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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 하나투어로 통한다

해외여행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스튜어디스가 최고의 엘리트 직업이었던 때가 있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업무상이긴 하지만 해외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일반인의 해외 여행이 매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해외 출장 등 비즈니스 목적, 해외 거주 친인척의 초대, 아니면 스튜어디스와 같은 직업적인 이유에 국한되었다. 워낙 해외에 나가기 힘들다 보니 입국하는 사람들의 양 손에는 쇼핑백이 주렁주렁 들려 있었다. 해외에 나간다고 하면 주위에서 무슨 물건을 사달라고 하는 청탁이 줄을 이었던 탓이다.

그러나 서울올림픽 직후인 1989년에 국민해외여행이 완전 자유화 됨에 따라 꼭 어떤 목적이 있지 않더라도 여행을 위한 출국이 가능해졌다. 이때부터 해외여행은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나의 얘기가 되었다. 이전만해도 제주도가 신혼여행 시장의 독점적 플레이어였으나 동남아 등 물가가 싼 관광 지역이 제주도의 경쟁자로 등장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행 목적도 다양해졌다. 신혼여행 뿐 아니라 골프 여행, 효도 관광, 성지 순례 등이 줄을 이었고 대학생들의 유럽 배낭 여행도 여기에 가세했다.

이런 해외여행 열풍을 뒷받침 했던 주체가 바로 여행사다. 1982년부터 여행사가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로 바뀌면서 여행사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현재 우리나라 여행사 숫자는 해외 송출을 전문으로 하는 아웃바운드 여행사만도 약 5000개로 추산되는데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었을 뿐 아니라 저렴한 여행 패키지가 쏟아져 나왔다.

소비자들에게는 신나는 일이었지만 그만큼 여행사 입장에서는 사람 몇 명과 책상만 있으면 쉽게 차릴 수 있는 진입장벽의 낮음을 한탄해야 했다. 여러 가지 호의적인 배경들로 인해 여행시장은 커지고 있었지만 정작 그 파이 중 개별 기업으로 돌아가는 몫은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었다.



하나투어라는 강자의 등장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여행업계에 강자가 등장했다. 바로 하나투어56,600원, ▲1,000원, 1.8%다. 1993년 국진여행사로 출발한 하나투어는 여행업에 치명적 타격을 준 IMF 파고까지 넘어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늘인 결과 출국자 기준으로 9%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그리 높지 않다고도 볼 수 있지만 5000개에 달하는 여행사 숫자를 생각해보면 만만치 않은 점유율이다. 하나투어와 함께 4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업체로는 모두투어, 자유여행사, 롯데관광이 있는데 성장성, 내실 양쪽에서 하나투어가 단연 선두다. 이중 코스닥 등록업체도 하나투어가 유일하다. 올해 3분기까지 하나투어의 실적은 매출액 598억원, 영업이익 115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여행사가 워낙 많을 뿐 아니라 여행 상품이란 게 다 고만고만하고 소비자도 가격에 매우 민감할진대 어떻게 한 업체가 9%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을까?

우선 하나투어56,600원, ▲1,000원, 1.8%가 도매 여행사로 출발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행사는 도매 여행사와 소매 여행사로 나뉘는데 말 그대로 도매 여행사는 상품을 기획해서 소매 여행사에 되파는 역할을 하고 소매 여행사는 직접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하나투어는 소매까지도 아우르는 종합 여행사가 되었지만 소매로 출발했다면 결코 이만큼의 규모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전국에 지점망을 촘촘하게 가지고 모든 층의 소비자를 다 만날 채널을 확보하고 있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워낙 기존 여행사들이 많아서 소매 여행사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져가기 매우 힘들다는 데 있다. 반면 도매 여행사는 상품만 잘 기획하면 소매 여행사를 확보해 상품 판매 확산이 용이한 위치에 있으므로 초기 시장 점유율을 높게 가져갈 수 있다. 하나투어는 상품 개발 담당 인원만 200명에 달한다. 영세하고 부도덕한 여행업을 바꿔보겠다는 박상환 대표의 의지와 R&D 인력의 결합은 우수한 상품으로 이어졌다. 작년에 하나투어의 패키지 판매액은 337억원이었으나 도매업 2위인 모두투어는 96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이 상품 개발의 우수성을 증명해주고 있다.

두 번째는 규모의 경제에 있다. 해외여행을 패키지로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여행 상품이 있다고 해서 모두 제 날짜에 출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출발 가능한 인원이 확보되어야 여행 상품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여행자를 더 많이 확보하면 할수록 추가적인 여행자가 더 늘어나는 구조다 보니 규모의 경제를 만들면 일정 부분 독점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소매 여행사들이 자체 상품 개발을 하지 않고 도매 여행사에 의존함으로써 도매 여행사는 갈수록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또한 도매 여행사가 소매 여행사보다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구비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요즘 소비자들이 동네 슈퍼보다 물건이 다양한 할인점을 선호할진대 가격이 만만치 않은 여행 상품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다음으로는 여행 상품 자체는 뚜렷한 차별성이 나오기 힘들지만 여행사의 브랜드와 신뢰도는 소비자의 상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행자 입장에서 여행은 돈과 시간을 모두 투입해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휴식을 위한 것이니 만큼 여행에 대한 기대치가 크기 마련이다. 유독 여행사에 클레임이 많이 들어오는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물건과는 달리 같은 상품이라도 가이드와 현지 사정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므로 여행사의 관리 능력에 따라 여행자의 추억은 큰 편차를 보인다. 싼 맛에 여행을 갔다가 아픈 기억을 가지고 돌아오는 사람은 이게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가격보다는 편한 여행을 가능케 할만한 믿음을 주는 여행사의 브랜드와 신뢰도를 따지게 된다. 특히 비싼 패키지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화된다. 이런 면에서 대형사인 하나투어는 고객의 선택에 우선하게 된다. 하나투어, 롯데관광 등 대형사가 더 대형사가 되는 여행업계의 구조 변화는 더욱 고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 여행업은 고부가가치 지식산업

