록 가격을 더 높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문제는 오직 1등만이 롱테일의 이점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 달성 그러나 틈은 있다
이제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NHN이 포털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기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인터넷 업계가 늘상 그래왔고 현재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경쟁자에 의해 뒤집힐 것이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꼽는 경쟁자는 역시 구글이다.
NHN과 구글이 경쟁 상대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미 검색 비즈니스가 규모의 경제 권역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근 동영상 검색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는 동영상을 검색어를 입력해 찾아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동영상을 보고 검색어를 매기는 작업을 200명이 넘는 알바생들이 수행하는 것이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분야에 이 정도의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 회사가 국내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미 아이디어 몇 개만으로 인터넷 시장으로 진입하던 시대는 종말을 고한 듯 하다. 결국 노가다건 기술이건 간에 유저들에게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곳만이 현재 시장 구도에서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NHN과 구글의 승패를 예측하기 힘든 것은 둘 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것은 확실하나 초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NHN은 국내 사이트가 한정이 되는 만큼 지식검색을 통해 DB를 쌓거나 노가다를 좀 해서라도 유저들이 찾기 편하게 만드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반면 구글은 전세계의 사이트를 대상으로 범위가 넓고 노가다 보다는 검색로봇의 성능 등 기술적 우위로 편의를 제공한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현재 한국 실정에는 NHN 방식이 더 맞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구글이 아직 대기업화 되지 않고 의사결정이 빠른 말랑말랑한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글이 그냥 구글인 채로 들어와 사업을 한다고 단정짓긴 어렵다.
견고해보이지만 NHN에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 제조회사들은 9시 뉴스에 날만큼 아주 심대하게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조그마한 것까지 찾아내 서로 연대한 다음 회사 앞에 모여 불매운동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그 회사 앞에 모이는 행위 자체가 큰 기회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곳에 단체 활동을 할만한 공간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고객들은 틀리다. 유저들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처럼 네이버라는 세계에서 시공간을 넘어 누비고 다닌다. 그러면서 조금만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문제를 삼아 다른 유저들을 끌어들여 쉽게 연대를 한다.
한 마디로 조금만이라도 실수하면 오프라인에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객들의 저항으로 기껏 쌓아올린 비즈니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때 프리챌이 편리한 기능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커뮤니티 사이트 1인자로 올라섰지만 딱 한번 유료화 정책을 잘못 썼다가 고객들의 단체 행동과 저항 그리고 이탈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한 역사가 있다.
NHN도 늘 현명한 결정만을 할 수는 없는 만큼 조금만 방심하면 프리챌 꼴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구글의 구호인 ‘Don’t be evil’은 NHN도 지켜야 하는 금언이다. 사회 봉사 차원이 아니라 살아 남기 위한 차원이다. 반대로 다음은 역량을 쌓아뒀다가 이 틈을 노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NHN을 뒤집기는커녕 그나마 남은 영역마저도 빼앗기고 말지 모른다.
NHN은 전문미답의 영역에서 그레이트한 회사가 되었지만 주가도 그레이트하다는 점이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하지만 비싸다고 NHN을 보지 않으면 나의 포트폴리오를 망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방송, 광고, 마켓플레이스, 금융 등 많은 영역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내가 투자한 회사가 망가지고 있는데 나중에 봤더니 NHN 때문이었다라는 고백을 할 수도 있다.
아마도 다음에 더비매치를 쓸 때는 인터넷 기업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기업을 NHN의 상대로 놓고 분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NHN은 어떤 분야에서건 ‘Game is over’를 외칠 수 있는 반전의 주인공이다. 그것이 또 인터넷의 매력이리라.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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