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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만두 갖춘 냉면 가게

◇여름 장사의 비애

한철 장사는 슬프다. 일정 기간 동안 바짝 돈을 벌어 나머지 시간을 버텨야 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한철 장사를 망치면 1년 내내 고생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뿐 아니라 계절적으로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롤러코스터 손익계산서를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한철 장사, 특히 여름 장사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빙과류 제조업체인 빙그레다. 이제는 난방 장치가 잘 되어 있어서 겨울에도 아이스크림이 소비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름 매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따라서 빙그레는 여름에 날씨가 덥지 않으면 다른 계절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일년 매출이 벌충되지 않는 운명의 고리가 씌워져 있었다.

이러다 보니 주식투자자들은 투자 성향에 따라 빙그레에 대해 두 가지 전형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장기투자자라면 '밀짚 모자를 겨울에 산다'는 격언처럼 겨울에 샀다가 여름 수혜주 얘기가 나오는 여름에 판다는 전략이다. 반대로 단기적으로 접근한다면 여름이 다가오면 주가가 움직이니 그때 가서야 여름 랠리에 동참했다가 적당히 먹고 먼저 빠져 나오는 전략이다. 즉 빙그레는 기업 가치보다는 이런 식의 일정한 사이클을 이용하는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냉면집 조차도 겨울 매출을 벌충하기 위해 만두를 개발하는데 하물며 빙그레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제품이 바로 겨울 매출 비중이 높은 라면이었다. '이라면' '캡틴' '매운콩라면'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장 진입을 노렸다.

그러나 성숙기에 접어든 라면 시장은 신규업체에게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절대 강자 농심이 버티고 있었고 썩어도 준치 삼양식품과 나름대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오뚜기도 녹녹치 않은 상대였다. 결국 빙그레는 2003년에 라면 사업에서 철수했다.

◇구조조정에 성공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빙그레62,700원, ▲900원, 1.46%의 기업가치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시기가 라면사업의 철수 시기와 맞물려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2000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의 '화룡점정'으로 라면 사업이 정리된 것으로 이해하는 게 맞다. 그만큼 빙그레의 구조조정 의지는 강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빙그레의 본래 강점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결정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

빙그레의 대주주는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씨다. 야구구단 한화 이글스의 전신이 빙그레 이글스인 것도 이런 계열관계에서 비롯된다.

1998년에 한화로부터 계열 분리함으로써 독자 경영의 기틀을 다졌고 2000년부터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우선 무수익 자산을 매각했는데 이때 압구정동 사옥, 편의점 서클K 지분을 정리했다.

이어 핵심역량의 집중을 도모했다. 곁가지로 있던 '꽃게랑' '쟈키쟈키' 등 스낵 부문의 판매를 삼양식품에 위탁했고 '초코지오'를 만들던 베이커리 사업부와 냉동식품 사업부를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대로 라면 사업이 전면 철수됐다.

2000년에 매출 비중은 냉동, 냉장, 면스낵, 베이커리를 포함한 기타가 각각 35%, 35%, 67%, 11%였지만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완료된 2003년에는 냉동과 냉장의 거의 40대60으로 사업 부문이 슬림화 되었다.

이에 따라 매출 확대 위주의 정책에서 수익성 위주의 정책으로 변화했다. 2000년에 4576억 매출과 207억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2003년에는 매출이 5000억으로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386억으로 무려 86%가 증가했다. 사업 구조의 단순화로 과거보다 실적 추정치가 용이해진 장점도 있었다.

재무구조도 몰라 보게 달라졌다. IMF 당시 빙그레가 무너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1998년, 2000년 부채비율이 각각 229%, 188%로 비율도 높았을 뿐 아니라 부채의 2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이익에 비해 절대액도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2004년 9월 현재 부채는 1345억으로 줄어들었고 부채비율도 69%에 불과하다. 단기차입금 같은 악성 부채도 몰라보게 줄었다. 내년부터 500억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부채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빙그레의 디폴트 리스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종합하면 무수익 자산의 매각, 재무구조의 개선, 적자 사업부 정리, 핵심역량의 집중 등 모든 공식을 총동원한 4년간의 구조조정 과정은 매우 성공적이라 평가된다. 이제 남아 있는 사업이 얼마나 경쟁우위와 지속성을 가지고 있는지가 빙그레의 향후 기업가치를 이끄는 관건이다.

