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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 부딪힌 私교육계 레알마드리드
# 손사탐의 신화
1987년 3월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다니던 한 대학생이 졸업을 앞두고 생계비를 벌어볼 요량으로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낭중지추라 했던가. 그도 모르던 숨어있는 역량이 발휘되며 하위권에 있던 학생의 성적을 올려놓자 학부모들이 목을 매기 시작했다.
결국 6개월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던 과외선생 일은 그의 평생 업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사교육계를 주름잡는 코스닥 등록업체의 CEO가 되었다. 바로 손사탐(사회탐구의 준말)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대표다.
손주은의 과외선생, 학원강사 시절은 전설에 가까웠다. 탁월한 전달 능력,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판서 능력, 학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친화력으로 그는 항상 사교육계의 1등으로 군림했다. 성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한 9박10일 간의 지옥훈련, 전과목 과외, 아이를 잃고 수업에 집중한 일화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1류 강사에만 머물렀다면 개인 소득이야 여전히 많았겠지만 오늘의 메가스터디는 없었을 것이다. 우연치 않게 입문한 분야였지만 이왕 하는 것 기업화를 하자는 비전과 인터넷에 대한 재발견이 어우러져 2000년 메가스터디가 문을 열었고 동영상 강의라는 서비스를 보편화 시키며 온라인 입시 업체의 선두로서 확고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메가스터디의 매출액은 42억, 203억, 459억으로 급격히 늘어났고 작년 반기에만 2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0%를 넘어선다. 손사탐의 신화 그리고 메가스터디의 신화가 가능했던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 갓 코스닥에 모습을 드러낸 사교육계의 지존 메가스터디의 향후 방향에 대해 탐색해보자.
◇ 두 가지 의문
메가스터디의 주된 수익모델은 스타 강사의 오프라인 학원 강의를 웹사이트를 통해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월 단위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고교 교육에 집중되어 있는데 유료회원수는 약 20만명이다. 결국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은 80명의 스타 강사, 강의를 녹화하는 스튜디오 개념인 9개의 오프라인 학원, 유통채널인 웹사이트 'megastudy.net'으로 요약된다. 학원이 있긴 하지만 수익보다는 인프라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컨텐츠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업체라 성격을 규정 지을 수 있다. 매출 성장 속도와 영업이익률이 기존 선두권 인터넷 업체들과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온라인과 교육이라는 특성상 진입장벽이 낮고 자본 투입이 많지 않아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데 과연 학생들이 동영상 강의 하나에 6~7만원을 낼 정도의 의향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실제로 메가스터디의 성공이 알려진 뒤 이투스, 스카이에듀, 제이앤제이미디어 등 많은 교육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으로 뛰어들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 심지어는 EBS조차도 EBSi라는 형태로 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했을 정도다.
<고교 온라인 교육 랭키닷컴 순위>
그러나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과 더 잘할 수 있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랭키닷컴 순위를 보더라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EBSi를 제외하면 후발 주자와 트래픽 순위 차이가 크다.
4위에 올라 있는 엠베스트는 중학 교육 시장을 노린 메가스터디의 자회사다. 메가스터디는 먼저 시장을 개척한 선점자인 탓에 브랜드 선점 효과가 크고 온라인 강의를 떠올릴 때 항상 첫 번째 고려 대상이 된다.
그에 걸 맞는 스타 강사진의 확보와 끊김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 환경도 강점이다. 이 부분은 선점자의 품질이 고객을 계속 만족시키면 후발주자와 큰 격차를 유지하는 온라인 포털 분야의 원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두 번째 의문은 학교 수업, 교과서와 참고서, 학원 강의, 과외로 공부했던 기성 세대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는 말과 함께 상대적인 가격의 저렴함과 편의성이 있는 서비스라는 답변을 해야 할 듯 하다.
물론 처음에는 온라인 동영상 강의가 보편화되지 않았다. 여기에 돈을 낸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이에 손주은은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노출시키기 위해 자신의 지배력을 충분히 활용했다.
즉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수업은 온라인 동영상으로만 제공해서 서비스를 맛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객들에게 온라인 동영상 강의의 강점을 인식시켰다.
오프라인 상의 스타 강사의 강좌는 조기에 마감되는 등 매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 같지만 사실상 비즈니스 면에서 한계를 가진다. 우선 제한된 공간에서 교육이 이뤄지므로 수강생 숫자가 제한된다. 따라서 충분한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강의료가 비싸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경쟁이 너무 심해 수강 여부도 불투명할 뿐더러 비싸기까지 하다.
