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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평가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업가치평가는 중요한 화두이다. 한 때 기업가치평가가 특별히 필요 없던 시절도 있었다. 태평양, 농심, 롯데칠성, 한섬, LG가스 등 각 업종의 1위 종목들이 PER 2~3대에 거래되던 1999년~2001년도의 이야기다. 각 업종에서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는데도, 영업이익률과 ROE가 두 자리수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이 지천에 깔려있는 상황에서 기업가치평가는 큰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1998~1999년 IT주식의 급등으로 인해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던 가치주들의 주가가 IT주의 급락과 함께 한 단계 더 추가하락했다. 당시 인터넷, IT가 10분1 토막 수준까지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그나마 주가가 덜 떨어진 가치주를 내다팔았던 것이다.
이 때는 물 반, 고기 반인 상황에서 그냥 쓸어담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던 시기였다. 실제로 그 당시에는 기업가치평가를 해보면 적정주가가 너무 높게 나와서 다소 억지스럽게 할인 요소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독점력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든지, 해외 사업의 리스크가 클 거라고 가정하던지 등, 적정주가를 따져보면 현재 주가의 2~3배가 넘는 가격이 나와서 설마 그 가격까지 과연 주가가 오를까 싶은 의구심도 들었다. 당시는 적정주가와의 현재가의 괴리가 지나치게 커서 굳이 따로 가치평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상당수의 종목들이 믿기 어렵게도 실제 적정주가까지 오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은 그처럼 완벽한 조건을 갖고 있으면서도 터무니없이 싸게 거래되고 있는 종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의 똑똑한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국내 투자자들도 예전보다 리서치 능력이 좋아져서 시장 자체가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기업의 가치평가 능력이 더욱 중요한 투자 능력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기업가치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가치평가를 통해 구한 적정주가는 과연 변하지 않는가? 기업가치평가는 매우 어려운 주제이지만,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라면 꼭 한번쯤은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가치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실제 기업가치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사이의 괴리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기업가치평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들을 정리해보고 가치투자자들이 어떻게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의 가치는 크게 세가지로 이루어진다.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무형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자산가치는 기업이 이미 가지고 있는 순자산을 의미한다. 장부상 자산이 실제 순자산과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똑같지는 않다. 만약 40년 전 취득했던 공장부지를 재평가하지 않았다면 그 장부가는 취득가액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공장부지가 새로운 도심지로 개발이 된다면 그 실질 가치는 더욱 높을 것이다. 또한 현금성 자산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부실 계열사에 지급보증된 상태라서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돈이라면 그 가치를 그대로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가치투자자들이 자산가치를 평가할 때는 장부상의 가치와 실질 가치와의 차이를 유의해서 보아야 한다. 시가보다 터무니없게 낮게 장부가로 잡혀있는 부동산을 찾았다면, 그 기업은 보물찾기형 기업으로 분류해도 된다. 공장기계는 감가상각이 끝나버려서 장부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제품이 생산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 그 또한 숨겨진 자산으로 볼 수도 있다.
기업의 수익가치는 그 회사가 얼마나 돈을 벌어왔는지를 살펴보고,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일반적으로 수익가치라 함은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 것인지를 따져보고, 그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수치를 이야기한다.
기업의 수익가치를 살펴볼 때는 그 지속성 여부 나아가 성장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 수익가치는 투자은행이나 M&A시에 가장 중요시되는 지표이다. 자산가치는 투자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수익가치는 누가 분석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수치가 나올 수 있다.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것으로 할 것인지, 배당금을 할인하는 것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평가가 틀려지고, 기회비용이라 할 수 있는 할인율을 어떻게 산정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수익가치를 평가할 때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인기주들은 수익가치, 특히 미래의 수익가치가 과다하게 평가된 경우가 많다. 미래의 수익이 시장의 기대치와 맞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기대를 달성시키지 못할 경우 인기주들의 주가는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의 무형가치는 수익가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형가치는 수익의 예측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무형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수록 미래의 수익을 예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수익가치를 내기가 쉬워진다는 의미이다.
무형가치의 종류는 다양하다. 기업이 갖고 있는 브랜드, 상표권뿐만 아니라 영업상 네트워크, 맨파워, CEO의 도덕성, 경영능력까지 광범위한 기업의 무형가치로 볼 수 있다. 기업의 무형가치와 가장 비슷하게 쓰이는 말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는 진입장벽이라는 말을 선택하고 싶다.
