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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이 즐거운 기업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면 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면 여름 휴가철이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식당마다 붙은 냉면 개시 문구, 붐 비는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휴가철이란 느낌까지 알려주는 것 같지는 않다. TV에 비치는 사람들로 꽉 찬 해수욕장은 어떨까? 이것 또한 사후적인 모습이다.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신호는 신문을 펼쳐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 지면마다 꽉 찬 여행사 광고들이다.


여름 휴가철은 여행사들에게는 연중 최대의 대목이다. 특히 국내 여행객을 해외로 보내는 4,752개의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은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피 터지는 경쟁을 펼친다. 신문을 뒤덮는 여행사 광고가 그 부산물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의 뒤에서 빙긋이 웃으면서 여름 휴가철 기분을 만끽하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도매 여행사들이다. 도매 여행사는 여행상품을 기획해서 직접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소매 여행사에게 판다. 우리가 신문 광고로 만나는 여행사들은 모두 소매 여행사들인데 이들이 여행상품을 팔면 도매 여행사는 가만 앉아서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그렇다면 누군들 직접 돈을 챙기고 싶지 재주 부리는 곰이 되고 싶겠는가? 하지만 여행업의 특성상 피라미드 구조의 가장 상위 단계인 도매 여행사로 진입하는 길이 만만치 않다. 여행상품은 일정한 수준 이상의 여행객이 모여야 성립이 되는 특이한 상품이다. 아무리 자기가 획기적인 여행상품을 개발했다 해도 신청자를 1명 밖에 못 모았다면 절망적인 결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수많은 소매 여행사를 확보하는 것도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닐 뿐더러 관리 자체도 쉽지 않다. 이런 까닭에 도매와 소매라는 이중 구조가 성립되고 여행객을 모을 수 있고 소매 여행사를 관리할 역량이 있는 소수의 업체들만 도매 여행사로서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내 도매 여행사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OK투어의 3강 체제다. 작년에 하나투어가 OK투어까지 인수했으니 사실상 2강 체제, 아니 사실상 하나투어의 독주 체제로 봐야 한다. 하지만 격차가 심한 2등이지만 모두투어도 지난 7월 코스닥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맞짱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투자자들도 여행업 하면 하나투어 외에 대안이 없었으나 이제 모두투어가 가세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여행업계의 청출어람 스토리

모두투어는 해외여행 자유화 직후인 1989년에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우종웅 창업자에 의해 국일여행사란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최초의 도매여행사로 시작한데다가 해외여행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때가 잘 맞아떨어져 업계에서 선두권을 유지했다. 이때 모두투어 내에서 호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으니 현 하나투어 대표 박상환이다. 박상환은 고려여행사 시절부터 우종웅 대표와 함께 하면서 모두투어를 공동창업 했지만 경영진과 의견이 맞지 않자 1993년 하나투어의 전신인 국진여행사를 세워 독립했다. 이후 하나투어는 IMF를 계기로 급성장 하면서 현재 모두투어를 저만치 앞지른 독보적인 1등에 올라섰다. 외형에 있어 하나투어가 모두투어보다 약 2.5배 정도 앞선다.

주요 업체 관광 목적 송출 인원 비교

인원 (명)
금액 (억 원)
순위
2004
2003
증가율
2004
2003
증가율
인원기준
하나투어
403,413
253,969
58.8%
3,572
2,269
57.4%
1
모두투어
191,966
126,257
52.0%
1,749
1,122
55.9%
2
롯데관광개발
179,707
118,421
51.8%
1,406
1,025
37.2%
3
자유여행사
159,281
127,726
24.7%
1,071
925
15.7%
4
* 롯데관광과 자유여행사는 자사 상품을 자기 대리점에서 파는 도소매 겸업

특히 이익 수준을 보면 외형보다 차이가 더 많이 나는데 이는 고정비가 거의 일정한 맨파워형 비즈니스여서 매출이 크면 이익도 크게 나타나는 현상 뿐 아니라 브랜드 파워의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여행 상품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이다 보니 회사 브랜드가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성이 있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판매가 차이가 10% 정도 나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하나투어 대비 모두투어 비중
모두투어
영업수익
797.7
39.6%
316.2
항공권대매수익
265.5
62.5%
166.0
기획상품판매수익
520.0
27.3%
142.1
기타알선수익
12.2
66.4%
8.1
영업이익
118.1
25.4%
30.0
경상이익
156.3
25.7%
40.2
당기순이익
106.2
26.9%
28.6

또 하나의 차이는 매출 구조에 있다. 하나투어의 매출 구조는 해외여행알선(여행상품)이 65%, 항공권 판매 대행이 33%으로 해외여행알선 매출 비중이 높은 반면 모두투어의 매출 구조는 각각 44%, 52%로 항공권 판매 대행 매출 비중이 더 높다. 항공권 판매 대행은 마진이 2~4%에 불과한 반면 해외여행알선은 마진이 10~21%에 이른다. 따라서 해외여행알선 매출 비중이 높은 하나투어가 영업이익률 면에서 모두투어를 압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나투어의 뿌리가 모두투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큰 차이를 낸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경영 스타일의 차이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모두투어는 보수적인 경영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여행사들이 외부 충격을 맞으며 사라져갈 때도 여태껏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면 때문에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하나투어에게 선두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보수성은 모두투어에게 양날의 칼로 작용했던 셈이다.