특히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스타 강사의 강좌가 대부분 서울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강의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다. 강사 입장에서 봐도 매출의 한계가 있고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강좌를 늘리는 몸의 피곤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손주은이 구상한 온라인 동영상 강의는 강제성과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한다. 또한 녹화 방송으로 제공하는 탓에 강사가 매번 직접 강의하지 않아도 온라인 수강생의 숫자를 무한대로 늘릴 수 있고 대신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무한 복제가 가능한 영화와 시공간의 제약을 받아 반복 공연을 해야 하는 뮤지컬의 차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이렇게 스타 강사의 강좌에 온라인이라는 형태를 덧씌우자 고객은 상대적인 가격의 저렴함과 편의성을 누리고 강사는 실력에 따라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가 탄생했다. 6~7만원의 수강비가 어떻게 보면 비싸지만 상대적으로는 싸다고 인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스타 강사의 강좌를 직접 접하지 못했던 지방 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 사교육계의 레알 마드리드, 관건은..
사교육계에서 특히 온라인 교육에서 메가스터디는 독보적인 브랜드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온라인 강의 추천을 해달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답변자들이 메가스터디를 우선 거론할 정도다.
사교육계의 메카인 강남에서 출발을 했다는 것도 브랜드 인지도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메가스터디가 한때 자신들을 ‘인터넷 강의계의 레알 마드리드’로 부르기도 했는데 그만큼 최고의 강사진이 모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역으로 따져보면 스타 강사의 이탈이 메가스터디의 지속성을 저해할 최고의 리스크다. 한 마디로 일부 소속원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 이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관건이라는 얘기다.
사회탐구를 맡고 있는 손주은 본인이야 대주주라 이탈 가능성이 없겠지만 현용수, 이만기, 박장준, 소순영, 최성진 등 각 과목 최고의 전문가들이 평생 이곳에 남아 있을 거라 믿는 건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 워낙 이 분야에서는 자리 이동과 독립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당장 이들이 다른 곳으로 스카우트 되거나 독립하게 되면 당장 고객의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
<메가스터디 스타 강사진>
여기에 대해 메가스터디 측에서는 계속 신경을 쓰고 있고 관리를 하고 있지만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강사에게는 자신이 맡고 있는 강좌 매출 중 23%를 주는데 이만큼 사람을 모아주고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곳이 당장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얼마 전 주요 강사들과 3년 단위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후발 주자들이 격차는 있지만 계속 추격을 하고 있고 오프라인 매출이 한계가 보이면 스타 강사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모아 온라인 쪽에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있어 전혀 안심할 수만은 없다.
결국 메가스터디가 스스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신규 사업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일차적으로 스타 강사의 유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강사 이탈 여부와 업계의 판도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손주은 외 3인 강사의 온라인 강의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67.5%, 2002년 61.5%, 2003년 45.1%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절대적 기준에서 보면 여전히 많은 비중이지만 의존도의 하락은 손주은을 비롯한 일부 스타 강사의 브랜드에서 법인 브랜드로 축이 넘어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이 가능하다.
◇ 정책 리스크 극복할 수 있어야
고성장을 거듭해오던 메가스터디에게 2004년은 생소한 한 해였다. 1분기에는 88%의 성장을 했는데 EBS 온라인 강좌가 시작된 2분기에는 10%대의 성장으로 내려오더니 모의고사에서 85% 가량이 EBS 교재에서 출제되었다는 언론의 보도로 3분기에는 25%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모의고사 문제는 다른 문제집을 보더라도 그 정도는 겹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4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결국 1년을 돌아보면 EBS로 상징되는 정책 리스크에 따라 실적이 오락가락 한 셈이다.
메가스터디 고객 중 고3이 차지하는 비중은 63~67%다. 다급한 상황이다 보니 메가스터디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정책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층이기도 하다.
회사 측에서 중학생, 성인 시장 등의 확대, 내신 교육 컨텐츠 보강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하려고 하나 보수적으로 볼 때 당분간 메가스터디의 실적은 고3 고객의 움직임과 정책 변화에 따른 회사의 대응에 달려있다.
또한 정책 리스크를 떠나 변화무쌍하게 변하고 집단적으로 몰려 다니는 경향이 있는 학생 고객들의 유행 변화를 1위 업체로서 얼마나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느냐 하는 것도 관건이다.
현재 메가스터디의 PER은 10배 수준, PBR은 무려 2.5배에 해당한다. 작년 이익이 EBS 효과에 따른 비정상적인 수치여서 PER이 다소 높게 나타난다는 문제는 1분기 실적을 보고 얘기할 수 밖에 없다. 이익 규모를 떠나 정책 리스크가 있다는 점만을 감안하더라도 그리 싸지 않은 수치다.