진입장벽은 현재의 마진율을 유지하거나 더욱 높일 수 있는 무기이다. 그것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독점력이건, 정부의 보호를 받는 규제-허가 사업의 독점력이건, 뛰어난 원천기술력이건 간에 무형자산의 궁극적인 목표는 ‘높은 수익성을 얼마나 장기간에 걸쳐 유지할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의 가치는 크게 세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위는 절대가치를 가정한 것이고, 상대가치만으로도 얼마든지 가치평가를 할 수 있다. A라는 인터넷 기업이 순이익이 100억인데, 시가총액이 1조다. 하지만 유사한 사업모델이 가진 B라는 기업은 순이익이 50억인데, 시가총액이 1000억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B라는 기업이 저평가되어 있으므로, B라는 기업을 산다. B라는 기업의 PER도 20배에 달하지만, A라는 기업의 PER가 100배이므로 그 수준까지 수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상대가치법을 적용해서 가치평가를 할 때는 기준이 되는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거나, 시장 전체가 폭등, 폭락할 경우 기준 자체가 흔들린다는 단점이 있다. IT버블기에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인터넷 기업이나, 현재 줄기세포 관련주들을 평가할 때는 이런 상대적인 가치평가법이 더 선호된다. 절대적 가치로는 매수 여부를 판단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가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시장점유율이 변하고, 매출액이 달라지고, 순이익 수준이 달라지고, 자산이 늘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때로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 사업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새롭게 출현할 수도 있다. 대우차가 몰락하고 현대자동차는 반사이익을 얻었을 때 현대차에 보다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상태를 끊임없이 체크하고 변화 유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은 칼로 두부자르듯이 특정 기업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물어보고, 딱 떨어지는 목표 매도 가격을 기대하곤 한다. 상당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매우 쉽게 하는 셈이다. 사실 기업가치평가라는 영역은 수학보다는 철학, 혹은 예술에 가까운 영역이다. 수학적으로만 따지자면 엑셀시트에 몇 가지 재무수치만을 넣어도 기업가치평가를 쉽게 할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엑셀시트는 일종의 마술상자인 셈인데, 필자도 이와 같은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간단한 엑셀시트 입력으로 기업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순진한 착각에 불과했다.
기업 가치평가에 대한 결론은 말 그대로 ‘그 때 그 때 달라요’였다. 동일한 업종을 영위하는기업이락고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이 1등인지, 2등인지, 현재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지, 하락하고 있는지, 시장자체는 고성장 시장인지, 저성장 시장인지, 제품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되는지, 누가 경영하고 있는지에 따라 기업가치의 차이는 엄청나다.
기업가치평가에 대해 필자가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그렇다. 칼로 두부자르듯이 기업가치를 정확히 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기업을 잘 알면 알수록 더 기업가치를 더욱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개별 자산들에 대해 정확한 파악을 하고 있고, 제품과 사업모델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알고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여러 가지 기업가치평가모델이 있다면 그 방법들을 한꺼번에 적용해서 스스로 평균치를 내보는 것도 좋다. 다양한 잣대가 적용될수록 더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물론 여기서도 기업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그 정확도는 크게 증가한다.
그 영역은 전문가나 하는 것이지, 우리 같은 일반 투자자가 어떻게 하나요라고 반문이 들어올 수도 있다. 그 사람을 위해 우리의 가치투자 스승들이 일러준 몇 가지 팁을 추가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기업의 이익 예측이 쉬운 기업을 고르라는 것이라. 이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기술주나 엔터테인먼트처럼 매년 이익을 예측할 수 없는 기업에 투자하기보다 의식주와 같이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을 고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영역에 있는 기업을 고르라는 이야기다. 약사라고 하면 제약회사에, 선생님이라고 하면 교육관련 기업에 대한 이해가 더 남다를 것이다.
