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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명가의 자존심 지켜낼 것인가?
◇ 백화점의 좋았던 시절
자동차 부품 회사들에 가면 반드시 성토가 나오는 회사가 현대자동차다. 마찬가지로 전자 부품 회사들에 가면 반드시 성토가 나오는 회사가 삼성전자다. 사업 상의 파트너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갑과 을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힘을 상대방에게 사용하는 쪽이 성토를 받는 것은 당연지사다. 최근 제작사들이 특급 연예인들에 대한 비방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현재 힘의 균형이 특급 연예인들에게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힘이 있는 쪽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의류업체들의 성토를 받는 회사는 어디일까? 바로 백화점이다. 그 동안 백화점은 막강한 유통 파워를 바탕으로 매출에 연동된 높은 수수료를 받았을 뿐 아니라 행사 참여 등 많은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매출은 늘고 비용은 줄어드니 이익은 자연히 늘어났다. 게다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백화점은 발 디딜 틈 없는 복잡한 곳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렇듯 백화점은 IMF 이전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언뜻 보면 백화점 사업은 좋은 입지를 잡아 입점업체만 잘 들여놓으면 수수료가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부동산 임대업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돈도 벌고 한도 풀 겸 해서 의류업에서 백화점으로 진출한 대표적인 회사가 94년에 영동백화점을 인수한 나산이었다. 그러나 입지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실패를 맛 본 것을 보면 백화점도 결코 쉬운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백화점은 입지, 브랜드, 관리 시스템의 3박자가 맞아야 제대로 굴러간다. 롯데쇼핑에 밀려 1위는 해보지 못했지만 85년 개점한 압구정점을 시작으로 고급 백화점 시장의 터줏대감 역할을 한 현대백화점이 3박자를 제대로 맞춘 곳이다. 지점들이 압구정, 삼성동, 천호동, 미아동, 목동 등 서울 시내 주요 상권 최고의 입지에 포진하고 있으며 부산과 울산에서도 강세다. 현대백화점 하면 고급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며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에서도 타 백화점을 압도한다.
현대백화점의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매출액, 영억이익 추이
위의 그래프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IMF 때를 제외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큰 폭을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02년을 고비로 백화점 전체가 쉽게 돈 벌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경기 침체도 침체지만 백화점 업태에 있어 구조적인 큰 변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3박자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백화점도 예외일 수는 없다.
◇ 구조적인 큰 변화가 진행 중
최근 ‘비리 백화점’, ‘백화점식 대책’ 등 언론이 백화점을 부정적 표현에 자주 써 한국백화점협회가 다른 용어를 써줄 것을 언론에 요청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백화점은 매우 다양하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만큼 백화점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고객이 물건을 사는 가게 중 가장 많은 상품을 구비한 곳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는 어떠한가?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가장 많은 제품을 구비한 곳은 백화점이 아니라 할인점이다. 오히려 백화점이 취급하는 제품 종류들이 줄어들면서 의류, 보석, 시계 등 패션 관련 제품들로 압축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배경에는 세 가지 변화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 교육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이 경기 침체를 만나게 되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즉 사람들이 자신에게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생필품 성격의 제품은 매우 싸게 사는 반면 개인적인 만족감을 주는 제품에는 기꺼이 높은 값을 지불하는 트레이딩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휴지, 샴푸, 치약 등은 가장 싼 것을 사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시계는 아무리 비싸도 사는 식이다. 이는 생필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개인적인 만족감을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을 늘려준 할인점들의 공로다. 결과적으로 생필품을 싼 가격에 공급하기 힘든 백화점은 다양한 제품을 구비할 존재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
둘째, 할인점들의 경쟁이 심해져 낮은 가격이라는 요소 이외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판매 품목들이 고급화 되고 있다. 이는 백화점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오는 결과로 이어지는 중이다. 예를 들어 양재동이라는 좋은 입지를 갖춘 데다가 신세계의 자금력까지 더해진 이마트 강남점은 식료품 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에서 골프 장비까지 백화점에서 다루는 품목들 대부분을 구비하고 있다.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시한다면 할인점에서도 고급품을 살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백화점들에게 큰 위협 요소다.
