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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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한번 볼까?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면서 긍정적인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긍정적 뉴스가 많을수록 움츠러드는 건 가치투자자의 본능이지만 한편 다행인 것은 과거처럼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한 지표들은 아직 출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누구나 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실에도 관점을 조금만 달리 하면 오류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긍정적 견해가 주류를 이룰 때는 반대쪽 면도 볼 수 있어야 투자가 안전해진다.

그 중에서도 미디어를 통해 노출 빈도가 높은 맹신들에 대해 다른 관점을 들이댈만한 것들을 세 가지 골라보았다.

1) 우리나라는 저평가?

흔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저평가 되어 있다고 얘기할 때 쓰는 기준이 PER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보다 못한 나라들보다 PER가 낮아 억울하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높은 PER를 받지 못할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IT다. 한국 증시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군에 삼성전자56,000원, ▼-400원, -0.71% LG전자93,300원, ▲700원, 0.76% 하이닉스 등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IT는 물론 성장, 달리 얘기하면 꿈이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은 씨클리컬(cyclical:경기순환) 하다는 것이다. 즉 세계 IT 경기에 따라 제품 가격이 변동하다 보니 벌 땐 많이 벌고 까먹을 땐 많이 까먹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시장 전체가 아니라 그 안에 속한 개별 종목들 중에서 PER가 낮은 종목들을 추려보자. 아마도 대부분의 종목들이 석유화학, 건설, 자동차, 증권, 반도체, 철강 등에 속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키워드는 씨클리컬이다. 이익 변동성이 큰 종목들은 지속성이 떨어지므로 투자자들이 높은 평가를 해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면 소위 가치주로 불리는 에스원, 농심, 태평양, 롯데칠성 등을 보자. 한때는 PER가 낮았던 적이 있었지만 재평가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는 PER가 모두 10배를 넘어간다. 미국 시장에서도 구글, 인텔 등 몇몇 고성장주를 제외하곤 PER 상위를 차지하는 종목들은 코카콜라, 머크, 질레트 등 지속성이 뛰어난 기업들이다.

여기서 다른 관점에서 본 결론이 도출된다. 우리나라의 PER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씨클리컬한 종목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구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 시장을 저평가 상태로 본다면 전체가 저평가가 아니라 지속성이 뛰어나지만 낮은 가격을 받고 있는 종목들이 저평가라 얘기해야 정확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긍정론자의 논거는 우리나라 상장 기업들의 ROE와 배당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서 찾아야 함이 옳다. 이것이 금리와 PER의 비교가 국가들간의 PER를 단순비교하는 것 보다 더 유효하다. 우리나라 시장의 PER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려면 미국 시장처럼 균형 잡힌 산업구조를 갖추면서 지속성이 뛰어난 종목들이 삼성전자만큼의 시가총액 정도가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2)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죽겠다?

TV를 보면 재래시장의 상인들이 나와 경기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카메라에 담는 경우가 많다. 그것만 보면 경기가 정말 너무너무 안 좋을 거 같다. 그러나 이마트에 가서 점원에게 물어보면 경기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 재래시장의 상인들과는 다른 견해를 얘기하지 않을까? 즉 여기서 발생하는 오류는 산업 구조적 측면에서 위축되는 부분의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중국 저가품에 밀리고 있는 이쑤시개 회사 오너에게 경기를 물어보면 당연히 좋지 않다고 얘기할 것이 뻔하다.

이런 인터뷰 내용보다는 경기에 대한 판단을 산업구조적인 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중심에는 자영업자라는 키워드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다. 주변을 둘러보자.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식당들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미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5% 미만인 반면 우리나라는 40%를 넘는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60%가 나머지 40%를 도와주는 격이다.