두번째는 절대로 비싼 값을 주고는 주식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다. 누구나 기업가치평가는 틀릴 수 있다. 하지만 비싼 값에 산 사람은 잘못된 답안지를 쓴 데 대해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당대에 인기있는 주식을 비싼 값을 주고 사는 것보다, 인기가 없어서 적정주가와 현재 가격간의 괴리라고 할 수 있는 안전마진이 크게 나오는 기업을 고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미인주는 입에는 달지만 몸에는 좋지 않은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치평가는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기업가치평가는 상당히 주관적인 영역이어서, 정확한 수치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정확한 기업가치평가에 대한 부담을 갖기 보다는 쉽게 제품과 사업모델을 이해할 수 있고, 이익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면서 충분한 안전마진을 가진 주식을 사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 kim@viptooza.com
이 때는 물 반, 고기 반인 상황에서 그냥 쓸어담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던 시기였다. 실제로 그 당시에는 기업가치평가를 해보면 적정주가가 너무 높게 나와서 다소 억지스럽게 할인 요소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독점력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든지, 해외 사업의 리스크가 클 거라고 가정하던지 등, 적정주가를 따져보면 현재 주가의 2~3배가 넘는 가격이 나와서 설마 그 가격까지 과연 주가가 오를까 싶은 의구심도 들었다. 당시는 적정주가와의 현재가의 괴리가 지나치게 커서 굳이 따로 가치평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상당수의 종목들이 믿기 어렵게도 실제 적정주가까지 오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은 그처럼 완벽한 조건을 갖고 있으면서도 터무니없이 싸게 거래되고 있는 종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의 똑똑한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국내 투자자들도 예전보다 리서치 능력이 좋아져서 시장 자체가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기업의 가치평가 능력이 더욱 중요한 투자 능력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기업가치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가치평가를 통해 구한 적정주가는 과연 변하지 않는가? 기업가치평가는 매우 어려운 주제이지만,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라면 꼭 한번쯤은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가치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실제 기업가치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사이의 괴리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기업가치평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들을 정리해보고 가치투자자들이 어떻게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의 가치는 크게 세가지로 이루어진다.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무형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자산가치는 기업이 이미 가지고 있는 순자산을 의미한다. 장부상 자산이 실제 순자산과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똑같지는 않다. 만약 40년 전 취득했던 공장부지를 재평가하지 않았다면 그 장부가는 취득가액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공장부지가 새로운 도심지로 개발이 된다면 그 실질 가치는 더욱 높을 것이다. 또한 현금성 자산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부실 계열사에 지급보증된 상태라서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돈이라면 그 가치를 그대로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가치투자자들이 자산가치를 평가할 때는 장부상의 가치와 실질 가치와의 차이를 유의해서 보아야 한다. 시가보다 터무니없게 낮게 장부가로 잡혀있는 부동산을 찾았다면, 그 기업은 보물찾기형 기업으로 분류해도 된다. 공장기계는 감가상각이 끝나버려서 장부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제품이 생산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 그 또한 숨겨진 자산으로 볼 수도 있다.
기업의 수익가치는 그 회사가 얼마나 돈을 벌어왔는지를 살펴보고,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일반적으로 수익가치라 함은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 것인지를 따져보고, 그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수치를 이야기한다.
기업의 수익가치를 살펴볼 때는 그 지속성 여부 나아가 성장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 수익가치는 투자은행이나 M&A시에 가장 중요시되는 지표이다. 자산가치는 투자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수익가치는 누가 분석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수치가 나올 수 있다.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것으로 할 것인지, 배당금을 할인하는 것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평가가 틀려지고, 기회비용이라 할 수 있는 할인율을 어떻게 산정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수익가치를 평가할 때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인기주들은 수익가치, 특히 미래의 수익가치가 과다하게 평가된 경우가 많다. 미래의 수익이 시장의 기대치와 맞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기대를 달성시키지 못할 경우 인기주들의 주가는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의 무형가치는 수익가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형가치는 수익의 예측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무형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수록 미래의 수익을 예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수익가치를 내기가 쉬워진다는 의미이다.
무형가치의 종류는 다양하다. 기업이 갖고 있는 브랜드, 상표권뿐만 아니라 영업상 네트워크, 맨파워, CEO의 도덕성, 경영능력까지 광범위한 기업의 무형가치로 볼 수 있다. 기업의 무형가치와 가장 비슷하게 쓰이는 말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는 진입장벽이라는 말을 선택하고 싶다.