셋째, 할인점이 싹쓸이 분위기로 가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조용히 유통업의 세분화가 일어나고 있다. 소위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가 우리 생활 속에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ABC마트, 풋 라커 등의 운동화 전문점이다. 과거엔 전문 로드숍이라 해도 자사 제품만을 취급해 백화점을 위협하기엔 한계가 있었으나 이젠 제조사를 불문하고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정통 유통업을 구사하는 바람에 백화점에 점차 부담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백화점은 해당 영역에 있어서 만큼은 카테고리 킬러들에 비해 구비 품목은 적고 가격은 더 비싼 넛 크래커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백화점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명품관 전쟁이다. 백화점이 가진 이미지와 주력 분야인 패션에 잘 맞으면서 할인점이나 카테고리 킬러들이 하기 힘든 사업이 명품관인 탓이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쪽은 롯데쇼핑이다. 옛 한일은행 본점 자리를 갤러리아 명품관처럼 명품 전문 매장으로 꾸미고 애비뉴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중 백화점의 이미지가 강해 새로운 브랜드를 붙인 셈이다. 신세계도 강남점의 명품관을 강화하고 있고 본점 리뉴얼 작업이 막바지에 있다.
롯데쇼핑 애비뉴엘 내부 전경
◇ 전략대로 가주기만 한다면
현대백화점은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와 달리 별도의 명품관 런칭 계획이 없다. 대신 이미 잡혀 있는 명품 이미지를 유지하는 가운데 무료 요리 강좌, 명품 잡지 발송 등 부가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압구정점, 무역센터점 등 강남의 주요 사이트와 강서 지역의 노른자위인 목동점을 확보하고 있어 강북에서 벌어지는 명품 전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직접 명품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다.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이 가열되어 루이뷔통, 샤넬 등 막강 명품 브랜드의 몸값이 오를 경우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003년 말 독점 판권 계약을 한 토즈(Tod’s)가 대표적이다. 토즈의 산하 브랜드인 호건과 페이 등도 추가 오픈 할 계획이다. 추가적인 대규모 자본 지출이 없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이렇게 명품 시장에 대비하는 가운데 두 가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첫 번째 전략은 신용카드 버블 붕괴로 쌓인 불량 채권을 떨어낸 직후에 실시된 불량 점포들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반포 아웃렛과 성남 아웃렛메이 등 이미지에 맞지 않고 효율성이 떨어졌던 아웃렛 매장이 주요 대상이었다.
두 번째 전략은 신유통 진출이다. 이미 현대홈쇼핑으로 무점포 유통에 뛰어들어 소기의 성과(2004년 매출액 1995억원, 순이익 92억원)를 내어 자리가 잡힌 상태에서 할인점 진출을 모색 중이다. 농협유통과 손 잡고 ‘하나로 현대 클럽’을 출범할 예정인데 하나로클럽의 식품 부문과 현대백화점의 잡화, 패션 부문의 강점을 합쳐 차별화 된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미 할인점이 포화 상태에 있고 그간 업계 1위인 이마트가 패션에 대한 내공을 쌓은 터라 하나로 현대 클럽이 얼마나 파괴력을 가질 지는 미지수다. 다만 현대백화점에서 가지고 있는 전략들이 본인의 핵심역량을 잘 간파하고 있다는 데서 나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경기 회복 기대 상당 반영
백화점은 고가의 제품을 취급하다 보니 유통업 중에서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올 초부터 주가가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주변 환경이 백화점에 비우호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백화점 업태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이상 기업가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경기 회복 여부보다는 명품 시장의 수성과 동시에 신유통 진출 성공 여부가 더 중요하다.
