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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의 전설이 된 '롯데칠성'

2000년을 회고하며



2000년은 기술주 버블이 터져버린 해로 환상을 쫓았던 사람들에게는 재앙으로 기억되지만 긴 암흑의 시간을 감내한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축복으로 기억된다. 물론 기술주 버블이 터졌다고 해서 가치투자자들이 가만 앉아서 반사이익을 본 것도 아니고 가치주의 주가가 오른 상태도 아니었다. 하지만 가치는 결국 주가에 반영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좋은 가치를 가진 기업을 싸게 사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가치투자자들에게 2000년은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치투자자들을 가장 흥분 시킨 기업이 있었으니 바로 롯데칠성이었다. 영화 맨인블랙처럼 주가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우고 다시 2000년으로 돌아가서 주식을 고르라고 한다 해도 가치투자의 잣대만 가지고 있다면 롯데칠성은 반드시 편입 1순위였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고의 비즈니스라 일컬어지는 물장사를 하는 데다가 국내 음료 시장의 40%를 점유한 시장지배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롯데칠성은 2000년 이전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을 텐데 왜 하필 2000년이 롯데칠성을 사기에 적기였을까? 이유는 결국 2000년에 이익이 급격히 터져 나오는 변곡점이 발생했다는 것인데 그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과점 상태인 음료 시장에서 경쟁자였던 해태음료가 무너지면서 반사 이익을 본격적으로 향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농축액을 적게 쓰기 때문에 마진이 좋은 2%부족할 때라는 걸출한 히트상품이 나와줬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기계장치 등의 감가상각이 마무리 되면서 회계상의 이익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PER 1대에 서초동 보유토지 공시지가만 해도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싼 가격인데다가 환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이익 모멘텀까지 생겼으니 제 아무리 하루 거래량이 몇 십 주에 불과하다지만 주가가 가만 있을 수 있었겠는가? 2000년에 10만원 대 초반에 머무르던 주가는 불과 2년 후인 2002년에 89만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롯데칠성은 미국에서의 코카콜라의 위상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가치투자가 가능하다는 명제를 확인시키는 가치투자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2000년 12월부터 2005년 8월까지의 롯데칠성 주가 그래프



◇ 2005년 무엇이 달라졌나

5년이 지난 지금 전설은 역시 이름값에 걸 맞는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8월 12일 종가 기준 893,000원으로 시장에서 가장 비싼 주가를 자랑하고 있고 올 2월에는 100만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업그레이드 된 주가를 유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특유의 강점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사람들의 갈증에 의해 끊임없이 소비되는 물장사를 여전히 잘 하고 있으며,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수의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면 어디든 제품을 갖다 놓을 수 있을 정도의 촘촘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쉽게 바꾸기 힘들고 브랜드와 유통망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닐 뿐더러 구매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므로 확실한 무형가치로 인정 받을 만 하다.

롯데칠성의 보유 브랜드

종류
브랜드
탄산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마운틴듀, 미린다, 밀키스
주스
델몬트 프리미엄, 콜드, 스카시, 망고, 구아바, 제주감귤, 사각사각, 쌕쌕
커피
레쓰비, 투인러브
다류
실론티, 지리산생녹차, 차우린
스포츠
게토레이
미과즙
2%부족할때, 플러스마이너스
먹는샘물
아이시스, 볼빅, 에비앙
주류
스카치블루, 아사히수퍼드라이


그러나 절대 주가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2002년 최고가인 89만원에 비하면 3년간 주가는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각종 음식료 기업들이 동 기간 중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낸 데 비하면 이름에 걸맞지 않는 주가 상승률이다. 그 이유는 2000년에 보여준 폭발적인 성과에 비해 2002년부터는 매출이 거의 정체 상태이고 이익은 오히려 조금씩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매출액 및 이익 추이




지속성이 탄탄한 사업에서 창출되는 1200억원 가량의 현금이 매년 차곡차곡 자산에 더해지지만 이것만으로 주가가 올라가기에는 역부족인 듯 싶다. 일단 PER을 10배 이상 적용 받기에는 롯데칠성의 비우호적인 주주정책이 1차적인 걸림돌로 적용한다. 2차적인 걸림돌은 롯데칠성의 사업이 전형적인 내수라 해태음료 몰락처럼 남의 떡을 가져올 기회가 없으면 성장도 없다는 현실이다. 결국 히트상품 출현이나 경기회복 그리고 경쟁사에 대한 완전한 압도로 인한 성장 엔진 재가동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핵심이다.


