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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왕중왕 꿈꾸는 거인
◇ 얼마나 크길래?
방문자수와 트래픽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웹사이트의 순위를 매기는 랭키닷컴(rankey.com)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의 동향을 파악하러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들어가보는 편인데 순위를 보다 보면 랭키닷컴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색적인 회사가 9위에 떡 하니 올라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바로 국민은행이다. 바로 앞 순위에는 경매 사이트의 절대 강자 옥션이 버티고 있고 넥슨, 한게임, 피망, 인터파크 등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만만치 않은 웹사이트들이 국민은행의 아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NHN이나 네오위즈처럼 온라인 업체도 아닌 국민은행의 홈페이지가 9위에 올라 있는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쓰는 언어가 영어가 아닌 중국어인 이유와 같다. 영향력이나 분포도에서는 영어가 중국어를 앞서지만 중국어를 사용하는 중국인 숫자 자체가 워낙 많아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국민은행도 고객 자체가 워낙 많다 보니 이들이 은행 홈페이지를 찾아 인터넷 뱅킹만 사용해도 웬만한 온라인 업체들의 웹사이트 순위를 가볍게 넘어 버리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규모 면에서 단연 국내 최고다. 수치를 들여다보자. 자산규모 220조원, 직원 수 2만7000명에 고객 수는 무려 2,200만명이다. 한 가구 당 최소한 1개의 국민은행 통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규모 면에서 국민은행이 1위로 올라선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 번째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이었다. 규모의 경제 달성이 은행권의 화두인 탓도 있었지만 통합은행장을 맡기도 했으며 당시 주택은행장이었던 김정태 행장의 복안과 추진력으로 국내 최대 은행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많다.
두 번째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기업대출이 아니라 소비자대출 중심이어서 IMF 위기에서 비껴 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탄생이 부실한 은행끼리의 결합이 아니라 우량 은행끼리의 결합이 된 이유는 국민은행, 주택은행 모두 남들이 힘들어 하는 위기 상황에서 운 좋게 자산을 지켜내며 시장점유율을 각각 확대한 데 있다. 합병이 후에 몇몇 문제를 낳고는 있지만 고객들에게 확실한 1등 은행, 최대 규모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심은 것만으로 합병의 효과는 충분했다고 판단된다.
◇ 거미손으로 왕중왕 꿈꾼다
은행업에서 덩치가 커지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올 수 있다. 우량은행이라고 하는 하나은행의 평균 수신 금리가 3.68%인데 반해 국민은행은 3.57%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의 자산규모를 감안하면 이 정도의 금리차는 확실히 규모의 경제에 따른 비용 구조 개선을 의미한다. 또한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는 전산 시스템 투자도 감당하기가 용이해진다.
뭐니 뭐니 해도 규모의 백미는 거미손처럼 촘촘하게 전국을 커버하는 유통망이다. 우리는 생활에서 편의점만큼이나 흔하게 국민은행 지점과 현금지급기(ATM)를 만날 수 있다. 국민은행의 지점 수는 무려 1200여개에 이른다. 촘촘한 유통망은 접근 편이성으로 이어져 고객을 유인하고 유지하는 요인이 된다. 최근 높아진 거래 수수료는 접근 편이성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까지는 뱅크워를 앞두기 전 시점까지의 얘기다. 뱅크워는 생존 경쟁이 아닌 향후 성장할 시장을 선점하는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성장할 시장이란 바로 저금리 시대에 부딪힌 고객들을 위한 자산관리 시장, 금융상품 판매 시장을 일컫는다. 은행이 백화점과 같은 개념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은행의 유통망이란 단지 예금, 대출만 하던 시절과는 그 가치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본격적인 금융상품 판매에 앞서 국민은행이 가진 유통망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가 전국을 뜨겁게 달군 로또다. 로또의 성공에는 쉬운 참가 방법과 언론의 관심도 한 몫 했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국민은행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지점 수가 적은 은행을 이용했다면 은행에 들렀다가 충동적으로 로또를 산 이용자의 숫자만큼은 확실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국민은행 지점 창구마다 놓여 있는 로또 접수지는 다른 업무를 보기 위해 은행에 들른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촘촘한 유통망이 가지는 사업 상의 매력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적립식 펀드 판매에서도 국민은행의 거미손 파워는 여실히 드러난다. 2003년 초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적립식 펀드 중 국민은행이 판매한 계좌는 58만 9972개, 금액으로는 1조 4640억원으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2005년 2월24일 기준) 이 밖에도 일반 펀드 판매에서는 4위를, 해외 펀드 판매에서는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의 핵심 사업 부문이 아닐 뿐더러 기관이 아닌 순수 소매자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놀랄만한 성적이다.