진입장벽은 현재의 마진율을 유지하거나 더욱 높일 수 있는 무기이다. 그것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독점력이건, 정부의 보호를 받는 규제-허가 사업의 독점력이건, 뛰어난 원천기술력이건 간에 무형자산의 궁극적인 목표는 ‘높은 수익성을 얼마나 장기간에 걸쳐 유지할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의 가치는 크게 세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위는 절대가치를 가정한 것이고, 상대가치만으로도 얼마든지 가치평가를 할 수 있다. A라는 인터넷 기업이 순이익이 100억인데, 시가총액이 1조다. 하지만 유사한 사업모델이 가진 B라는 기업은 순이익이 50억인데, 시가총액이 1000억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B라는 기업이 저평가되어 있으므로, B라는 기업을 산다. B라는 기업의 PER도 20배에 달하지만, A라는 기업의 PER가 100배이므로 그 수준까지 수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상대가치법을 적용해서 가치평가를 할 때는 기준이 되는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거나, 시장 전체가 폭등, 폭락할 경우 기준 자체가 흔들린다는 단점이 있다. IT버블기에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인터넷 기업이나, 현재 줄기세포 관련주들을 평가할 때는 이런 상대적인 가치평가법이 더 선호된다. 절대적 가치로는 매수 여부를 판단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가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시장점유율이 변하고, 매출액이 달라지고, 순이익 수준이 달라지고, 자산이 늘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때로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 사업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새롭게 출현할 수도 있다. 대우차가 몰락하고 현대자동차는 반사이익을 얻었을 때 현대차에 보다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상태를 끊임없이 체크하고 변화 유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은 칼로 두부자르듯이 특정 기업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물어보고, 딱 떨어지는 목표 매도 가격을 기대하곤 한다. 상당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매우 쉽게 하는 셈이다. 사실 기업가치평가라는 영역은 수학보다는 철학, 혹은 예술에 가까운 영역이다. 수학적으로만 따지자면 엑셀시트에 몇 가지 재무수치만을 넣어도 기업가치평가를 쉽게 할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엑셀시트는 일종의 마술상자인 셈인데, 필자도 이와 같은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간단한 엑셀시트 입력으로 기업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순진한 착각에 불과했다.
기업 가치평가에 대한 결론은 말 그대로 ‘그 때 그 때 달라요’였다. 동일한 업종을 영위하는기업이락고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이 1등인지, 2등인지, 현재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지, 하락하고 있는지, 시장자체는 고성장 시장인지, 저성장 시장인지, 제품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되는지, 누가 경영하고 있는지에 따라 기업가치의 차이는 엄청나다.
기업가치평가에 대해 필자가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그렇다. 칼로 두부자르듯이 기업가치를 정확히 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기업을 잘 알면 알수록 더 기업가치를 더욱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개별 자산들에 대해 정확한 파악을 하고 있고, 제품과 사업모델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알고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여러 가지 기업가치평가모델이 있다면 그 방법들을 한꺼번에 적용해서 스스로 평균치를 내보는 것도 좋다. 다양한 잣대가 적용될수록 더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물론 여기서도 기업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그 정확도는 크게 증가한다.
그 영역은 전문가나 하는 것이지, 우리 같은 일반 투자자가 어떻게 하나요라고 반문이 들어올 수도 있다. 그 사람을 위해 우리의 가치투자 스승들이 일러준 몇 가지 팁을 추가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기업의 이익 예측이 쉬운 기업을 고르라는 것이라. 이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기술주나 엔터테인먼트처럼 매년 이익을 예측할 수 없는 기업에 투자하기보다 의식주와 같이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을 고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영역에 있는 기업을 고르라는 이야기다. 약사라고 하면 제약회사에, 선생님이라고 하면 교육관련 기업에 대한 이해가 더 남다를 것이다.
두번째는 절대로 비싼 값을 주고는 주식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다. 누구나 기업가치평가는 틀릴 수 있다. 하지만 비싼 값에 산 사람은 잘못된 답안지를 쓴 데 대해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당대에 인기있는 주식을 비싼 값을 주고 사는 것보다, 인기가 없어서 적정주가와 현재 가격간의 괴리라고 할 수 있는 안전마진이 크게 나오는 기업을 고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미인주는 입에는 달지만 몸에는 좋지 않은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치평가는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기업가치평가는 상당히 주관적인 영역이어서, 정확한 수치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정확한 기업가치평가에 대한 부담을 갖기 보다는 쉽게 제품과 사업모델을 이해할 수 있고, 이익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면서 충분한 안전마진을 가진 주식을 사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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