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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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온라인게임 중
엄마들의 고민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직면한 최대의 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온라인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만화 케이블 채널이다. 그나마 투니버스나 챔프 같은 만화 케이블 채널은 온라인게임에 비해서는 양반이다. 대부분 TV는 거실에 있으므로 부모의 감시 하에 봐야 하고 프로그램 길이가 길어봐야 두 시간이므로 시청하다가 적절하게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은 말 그대로 끝이 없다. 게다가 컴퓨터와 인터넷은 부모보다 아이들이 더 밝은 영역이다.
아이들이랑 놀아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뭔가에 금방 질린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밤을 새워가며 할 정도라면 온라인게임은 얼마나 재미있다는 말인가? 비단 아이들만 재미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 세계에서도 가끔 회사를 가는 것도 잊은 채 PC방에서 라면만 먹으며 며칠씩 온라인게임만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당장 PC방을 가보면 상당수 자리를 어른들이 채워 입을 헤 벌리고 온라인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한다.
이제 온라인게임은 엄청난 중독성과 재미를 바탕으로 초창기 문자를 입력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매니아들만의 전유물을 넘어 온 국민 아니 세계인이 즐기는 오락물이자 거대한 비즈니스로 발전했다. 엄마들에게는 불행한 일일지 모르나 경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행은 대한민국이 비록 게임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컨텐츠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온라인게임 분야에서만큼은 한 발짝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비즈니스 가능성 열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은 넥슨의 ‘바람의나라’다. 하지만 지난 온라인게임 시장을 반추해볼 때 가장 큰 파괴력을 구사했던 게임은 역시 ‘리니지’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리니지를 제작한 엔씨소프트216,500원, ▲3,500원, 1.64%는 넥슨이 카트라이더로 권토중래하기 전까지 게임업계 사람들이 인정하는 지존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히트작은 사실상 리니지1과 리니지2, 즉 리니지 시리즈 뿐이다. 넥슨이 바람의나라, 비앤비,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히트작이 즐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존으로 군림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리니지 하나만 가지고도 1000억원의 매출을 가뿐히 넘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온라인게임의 시장성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둘째, 시장성에 수익성과 성장성을 더해 자본시장에 들어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조 단위의 시가총액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셋째, 아시아권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까지 손을 뻗침으로써 글로벌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넷째, 리니지2를 통해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면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소규모 스튜디오만이 온라인게임 제작에 적합하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정리하자면 온라인게임이라는 아이템을 처음으로 소개한 회사는 넥슨이지만 이를 대형 비즈니스로 발전시킨 회사는 엔씨소프트라는 것이다. 조직, 외형, 제작 시스템, 해외진출 등 모든 면에서 엔씨소프트는 항상 앞서 나가 시가총액에 걸 맞는 대형 기업의 꼴을 먼저 갖춰 나갔다. 리니지1과 리니지2를 비교하자면 리니지1이 송재경 전 부사장을 비롯해 핵심인력 몇 명이 뚝딱뚝딱 개발한 반면 리니지2는 개발인력만 80명 이상이 투입되었다. 이는 엔씨소프트가 몇 명의 천재에 의해 움직이던 수준을 뛰어넘어 비즈니스적 역량이 회사 내에 쌓였음을 말해준다.
엔씨소프트 분기별 매출액 추이
하지만 리니지1 때처럼 가만 앉아서 돈을 거둬드리던 시대는 지난 게 사실이다. 2003년 4분기에 업그레이드 된 매출액이 꾸준함은 보이고 있지만 2004년 4분기부터 소폭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성장을 먹고 사는 주식인지라 시장이 활황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거꾸로 갔다. 문제의 발단은 엔씨소프트 자신이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지나치게 초과 이윤을 내는 모습을 보여줬더니 너도나도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진입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성장의 돌파구로 글로벌화를 통한 시장의 다양화, 그리고 캐쥬얼 게임 시장 진입을 통한 장르의 다양화를 선택했다.
