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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마음 읽는 카멜레온

홈쇼핑 우리 삶 속으로



최근 올 설날 만이라도 재래시장을 이용하자는 공익 광고가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광고에서는 상인들이 모두 밝게 웃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현재 재래시장이 얼마나 위기에 처해있나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씁쓸한 한 단면이 아닌가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양극화는 유통업에서 극에 달해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추세를 광고 하나와 말 한마디로 되돌리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재래시장 몰락의 원흉으로 할인점을 지목하고 있고 그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무점포 유통업체들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이미 아파트 단지에는 늘 택배 회사의 차량이 정차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건네기 위해 각 집들의 문을 두들기고 있다. 특히 홈쇼핑은 묘한 매력으로 거실 TV까지 장악한 게 현실이다.

홈쇼핑만큼 단기간에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 아이템도 흔치 않은 거 같다. 드라마에서는 쇼호스트가 멋진 직업으로 종종 등장하고 7번, 11번 등 핵심 채널은 이미 KBS, MBC가 아니라 홈쇼핑이 차지하고 있다. 안어벙 같은 코미디언은 홈쇼핑의 진행 방식을 소재로 삼아 떴다. 그의 말과 행동을 보고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건 우리가 그만큼 홈쇼핑에 익숙하다는 뜻이다.


◇ 의심의 벽 타고 오르다

하지만 홈쇼핑이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를 잡고 특히 주식시장에서 메이저로 인정 받는 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에서 새로 선보이는 사업이었기에 의심의 벽을 끊임없이 타고 올랐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맨 처음에는 직접 만져볼 수도 없는 걸 어떻게 화면만 보고 살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홈쇼핑을 공격했다. 1995년만 해도 인터넷 쇼핑몰이 없었으니 보지 않고 사는 것에 익숙치 않은 게 당연했다. 이때 홈쇼핑은 30일 이내에 취소, 교환, 반품, 환불을 보장하는 30일 보증제를 채택함으로써 초기 비용 부담은 있었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데는 성공하게 된다. 이러면서 초기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

다음으로 홈쇼핑은 원래 태생이 지리적으로 집 간 거리가 뚝뚝 떨어진 미국에서나 통하는 모델이지 코 앞에 상점들이 있는 한국에서는 쇼핑이 불편한 일부 사람들만 이용하고 말 것이란 의심이 일었다. 여기에는 당시 영세했던 SO들의 편의를 봐주고 주요 채널을 확보해 노출 범위를 넓히는 한편 일반 상점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품을 개발하거나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대응했다. 이 조치는 결과적으로 SO들을 키우는 동시에 홈쇼핑 시장을 단기간에 급격하게 키우는데 일조했다.

2001년, 한참 잘 나가던 홈쇼핑에 제동이 걸렸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당시 CJ39쇼핑(현 CJ홈쇼핑)과 LG홈쇼핑(현 GS홈쇼핑) 두 개사의 과점 체제로 잘 먹고 잘 살았는데 느닷없이 경쟁체제를 만든다는 이유로 신규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한 것이다. 이때 우리홈쇼핑, 현대홈쇼핑, 농수산홈쇼핑이 시장으로 진입했다.

잘 나가던 홈쇼핑 주가도 경쟁자의 진입이 가시화된 2002년부터 제동이 걸렸다. 가뜩이나 케이블 가입자 수가 포화에 이르렀는데 경쟁자까지 생겼으니 성장이 멈추고 마진이 줄어들 것은 명약관화였다. 게다가 높은 성장성으로 인해 주가에 프리미엄이 상당히 얹혀 거래되던 시점이었다. 실제로 실적이 꺾이고 주가가 급락했다.

GS홈쇼핑 실적 추이


하지만 재작년 이마저도 극복하고 홈쇼핑은 비상의 날개 짓을 했다. 이어 2005년 한 해도 멋지게 마무리했다. 해답은 바로 2004년부터 시작된 수익성 경영이었다. 경쟁이 치열하던 초기 소비자에게 1위로 인식되고자 무리한 외형 경쟁을 하는 바람에 단가는 높지만 마진이 낮은 컴퓨터 같은 제품을 지나치게 많이 팔았다. 홈쇼핑은 기본적으로 방송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데 마진이 낮은 제품을 팔면 당연히 마진이 높은 제품을 팔 기회가 적어진다. 결국엔 선택의 문제였는데 위기의식을 느낀 홈쇼핑 업체들이 수익성 경영을 선언하면서 공생의 길로 나아갔다. 특히 보험 등의 무형상품을 팔면서 이익이 극적 반전했고 결국 5개 모든 홈쇼핑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 홈쇼핑 사업의 매력

이제 홈쇼핑은 10년 토대 위에서 검증된 잘 나가는 사업으로 인정 받고 있다. 최근 우리홈쇼핑을 두고 경방과 태광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롯데쇼핑이 상장 후 홈쇼핑을 노릴 것이란 추측이 도는 이유도 그만큼 홈쇼핑 사업이 매력적이라는 뜻일 것이다. 매력 포인트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초기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카메라 등 장비를 준비하고 콜센터, 물류 등의 시스템만 갖춰 놓으면 이후 자본지출이 필요 없는 사업 구조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홈쇼핑은 공히 높은 배당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익을 재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초창기에 좋은 채널을 잡기 위해 SO에 대한 투자금 혹은 대여금이 과도했는데 SO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이마저도 위험 요소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투자된 SO가 많을수록 자산주 대접을 받는다.