자영업의 문제는 전형적인 내수인데다가 스타벅스나 던킨도너츠처럼 조직적인 성장이 힘들다는 점 그리고 규모들이 작아 불황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영업 비율이 높은 경우 불황이 불황을 재생산한다는 단점이 있다. 작년 일부 대기업들이 최고의 실적과 함께 대규모 보너스를 지급했는데 자영업 비율이 낮았다면 곧바로 소비 회복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자영업자들이 TV에 나와 경기에 대해 논평하지만 스스로가 경기의 발목을 잡는 주체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경기 회복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다만 인간은 좀더 나은 것을 누리려고 하는 본능이 여전하기 때문에 영원히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업 구조가 좀더 개선되는 진통의 시간이 필요함은 어쩔 수 없다. 최근 경기 회복을 전제로 내수주들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특히 건설, 유통, 의류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이 아직 완전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은 경기 회복 재료를 주가가 대부분 반영해버린 듯 하다. 투자자 입장에선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긍정론이 주류를 이룰 땐 부정적인 면을, 부정론이 주류를 이룰 땐 긍정적인 면을 봐야 투자에 실패가 없다. 가치투자의 가장 근저에는 역발상 투자가 존재한다.

3) 이제 유통물량이 없다?

흔히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 유통물량이 없어서 공급이 딸리기 때문에 누군가 조금만 주식을 사도 주가가 금새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보다 유상증자 등의 물량이 적어 공급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핵심은 유통물량을 계산하는 방법에 오류가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사용하는 유통물량 계산법은 총발행주식수에 대주주 지분과 외국인 지분을 빼는 것이다. 통탄할 노릇이다. 왜 외국인과 대주주는 주식을 팔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외국인과 대주주도 투자자일 뿐이다. 자기가 가진 자산이 스스로 생각하는 기준보다 높은 값에 거래되면 팔고 싶은 건 일반 투자자나 매한가지다. 주가가 오르면 대주주 지분과 외국인 지분은 언제든 유통물량으로 둔갑할 수 있다. 그런데 계산은 자기 식대로 해놓고 외국인과 대주주가 팔면 너 때문에 주가가 빠졌다 혹은 뒤통수 맞았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이건 투자자가 갖춰야 할 자본주의적 마인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 올라도 대주주나 외국인이 팔고 싶지 않아 할만큼 좋은 사업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던지 아니면 너무 싸서 아무도 팔지 않고 싶지 않아 할 정도의 가격에 거래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팔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파는 대주주에게 문제는 있다. 그러나 이런 신뢰도 문제를 가리는 것도 결국 투자자의 몫이다. 이제는 유통물량을 보다 냉정하게 계산해서 기업 가치와 가격의 괴리라는 요소에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세 가지 관점에 대해 반론의 여지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으나 지면의 한계상 논리를 심층적으로 풀어 놓기가 힘들고 어디까지나 긍정론이 주류를 이루는 시장에서 용기를 내어 외치는 다른 관점이라는 사실을 덧붙이고 싶다. 필자도 장기적으로는 한국 주식 시장과 한국 기업들을 믿는다. 다만 투자자들로 하여금 좀더 보수적이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면을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그걸로 이 글은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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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개

  • 알루
    " 내가 배운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경기를 따지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경기상황이라도 그에 맞게 적응하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 같은데?!"

    ------------ 피터 런치, < 불경기의 영웅>에서
    2005.03/23 10:39 답글쓰기
  • 알루
    2005.03/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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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mpleton
    글을 올리시는 시기가 좀더 일렀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합니다.
    2월말에 쓰신 '상승장일수록 핵심으로 돌아가자'라는 글과는 약간 뉘앙스가 다르게 읽힙니다.
    물론 둘다 좋은 글이었지만요...