오히려 현대백화점을 자산주로 정의하는 관점도 가져볼 만 하다. 영업용 자산이긴 하지만 압구정점, 천호점, 부산점 등 직접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가치는 장부가로 잡힌 것만 4,337억원에 이른다. 무역센터점을 가지고 있는 한무쇼핑의 지분 34.3%와 현대홈쇼핑 지분 18.7% 그리고 서초케이블, 디씨씨, 청주케이블 등 SO의 지분가치도 만만치 않다. 이자지급성 부채인 단기차입금과 사채가 많긴 하지만 백화점 사업으로 인한 연간 현금흐름으로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백화점을 가지고 싶은데 주가가 부담스럽다면 현대백화점H&S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대백화점H&S는 현대백화점 지분 12.48%와 현대홈쇼핑 지분 16% 현대호텔 지분 100% 그리고 서초, 부산, 관악 케이블 지분 및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지분가치만 시가로 1,42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60%에 해당한다. 최근 주가가 급등해 안전마진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높은 자산가치와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현대백화점H&S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현대백화점의 대안주로서의 역할은 유효하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자동차 부품 회사들에 가면 반드시 성토가 나오는 회사가 현대자동차다. 마찬가지로 전자 부품 회사들에 가면 반드시 성토가 나오는 회사가 삼성전자다. 사업 상의 파트너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갑과 을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힘을 상대방에게 사용하는 쪽이 성토를 받는 것은 당연지사다. 최근 제작사들이 특급 연예인들에 대한 비방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현재 힘의 균형이 특급 연예인들에게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힘이 있는 쪽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의류업체들의 성토를 받는 회사는 어디일까? 바로 백화점이다. 그 동안 백화점은 막강한 유통 파워를 바탕으로 매출에 연동된 높은 수수료를 받았을 뿐 아니라 행사 참여 등 많은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매출은 늘고 비용은 줄어드니 이익은 자연히 늘어났다. 게다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백화점은 발 디딜 틈 없는 복잡한 곳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렇듯 백화점은 IMF 이전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언뜻 보면 백화점 사업은 좋은 입지를 잡아 입점업체만 잘 들여놓으면 수수료가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부동산 임대업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돈도 벌고 한도 풀 겸 해서 의류업에서 백화점으로 진출한 대표적인 회사가 94년에 영동백화점을 인수한 나산이었다. 그러나 입지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실패를 맛 본 것을 보면 백화점도 결코 쉬운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백화점은 입지, 브랜드, 관리 시스템의 3박자가 맞아야 제대로 굴러간다. 롯데쇼핑에 밀려 1위는 해보지 못했지만 85년 개점한 압구정점을 시작으로 고급 백화점 시장의 터줏대감 역할을 한 현대백화점이 3박자를 제대로 맞춘 곳이다. 지점들이 압구정, 삼성동, 천호동, 미아동, 목동 등 서울 시내 주요 상권 최고의 입지에 포진하고 있으며 부산과 울산에서도 강세다. 현대백화점 하면 고급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며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에서도 타 백화점을 압도한다.
현대백화점의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매출액, 영억이익 추이
위의 그래프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IMF 때를 제외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큰 폭을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02년을 고비로 백화점 전체가 쉽게 돈 벌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경기 침체도 침체지만 백화점 업태에 있어 구조적인 큰 변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3박자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백화점도 예외일 수는 없다.
◇ 구조적인 큰 변화가 진행 중
최근 ‘비리 백화점’, ‘백화점식 대책’ 등 언론이 백화점을 부정적 표현에 자주 써 한국백화점협회가 다른 용어를 써줄 것을 언론에 요청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백화점은 매우 다양하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만큼 백화점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고객이 물건을 사는 가게 중 가장 많은 상품을 구비한 곳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는 어떠한가?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가장 많은 제품을 구비한 곳은 백화점이 아니라 할인점이다. 오히려 백화점이 취급하는 제품 종류들이 줄어들면서 의류, 보석, 시계 등 패션 관련 제품들로 압축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배경에는 세 가지 변화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 교육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이 경기 침체를 만나게 되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즉 사람들이 자신에게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생필품 성격의 제품은 매우 싸게 사는 반면 개인적인 만족감을 주는 제품에는 기꺼이 높은 값을 지불하는 트레이딩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휴지, 샴푸, 치약 등은 가장 싼 것을 사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시계는 아무리 비싸도 사는 식이다. 이는 생필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개인적인 만족감을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을 늘려준 할인점들의 공로다. 결과적으로 생필품을 싼 가격에 공급하기 힘든 백화점은 다양한 제품을 구비할 존재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
둘째, 할인점들의 경쟁이 심해져 낮은 가격이라는 요소 이외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판매 품목들이 고급화 되고 있다. 이는 백화점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오는 결과로 이어지는 중이다. 예를 들어 양재동이라는 좋은 입지를 갖춘 데다가 신세계의 자금력까지 더해진 이마트 강남점은 식료품 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에서 골프 장비까지 백화점에서 다루는 품목들 대부분을 구비하고 있다.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시한다면 할인점에서도 고급품을 살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백화점들에게 큰 위협 요소다.