투자자들은 메가스터디가 아직 많은 것을 보여주지는 않은 만큼 사실상 코스닥 입성 원년인 올해 갖가지 환경 변화와 경쟁자의 위협 속에서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1위 자리를 수성 할 것인지 좀더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손주은이 ‘사탐’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레알 마드리드를 이끄는 CEO로서의 얼마만큼의 역량을 보여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1987년 3월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다니던 한 대학생이 졸업을 앞두고 생계비를 벌어볼 요량으로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낭중지추라 했던가. 그도 모르던 숨어있는 역량이 발휘되며 하위권에 있던 학생의 성적을 올려놓자 학부모들이 목을 매기 시작했다.
결국 6개월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던 과외선생 일은 그의 평생 업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사교육계를 주름잡는 코스닥 등록업체의 CEO가 되었다. 바로 손사탐(사회탐구의 준말)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대표다.
손주은의 과외선생, 학원강사 시절은 전설에 가까웠다. 탁월한 전달 능력,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판서 능력, 학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친화력으로 그는 항상 사교육계의 1등으로 군림했다. 성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한 9박10일 간의 지옥훈련, 전과목 과외, 아이를 잃고 수업에 집중한 일화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1류 강사에만 머물렀다면 개인 소득이야 여전히 많았겠지만 오늘의 메가스터디는 없었을 것이다. 우연치 않게 입문한 분야였지만 이왕 하는 것 기업화를 하자는 비전과 인터넷에 대한 재발견이 어우러져 2000년 메가스터디가 문을 열었고 동영상 강의라는 서비스를 보편화 시키며 온라인 입시 업체의 선두로서 확고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메가스터디의 매출액은 42억, 203억, 459억으로 급격히 늘어났고 작년 반기에만 2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0%를 넘어선다. 손사탐의 신화 그리고 메가스터디의 신화가 가능했던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 갓 코스닥에 모습을 드러낸 사교육계의 지존 메가스터디의 향후 방향에 대해 탐색해보자.
◇ 두 가지 의문
메가스터디의 주된 수익모델은 스타 강사의 오프라인 학원 강의를 웹사이트를 통해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월 단위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고교 교육에 집중되어 있는데 유료회원수는 약 20만명이다. 결국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은 80명의 스타 강사, 강의를 녹화하는 스튜디오 개념인 9개의 오프라인 학원, 유통채널인 웹사이트 'megastudy.net'으로 요약된다. 학원이 있긴 하지만 수익보다는 인프라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컨텐츠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업체라 성격을 규정 지을 수 있다. 매출 성장 속도와 영업이익률이 기존 선두권 인터넷 업체들과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온라인과 교육이라는 특성상 진입장벽이 낮고 자본 투입이 많지 않아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데 과연 학생들이 동영상 강의 하나에 6~7만원을 낼 정도의 의향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실제로 메가스터디의 성공이 알려진 뒤 이투스, 스카이에듀, 제이앤제이미디어 등 많은 교육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으로 뛰어들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 심지어는 EBS조차도 EBSi라는 형태로 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했을 정도다.
<고교 온라인 교육 랭키닷컴 순위>
그러나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과 더 잘할 수 있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랭키닷컴 순위를 보더라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EBSi를 제외하면 후발 주자와 트래픽 순위 차이가 크다.
4위에 올라 있는 엠베스트는 중학 교육 시장을 노린 메가스터디의 자회사다. 메가스터디는 먼저 시장을 개척한 선점자인 탓에 브랜드 선점 효과가 크고 온라인 강의를 떠올릴 때 항상 첫 번째 고려 대상이 된다.
그에 걸 맞는 스타 강사진의 확보와 끊김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 환경도 강점이다. 이 부분은 선점자의 품질이 고객을 계속 만족시키면 후발주자와 큰 격차를 유지하는 온라인 포털 분야의 원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두 번째 의문은 학교 수업, 교과서와 참고서, 학원 강의, 과외로 공부했던 기성 세대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는 말과 함께 상대적인 가격의 저렴함과 편의성이 있는 서비스라는 답변을 해야 할 듯 하다.
물론 처음에는 온라인 동영상 강의가 보편화되지 않았다. 여기에 돈을 낸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이에 손주은은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노출시키기 위해 자신의 지배력을 충분히 활용했다.
즉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수업은 온라인 동영상으로만 제공해서 서비스를 맛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객들에게 온라인 동영상 강의의 강점을 인식시켰다.
오프라인 상의 스타 강사의 강좌는 조기에 마감되는 등 매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 같지만 사실상 비즈니스 면에서 한계를 가진다. 우선 제한된 공간에서 교육이 이뤄지므로 수강생 숫자가 제한된다. 따라서 충분한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강의료가 비싸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경쟁이 너무 심해 수강 여부도 불투명할 뿐더러 비싸기까지 하다.