    언급하신 바대로 우리나라의 cyclical한 주식들의 저p/e의 이유도 중요하지만
    극단적인 저p/e가 아니어야 하는 이유에 착안하는 것이 가치투자자에게는 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변동에도 상관없이 roe가 15~20%인 국내 대기업들이 p/e 3~6배에 거래되는 이유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주식의 대부분이 경기순환업종에 속해있기 때문이라는건
    타당한 이유가 될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알듯이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roe가 한번도 15%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물론 농심, 태평양, 신세계같은 기업만큼 이익의 안정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경기순환주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매우 다르겠지만 한국의 경기순환주를 보는 시각은 이런점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05.03/23 11:50 답글쓰기
  • templeton
    2005.03/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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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철
    지난 번 칼럼과 이번 칼럼은 궁극적으로 같은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즉 개별 기업 가치와 가격에 바탕을 둔 판단 외에 다른 대외적 환경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도 지나친 비관론도 경계를 하자는 의미입니다. 씨클리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별 기업 관점에서 봐야지 지수와 마찬가지로 뭉쳐서 단순화 하는 건 그리 유효한 정보가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투자에서도 반대적 관점에 관한 건전한 토론이 많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2005.03/23 12:08 답글쓰기
  • 최준철
    2005.03/2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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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mpleton
    네..같은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글이라 여러 기업들을 열거하기가 어려워 단순화시켜 말씀 드렸던것 같습니다.
    저는 어느 기업도 씨클리컬에서 자유로울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별기업의 역량에 따라, 또한 속한 업종의 환경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른 뿐이고요...
    만일 업종전체의 체계적인 씨클리컬을 극복해서 순화하는 능력이 있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을 씨클리컬하다고 분류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단순화의 오류일 것입니다.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2005.03/23 12:35 답글쓰기
  • templeton
    2005.03/23 12:35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최준철
    좋은 지적이십니다. 만약 템플턴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기업을 찾아낸다면 큰 수익을 낼 수 있겠지요 ^^
    2005.03/23 12:57 답글쓰기
  • 최준철
    2005.03/23 12:57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이방인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작년 이맘때 장세를 낙관하는 글을 올렸는데 장이 하락해서 난감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증시를 낙관하며 1500포인트이상 상승할것으로 보고
    보유중인 주식들(대한제당, 매일유업, 한국주철관, 한국쉘)도 지금보다
    훨씬 상승할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투자비중 110%인 상황에서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낙관하는 이유는

    1) 시장PER
    시장PER가 20이하이면 낮은 수치이며 2003년 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시장PER는 17정도지만
    2004년도 이익기준으로는 10정도라고 하더군요.

    2) 배당수익률
    채권수익률보다 배당수익률이 더 높다는 점은 주식의 상승여력이 더 있다고 생각할 여력이 충분하죠.

    3) ROE
    과거 1000포인트 시점의 ROE는 10%미만이었지만 현재는 10%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어떤 자산보다 우월한 수치란 점입니다.

    저는 감정을 배제하기 위해 숫자의 도움을 받는데
    이 글을 읽으니 숫자의 행간의 의미를 통해 숫자를 재해석해서
    또다른 의미를 유추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장이 하락하고 있고
    이 글을 보니 시장의 하락이 적절히 설명이 되는것 같기도 합니다..

    VIP투자자문의 수익률이나 투자비중을 보면 부럽단 생각이 많이 듭니다.

    건승하시고
    좋은 글 읽고 갑니다...
    2005.03/23 22:15 답글쓰기
  • 이방인
    2005.03/23 22:15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최준철
    우리나라 자영업 비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사회보장 시스템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됩니다. 즉 일반 회사 퇴직 후에 연금 제도라던가 사회보장 시스템이 되어 있어 생계에 어려움이 없다면 퇴직금을 가지고 리스크가 높은 자영업을 다시 시작해서 평생토록 일만 하다 죽는 일은 없을 겁니다.

    또 하나는 인력 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 회사에서 일하다 나가더라도 재취업이 어렵지 않습니다. 편견도 없고 본인도 거기에 대해 부담감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의든 타의든 퇴직을 하고 나면 '먹는 장사가 최고라는데 식당이나 하나 내볼까?'란 생각이 먼저 들어간다는 겁니다.

    따라서 자영업이 많아서 선진국이 아니다...라는 결론보다는 그 원인이 되는 요소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침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5.03/24 08:31 답글쓰기
  • 최준철
    2005.03/24 08:31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저먼곳으로..
    국가서 창업을 권유한다는 기사를 본것같은데...

    식당이나 벤처기업이나 똑같이 자영업이라고 문득 잠깐...헛생각좀해보았습니다..^^;;;
    2005.03/28 20:46 답글쓰기
  • 저먼곳으로..
    2005.03/28 20:46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strut
    우리나라보다 더 cyclical 한 기업들이 많고 시가총액 상위에 올라있는 대만은 왜 우리보다 per가

    높을까요?
    2005.03/30 20:57 답글쓰기
  • strut
    2005.03/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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