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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과 주식투자자

군복무를 마친 관계로 국가의 부르심에 의해 예비군 훈련을 매년 꼬박꼬박 받는 중이다. 학교를 다닐 때는 친구들과 학교 예비군으로 그리고 지금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지역 예비군으로 편입이 되어 있어 지역교장으로 훈련을 받으러 간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훈련을 받으러 갈 때마다 깜짝 놀라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평소에는 점잖고 인텔리 한 사람도 예비군 복장만 하면 돌변한다는 것이다.

예비군 복장을 한 사람들의 돌변한 모습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걸음걸이가 달라진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고 어기적 거리며 걷는 것은 예비군 특유의 걸음걸이다. 그리고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다. 빨간 모자를 쓴 후배 교관들이 존댓말을 써가며 아무리 부탁을 해도 농담으로 받아 칠 뿐 지시에 바로 응하지 않는다. 설사 지시에 따른다 해도 행동이 무척이나 느리고 굼뜨다. 정도가 지나친 예비군은 지나가는 여자에게 휘파람을 불며 농을 걸기도 한다.

평소에는 남의 눈이 무서워 감히 하지도 못하는 일들을 예비군 복장만 하면 척척 해낸다. 오죽하면 예비군을 일컬어 평소에는 얌전하다가도 복장만 바뀌면 초능력자로 변신하는 슈퍼맨이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예비군 복장에 버금가게 사람을 돌변 시키는 옷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주식투자라는 옷이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 보면 정말 합리적이고 순수하고 믿음 좋고 애국자고 뛰어난 사업가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신 분인데 주식투자 얘기만 나오면 같은 사람이 맞나 할 정도로 기대감을 산산조각 내는 분들이 계신 것이 사실이다. 주식투자라는 옷을 입은 이런 분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예비군 복장을 한 점잖은 분들의 모습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예전에 이렇게 주식투자를 했다가 쫄딱 망해서 앞으로는 절대 주식투자 안 한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자기 반성과 합리적인 기대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양호한 편에 속한다.

가장 상태가 심각한 분들은 주식투자가 기업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남의 돈을 따먹는 도박이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양 구사하면서 이를 자랑으로 여기시는 분들이다.

작전주, 세력 분석, 내부 정보 투자, 수급을 이용한 데이트레이딩, 외국인 추종 매매. 이런 방법들 뒤에 숨겨진 투쟁과 기만 그리고 거짓의 논리에 대해 분명 주식투자라는 옷만 입지 않았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분들임에 틀림없다.

예비군의 그릇된 행동들은 1년에 단 몇 일 찾아오는 치기어린 장난으로 웃어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자의 잘못된 행동은 자금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주식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어 국가 경제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한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타인 파괴와 자신의 소중한 돈까지 날리고 정신마저 피폐해지는 자기 파괴에 이를 수도 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주식투자는 이제 재테크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식투자를 빼고는 자산 증식을 논할 수가 없는 시대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주식투자를 위해 투쟁과 기만과 거짓 논리로 점철된 헌 옷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인격과 주식투자의 방법을 일치시켜 새 옷을 입은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주식투자는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요 투자수익의 원천은 기업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라는 가치투자의 원칙을 신뢰하고 이를 실천한 방법을 익히고 실천한다면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요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더 이상 헌 옷은 어울리지 않는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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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개

  • nayotop03
    부럽습니다.ㅠㅠ 학교에서 훈련을 마치신거네요~ 전 자퇴한 관계로 쭈욱 2박3일을 다녀와야 했는데..
    물론 일상에서 벗어나 좋게 생각하면 값진시간이라 할 수 있지만요~
    아이투자에서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며 늘 생각합니다. 나에게 더욱 필요한 열의라는 것에 대해...
    2005.08/25 14:54 답글쓰기
  • nayotop03
    2005.08/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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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두족장
    쩝...

    예비군 훈련이 그나마 나아요... 그거 끝나고 민방위 받아보세요... 나이먹고 4시간 넘게 진짜 진짜 재미없는 얘기들어가며 강의실에 앉아있는 게 더 살인적인 고문이랍니다^^

    요즘은 피뽑는 것도 사라져서 도망갈 방법도 없고... 대부분 자는데... 4시간 내리 잘 수도 없고...ㅋㅋ

    더 웃긴건... 이것도 지나고 나면 (윽... 벌써 내 나이가 민방위도 안할...ㅠ,ㅠ) 일년에 두어번 괜시리 새벽에 일어나서 동사무소 또는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 간 다음 싸인하고 와야 한다는 거...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는^^