더 무서운 점은 국민은행의 금융상품 판매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은행의 판매력을 확인한 운용사들이 국민은행과 손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그야말로 금융상품 시장의 갑인 셈이다. 다른 은행들이 뱅크워를 앞두고 지주회사로의 변신 혹은 지주회사 구조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반면 국민은행이 굳이 지주회사 구조로 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이유도 이미 확인된 유통망의 힘에 대한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에서 판매되는 적립식 상품>
◇ 전열 재정비 해야 유통망의 가치 살아나
본격적인 뱅크워를 앞두고 국민은행이 보유한 유통망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열 재정비를 해야 하는 부문들이 있다. 이는 뛰어 넘으면 기회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 되는 것들로, 투자자 입장에서 그 해결 여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대목으로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는 국민카드 흡수합병으로 생긴 신용카드 부문이다. 신용카드는 2년간 손익계산서를 망쳐온 원흉이었지만 국민은행은 꾸준히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신규 카드 발급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올해부턴 카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오히려 수익성에 도움을 주는 효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신용카드가 현금서비스 위주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상태라 긴장을 풀고 실적 위주의 영업 재개로 위험 관리에 다시 한번 실패하게 되면 과거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두 번째는 조직 통합 문제다. 현재 국민은행은 다섯 개의 은행과 한 개의 신용카드사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그러다 보니 주택은행 출신, 장기신용은행 출신, 국민카드 출신 등으로 소위 채널이 나뉘어 한 데 섞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강정원 행장이 채널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이 함께 진행되는 바람에 과연 조직 통합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은행의 조직은 생각보다 정치적이며 합리적인 부분보다 감정적인 부분이 더 넘기 힘든 벽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서비스 정신의 부재다. 국민은행 고객이라면 한번쯤은 아무리 리딩뱅크라 해도 지나치게 대기 시간이 길고 바쁘다고는 하지만 직원들이 좀 불친절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봤을지 모른다. 이는 조사에서도 입증되었다. 금감원이 발표한 민원발생 및 처리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금융상품 판매 쪽으로 축이 옮겨가면 서비스업의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국민은행도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고객만족도 향상 노력을 기울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일선 직원들이 바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그 동안 규모는 작아도 서비스로 승부하려 하는 외국계 은행들과 PB에 강한 국내계 은행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베스트 브랜드가 되려면
옛날 사람 모양의 어설픈 로고에서 세련된 별 모양으로 바꿔 이미지가 세련미를 갖춘 면은 인정하지만 아직 국민은행이 확고한 베스트 브랜드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고객들이 국민은행에 대해 베스트라고 떠올리는 부분은 서비스보다는 규모와 접근 편의성이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예대마진만 챙기면 되던 땅 짚고 헤엄치는 시절이 아니므로 팔방미인이 되지 않으면 약점을 파고들어 고객을 빼앗아 가려는 끊임없는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위험관리는 기본에 은행간 자산 건정성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은행은 이제 금융업보다는 할인점과 같은 유통업/서비스업을 벤치마크 해야 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4월 8일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PBR은 1.57배다. 작년 5,550억원의 순이익 밖에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역시 1등 프리미엄과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는 모습이다. 대손충당금 환입 규모에 따라 분기별 실적이 영향을 받겠지만 국민은행의 기업가치를 논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위험 관리를 통한 자산건전성 회복, 조직 통합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 금융상품 판매 실적으로 압축된다. 