하나투어는 후발 주자이니 만큼 가이드TC, 수수료 Fee 등 여행업계의 관행들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차별화를 꾀하되 상품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종업원 지주제, 스톡옵션제도 등을 실시하며 인력 이동이 잦은 여행업계의 한계를 극복했다. IMF 때도 한 명의 직원도 감원하지 않았다. 직원 교육도 열심이다. 서비스업에서는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박상환 대표의 철학에서 비롯된 정책들이다. 일찍이 상장을 해 내부 시스템을 상장 기업에 걸맞게 갖춰 놓았다는 점도 경영의 차이를 논할 때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성장하는 시장, 기회는 있다

여러 면에서 볼 때 하나투어가 모두투어를 큰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두투어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투어에도 해당되는 얘기이지만 아웃바운드 여행업 시장 자체가 장기적으로 그리고 꾸준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광목적 출국자가 사스 같은 외부 충격이 있었던 2003년에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IMF 이후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굳이 수치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주위의 분위기를 보면 해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횟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GDP가 1만 달러를 넘어가면서 해외여행 출국자가 급증했는데 먹고 살만 해지면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다. 일본과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여행자유화, 주5일 근무제 등이 맞물리면서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국내 여행이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점도 해외여행을 자극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보니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모두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단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스토리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자유여행사 등 일부 선두권 업체들에게만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여행사 경쟁력의 핵심은 성수기 항공권 확보, 상품 개발력, 출발 인원수 모으기 등이다. 그런데 모든 부문이 대형 업체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항공권을 보다 많이 확보하려면 국제항공운송협회의 협약에 의한 BSP(Billing and Settlement Plan) 보증금을 더 많이 설정해야 한다. 한마디로 돈이 많아야 항공권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두투어가 이번 상장으로 유입된 공모 자금의 절반을 보증금 증액에 사용할 예정인 것도 이 때문이다. 상품 개발력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많은 수의 인력을 가지고 있어야 상품 개발력이 생기는데 고정비를 겨우 맞추는 수준의 매출을 올리다가는 여행업의 특성상 외부 충격에 한 방에 가는 수가 있다. 이런 차이가 계속되면 중소형 여행사는 계속 상품 개발력이 있는 대형 여행사에 끌려갈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여행 상품이 성립되기 위한 전제 조건인 출발 인원수 모으기는 항공권 확보, 상품 개발력, 네트워크 관리 능력, 바잉 파워, 품질 보증, 가격 경쟁력 등 여행사의 총체적인 능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특히 온라인 쪽이 발달하면 할수록 상황이 대형 업체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현재 관광목적 출국자를 기준으로 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8.6%, 4.1%다. 인지도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정도의 수치는 다소 의외다. 그만큼 중소 여행사가 많단 얘기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대형 업체에 유리한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그만큼 가져올 시장도 많단 논리도 성립한다. 모두투어가 단기적으로 하나투어를 따라잡기는 요원해 보이지만 중소 여행사 시장을 잡으면서 자체적으로 성장할 여지는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모두 잠재력 있는 3, 4등인 롯데관광과 자유여행사 등의 업체는 조심해야 할 상대다.


언제 사야 할까?

여행업은 날개를 달았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모두 뒤에서 바람을 맞으면서 순항하는 가운데 1위와 2위의 격차는 유지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다. 자본 지출이 필요 없다는 비즈니스 모델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시장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즉 여행업에 대해 충분한 가격을 매겨놓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투어의 순이익은 100억대, 모두투어의 순이익은 30억대다. 솔직히 말해 아직까지는 중소기업 수준의 외형이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얘기가 전혀 다르다. 웬만한 중견 기업 급은 된다. 하나투어의 시가총액은 2700억원, 모두투어의 시가총액은 620억원 수준이다.

가격을 중시 여기는 가치투자자라면 지금 가격에서 신규로 산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여행업 관련주의 매력이기도 하다.

닭고기 제조업체와 여행사는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하나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놓여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스, 조류독감 등 대외 변수에 주가와 실적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공통점을 합치면 새로운 공통점이 나오는데 주가와 실적이 대외 변수 때문에 단기적으로 박살 났다가도 장기 성장 추세가 살아있어 금방 정상 수준으로 회귀한다는 점이다. 실제 조류독감과 사스가 발생했을 때를 살펴보면 닭고기 제조업체와 여행사의 주가와 실적이 고무공과 같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여행업에 악재가 돌발했을 때 과감하게 사는 것이 언제 사야 할까?에 대한 정답이다. 물론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느냐는 투자자 개인이 여행업의 장기 성장과 대형 업체의 수혜를 믿는가에 달려 있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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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 한량 철이
    여행업에대해 식견을 넓힐수있는 좋은글이네요.
    매매기법까지 전수해주시고...^^.
    2005.08/30 09:43 답글쓰기
  • 한량 철이
    2005.08/30 09:43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Redred
    와~ 그렇군요. 사스와 조류독감..

    예전에 사스가 터졌을때 속으로 맘 상해 있었는데,
    이런 생각의 차이가...

    언제나 그렇지만 최준철님 글에는 혜안이 돋보이는 듯 합니다.
    2005.09/05 16:37 답글쓰기
  • Redred
    2005.09/05 16:37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웰비
    관심있던 여행업종의 글에 대한 좋은 설명 잘 읽고 갑니다.
    살 시기까지 언급해주셨네요... ^^
    2005.09/07 08:25 답글쓰기
  • 웰비
    2005.09/0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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