    예비군복 버린지 오래고... 민방위도 싸인만 하면 되고... 이제 저도 주식투자 옷만 깔끔하게 갈아입으면 되겠네요. 좋은글 잘 봤습니다 :-)
    2005.08/25 15:35 답글쓰기
  • 대두족장
    2005.08/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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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bby
    투자앞에서 과도한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일반적인 현상인 듯합니다.
    오죽했으면 뉴톤까지도 터무니없는 대박주를 쫓다가 홀딱 망했겠습니까?
    투자에 엎에서 리스크관리만큼 중요한 점도 없지요.
    전 내년 7월부터 슈퍼맨 자격증이 부여되는군요. ^^ 무지 부럽습니다.
    2005.08/25 19:27 답글쓰기
  • seobby
    2005.08/2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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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치있는삶
    예비군 훈련 받을 때가 좋을 때지요 ~~~~~~~
    나이 들면 불러주지도 않아요. ㅋ
    2005.08/25 19:59 답글쓰기
  • 가치있는삶
    2005.08/2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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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ineBlue
    요즘 예비군 다릅니다. 빡세 졌어요....
    이번주에 6시간짜리 향방작계 훈련 갔었는데요. 진지쌓고 삽질하고.. 내참 향방이 삽질을 하다니.
    제나이 35인데, 향방가서 삽질하니 거참...
    참고로 전 거의 40 되야 민방위 됩니다. 기구한 사연이죠.. ^^;
    2005.08/25 22:19 답글쓰기
  • MarineBlue
    2005.08/2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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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영기원
    난 올해가 마지막 8년차인데... ^^;;
    이번 글을 읽고..많이 동감한 부분은 역시 이상한 투자 방법을 논하는 사람들..
    그..양음양 패턴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람.. T.V에서 얼굴을 보면 볼수록... 사기꾼같다는 느낌이..
    전 개인적으로 시골의사라는 닉넴을 쓰는 분을 그나마 좀 좋아함.
    2005.08/27 17:09 답글쓰기
  • 계영기원
    2005.08/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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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로
    훌륭한 비유입니다. 가슴에 딱 와닿습니다. ^^
    2005.08/30 03:30 답글쓰기
  • 타로
    2005.08/3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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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철
    칼럼에는 직접 담지 않았지만 주식을 투기로 생각하시는 분들과 얘기할 때 가장 답답한 부분은 저 같은 사람은 가치투자를 도덕적이기 때문에 하고 그게 결국에는 돈 벌기 힘든 순진한 논리라고 얘기하신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욕심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자기위안적 논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단기적으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꾸준히 돈을 벌고 싶기 때문에 가치투자를 하는 것임에도 말입니다. 더구나 하락장에서보다 상승장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치투자는 처음 들어서 이해되지 않으면 영원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한 말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정금 같은 진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2005.08/30 08:39 답글쓰기
  • 최준철
    2005.08/3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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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마
    마음에 와 꼭 와 닿는 글이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것이 또한 이시장의 생리이기도하고 적절히 이용해 먹는 인간들이 아직도 득시길 하다는 점도 부인하긴 어려운듯 합니다. 요즘도 주위에서 가끔 전화를 받는것이 그런것들인데 참 한심해서 전화 받기도 짜증날때가 있죠
    쓰레기 정보보다 좋은걸 손에 쥐어줘도 모르는 사람은 모르더라구요...그래놓고 자기손 떠나면 자기는 잘 했는데 주식이 이상하다고 하지않나.....어렵고 아쉬울때 찾아오기 보다 한가할때 친구를 사귀는 법인데 아마 이런견지에선 투자도 마찬가지겠죠
    저도 요즘장은 지루해서 못된짓을 좀 하고 살죠^^
    한 일년만에 선물시장에 다시 발을 들여 놓앗는데 선물시장도 기본적분석내지 기술적분석을 열심히 한다고 수익나는것은 아닌듯 합니다 아마도 제가 요즘 선물 시장을 보면 현물시장에서만 느끼던 것들을 확인 하는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청개구리,물구나무서서 세상보기 이런 느낌 말이죠
    통계를 내거나 분석을 해본건 아니지만 10년이상 지켜본 시장의 움직임은 상당히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듯 하더군요 악재같지 않은 악재를 시장에 얼마나 바르게 전달하느냐 또는 호재아닌 호재를 만들어내고 재생산까지 하면서 그일을 무마할땐 적절하게 심미적인 표현으로 때우고 근거도 마련되지 않은 기사들은 여전하고 등등입죠
    저 그래서 시장 거꾸로 읽어서 올해 복 받았습니다 ^^
    결론은 매일 시장을 보지 말거나 매일 보려면 청개구리가 되어야 세상이 제대로 보이는것 같네요 아니 청개구리보다 예전엔 신문을 읽을때 행간의 의미를 읽을줄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모 여전한것 같네요 단지 행간이 아니라 신문 뉴스 인터넷등 대중매체가 한 목소리를 내는것이나 틀이 모두 같아서 다른 생각을 찾거나 듣거나 보기가 도리어 더 힘들어지는것 같네요
    2005.08/30 22:18 답글쓰기
  • 소마
    2005.08/30 22:18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윈드-淸風濤際
    근데 말이죠.. 그 예비군들이 전시(?)에 이길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란 것도 있죠~
    사람은 다루기 나름이죠.. 우리나라 상황에 그들 만한 강한힘을 쉽게 모을수 없죠...;
    예비군도 잘만 이끌어 주면 한힘 보탤수 있습니다. 단점과 장점은 항상 같이 보세요..
    단점은 줄이고 장점은 키우고~ 우리 이렇게 좋게 생각해요~ ^^
    주식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2005.09/12 22:12 답글쓰기
  • 윈드-淸風濤際
    2005.09/12 22:12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지금에 있기까지
    어서 5년으로 줄어들기를 ^^
    2005.09/14 21:11 답글쓰기
  • 지금에 있기까지
    2005.09/1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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