◇구세주 사업 부문 유음료

빙그레가 여기저기 헛손질을 했다지만 여전히 빙과 부문에서는 절대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메로나' '엔초' '비비빅' '키위아작' '메타콘' '투게더' '싸만코' '더위사냥' 등 빙과 하면 딱 떠오를 정도의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장수 제품에 현재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요맘때' '생귤탱귤' 등 신제품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빙과 시장은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이 과점하고 있는데 빙그레는 여기서 26%의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지배력도 안정적이다.

하지만 빙과만으로는 2% 부족하다. 과점 시장이다 보니 해태제과의 빙과 사업을 인수하지 않는 이상 신제품 몇 개만으로는 시장점유율을 올리기가 힘이 들고 결국 고급화로 단가를 높여가는 형태의 수익성 제고 외에는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여름 매출이 대부분인 계절성을 극복할 수는 없다.

이런 사업구조상의 약점을 극복하면서 탄탄한 시장지배력과 성장세를 시현하는 또 다른 사업 부문이 바로 유음료다. 빙그레 하면 빙과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는 기업명보다 제품 브랜드가 워낙 높다 보니 그런 것이지 1년 내내 파는 제품이다 보니 유음료 매출 비중이 60%로 빙과보다 높다. 특히 유음료에서도 마진이 높고 브랜드 선호도가 뚜렷한 가공유와 발효유에서 강점을 가진다.

가공유의 대표 상품은 뭐니뭐니 해도 '바나나맛우유'다. 74년 출시된 이래 부드러운 맛과 단지 모양의 독특한 용기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제품으로 가공유 사상 최초로 단일 브랜드 연 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메가 브랜드다. 출고가를 345원에서 올해 400원으로 인상했지만 매출이 떨어지지 않는 전형적인 브랜드 제품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딸기 우유로 제품 라인을 다변화해서 브랜드의 확장성도 이뤄가고 있다. 이외에도 생큐 시리즈가 있다.

발효유도 역사가 깊다. 83년에 최초의 호상발효유로 시장에 데뷔한 '요플레'가 그 중심에 있다. 요플레가 빙그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지만 요플레 자체는 떠 먹는 요구르트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그러나 초기에 지나치게 앞서 나간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빙그레는 식생활이 서구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요플레를 출시했지만 소비자는 끈적끈적하고 상한 우유 맛을 내는 호상발효유를 외면했다. 반전의 계기는 서울올림픽 때 마련됐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이 떠 먹는 요구르트를 찾으면서 요플레의 브랜드 인지도가 향상됐고 이듬해 한국야쿠르트에서 '슈퍼100'을 출시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다. 이후 빙그레의 예상대로 호상발효유가 대중적인 상품이 되면서 요플레는 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에는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대형 브랜드가 되었다.

발효유의 또 다른 축은 기능성 액상 요구르트인 '닥터캡슐'이다. 위산으로 인해 유산균이 장까지 가지 못하고 죽기 때문에 캡슐로 유산균을 감싼다는 컨셉트로 기능성을 강조함으로써 경쟁이 격심한 기능성 액상 요구르트 시장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목에 걸리는 게 좋은 것'이라는 광고 문구도 매출에 한 몫 했다. 현재 엑스퍼트라는 기능성을 추가해 업그레이드를 했다.


◇주가가 이미 '빙그레'인 점이 부담

구조조정을 통한 핵심역량으로의 집중과 빙과와 유음료의 탄탄한 브랜드를 통해 빙그레는 맛있는 만두를 가진 냉면집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주가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구조조정의 결과가 가시화되면서 이미 그 효과를 충분히 주가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여름이 비정상적으로 더워서 계절성으로 인한 최상의 시나리오를 실적으로 충분히 만끽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내년의 계절 상태를 모르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재작년 같은 기상 이변이 오면 역기저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빙그레를 대하는 관점은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업 구조가 탄탄해진만큼 기상이변이나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의 악재로 일시적인 주가 하락을 겪을 때를 매수 기회로 삼는다면 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 효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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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 오모사
    지난 8월에 김민국님인가 살기회를 지켜봐야 한다고 그랬던것 같은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다시보니 지난 10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더군요. ㅠ ㅠ 왜 이렇게 어리석을 까요?
    2004.11/29 09:16 답글쓰기
  • 오모사
    2004.11/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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