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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회를 여는 주역 '한신평 VS 한신정'

전자공시시스템이 없던 시절 기업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던 유일한 통로는 상장기업분석이라는 책자였다. 책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증권사에 가면 공짜로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하면 서점에서 거금을 주고 사봐야 했다. 지금 보면 계정도 자세하지 않은 등 성에 차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두툼한 상장기업분석이 나오면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 나갔다. 그러다가 좋은 기업이 나타나면 그 흥분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때 가치투자자의 필수품이었던 상장기업분석을 만들던 두 회사가 바로 한신평정보(한국신용평가정보)와 한신정(한국신용정보)이다. 신용정보사로서 상장 기업을 평가만 하던 한신평정보와 한신정은 각각 2000년, 2004년에 잇달아 상장하며 본인들이 만드는 책에 상장기업으로서 자신들의 이름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상장기업분석 책자를 열어 살펴보면 두 기업 간의 기싸움 또한 치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신평정보에서 제작한 상장기업분석을 보면 한신평정보는 국내 최고의 기업 및 개인 종합신용정보회사라고 찬사를 해놓은 반면 경쟁사인 한신정에 대해 신용 평가 개인신용정보 관련 종합 신용정보회사라고만 표시해놓았다.

쌍둥이처럼 비슷한 두 기업 간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신용정보시장은 기본적으로 과점 시장인데 두 회사의 외형과 시장점유율이 박빙이다. 둘째 태생이 같고 사업 구조도 거의 유사해 제한된 숫자의 같은 고객을 놓고 싸우고 있다. 셋째 향후 큰 시장으로 지목되고 있는 크레딧뷰로(CB) 시장에서 각기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이제 다가오는 신용사회라는 큰 물결 속에서 상대를 제압하고 승기를 잡으려는 두 신용정보회사의 더비 매치 속으로 들어가보자.


매력적인 사업 모델

우리나라도 이제 신용사회로 접어드는 초입기에 있다. 자본주의 역사가 짧으면 개별 주체에 대한 신용 평가를 할만큼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으나 이제 개인이나 기업은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만큼 충분한 시간적 길이를 갖게 되었다. 전산 시스템으로 인해 자료 수집과 처리도 용이해졌다. 빌리는 입장에서는 신용이 있는 만큼 혜택을 받고 싶고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신용 위험도와 수익성을 매칭시키고 싶어 한다. 특히 지속적인 저금리와 저성장 상태에서 확실한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기에는 시장이 너무 작아져 버렸다. 신용카드 문제는 신용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종의 진통이었지만 대세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그 성장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는 신뢰도와 정보수집력을 바탕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용정보회사들이다.

게다가 신용정보회사들은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우선 라이센스가 있어야 하고 사업 특성상 신뢰도를 생명으로 하므로 신규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따라서 사실상 국내 신용정보시장은 한신평정보, 한신정, 한기평의 3개사 체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의 경우도 무디스와 S&P가 시장을 독과점 하고 있다. 다만 국내 신용정보회사들은 미국의 신용정보회사들과 달리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펼쳐 놓아 일부 영역에 따라 독과점이 아닌 경우도 있다.

<신용평가시장 시장점유율>


다음으로 독과점 체제라 폭발적 성장은 아닐지라도 매년 이익 수준이 일정할 뿐 아니라 지식산업의 특성상 자본지출이 필요 없어 이익이 그대로 현금으로 차곡차곡 쌓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 기업 모두 부채가 전무하며 자산의 대부분을 현금 혹은 투자유가증권 등으로 가지고 있다.

또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치 않고 현금흐름이 원활하다 보니 배당성향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4년 기준으로 한신평정보의 배당성향은 55.1%였으며 한신정의 배당성향은 45.48%였다. 이는 순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줘도 영업 가치가 전혀 훼손당하지 않는 사업 구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4월 15일 종가 기준 시가배당률은 각각 5.2%, 3.4%로 한신평정보가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와 비교는 금물

여기까지 보면 버핏이 무디스에 투자한 이유와 거의 겹친다. 그러나 한국에서 어설프게 버핏의 흉내를 냈다간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아멕스라고 생각하고 한국의 신용카드 회사들에 투자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아멕스는 여행자수표와 가맹점을 바탕으로 한 신용카드 회사지만 한국의 신용카드 회사들은 현금서비스 비중이 높아 사실상 대부업에 가깝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신용정보회사들은 아직까지 떼인 돈 받아주는 해결사에 가깝다. 이를 좋게 얘기해 채권추심업이라 하는데 한신평정보 매출의 67%, 한신정 매출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한신평정보는 신용평가 부문을 분사해 무디스와 한신평이란 합작 자회사를 만드는 바람에 이 부분만큼이 한신평정보의 매출에서 빠져 채권추심의 매출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난다)

