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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코웨이, 합병으로 재변신 꿈꾼다

◇ 사설 수도 사업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중동에서는 물이 귀해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 물이란 건 지천으로 널려있어 돈을 주고 사먹을 이유가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듯 하다. 고등학교 때는 정치경제 시간에 수요공급 법칙을 배우면서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비싼 이유에 대해서 배웠다. 그만큼 물은 공급이 풍부해서 가격이 싼 대표적인 물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슈퍼마켓의 음료 냉장고마다 삼다수, 석수 등 샘물 관련 제품이 즐비하다. 소비자들이 물을 돈 주고 사먹을 용의가 충분히 있단 얘기다. 한때 건강에 아주 관심이 많거나 부유층 집에만 구비되어 있던 정수기가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물이란 인간의 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으로 가정이든 사무실이든 간에 물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수돗물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는 식의 뉴스가 이어지며 이제 수돗물은 그 신뢰가 더 떨어질 곳도 없을 뿐더러 사람들도 당연히 식수로는 부적격한 물이라고 생각한지 오래다. 경찰이 신뢰를 잃으면 사설 경호업체가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수돗물이 신뢰를 잃자 사설 수도 업체 즉 정수기 업체들이 그 빈자리를 메꾸고 들어왔다. 이런 사설 수도 업체, 즉 정수기 업체의 선봉장은 누가 뭐래도 웅진코웨이다.

◇ 명암 갈린 두 기업

정수기의 역사는 단순 여과 방식의 정수기가 처음 수입된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등나무 모양의 세라믹 필터 방식의 수입 정수기가 아시안 게임을 전후로 인기를 끌었으나 관리가 힘들어 거의 장식용 수준에 그쳤다.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은 90년대 들어서다.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멤브레인 방식의 역삼투압정수기를 예쁜 디자인을 갖춰 내놓아 소비자의 관심을 끈데다가 낙동강 페놀 사건 등이 터져 정수기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시장을 주도하던 두 회사의 명암이 갈린 것은 IMF 때였다. 여기에는 깨끗한 물에 대한 욕구라는 배경 외에도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 번째는 웅진코웨이 정수기의 판매 부문을 담당하던 웅진코웨이개발에서 렌털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정수기는 영업사원이 몇 대만 팔아도 마진이 남을 정도로 고가의 제품이었다. 그러나 IMF 들어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되면서 정수기 판매가 급감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웅진코웨이개발에서 월 사용료를 받는 렌털 개념을 도입해 초기 부담을 줄여주자 소비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순한 할부의 개념이 아니라 사후 관리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 적중했다. 이에 따라 정수기 제조를 담당하는 웅진코웨이의 시장점유율이 청호나이스를 압도해 나가기 시작하고 실적도 급격히 개선되었다. 2004년 기준 웅진코웨이는 3,100억원 매출에 1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IMF 당시 500억원 수준의 매출에 비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웅진코웨이 매출액 추이>



두 번째는 청호나이스가 금융결제기, 화장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하면서 정수기에 대한 집중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청호나이스가 IMF 이후 사업을 추스리고 어느 정도 회복을 해 여전히 정수기 시장의 34%를 차지하고 있지만 웅진코웨이의 56% 점유율에 비하면 격차가 큰 2등이다. 또한 웅진코웨이가 제품의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코디(코웨이와 레이디의 합성어) 조직을 만들어 관리가 꼼꼼하다는 브랜드를 완전히 다진 반면 청호나이스는 이 부분에 브랜드를 쌓지 못했다. 정수기 시장이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사후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면서 기능상의 개선만을 가지고는 현재의 시장점유율이 변동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

◇ 웰빙 가전업체로의 도약

웅진그룹의 전략을 보면 판매와 틈새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윤석금 회장이 방문 판매 전문가 출신이라 강력한 판매 조직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는데 뛰어나다. 웅진출판에서 이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대추, 쌀, 매실 음료로 히트를 친 웅진식품의 예를 보면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을 빗겨가면서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결합한 전략이 웅진코웨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코디라는 조직이 그러하고 생활가전, 환경가전 등으로 불리는 웰빙 가전 쪽으로의 제품 확대가 그러하다. 특히 최근 웅진코웨이의 움직임을 보면 규모의 경제 문제로 대기업이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틈새 시장인 웰빙 가전이라는 주제를 놓고 발 빠르게 제품을 확대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과거 웅진코웨이의 매출 비중은 정수기와 필터 제조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이제 이 부문이 60% 수준으로 떨어지고 나머지 부문을 공기청정기(21.1%) 제조, 이온수기(8.6%) 제조, 비데 유통(5.3%) 등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두원테크를 인수해 쿠첸이라는 전기압력밥솥을 출시해 밥솥 시장의 강자인 쿠쿠와도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런 행보가 지속되면 정수기 매출은 갈수록 줄어드리라 예상된다.

