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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보험과 함께 제2막을 연다

왜 삼성화재죠?

광고에서 탤런트 이서진이 나와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시청자들에게 물어본다. 왜죠? 왜 삼성화재죠? 광고 시간이 워낙 짧다 보니 질문에 대한 답까지 이서진이 해줄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나 싶다. 요즘 온라인 자동차 보험이니 해서 싼 건 많지만 조금 비싼 값을 내고서라도 삼성화재를 쓸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보장도 잘 되고 회사도 튼튼하고 1등 아니냐. 게다가 삼성인데 더 고민할 필요 있느냐고 말이다. 광고의 마지막은 보험계약서 서명으로 마무리 된다.


그렇다면 이서진의 말이 맞는지 숫자로 검증해보자.

2004년 경과보험료 5조9천억원으로 단연 업계 선두다. 매출액에 해당하는 영업수익은 7조8천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수익은 수정 순이익은 3242억으로 2위 권 업체들의 2~3배에 달한다.

매년 이렇게 꾸준히 돈을 버니 자산이 안 쌓여 있을 수가 없다. 올해 반기 기준으로 총자산은 15조원, 수정 자기 자본은 3조5천원에 이른다.


이 모든 것은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 시가총액은 4조8천억원으로 2위 권 업체와 경과보험료와 순이익에서보다 더 차이가 나 감히 따라올 자가 없다. 동부화재가 1조원, 현대해상이 8100억원에 불과하다. 주가는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하면 100만원이다. 좋은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아주 잘해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고에서 보여지던 자신감이 허튼 소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 보험 비즈니스의 한계

버핏은 보험 사업을 좋아한다. 손해보험사인 가이코(GEICO)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으며 아예 100% 사버렸을 정도다. 이는 본인이 잘 이해하는 사업이며 투자 수단으로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사고 위험도가 높은 계약자를 받지 않고 모집에 들어가는 사업비용을 낮추면 영업에서도 이익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이코는 합산비율이 90% 이하다. 가이코와 유사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회사로는 오하이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보험사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가이코나 프로그레시브 같은 손해보험사가 없다. 상위권을 보더라도 합산비율 100% 이하인 회사가 전무한 실정이다. 1등인 삼성화재 조차도 보험 영업 자체에서는 적자를 본다는 얘기다.

주요 손보사 합산비율 비교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G화재
손해율
80.9
82.4
80.5
80.1
사업비율
20.5
23.3
21.2
24.3
합산비율
101.3
105.7
101.7
104.4
(단위:%)

그러면 우리나라 손해보험사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해답은 자산운용에 있다. 보험은 미래에 특정한 사건에 따라 돈을 지급해주기로 하고 미리 돈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지급해줄 때까지 보험금을 무이자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고성장 시기에 인플레이션이 크게 발생하고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운용만 잘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버핏이 가이코를 가지고 영업과 운용을 양 날개로 날았다면 우리나라 손해보험사들은 한 날개로만 날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으로 손해보험사 주식들은 시가총액이 장부가치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익이 무형자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산에서 나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이 산업자본에서 비롯되어 그룹의 이익에 따라 계열사 주식을 취득하고 있는 바람에 주식에 대한 노출 정도가 컸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주식시장 자체가 변동성이 심했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상황에 따라 손해보험사의 이익이 왔다 갔다 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손해보험사 주식들은 손해율로 인해 영업에서 얼마나 까먹었느냐와 주식시장이 현재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들쑥날쑥 움직였다. 예를 들어 경찰이 안전벨트 단속을 심하게 한다더라 혹은 주식시장이 오를 거 같다더라 하면 주가가 오르는 식이었다.

삼성화재360,500원, ▲3,000원, 0.84%가 그 틈바구니 속에서도 주가가 꾸준히 올랐던 건 그런 안 좋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일단 삼성 직원이라는 고객 기반이 베이스로 깔리고 삼성 특유의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을 뿐 아니라 계열사 자체가 괜찮아서 비자발적이지만 거기서 큰 손해 볼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 보험업 2막 열렸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고 했던가. 영업에서는 도저히 이익을 내기 힘들어 보였던 손해보험에 새로운 구세주가 떠올랐다. 바로 장기보험이다. 자동차 보험은 성장성에 한계가 있는 데다가 온라인까지 등장하면서 경쟁이 지나치게 심화되었다. 손해율도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반보험 쪽이 수익성이 좋긴 하지만 거의 계열사 물량으로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비 등을 보전하는 장기보험이 고령화, 웰빙 열풍과 맞아 떨어지며 고객의 니즈를 자극해 성장 가도에 올랐다. 홈쇼핑에서 쇼호스트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웰빙 보험이니 간병 보험이니 해서 파는 광경을 본 적이 있을 텐데 이게 바로 생보식 보험상품인 장기보험이다.

고령화 수혜주로 제약주를 꼽는데 장기보험이 있다면 손해보험사 역시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몸이 아프면 약을 사먹어야 하기도 하지만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장기보험이 이 부담을 덜어주는 일종의 솔루션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장기보험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각종 내용을 원스톱으로 보장하는 통합 보험 형태로 진화하면서 성장세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화재 분기별 장기보험 비중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모든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에 이어 경쟁적으로 장기보험 브랜드를 런칭하고 있다. 포문을 연 건 엘플라워를 앞세운 LG화재다. 삼성화재도 이에 발 맞춰 올라이프를 출범했다. 장기보험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대형사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연말쯤이면 시청자들이 무슨무슨 라이프가 붙은 광고를 질리도록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장기보험은 두 가지 면에서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허덕이던 손해보험사들에게 새로운 2막을 열어줄 수 있다.