규모로 보나 고객 구성으로 보나 경기 회복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은행은 국민은행이 자명하다. 그러나 은행에 대한 아이디어가 불투명한 경기 회복보다는 구조적 변화로 인한 수혜이므로, 누가 가장 변화에 잘 대비하고 적응해 뱅크워에서 승자가 될 것인가로 초점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NHN이나 네오위즈처럼 온라인 업체도 아닌 국민은행의 홈페이지가 9위에 올라 있는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쓰는 언어가 영어가 아닌 중국어인 이유와 같다. 영향력이나 분포도에서는 영어가 중국어를 앞서지만 중국어를 사용하는 중국인 숫자 자체가 워낙 많아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국민은행도 고객 자체가 워낙 많다 보니 이들이 은행 홈페이지를 찾아 인터넷 뱅킹만 사용해도 웬만한 온라인 업체들의 웹사이트 순위를 가볍게 넘어 버리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규모 면에서 단연 국내 최고다. 수치를 들여다보자. 자산규모 220조원, 직원 수 2만7000명에 고객 수는 무려 2,200만명이다. 한 가구 당 최소한 1개의 국민은행 통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규모 면에서 국민은행이 1위로 올라선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 번째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이었다. 규모의 경제 달성이 은행권의 화두인 탓도 있었지만 통합은행장을 맡기도 했으며 당시 주택은행장이었던 김정태 행장의 복안과 추진력으로 국내 최대 은행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많다.
두 번째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기업대출이 아니라 소비자대출 중심이어서 IMF 위기에서 비껴 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탄생이 부실한 은행끼리의 결합이 아니라 우량 은행끼리의 결합이 된 이유는 국민은행, 주택은행 모두 남들이 힘들어 하는 위기 상황에서 운 좋게 자산을 지켜내며 시장점유율을 각각 확대한 데 있다. 합병이 후에 몇몇 문제를 낳고는 있지만 고객들에게 확실한 1등 은행, 최대 규모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심은 것만으로 합병의 효과는 충분했다고 판단된다.
◇ 거미손으로 왕중왕 꿈꾼다
은행업에서 덩치가 커지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올 수 있다. 우량은행이라고 하는 하나은행의 평균 수신 금리가 3.68%인데 반해 국민은행은 3.57%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의 자산규모를 감안하면 이 정도의 금리차는 확실히 규모의 경제에 따른 비용 구조 개선을 의미한다. 또한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는 전산 시스템 투자도 감당하기가 용이해진다.
뭐니 뭐니 해도 규모의 백미는 거미손처럼 촘촘하게 전국을 커버하는 유통망이다. 우리는 생활에서 편의점만큼이나 흔하게 국민은행 지점과 현금지급기(ATM)를 만날 수 있다. 국민은행의 지점 수는 무려 1200여개에 이른다. 촘촘한 유통망은 접근 편이성으로 이어져 고객을 유인하고 유지하는 요인이 된다. 최근 높아진 거래 수수료는 접근 편이성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까지는 뱅크워를 앞두기 전 시점까지의 얘기다. 뱅크워는 생존 경쟁이 아닌 향후 성장할 시장을 선점하는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성장할 시장이란 바로 저금리 시대에 부딪힌 고객들을 위한 자산관리 시장, 금융상품 판매 시장을 일컫는다. 은행이 백화점과 같은 개념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은행의 유통망이란 단지 예금, 대출만 하던 시절과는 그 가치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본격적인 금융상품 판매에 앞서 국민은행이 가진 유통망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가 전국을 뜨겁게 달군 로또다. 로또의 성공에는 쉬운 참가 방법과 언론의 관심도 한 몫 했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국민은행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지점 수가 적은 은행을 이용했다면 은행에 들렀다가 충동적으로 로또를 산 이용자의 숫자만큼은 확실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국민은행 지점 창구마다 놓여 있는 로또 접수지는 다른 업무를 보기 위해 은행에 들른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촘촘한 유통망이 가지는 사업 상의 매력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적립식 펀드 판매에서도 국민은행의 거미손 파워는 여실히 드러난다. 2003년 초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적립식 펀드 중 국민은행이 판매한 계좌는 58만 9972개, 금액으로는 1조 4640억원으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2005년 2월24일 기준) 이 밖에도 일반 펀드 판매에서는 4위를, 해외 펀드 판매에서는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의 핵심 사업 부문이 아닐 뿐더러 기관이 아닌 순수 소매자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놀랄만한 성적이다.