특히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스타 강사의 강좌가 대부분 서울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강의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다. 강사 입장에서 봐도 매출의 한계가 있고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강좌를 늘리는 몸의 피곤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손주은이 구상한 온라인 동영상 강의는 강제성과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한다. 또한 녹화 방송으로 제공하는 탓에 강사가 매번 직접 강의하지 않아도 온라인 수강생의 숫자를 무한대로 늘릴 수 있고 대신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무한 복제가 가능한 영화와 시공간의 제약을 받아 반복 공연을 해야 하는 뮤지컬의 차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이렇게 스타 강사의 강좌에 온라인이라는 형태를 덧씌우자 고객은 상대적인 가격의 저렴함과 편의성을 누리고 강사는 실력에 따라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가 탄생했다. 6~7만원의 수강비가 어떻게 보면 비싸지만 상대적으로는 싸다고 인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스타 강사의 강좌를 직접 접하지 못했던 지방 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 사교육계의 레알 마드리드, 관건은..
사교육계에서 특히 온라인 교육에서 메가스터디는 독보적인 브랜드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온라인 강의 추천을 해달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답변자들이 메가스터디를 우선 거론할 정도다.
사교육계의 메카인 강남에서 출발을 했다는 것도 브랜드 인지도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메가스터디가 한때 자신들을 ‘인터넷 강의계의 레알 마드리드’로 부르기도 했는데 그만큼 최고의 강사진이 모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역으로 따져보면 스타 강사의 이탈이 메가스터디의 지속성을 저해할 최고의 리스크다. 한 마디로 일부 소속원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 이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관건이라는 얘기다.
사회탐구를 맡고 있는 손주은 본인이야 대주주라 이탈 가능성이 없겠지만 현용수, 이만기, 박장준, 소순영, 최성진 등 각 과목 최고의 전문가들이 평생 이곳에 남아 있을 거라 믿는 건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 워낙 이 분야에서는 자리 이동과 독립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당장 이들이 다른 곳으로 스카우트 되거나 독립하게 되면 당장 고객의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
<메가스터디 스타 강사진>
여기에 대해 메가스터디 측에서는 계속 신경을 쓰고 있고 관리를 하고 있지만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강사에게는 자신이 맡고 있는 강좌 매출 중 23%를 주는데 이만큼 사람을 모아주고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곳이 당장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얼마 전 주요 강사들과 3년 단위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후발 주자들이 격차는 있지만 계속 추격을 하고 있고 오프라인 매출이 한계가 보이면 스타 강사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모아 온라인 쪽에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있어 전혀 안심할 수만은 없다.
결국 메가스터디가 스스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신규 사업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일차적으로 스타 강사의 유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강사 이탈 여부와 업계의 판도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손주은 외 3인 강사의 온라인 강의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67.5%, 2002년 61.5%, 2003년 45.1%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절대적 기준에서 보면 여전히 많은 비중이지만 의존도의 하락은 손주은을 비롯한 일부 스타 강사의 브랜드에서 법인 브랜드로 축이 넘어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이 가능하다.
◇ 정책 리스크 극복할 수 있어야
고성장을 거듭해오던 메가스터디에게 2004년은 생소한 한 해였다. 1분기에는 88%의 성장을 했는데 EBS 온라인 강좌가 시작된 2분기에는 10%대의 성장으로 내려오더니 모의고사에서 85% 가량이 EBS 교재에서 출제되었다는 언론의 보도로 3분기에는 25%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모의고사 문제는 다른 문제집을 보더라도 그 정도는 겹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4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결국 1년을 돌아보면 EBS로 상징되는 정책 리스크에 따라 실적이 오락가락 한 셈이다.
메가스터디 고객 중 고3이 차지하는 비중은 63~67%다. 다급한 상황이다 보니 메가스터디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정책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층이기도 하다.
회사 측에서 중학생, 성인 시장 등의 확대, 내신 교육 컨텐츠 보강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하려고 하나 보수적으로 볼 때 당분간 메가스터디의 실적은 고3 고객의 움직임과 정책 변화에 따른 회사의 대응에 달려있다.
또한 정책 리스크를 떠나 변화무쌍하게 변하고 집단적으로 몰려 다니는 경향이 있는 학생 고객들의 유행 변화를 1위 업체로서 얼마나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느냐 하는 것도 관건이다.
현재 메가스터디의 PER은 10배 수준, PBR은 무려 2.5배에 해당한다. 작년 이익이 EBS 효과에 따른 비정상적인 수치여서 PER이 다소 높게 나타난다는 문제는 1분기 실적을 보고 얘기할 수 밖에 없다. 이익 규모를 떠나 정책 리스크가 있다는 점만을 감안하더라도 그리 싸지 않은 수치다.
투자자들은 메가스터디가 아직 많은 것을 보여주지는 않은 만큼 사실상 코스닥 입성 원년인 올해 갖가지 환경 변화와 경쟁자의 위협 속에서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1위 자리를 수성 할 것인지 좀더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손주은이 ‘사탐’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레알 마드리드를 이끄는 CEO로서의 얼마만큼의 역량을 보여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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