<매출 구조 비교>


물론 채권추심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용정보회사들을 먹여 살려준 소중한 사업 부문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우선 채권추심은 그 특성상 이미지가 좋지 않다. 아무리 연체자라고는 하지만 언제 소비자가 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는 것은 오래 할 일은 못 된다. 신용정보회사들의 추심 일감은 대부분 통신 채권인데 통신사들이 신용정보회사들에 아웃소싱을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또한 신용정보사업의 장점은 소수 인력을 통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인데 채권추심은 노동집약적 사업이라 외형은 크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시장진입이 쉬운 분야라 경기가 좋아져 연체가 줄어들고 일감이 줄어들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마진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집약적 산업의 한계는 업계 불황일 때 극명히 드러나게 되어 있다. 벌써부터 채권추심을 하는 신용정보회사들은 통신회사들과 철저한 을의 위치에서 계약을 맺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보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특히 개인신용정보 분야의 성장이 더딘 점도 지적된다. 또한 무디스는 전 세계를 상대로 신용평가를 하는 반면 한신평정보와 한신정은 국내 채권 평가에 국한되어 있어 시장 축소에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도 단점이다. 종합하면 지식산업이라는 사업 모델 상의 장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매출 구조와 시장의 성격에 있어서 외국 평가사와 같은 선상에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다른 구석도 꽤나

태생으로 보나 외형으로 보나 매출 구조로 보나 두 회사는 유사점이 상당히 많지만 그래도 다른 구석들도 꽤나 많다.

채권추심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것은 매한가지나 한신평정보는 KIS LINE으로 대표되는 기업 정보 쪽에 강하고 한신정은 my credit으로 대표되는 개인 정보 쪽에 강하다. 두 회사 모두 솔루션 사업을 하는데 이 역시 한신평정보는 기업의 리스크관리시스템(RMS), 한신정은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에 특화 되어 있다. 자회사를 봐도 한신평정보는 무디스와의 합작법인인 한신평이 큰 부분인 반면, 한신정은 VAN 사업자인 나이스정보통신과 한국전자금융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자산구조를 보면 한신평정보는 현금이 많지만 한신정은 부동산이 많은 차이점이 있다. 한신평정보는 총자산 803억원 중 현금성자산이 356억원에 이른다. 반면 한신정은 총자산 963억원 중 토지와 건물이 358억원이다. 자산 규모가 비슷하고 부채가 없어 현금을 좋아하는 투자자라면 한신평정보를, 여의도에 부동산을 가지고 싶은 투자자라면 한신정을 택하면 되겠다.

주주 구성도 차이점이다. 한신정은 상장 후 은행들이 지분을 처분하면서 싱가포르계 펀드인 반다와 KTB자산운용 등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는 단순 투자자가 우리사주조합과 함께 주요주주를 이루게 되어 여전히 지분 분산이 되어 있는 반면, 한신평정보는 다우기술이 19.69%의 지분율로 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신평정보도 다우기술의 입김이 세지 않고 외국인 지분이 높아 지배구조와 주주정책 등에서 한신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다음 결전지는 크레딧뷰로(CB)

최근 몇 년간 신용정보업계의 최고 화두는 개인도 기업처럼 신용을 평가해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사업인 크레딧뷰로(CB) 시장이다. 현재는 개인 정보에 있어 불량 관련 정보만 취급되고 있지만 우량 관련 정보가 쓰이기 시작하면 대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기대다. 물론 일각에서 아직은 이르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미 미국에서 50억 달러에 이르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점 때문에 당장은 돈이 안 되더라도 일단 선점하고 보자는 계산들을 하는 듯 하다.

<미국 주요 크레딧뷰로 현황>

Equifax
Experien
TransUnion
본사
애틀란타
오렌지카운티
시카고
설립년도
1899
1969
1870
종업원수
15,000명
12,000명
3,000명
매출액
19억달러
15억달러
10억달러
Database
소비자/기업신용정보
미국내:소비자신용중심
해외:기업정보강화
소비자/기업신용정보
자동차정보
부동산정보
Target Marketing 정보
소비자/기업신용정보
해외진출현황
해외50여 국가에 진출
북미,남미지역 강세
해외40여 국가에 진출
유럽지역 강세
해외50여 국가에 진출
남미, 동남아시아 강세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2002년 트랜스유니온과 제휴한 한신평정보였다. 그러나 핵심이 되는 제1금융권의 은행과 카드사들이 KCB라는 독립 법인을 만드는 통에 KCB가 세팅 되기 전인 2년 동안 서둘러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한신정은 한신평정보 보다는 다소 늦었지만 개인정보 시장에 강점이 있어 독자적으로 크레딧뷰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KCB 등으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자 트랜스유니온의 경쟁자인 익스페리언과 전격적으로 제휴를 맺었다. 이로써 국내 크레딧뷰로 시장은 한신평정보와 한신정 그리고 KCB의 삼각 구도가 되는 동시에 미국 크레딧뷰로 시장의 절대 강자인 트랜스유니온과 익스페리언의 대리전 양상이 되었다.