◇ 공세에서 수세로

하지만 롯데칠성129,800원, ▼-3,000원, -2.26%을 둘러싼 환경이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는 공세적 입장을 취했지만 당분간은 비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수세적 입장을 취하며 다음 기회를 위해 당면한 위기를 넘겨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롯데칠성의 특기는 다른 기업이 하나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으면 상품성을 확인하고 된다는 판단이 들 때 롯데칠성이라는 브랜드, 강력한 유통망과 마케팅력으로 밀어 부쳐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남양유업에서 니어워터란 이름으로 먼저 시작한 미과즙음료 시장에 후발상품인 2%부족할때를 가지고 들어가 시장을 싹쓸이해버린 예가 대표적이다. 경쟁사 입장에선 무척이나 미운 일이나 롯데칠성 주주 입장에서는 조용히 미소 지을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래서 광동제약의 비타500이 히트를 치자 이에 대응해 유사품인 비타파워를 출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결국에는 롯데칠성의 승리로 돌아가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비타500은 여전히 대표 브랜드로서의 입지가 그대로인 반면 비타파워는 비타천, 제노비타 등과 마찬가지로 짝퉁 중 하나로 인정 받고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가 다변화 되면서 물량 광고의 힘이 예전 같지 않고 할인점이 구멍가게를 대체하면서 제조업체가 유통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되었다는 점이 이와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추측된다.



가수 이효리가 출연한 익살맞은 광고로 유명했던 델몬트 망고 이후에 뚜렷한 히트상품이 없는 상태에서 2%부족할때는 유행이 지난 탓인지 시장이 축소되고 주스 시장은 자꾸 경쟁자가 들어오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망고 조차도 소비자들의 빠른 기호 변화로 흥행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웰빙이 강조되면서 탄산음료 시장이 죽자 너도나도 주스에 달려들어 델몬트와 썬키스트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선두주자는 코카콜라의 미닛메이드다. 세계 판매 1위 브랜드답게 국내 시장에서도 출시 한달 만에 400만병을 팔면서 델몬트를 위협하고 있다. 100% 주스인데도 저렴하게 책정된 가격, 특이한 병 모양, 여러 가지 맞춤형이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미꾸라지는 남양유업, 매일유업, 서울우유 등 우유 회사들이다. 우유 소비가 자꾸 줄어들자 같은 물장사 계열인 주스에 눈을 돌린 것이다. 아침에주스, 썬업 등이 대표적이며 유기농주스 등 고급화도 우유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 영원한 전설로 남을 것인가

제임스딘과 마릴린몬로가 세대를 뛰어넘어 전설로 남아있는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젊은 나이에 요절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영원히 늙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 기억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롯데칠성도 2002년 100만원을 찍고 화려하게 상장폐지 했다면 가치투자자들에게 영원한 전설로 남았겠지만 그러지 않았기에 좋은 모습이건 안 좋은 모습이건 기업가치와 그에 따른 주가는 계속 보여야만 했다. 어떻게 보면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전설이었지만 과거의 모습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2002년부터 2005년까지의 모습은 환상을 다소 깨는 평범한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대치가 다소 높았을 뿐 절대적인 의미에서 보면 잘 해 왔고 자존심은 좀 상했을지언정 저력 또한 그대로 가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이니 만큼 유심히 롯데칠성의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2000년에도 롯데칠성의 전설은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고 오직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만 그 모습을 보여줬다. 꼭 과거의 폭발적인 가치 상승이 아니어도 큰 상관은 없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언제든 가격만 맞으면 사야 하는 기업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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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 Market
    롯데 칠성의 전략이 타사가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비슷한 제품을 내놓아서 유통망과 브랜드로 밀어 붙이는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사에서도 그러한 전략에 두번 속지 않기 위해서,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가능성이 있으면, 빅모델 전략(비타 오백의 비)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브랜드를 시장에 빠르게 각인시키는 전략으로 바꾼듯합니다. 과감하게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의 선도자로서 리스크를 지고 나가는 전략으로의 진행이 필요한듯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타사가 따라 오지 못할 전무후무한 파워(개발력, 유통, 브랜드)로 확실한 선도자 역할을 할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다년간의 껌장사를 통해 다져진 롯데의 보수성이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지 미지수이군요...
    2005.08/22 01:21 답글쓰기
  • Market
    2005.08/2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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