둘째, 컨텐츠적 재미를 통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으면서도 이를 확실히 돈으로 만들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케이블 방송도 시청자를 TV 앞에 묶어둘 수 있지만 홈쇼핑을 제외하면 돈 버는 방법이 광고 뿐이다. 케이블 광고는 아직 단가가 낮을 뿐더러 그 효과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홈쇼핑은 물건을 팔 수 있을 뿐더러 공급자에게 확실한 효과를 제시할 수 있어 높은 마진을 요구할 수 있다. 관심을 끌 수 있다면 모자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구경비를 받는 것보다 골라골라를 외쳐 직접 물건을 파는 게 더 효과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홈쇼핑 업체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모델이라 해도 실행하는 사람이 이를 이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까닭이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홈쇼핑 업체들은 혹독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장애물을 뛰어넘으면서도 신선한 제품을 발굴하는 것과 방송의 재미를 높이는 것과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단언하건대 우리나라 홈쇼핑 업체들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라 할만하다. 최근 홈쇼핑 업체들이 앞 다투어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이렇게 축적된 역량으로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 역시 1위는 GS홈쇼핑

홈쇼핑은 저마다 비슷하다. 사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땡기는 제품이 나오면 채널을 고정하는 게 홈쇼핑 고객의 일반적인 특성이다. 하나만 고정해서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리저리 돌릴 때 걸릴 가능성이 큰 핵심 채널을 잡아두는 게 홈쇼핑 업체들의 주된 관심사다. 프로그램 포맷이나 제품 등은 누구에게나 보이는 까닭에 조금만 잘 된다 하면 복제하기가 용이하다.

따라서 홈쇼핑의 경쟁력을 가르는 원천은 SO와의 협상력, 히트상품 선점 능력, 적기 컨텐츠 제작 능력, 주문 처리 능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역시 지존은 GS홈쇼핑이다. 예전보다 격차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매출에서 여전히 1등을 유지하고 있고 이름이 LG에서 GS로 바뀌는 고통을 겪었지만 소비자에게 고급 이미지로 각인 시킴으로써 무난하게 CI 변경을 마무리 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홈쇼핑 시장점유율


최근 GS홈쇼핑의 움직임은 약점 보완과 관련 신사업 진출이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것은 현재는 잘 나가고 있지만 경쟁사인 CJ홈쇼핑에 비해 빈약한 SO라인과 케이블 가입자 포화에서 비롯되는 성장성의 한계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MSO에 편입되어 있지 않은 SO 중 지존이었던 강남케이블TV를 무려 160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쪽수로 안 된다면 알짜배기로 승부하겠다는 심산이다. 가격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전략적으로 볼 때 최적의 결정이었다고 판단된다.

또한 관련 신사업으로 오픈 마켓플레이스인 GS이스토어를 선보여 권상우와 서지혜를 앞세운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홈쇼핑은 영화관과 비슷하다. 아무리 유통망이 좋아도 그때그때 제품에 따라 매출이 춤을 추는 흥행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생필품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할인점에 비해 열위한 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설 수 있고 검증된 사업 모델일 뿐 아니라 본위의 경쟁우위를 활용할 수 있는 신사업으로 마켓플레이스를 선택했다. 옥션이나 G마켓과는 달리 우수 판매자를 엄선해서 물관리를 하겠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삼고 있는데 트래픽 상승률로 볼 때 성공적 시장 진입을 한 듯 하다. G마켓이 옥션을 턱 밑까지 따라온 사례로 볼 때 GS이스토어도 홈쇼핑에서 쌓인 브랜드를 바탕으로 선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온라인마켓플레이스 랭키 순위 (1월 18일 기준)



◇ 이제는 지속성을 볼 때

홈쇼핑이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지 이제 10년. 의심의 벽은 탈만큼 탔고 검증은 받을 만큼 받았다. 이 기간 중 세 번의 투자 기회를 활용한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 처음엔 홈쇼핑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을 때 과감하게 그 가능성에 베팅을 한 투자자, 그 다음은 홈쇼핑이 성장을 한참 구가할 때 모멘텀에 올라탄 투자자, 그리고 성장이 꺾였다고 모두 버릴 때 보험 판매가 늘어나는 장면을 목격하고 수익성 경영으로 인한 이익 성장을 믿은 투자자가 그들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엇을 봐야 할까? 바로 이익의 지속성이다. 홈쇼핑은 이제 중산층의 생활 깊숙한 곳으로 들어왔고 고객이 뭘 좋아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게 되었다. 경쟁 강도도 완화되었다. 이는 곧 이익의 지속성으로 이어진다. 특히 GS홈쇼핑 같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1위 기업의 주식은 한 마디로 채권 같은 주식이 된 것이다.

채권 같은 주식에 과거와 같은 초고속 성장을 기대해선 곤란하다. 가급적 싸게 산다는 기분으로 PER과 배당수익률에 집중하는 것이 GS홈쇼핑을 대하는 안전한 자세다. 그러다가 GS이스토어가 대박을 낸다거나 중국 사업이 잘 되면 보너스로 받아들이면 된다. 홈쇼핑을 너무 자주 보는 건 지갑을 얇게 만들겠지만 홈쇼핑 주식을 자주 보는 건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어줄지 모른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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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 현명한영혼
    어찌 이리 글을 잘 쓰는지..오늘도 많이 배웠습니다..아이투자 올해도 화이팅입니다..^^
    2006.02/02 12:59 답글쓰기
  • 현명한영혼
    2006.02/0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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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홀로투자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CJ홈쇼핑과 수익성 비교같은 부분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2006.02/02 15:19 답글쓰기
  • 나홀로투자
    2006.02/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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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ggmoney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선배님 ^^
    홈쇼핑주는 장기성장산업에 꼽힐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종목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CJ와 GS를 비교하는 글을 써주시기를 기대합니다.
    2006.02/03 09:06 답글쓰기
  • Eggmoney
    2006.02/0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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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05/02 06:59 답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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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5/0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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