크레딧뷰로 시장은 다가오는 신용정보 사회의 핵심이자 신용정보회사들이 끝이 뻔히 보이는 채권추심 혹은 저성장 기조로 인해 발행이 줄어들고 있는 채권 평가에 편향된 사업 구조를 개편할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기대는 큰데 정작 진행되는 속도가 더뎌 시장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그 속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 쉽게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신용정보회사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크레딧뷰로에 대한 지나친 기대에 가격을 지불하기 보다는 현재 사업 구조의 장단점을 잘 가려 배당수익률과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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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4개

  • 탐욕과공포
    오늘 전 300개 한신평정보를 매수했는데
    많이 선도세력이 밀었더군요
    그리고 한국기업평가도 괜찮은것 같은데
    자사주 이익소각도 하고
    2005.04/21 17:43 답글쓰기
  • 탐욕과공포
    2005.04/21 17:43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TrendSearch
    CB의 생명은 Positvie Infomation을 회원사들이 제출하고,
    이를 축적 가공할 수 있는가가 향후 비지니스 모델의 관건이다.


    한신정, 한신평은 Negative Information중심으로 구성되어
    향후 Postivet Information까지 축적할 수 있는 KCB에 경쟁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일것으로 판단된다.

    더군단, KCB에 참여한 주주 주주사의 면면을 보면 한신정,한신평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많이 거두게 된다.

    미국CB들의 주요 비지니스 모델상 수익원을 보면
    주로 Negtive Info가 아닌 Positive Info의 정보 가공 및 판매에서 나오는데.............
    한국 신용정보 회사들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될 지 자연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2005.04/22 10:23 답글쓰기
  • TrendSearch
    2005.04/22 10:23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아침
    한신정CB, 한신평CB,KCB의 운명은 결국 KCB의 향후 전망과 많은 부분겹친다고 본다.
    물론, TrendSearch님의 지적처럼 CB의 생명은 Positvie Infomation이며 KCB의 주주(=회원사)구성상 한신정,한신평보다 유리한 상황인건 사실이다. 그러나 KCB 태동의 동인이 '신용사회조기정착인프라구축'이라는 표면적 명분을 내세웠던 이헌재인맥(김정태 전국민은행장, 황영기 우리은행장,000대한보증보험대표, 000LG카드대표 등)의 정책성과의욕, 혹은 한국금융인프라지배구조형성의 이면적 기획에 많은부분 연유가 있었다는 부분을 간과해선 안된다고본다.
    상식적 시각에서 보더라도 기왕에 금융권공동 설립사인 한신정,한신평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두 기업, 혹은 어느 한 기업을 현재의 KCB로 유도하더라도 될것을 굳이 막대한 중복투자를 무릎쓰면서까지 KCB라는 제3의 한신정,한신평을 만들었던 이면적 이유를 한번 되세겨볼 이유는 충분하다. 그 이유가 바로 한신정,한신평 투자 판단의 주요한 논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이헌재와 김정태가 물러났다. 이들은 이미 과거의 인물이 되었다는 점이다. CB사업의 한국적 상황은 많은 부분 '재경부, 혹은 정치권의 제도적 의도'에 많은 부분 (극단적으로 결정적인 부분)이 결정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김정태의 퇴임에 이어 이헌재의 퇴임, 그리하여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메인이되지고 못한채 대한보증보험이 메인이 되어서 추진(KCB는 현재 대한보증보험B/D에 입주함)되어지고있는 KCB의 앞날도 이헌재,김정태 현직상황 당시의 위상과는 현격하게 차이가 나 보인다.

    1.정부의 정책적의도, 2.인력과 노하우에 성패가 많이 결정될 수 밖에 없는 '한국형 CB'의 향후 운명에서 절대 유리한 기업도 불리한 기업도 없다고 본다. 다만, 바로위에서 지적한 이유들로 해서 KCB의 부상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회의적 시각이다. TrendSearch님과 의견을 달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준철 님의 결론처럼, CB의 진행양태를 예의 주시는 하되 기본적으로 이들 두 상장기업의 여타 투자논거들, 가령 배당성향 등을 고려한 투자가 단기적으로 우월성을 가지는 투자이지 않을까 한다.
    2005.04/23 22:22 답글쓰기
  • 아침
    2005.04/2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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