<국민은행에서 판매되는 적립식 상품>
◇ 전열 재정비 해야 유통망의 가치 살아나
본격적인 뱅크워를 앞두고 국민은행이 보유한 유통망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열 재정비를 해야 하는 부문들이 있다. 이는 뛰어 넘으면 기회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 되는 것들로, 투자자 입장에서 그 해결 여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대목으로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는 국민카드 흡수합병으로 생긴 신용카드 부문이다. 신용카드는 2년간 손익계산서를 망쳐온 원흉이었지만 국민은행은 꾸준히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신규 카드 발급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올해부턴 카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오히려 수익성에 도움을 주는 효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신용카드가 현금서비스 위주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상태라 긴장을 풀고 실적 위주의 영업 재개로 위험 관리에 다시 한번 실패하게 되면 과거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두 번째는 조직 통합 문제다. 현재 국민은행은 다섯 개의 은행과 한 개의 신용카드사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그러다 보니 주택은행 출신, 장기신용은행 출신, 국민카드 출신 등으로 소위 채널이 나뉘어 한 데 섞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강정원 행장이 채널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이 함께 진행되는 바람에 과연 조직 통합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은행의 조직은 생각보다 정치적이며 합리적인 부분보다 감정적인 부분이 더 넘기 힘든 벽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서비스 정신의 부재다. 국민은행 고객이라면 한번쯤은 아무리 리딩뱅크라 해도 지나치게 대기 시간이 길고 바쁘다고는 하지만 직원들이 좀 불친절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봤을지 모른다. 이는 조사에서도 입증되었다. 금감원이 발표한 민원발생 및 처리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금융상품 판매 쪽으로 축이 옮겨가면 서비스업의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국민은행도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고객만족도 향상 노력을 기울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일선 직원들이 바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그 동안 규모는 작아도 서비스로 승부하려 하는 외국계 은행들과 PB에 강한 국내계 은행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베스트 브랜드가 되려면
옛날 사람 모양의 어설픈 로고에서 세련된 별 모양으로 바꿔 이미지가 세련미를 갖춘 면은 인정하지만 아직 국민은행이 확고한 베스트 브랜드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고객들이 국민은행에 대해 베스트라고 떠올리는 부분은 서비스보다는 규모와 접근 편의성이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예대마진만 챙기면 되던 땅 짚고 헤엄치는 시절이 아니므로 팔방미인이 되지 않으면 약점을 파고들어 고객을 빼앗아 가려는 끊임없는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위험관리는 기본에 은행간 자산 건정성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은행은 이제 금융업보다는 할인점과 같은 유통업/서비스업을 벤치마크 해야 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4월 8일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PBR은 1.57배다. 작년 5,550억원의 순이익 밖에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역시 1등 프리미엄과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는 모습이다. 대손충당금 환입 규모에 따라 분기별 실적이 영향을 받겠지만 국민은행의 기업가치를 논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위험 관리를 통한 자산건전성 회복, 조직 통합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 금융상품 판매 실적으로 압축된다. 규모로 보나 고객 구성으로 보나 경기 회복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은행은 국민은행이 자명하다. 그러나 은행에 대한 아이디어가 불투명한 경기 회복보다는 구조적 변화로 인한 수혜이므로, 누가 가장 변화에 잘 대비하고 적응해 뱅크워에서 승자가 될 것인가로 초점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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