여행업은 치열한 경쟁을 뚫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궤도에만 오르면 전형적인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년 하나투어56,600원, ▲1,000원, 1.8%의 영업이익률은 14.37%, ROE는 무려 40%를 기록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자산구조도 매우 단순하다. 별도의 자본지출이 필요하지 않아 순이익이 고스란히 현금으로 남을 뿐 아니라 재고도 없다. 3분기 기준으로 자산총계 553억원 중 현금성 자산이 약 300억원에 이른다. 사람, 책상, 컴퓨터만 있는 여행사 사무실을 기억한다면 이해가 매우 쉬울 것이다. 즉 하나투어의 부가가치는 고정자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사람 등 무형자산에서 나온다. 한해 순이익을 모두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더라도 하나투어가 영업력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 까닭에 하나투어 경영진의 초점은 회사의 근간인 인력의 관리에 맞춰져 있다. 여행업계의 최악의 시기였던 IMF시절에도 한 명의 직원도 감원하지 않았으며 이직이 매우 활발한 업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하나투어 인력 중 업종을 바꾸거나 유학을 가는 목적 외의 이유로 이직한 사람이 없다. 물론 업계 1위라는 위치도 인력 관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외에 직원 교육에 많은 자원을 할당하고 있다. 신입사원 뿐 아니라 13개 지사의 인력들까지 모두 본사에서 교육을 받을 정도다.


◇ 몇 가지 리스크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여행업의 전망은 매우 밝다. 소득 증가와 주5일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지난 8년간 출국자 수는 연평균 9.23% 증가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올해도 출국자 수는 플러스 성장을 했다. 해외 여행자의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하나투어의 객단가는 2001년 887,897원에서 2003년 973,638원까지 늘어났다. 여행자들이 좀더 나은 여행에 대한 욕구를 증대시키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에는 원화까지 강세를 보여 신혼여행, 골프여행 등도 해외 선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하나투어에게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첫 번째는 장기적으로는 해외여행의 전망이 밝은 것이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IMF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2003년에도 사스와 조류독감의 영향으로 출국 여행객 수가 IMF 수준까지 급감했던 전례가 있다. 만약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사태가 다시 발생하면 여행업은 외부 환경의 악화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주로 소매를 담당하는 소규모 여행사들의 견제다. 하나투어가 2002년 하나투어리스트를 설립해 소매시장에 진출했을 때 소규모 여행사들이 불매 운동을 벌인 전례가 있다. 하나투어리스트의 지분을 나눠줌으로써 사태를 무마했지만 다시 도매 여행사의 파워가 지나치게 세질 경우 소규모 여행사들이 연합해 모종의 행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 번째는 도소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롯데관광 같은 거대 소매 여행사가 도매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투어의 투자자라면 저력이 있는 롯데관광의 동향을 잘 주시해야 한다. 네 번째는 직원들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의 존재다. 워낙 인력 관리가 중요해서 스톡옵션이 필요하다고는 하나 미행사 스톡옵션이 100만주에 이른다는 점은 주주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가장 최근인 2004년 4월에 부여된 스톡옵션의 행사가가 16,580원으로 이미 주가가 행사가를 넘은 상태다.

이외에도 주가가 싸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올해 예상되는 당기순이익이 약 100억원인 반면 시가총액은 1836억원에 이른다. 아무리 ROE 40%의 좋은 사업이라지만 PER 18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리스크 요인과 현재 가격을 감안하면 하나투어의 매수 시점은 일시적인 돌발 악재로 인해 주가가 크게 내려간 때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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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 양자강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3분기 실적이 하도 적게 나와서 회사에 물어보었더니 성과급 때문이라고 하데요.
    뭐라고 하는데 확실히 이해는 하지 모했고,확실한 한가지는
    매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초과 달성하면 초과달성한 경상이익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합니다.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다나요....
    그러다 보니 장사가 안되면 안되는데로 반영되고 장사가 급격히 잘 되어도 그 50%는 성과급으로 나가니,뭔가 좀 심한 것 같데요
    직원들에게 잘 해주는 것은 물론 좋겠지만 그렇찮아도 주가가좀 비싸다고 느껴지는데
    이런 점까지 있어서 사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나더군요.
    직원과 주주의 이해가 꼭 같이 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2004.12/19 21:20 답글쓰기
  • 양자강
    2004.12/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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