첫 번째는 자동차 보험에서 더 이상 출혈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최근 손해보험사들 CEO들이 잇따라 수익 경영이란 화두를 꺼내고 있는데 자동차 보험이 전부였을 때는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장기보험이라는 성장 엔진을 찾았기에 온라인자보까지 진출해 경쟁이 격화된 자동차 보험 분야에서의 과도한 경쟁을 자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동차 보험 쪽에서 사업비 하락과 손해율 하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근간이 된다.

두 번째는 안정적인 영업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보험은 1년 단위로 갱신되는 계약이라 보험료 수입이 일정치 않고 계약 유지에 따른 사업비가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특별한 노하우가 없는 한 자동차 보험만 해서는 영업에서 이익이 남을 수 없다. 하지만 장기보험은 말 그대로 장기로 돈을 부어야 하므로 일정하게 보험료가 유지될 뿐 아니라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최근 15년으로 묶여있던 만기까지 풀리면서 날개를 달았다. 또한 질병 발생은 자동차 보험처럼 바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일어나는 것이므로 당장 초기에 흑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 두 가지 변화는 곧 리레이팅의 근거가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손해보험사의 시가총액은 장부가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장기보험으로 인해 영업 가치가 생기면 장부가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합산비율이 100% 미만이었던 코리안리가 과감하게 PBR 1을 넘어선 현상이 손해보험사에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 업그레이드 위해 넘어야 할 산

삼성화재는 그나마 손해보험사들 중에서는 1위 프리미엄과 위험 관리 능력 그리고 탄탄한 고객 기반 등의 무형가치를 인정 받아 전통적으로 장부가를 넘어서는 밸류에이션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은행 정도의 밸류에이션을 적용 받아 주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여전히 많다.

우선 모든 손해보험사들에게 해당되는 문제를 뛰어 넘어야 한다. 가장 큰 도전은 생명보험사와의 한판 대결이다. 지난 8월부터 생명보험사들도 정액보상을 해주는 실손보상 상품 판매를 시작한데다가 내년 8월부터는 아예 손보 상품을 생보에서 팔고 생보 상품을 손보에서 파는 교차 판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경계가 사실상 허물어진다. 경쟁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또한 손해보험사들이 파는 상품들이 소비자가 느끼기에 큰 차이가 없는 무차별 상품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브랜드 하나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상품개발능력, 고객 서비스, 손해사정 능력, 이미지 등이 복합되어야 차이를 이뤄낼 수 있는데 아직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그나마 삼성화재가 이 부분에 있어 타 업체들에 비해 앞서 있는 편이긴 하다.

다음으로는 삼성화재 고유의 문제를 뛰어 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생명보험사와의 경쟁 문제에 있어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는 손해보험사가 바로 삼성화재다. 삼성금융그룹 내에는 삼성생명이 있는데 덩치가 절대적으로 클 뿐 아니라 삼성화재 지분 10%를 가진 대주주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갈지 모르겠지만 지배구조에 있어 삼성화재가 불리한 입장임에는 분명하다.


홈쇼핑, 방카슈랑스, 온라인 등 신유통채널의 등장도 삼성화재에게는 위협 요소다. 삼성화재는 워낙 영업조직이 탄탄한 데다가 신유통채널을 이용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내세워 여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 않지만 후발주자들이 신유통채널을 통해 급격히 시장을 넓히고 있어서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덩치가 크다 보니 ROE가 낮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해 ROE가 8.7%로 두 자리 수를 기록 중인 2위권 업체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론 자기자본비율이 높다는 점은 보험가입자나 주주에게 안정감을 더하는 요소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높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든다. 적극적인 운용으로 자산 수익률을 올리던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ROE를 올리는 전략이 필요한데 이 역시 그룹사 소속의 금융사라는 한계점으로 인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삼성화재에게 있어 삼성이라는 이름은 양면성을 가진 애증의 관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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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5개

  • 따모
    오, 삼성화재를 매집해야겠군요... 음..
    즐투`~
    2005.11/24 12:08 답글쓰기
  • 따모
    2005.11/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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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해피
    위에 도표에서 손해율 사업비율은 정확히 뭘 의미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합산비율이 100퍼센트를 넘기에 손해보고 있다는 것 정도까지는 알겠는데...손해율은 사고로 인해 보는 손해를 의미하는 건지?
    2005.11/24 14:17 답글쓰기
  • 미스터해피
    2005.11/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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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명한영혼
    맞습니다..손해율은 보상금으로 지급한 비용입니다..
    2005.11/25 14:00 답글쓰기
  • 현명한영혼
    2005.1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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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mian80
    장기보험의 경우 합산비율 100%를 맞춘상태에서 수수료율만 남기고 재보험사에 넘기는 방식으라고 합니다 따라서 장기보험에서 수익성이 커지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2005.12/02 02:45 답글쓰기
  • demian80
    2005.12/02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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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X
    사업비율은 설계사가 가져가는 몫을 말하는게 아닐까염?!
    2006.05/17 17:41 답글쓰기
  • ReX
    2006.05/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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