변신의 귀재, 이번에는 게임
네오위즈는 딱히 한 단어로 회사의 정체성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1997년 창업 이래로 인터넷의 발전 단계에 따라 인터넷 자동 접속 프로그램 원클릭, 커뮤니티와 채팅 사이트인 세이클럽, 온라인 보드 게임 사이트인 피망 등으로 끊임없이 적응하고 진화하고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그럼 현재 네오위즈는 어디에 올인하고 있을까? 바로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이다. 나성균 사장이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면서 내세운 비전이 글로벌 게임회사였다. 이때 의외라는 반응들이 많았는데 이미 온라인게임 특히 퍼블리싱 쪽은 판 갈라먹기가 끝났다는 인식이 업계에 팽배 했던 데다가 피망은 보드 게임 위주의 사이트여서 트래픽 이전이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물론 네오위즈는 게임 쪽으로는 한 박자 늦었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필연이고 두 번 생각하면 잘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게임을 주력으로 선언하기 전까지 네오위즈의 핵심은 세이클럽이었다. 한때 아바타 꾸미기를 수익모델로 내세우면서 최고의 채팅 사이트로 군림했다. 하지만 블로그라는 흐름을 늦게 읽은 데다가 그 틈을 경쟁자가 치고 들어오면서 싸이월드와 네이버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얼마나 냉혹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결국 남은 건 세이클럽을 하면서 곁가지로 나갔던 피망이었다. 그러니 게임을 차세대 아이템으로 잡는 건 당연지사다.
게다가 디딤돌 역할을 할 피망에서 여러 게임들을 퍼블리싱 하던 중에 스페셜포스라는 히트작이 나와 자신이 생겼고 그간 퍼블리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비스 운영, 마케팅, 과금, 투자 등에서 노하우가 쌓였다. 또한 나성균 사장이나 박진환 사장이 게임업계에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점도 게임 사업에 청신호였다. 띵소프트 인수, XL레이스 판권 계약 등 굵직한 건들도 모두 이 같은 요인에서 기인한다.
네오위즈의 움직임이 늦었지만 그리 절망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나마 게임이 컨텐츠 중에 수출이 가장 용이한 아이템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부진한 요구르팅을 일본에 340만 달러에 수출한 일이 대표적이다. 한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온라인게임에 있어서는 한국 기술이 아직까지는 최고이므로 수출로 눈을 돌리면 탈출구가 보인다. 온라인 컨텐츠라는 특징 때문에 수출에 큰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게다가 네오위즈는 그간 인터넷 사업을 해오며 갈고 닦은 온라인 사업의 감각과 사이트 운영 능력을 무형가치로서 보유하고 있다.
다른 출발점, 같은 목표점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 모두 비즈니스를 잘 하는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프로젝트를 조직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미 회사의 틀은 벤처 보다는 중견 기업이라 함이 옳다. 그 동안은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아 자기 텃밭에서만 사업을 잘하는 존재로 서로를 인정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네오위즈가 게임을 주력 사업으로 선언한 이상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언뜻 보면 엔씨소프트는 제작 회사이고 네오위즈는 유통 회사라 출발점이 다르므로 별 상관없지 않느냐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지향하는 목표점은 같은 까닭에 둘은 결국 만날 수 밖에 없다.
우선 온라인게임이라는 게 적의 범위가 매우 넓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재미라는 미끼를 가지고 고객의 시간과 돈을 두고 다툼을 벌린다. 그런 까닭에 온라인게임 회사의 적은 다른 온라인게임 회사일 수도 있지만 주류 회사일 수도 있고 이동통신 회사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 입장에서 술 마시거나 친구와 전화 하는 게 온라인게임 하는 것보다 더 즐겁다면 온라인게임은 자연스레 배제된다. 따라서 제작을 하건 퍼블리싱을 하건 소비자의 시간과 돈을 두고 싸우기는 매한가지다.