셋째, 할인점이 싹쓸이 분위기로 가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조용히 유통업의 세분화가 일어나고 있다. 소위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가 우리 생활 속에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ABC마트, 풋 라커 등의 운동화 전문점이다. 과거엔 전문 로드숍이라 해도 자사 제품만을 취급해 백화점을 위협하기엔 한계가 있었으나 이젠 제조사를 불문하고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정통 유통업을 구사하는 바람에 백화점에 점차 부담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백화점은 해당 영역에 있어서 만큼은 카테고리 킬러들에 비해 구비 품목은 적고 가격은 더 비싼 넛 크래커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백화점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명품관 전쟁이다. 백화점이 가진 이미지와 주력 분야인 패션에 잘 맞으면서 할인점이나 카테고리 킬러들이 하기 힘든 사업이 명품관인 탓이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쪽은 롯데쇼핑이다. 옛 한일은행 본점 자리를 갤러리아 명품관처럼 명품 전문 매장으로 꾸미고 애비뉴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중 백화점의 이미지가 강해 새로운 브랜드를 붙인 셈이다. 신세계도 강남점의 명품관을 강화하고 있고 본점 리뉴얼 작업이 막바지에 있다.
롯데쇼핑 애비뉴엘 내부 전경
◇ 전략대로 가주기만 한다면
현대백화점은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와 달리 별도의 명품관 런칭 계획이 없다. 대신 이미 잡혀 있는 명품 이미지를 유지하는 가운데 무료 요리 강좌, 명품 잡지 발송 등 부가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압구정점, 무역센터점 등 강남의 주요 사이트와 강서 지역의 노른자위인 목동점을 확보하고 있어 강북에서 벌어지는 명품 전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직접 명품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다.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이 가열되어 루이뷔통, 샤넬 등 막강 명품 브랜드의 몸값이 오를 경우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003년 말 독점 판권 계약을 한 토즈(Tod’s)가 대표적이다. 토즈의 산하 브랜드인 호건과 페이 등도 추가 오픈 할 계획이다. 추가적인 대규모 자본 지출이 없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이렇게 명품 시장에 대비하는 가운데 두 가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첫 번째 전략은 신용카드 버블 붕괴로 쌓인 불량 채권을 떨어낸 직후에 실시된 불량 점포들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반포 아웃렛과 성남 아웃렛메이 등 이미지에 맞지 않고 효율성이 떨어졌던 아웃렛 매장이 주요 대상이었다.
두 번째 전략은 신유통 진출이다. 이미 현대홈쇼핑으로 무점포 유통에 뛰어들어 소기의 성과(2004년 매출액 1995억원, 순이익 92억원)를 내어 자리가 잡힌 상태에서 할인점 진출을 모색 중이다. 농협유통과 손 잡고 ‘하나로 현대 클럽’을 출범할 예정인데 하나로클럽의 식품 부문과 현대백화점의 잡화, 패션 부문의 강점을 합쳐 차별화 된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미 할인점이 포화 상태에 있고 그간 업계 1위인 이마트가 패션에 대한 내공을 쌓은 터라 하나로 현대 클럽이 얼마나 파괴력을 가질 지는 미지수다. 다만 현대백화점에서 가지고 있는 전략들이 본인의 핵심역량을 잘 간파하고 있다는 데서 나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경기 회복 기대 상당 반영
백화점은 고가의 제품을 취급하다 보니 유통업 중에서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올 초부터 주가가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주변 환경이 백화점에 비우호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백화점 업태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이상 기업가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경기 회복 여부보다는 명품 시장의 수성과 동시에 신유통 진출 성공 여부가 더 중요하다.
오히려 현대백화점을 자산주로 정의하는 관점도 가져볼 만 하다. 영업용 자산이긴 하지만 압구정점, 천호점, 부산점 등 직접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가치는 장부가로 잡힌 것만 4,337억원에 이른다. 무역센터점을 가지고 있는 한무쇼핑의 지분 34.3%와 현대홈쇼핑 지분 18.7% 그리고 서초케이블, 디씨씨, 청주케이블 등 SO의 지분가치도 만만치 않다. 이자지급성 부채인 단기차입금과 사채가 많긴 하지만 백화점 사업으로 인한 연간 현금흐름으로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백화점을 가지고 싶은데 주가가 부담스럽다면 현대백화점H&S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대백화점H&S는 현대백화점 지분 12.48%와 현대홈쇼핑 지분 16% 현대호텔 지분 100% 그리고 서초, 부산, 관악 케이블 지분 및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지분가치만 시가로 1,42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60%에 해당한다. 최근 주가가 급등해 안전마진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높은 자산가치와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현대백화점H&S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현대백화점의 대안주로서의 역할은 유효하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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