<웅진코웨이의 다양한 제품들>



그러나 웰빙 가전의 성공 여부는 쉽게 단정하기 힘들다. 정수기로 쌓은 탄탄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건강이라는 주제를 가진 관련 사업으로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수기 시장을 공략할 때와 웰빙 가전 시장을 공략할 때의 상황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 걸린다. 웅진코웨이가 정수기 시장으로 진출할 때만 해도 기존 경쟁자라고 해봐야 수입 제품과 청호나이스 정도가 고작이었고 정수기 시장도 완전히 검증되기 전이었다. 렌털 시장은 스스로 만들어내고 키운 분야다.

그러나 웰빙 가전 시장의 성장세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너도나도 뛰어들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뿐만 아니라 말만 웰빙 가전 시장이지 이미 공기청정기, 밥솥, 가습기는 기존에 존재하던 시장이고 청풍, 쿠쿠홈시스, 오성 같은 작지만 큰 강자들이 있다. 따라서 웅진코웨이를 정수기 제조업체가 아니라 웰빙 가전업체로 완전히 재정의를 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시장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합병으로 새로운 변신 꿈꾼다

웅진코웨이가 성장을 하고 있는 매우 좋은 시장에 속해 있었고 또한 잘 해 왔지만 발목을 잡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웅진코웨이 하면 정수기 뿐 아니라 코디까지 연상하지만 사실상 코디와 렌털 권한을 보유한 법인은 관계사인 웅진코웨이개발이다. 즉 웅진코웨이는 제조만을 담당하는 법인이다. 이러다 보니 매출이 급격히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12~13%로 고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배구조상의 약점도 지적된다. 웅진코웨이와 웅진코웨이개발에 대한 윤석금 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31.18%, 42.41%로 웅진코웨이개발 쪽이 더 높다.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따르면 웅진코웨이개발에 더 무게를 실어줄 수 밖에 없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실제 사업구조 상의 차이는 있겠지만 웅진코웨이개발의 2003년 매출액과 순이익은 8,271억원, 575억원으로 웅진코웨이를 압도한다. 물론 적절한 배분 비율이 있겠지만 웅진코웨이개발이 웅진코웨이 제품을 사서 다시 렌털로 재판매 하는 구조 탓에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이 가시화 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2004년 11월 17일에 공시를 통해 장기발전 방향으로 웅진코웨이개발과의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3개월 내에 합병이 확정되는 대로 재공시 하겠다고 했으니 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은 올 1분기 중에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합병이 성사된다면 웅진코웨이는 제조와 판매를 통합해 시너지를 높이고 불투명한 거래 구조라는 아킬레스건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웅진코웨이 주주 입장에서는 합병에 따른 희석 효과가 있겠지만 과거에는 웅진코웨이 주주가 가질 수 없었던 부분들을 취할 수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에 버금가는 조직인 코디와 올해 350만명으로 예상되는 렌털 고객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미 예정된 합병 가능성이 호재로 받아들여지면서 주가가 많이 오른 점은 부담스럽다. 웅진코웨이만 놓고 봐도 작년 예상 실적 기준으로 PER이 18에 이른다. 배당 수익률도 1.7%에 불과하다. 아직 합병 비율, 인력 통합 문제 등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변신에 대한 기대감 만으로 주식을 매수하기에는 지식적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 판단된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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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최준철
    합병이 확정되었습니다. 합병비율이 웅진코웨이개발 1주당 웅진코웨이 1.060266주입니다. 그러면 합병 후 발행주식수가 7300만주입니다. 5월 2일에 합병이 완료됩니다. 참고하십시오.
    2005.02/18 08:52 답글쓰기
  • 최준철
    2005.02/1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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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bby
    방문판매가 수익성 높은 방식임에는 분명하지만,
    판매방식을 놓고 여러가지 윤리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소규모기업일때는 그런 문제가 큰 문제가 안 되지만, 기업이 커져갈수록
    이 부분에 대한 리스크가 점차 커져갈 것같습니다.
    2005.08/07 01:46 답글쓰기
  • seobby
    2005.08/0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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