퍼블리싱과 제작은 각기 일장일단이 있다. 퍼블리싱은 기존의 트래픽을 활용해서 새로운 게임을 쉽게 시장에 진입시킬 수 있으며 과금 시스템, 콜센터 구축 등 중복 비용을 줄여줌으로써 게임 스튜디오와 윈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NHN이 엄청난 트래픽을 바탕으로 당골왕을 밀었지만 팡야에 밀렸고 아크로드는 결국 실패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은 역시 컨텐츠의 품질이다. 최근 중국의 샨다의 부진은 컨텐츠 제작 능력 없는 퍼블리싱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역시 온라인은 이동 비용이 저렴한 공간인 탓이다.
결국 결론은 퍼블리싱과 제작을 동시에 고품질로 가져가야 온라인게임 사업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그맣게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나 만들며 살겠다는 소규모 스튜디오가 아니라 진짜 기업답게 온라인게임 사업을 키워보고 싶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렇게 퍼블리싱과 제작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시도는 두 회사에도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아레나넷 등 해외 게임 스튜디오 등에 투자를 집행하면서 퍼블리싱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네오위즈는 띵소프트 인수 등을 통해 제작 능력을 점차 내부화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 부문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붓고 있는데 엔씨소프트216,500원, ▲3,500원, 1.64%는 리니지라는 캐쉬카우가 있고 네오위즈19,940원, ▲430원, 2.2%는 그 동안의 이익잉여금과 과거에 쟁여 뒀던 공모자금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이라는 분야가 엔터테인먼트라는 특성상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으므로 좀더 원론적으로는 그 동안 양성된 우수한 인력과 축적된 노하우 그리고 업계의 네트워크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며 이 무형의 역량이 최후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것으로 생각된다.
무한 경쟁 속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이 커지리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다고 그 안에 있는 회사가 다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다. 오히려 시장에 기대감이 크고 진입장벽이 낮을 때는 산업의 성장기 때 기업이 난립해 경쟁 강도가 치열해지는 법이다. 현재 온라인게임 시장은 정확히 이 공식이 들어맞고 있다.
일단 출시되는 온라인게임 편수가 많아졌다. 올 여름에만 10여 개의 대형 게임이 쏟아져 나왔다. 소비자의 눈이 자꾸 높아져 갈수록 제작비와 판권비는 높아만 가는데 아이템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무료 게임은 늘고 과거 온라인게임업체들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월정액제 게임은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가고 있다. 단적인 예로 묵직한 MMORPG의 대명사 엔씨소프트가 플레이엔씨를 통해 캐쥬얼 게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엔씨소프트나 넥슨 같은 초창기 터줏대감들 입장에서 보면 과거가 그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과거 ABC, NBC, CBS 세 개 공중파만 있을 때가 행복했다는 톰 머피와 버핏의 대화가 떠오른다.
12월27일 기준
엔씨소프트는 현재 PER 26.49, PBR 4.29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심화되는 경쟁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이익을 꾸준히 26년 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비싸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지했다시피 온라인게임의 성장성은 분명 허황된 꿈은 아니다. 다만 PER이라는 잣대가 온라인게임업체의 평가에서 의미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일 뿐이다.
PER 밸류에이션이란 잣대 없이 온라인게임업체에 투자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최근 로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써니YNK처럼 재무제표는 눈 딱 감고 무시하고 향후 출시될 게임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그 자체의 성공 가능성에 베팅을 하는 모멘텀 투자다. 두 번째는 엔씨소프트나 네오위즈처럼 제작과 유통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진 업체를 골라 온라인게임 산업의 성장만 믿고 오직 이 회사들이 알아서 잘 적응하면서 성장할거다라는 가정에 베팅을 하는 장기 투자다.
가치투자자에게 현재 상태에서의 온라인게임 비즈니스가 아주 매력이 있는가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산업의 성장이라는 매력만큼이나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불확실성 역시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새로운 산업의 부흥에서 소외되기는 건 죽기보다 싫다는 투자자들에게는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 외에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직면한 최대의 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온라인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만화 케이블 채널이다. 그나마 투니버스나 챔프 같은 만화 케이블 채널은 온라인게임에 비해서는 양반이다. 대부분 TV는 거실에 있으므로 부모의 감시 하에 봐야 하고 프로그램 길이가 길어봐야 두 시간이므로 시청하다가 적절하게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은 말 그대로 끝이 없다. 게다가 컴퓨터와 인터넷은 부모보다 아이들이 더 밝은 영역이다.
아이들이랑 놀아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뭔가에 금방 질린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밤을 새워가며 할 정도라면 온라인게임은 얼마나 재미있다는 말인가? 비단 아이들만 재미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 세계에서도 가끔 회사를 가는 것도 잊은 채 PC방에서 라면만 먹으며 며칠씩 온라인게임만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당장 PC방을 가보면 상당수 자리를 어른들이 채워 입을 헤 벌리고 온라인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한다.
이제 온라인게임은 엄청난 중독성과 재미를 바탕으로 초창기 문자를 입력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매니아들만의 전유물을 넘어 온 국민 아니 세계인이 즐기는 오락물이자 거대한 비즈니스로 발전했다. 엄마들에게는 불행한 일일지 모르나 경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행은 대한민국이 비록 게임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컨텐츠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온라인게임 분야에서만큼은 한 발짝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비즈니스 가능성 열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은 넥슨의 ‘바람의나라’다. 하지만 지난 온라인게임 시장을 반추해볼 때 가장 큰 파괴력을 구사했던 게임은 역시 ‘리니지’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리니지를 제작한 엔씨소프트216,500원, ▲3,500원, 1.64%는 넥슨이 카트라이더로 권토중래하기 전까지 게임업계 사람들이 인정하는 지존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히트작은 사실상 리니지1과 리니지2, 즉 리니지 시리즈 뿐이다. 넥슨이 바람의나라, 비앤비,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히트작이 즐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존으로 군림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리니지 하나만 가지고도 1000억원의 매출을 가뿐히 넘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온라인게임의 시장성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둘째, 시장성에 수익성과 성장성을 더해 자본시장에 들어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조 단위의 시가총액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셋째, 아시아권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까지 손을 뻗침으로써 글로벌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넷째, 리니지2를 통해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면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소규모 스튜디오만이 온라인게임 제작에 적합하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정리하자면 온라인게임이라는 아이템을 처음으로 소개한 회사는 넥슨이지만 이를 대형 비즈니스로 발전시킨 회사는 엔씨소프트라는 것이다. 조직, 외형, 제작 시스템, 해외진출 등 모든 면에서 엔씨소프트는 항상 앞서 나가 시가총액에 걸 맞는 대형 기업의 꼴을 먼저 갖춰 나갔다. 리니지1과 리니지2를 비교하자면 리니지1이 송재경 전 부사장을 비롯해 핵심인력 몇 명이 뚝딱뚝딱 개발한 반면 리니지2는 개발인력만 80명 이상이 투입되었다. 이는 엔씨소프트가 몇 명의 천재에 의해 움직이던 수준을 뛰어넘어 비즈니스적 역량이 회사 내에 쌓였음을 말해준다.
엔씨소프트 분기별 매출액 추이
하지만 리니지1 때처럼 가만 앉아서 돈을 거둬드리던 시대는 지난 게 사실이다. 2003년 4분기에 업그레이드 된 매출액이 꾸준함은 보이고 있지만 2004년 4분기부터 소폭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성장을 먹고 사는 주식인지라 시장이 활황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거꾸로 갔다. 문제의 발단은 엔씨소프트 자신이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지나치게 초과 이윤을 내는 모습을 보여줬더니 너도나도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진입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성장의 돌파구로 글로벌화를 통한 시장의 다양화, 그리고 캐쥬얼 게임 시장 진입을 통한 장르의 다양화를 선택했다.
변신의 귀재, 이번에는 게임
네오위즈는 딱히 한 단어로 회사의 정체성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1997년 창업 이래로 인터넷의 발전 단계에 따라 인터넷 자동 접속 프로그램 원클릭, 커뮤니티와 채팅 사이트인 세이클럽, 온라인 보드 게임 사이트인 피망 등으로 끊임없이 적응하고 진화하고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그럼 현재 네오위즈는 어디에 올인하고 있을까? 바로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이다. 나성균 사장이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면서 내세운 비전이 글로벌 게임회사였다. 이때 의외라는 반응들이 많았는데 이미 온라인게임 특히 퍼블리싱 쪽은 판 갈라먹기가 끝났다는 인식이 업계에 팽배 했던 데다가 피망은 보드 게임 위주의 사이트여서 트래픽 이전이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물론 네오위즈는 게임 쪽으로는 한 박자 늦었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필연이고 두 번 생각하면 잘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게임을 주력으로 선언하기 전까지 네오위즈의 핵심은 세이클럽이었다. 한때 아바타 꾸미기를 수익모델로 내세우면서 최고의 채팅 사이트로 군림했다. 하지만 블로그라는 흐름을 늦게 읽은 데다가 그 틈을 경쟁자가 치고 들어오면서 싸이월드와 네이버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얼마나 냉혹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결국 남은 건 세이클럽을 하면서 곁가지로 나갔던 피망이었다. 그러니 게임을 차세대 아이템으로 잡는 건 당연지사다.
게다가 디딤돌 역할을 할 피망에서 여러 게임들을 퍼블리싱 하던 중에 스페셜포스라는 히트작이 나와 자신이 생겼고 그간 퍼블리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비스 운영, 마케팅, 과금, 투자 등에서 노하우가 쌓였다. 또한 나성균 사장이나 박진환 사장이 게임업계에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점도 게임 사업에 청신호였다. 띵소프트 인수, XL레이스 판권 계약 등 굵직한 건들도 모두 이 같은 요인에서 기인한다.
네오위즈의 움직임이 늦었지만 그리 절망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나마 게임이 컨텐츠 중에 수출이 가장 용이한 아이템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부진한 요구르팅을 일본에 340만 달러에 수출한 일이 대표적이다. 한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온라인게임에 있어서는 한국 기술이 아직까지는 최고이므로 수출로 눈을 돌리면 탈출구가 보인다. 온라인 컨텐츠라는 특징 때문에 수출에 큰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게다가 네오위즈는 그간 인터넷 사업을 해오며 갈고 닦은 온라인 사업의 감각과 사이트 운영 능력을 무형가치로서 보유하고 있다.
다른 출발점, 같은 목표점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 모두 비즈니스를 잘 하는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프로젝트를 조직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미 회사의 틀은 벤처 보다는 중견 기업이라 함이 옳다. 그 동안은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아 자기 텃밭에서만 사업을 잘하는 존재로 서로를 인정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네오위즈가 게임을 주력 사업으로 선언한 이상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언뜻 보면 엔씨소프트는 제작 회사이고 네오위즈는 유통 회사라 출발점이 다르므로 별 상관없지 않느냐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지향하는 목표점은 같은 까닭에 둘은 결국 만날 수 밖에 없다.
우선 온라인게임이라는 게 적의 범위가 매우 넓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재미라는 미끼를 가지고 고객의 시간과 돈을 두고 다툼을 벌린다. 그런 까닭에 온라인게임 회사의 적은 다른 온라인게임 회사일 수도 있지만 주류 회사일 수도 있고 이동통신 회사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 입장에서 술 마시거나 친구와 전화 하는 게 온라인게임 하는 것보다 더 즐겁다면 온라인게임은 자연스레 배제된다. 따라서 제작을 하건 퍼블리싱을 하건 소비자의 시간과 돈을 두고 싸우기는 매한가지다.
퍼블리싱과 제작은 각기 일장일단이 있다. 퍼블리싱은 기존의 트래픽을 활용해서 새로운 게임을 쉽게 시장에 진입시킬 수 있으며 과금 시스템, 콜센터 구축 등 중복 비용을 줄여줌으로써 게임 스튜디오와 윈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NHN이 엄청난 트래픽을 바탕으로 당골왕을 밀었지만 팡야에 밀렸고 아크로드는 결국 실패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은 역시 컨텐츠의 품질이다. 최근 중국의 샨다의 부진은 컨텐츠 제작 능력 없는 퍼블리싱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역시 온라인은 이동 비용이 저렴한 공간인 탓이다.
결국 결론은 퍼블리싱과 제작을 동시에 고품질로 가져가야 온라인게임 사업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그맣게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나 만들며 살겠다는 소규모 스튜디오가 아니라 진짜 기업답게 온라인게임 사업을 키워보고 싶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렇게 퍼블리싱과 제작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시도는 두 회사에도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아레나넷 등 해외 게임 스튜디오 등에 투자를 집행하면서 퍼블리싱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네오위즈는 띵소프트 인수 등을 통해 제작 능력을 점차 내부화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 부문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붓고 있는데 엔씨소프트216,500원, ▲3,500원, 1.64%는 리니지라는 캐쉬카우가 있고 네오위즈19,940원, ▲430원, 2.2%는 그 동안의 이익잉여금과 과거에 쟁여 뒀던 공모자금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이라는 분야가 엔터테인먼트라는 특성상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으므로 좀더 원론적으로는 그 동안 양성된 우수한 인력과 축적된 노하우 그리고 업계의 네트워크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며 이 무형의 역량이 최후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것으로 생각된다.
무한 경쟁 속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이 커지리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다고 그 안에 있는 회사가 다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다. 오히려 시장에 기대감이 크고 진입장벽이 낮을 때는 산업의 성장기 때 기업이 난립해 경쟁 강도가 치열해지는 법이다. 현재 온라인게임 시장은 정확히 이 공식이 들어맞고 있다.
일단 출시되는 온라인게임 편수가 많아졌다. 올 여름에만 10여 개의 대형 게임이 쏟아져 나왔다. 소비자의 눈이 자꾸 높아져 갈수록 제작비와 판권비는 높아만 가는데 아이템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무료 게임은 늘고 과거 온라인게임업체들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월정액제 게임은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가고 있다. 단적인 예로 묵직한 MMORPG의 대명사 엔씨소프트가 플레이엔씨를 통해 캐쥬얼 게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엔씨소프트나 넥슨 같은 초창기 터줏대감들 입장에서 보면 과거가 그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과거 ABC, NBC, CBS 세 개 공중파만 있을 때가 행복했다는 톰 머피와 버핏의 대화가 떠오른다.
12월27일 기준
엔씨소프트는 현재 PER 26.49, PBR 4.29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심화되는 경쟁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이익을 꾸준히 26년 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비싸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지했다시피 온라인게임의 성장성은 분명 허황된 꿈은 아니다. 다만 PER이라는 잣대가 온라인게임업체의 평가에서 의미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일 뿐이다.
PER 밸류에이션이란 잣대 없이 온라인게임업체에 투자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최근 로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써니YNK처럼 재무제표는 눈 딱 감고 무시하고 향후 출시될 게임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그 자체의 성공 가능성에 베팅을 하는 모멘텀 투자다. 두 번째는 엔씨소프트나 네오위즈처럼 제작과 유통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진 업체를 골라 온라인게임 산업의 성장만 믿고 오직 이 회사들이 알아서 잘 적응하면서 성장할거다라는 가정에 베팅을 하는 장기 투자다.
가치투자자에게 현재 상태에서의 온라인게임 비즈니스가 아주 매력이 있는가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산업의 성장이라는 매력만큼이나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불확실성 역시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새로운 산업의 부흥에서 소외되기는 건 죽기보다 싫다는 투자자들에게는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 외에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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