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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마존 VS 밑빠진 독?'


인터파크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나라 최대 종합쇼핑몰이다. 인터파크는 인터넷 사이트 순위를 측정하는 랭키닷컴 기준으로 전체 20위, 종합쇼핑몰 분야에서는 단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온라인 종합쇼핑몰쪽이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종합쇼핑몰 분야에서 2위 이하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들은 오프라인 유통과 홈쇼핑 분야에서 확고부동한 자리를 차지해온 거인들이다. 2등은 LG그룹계열의 LG이숍, 3등은 CJ계열의 CJ몰, 4등은 롯데계열의 롯데쇼핑이고, 5위 이하도 현대, 삼성, 신세계 등 어느 기업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강자들이다.

인터파크 투자에 대한 고민은 여기서 시작한다. 수많은 대기업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쟁력을 높게 평가할 것인지, 끊임없이 돌을 굴려야 하는 시지프스처럼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는 업계의 현실을 인정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인터파크는 창사이래 한번도 흑자를 내 본 적이 없다. 2004년도도 이번만은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안팎의 기대를 모았지만, 3분기 실적이 발표된 현재까지 연간 흑자전환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파크는 마케팅비만 끝없이 쏟아붓고 흑자전환을 하지 못하는 밑빠진 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아마존처럼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극적인 흑자전환을 이뤄낼 것인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지금부터 뜨거운 감자 인터파크에 대한 토론을 시작한다.


지킬 : 난 인터파크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네. 지금까지 인터파크가 계속 적자를 냈던 것은 사실이네. 하지만 인터넷은 선점 효과와 규모의 경제가 매우 큰 산업이라고 봐야 하네. 생산설비 증설이 주가 되는 2차 산업 시대에서 큰 공장을 짓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면, 인터넷 시대에는 특정 분야를 선점하고 그 분야에서 1위가 되는 것이 중요하네. 정보의 홍수속에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기억할 수 없다네. 기억할 필요도 없고... 오직 1위만을 기억할 뿐이지.

인터파크는 1위라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지금까지 선투자를 해온 거라네. 만약 인터파크가 제조업체라면 그 투자비가 공장설비 등으로 남아 있겠지만, 인터파크는 그 투자비가 트래픽과 사람들의 인지도라는 무형자산으로 쌓인 셈이지.

하이드 : 난 솔직히 인터파크가 언제까지 밑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내 철학은 밑지는 장사는 결국 망하다는 것이네.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서 여기 저기 광고를 해대고, 물건을 싸게 팔아서 장사를 한다면 그걸 누가 못하겠나.

한때 인터넷주가 PSR이라는 지표로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네. PSR은 주가가 매출액에 비해 얼마나 저평가되었나하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라네. 인터넷주가 적자가 나는 기업이 많고, 흑자가 나더라도 그 규모가 너무 작아서 사람들이 엄청난 시가총액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잣대로 PSR이라는 잣대를 들이댄거지.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네. 매출액만 나오고, 순이익을 내지 못했던 회사들은 연달아 부도가 났고, 이제 PSR이라는 지표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네. 순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네.

지킬 : 내가 언제 적자가 계속 나는 기업에 투자해야한다고 했나? 자네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기업을 분석하는군. 아마존 닷컴의 경우 작년에 사상 처음으로 연간 단위 흑자를 기록했네. 그리고 인터파크의 경우 작년에 분기 단위로 흑자를 기록한 적이 있네. 시간이 지나면 지금까지 무형자산으로 쌓여있던 고객 충성도와 방문자 숫자를 기반으로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네.

하이드 : 글쎄. 난 자네가 실적 이야기를 꺼내니까 하는 이야기네만, 인터파크는 올해 상반기 9억여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실적을 발표한 적이 있었네. 하지만 인터파크는 이것을 19억9천만원 적자로 수정발표해서 구설수에 올랐네.

회사가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는 마진율 하락과, 판매촉진비 등 판관비 증가였네.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 30억원 가까이 적자폭이 늘어난 이유를 이해하기 힘드네. 인터파크의 영업 규모로 볼 때 단순한 실수만으로 한 반기에 30억원 가까운 순익 변동이 있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네.

난 그 원인이 인터파크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회계처리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네. 삼성증권의 애널리스트가 이미 올 초에 당시 보고서에서 인터파크의 적립금 회계처리 방식이 동종업체와 달라 영업이익에 착시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네. 다른 회사들은 적립금을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하지만, 인터파크는 적립금 회계처리 방식을 통해 매출원가를 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네.

당시 보고서에 대해 인터파크는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시간이 지난 뒤 인터파크의 주장은 명백히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네. 적자전환의 원인은 매출액은 발생하는 대로 잡았지만, 매출원가에는 누락이 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네.

난 회사가 고의적이었건 아니면 실수건 간에 정말 그렇게 큰 금액의 회계처리 오류가 있었던 것 자체는 투자자가 크게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네. 더구나 상당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 넘게 지나서야 오류가 수정된 것은 경영 투명성의 큰 문제라고 보네.

지킬 :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실수를 할 때도 있지 않겠나. 여하튼 끝까지 과거의 잘못을 묻어두려는 것보다 적절한 시점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회계처리한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 한번 잘못을 했고 그것이 큰 문제가 됐으니 회사도 이제 정말 조심하겠지.

난 인터파크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주목했으면 하네. 인터파크가 60%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 G마켓의 경우 이제 경매 사이트 분야에서 옥션에 이어 확고한 2위를 차지하고 있네. 그리고 전체 인터넷 판매상을 통틀어서도 트래픽 기준으로 4등을 차지하고 있네.

G마켓의 상승세는 정말 경이적인 수준이네. 3분기까지 총 거래 매출이 1천4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연간 전체 매출이 400억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정말 폭발적인 성장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3분기 기준 6천만원 적자로 실적 또한 거의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볼 수 있네. 아마 4분기부터는 흑자전환이 충분할 거 같네.

G마켓은 작년 10월 기존의 구스닥이었던 사명을 G마켓으로 변경하고 대대적인 혁신작업을 해왔네. 경매분야에서 2위를 놓고 경쟁했던 온캣이 M&A설 등으로 주춤한 사이 무료 등록 수수료, 무료 카드 수수료 정책을 펼치면서 적극적인 판매자 확보 정책을 실시했네. 판매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줄어드는 셈이어서 자연히 판매 가격도 하락했고 이것이 매출 급등으로 이어졌다네.

이것말고도 판매자가 자기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인 판매자 미니숍, 블로그 등 재미있는 기능이 있었고, 흥정하기와 같은 오프라인 상점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기발한 기능들을 적용해서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네.

하이드 : 글쎄, 난 G마켓의 성장세와 가치가 상당부분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네. 경매시장은 옥션이 실제적으로 70%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최강자라네. 2위라고 해도 G마켓의 시장점유율은 17%수준에 불과하네. 결정적으로 G마켓이 성장한 가장 큰 원인은 옥션과 달리 등록수수료가 없고, 가격비교사이트 등을 통해 들어오는 트래픽이 크다는 점이네.

결과적으로 G마켓은 옥션보다 마진율이 훨씬 낮을 수 밖에 없네. 경쟁 중에 최악의 경쟁은 가격 경쟁인데. G마켓은 고객 충성도보다는 가격을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높여온 셈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 성장세를 온전히 인정하기 힘드네.

또한 G마켓의 외형이 큰 폭으로 성장한다고 해도 그것이 꼭 인터파크에 긍정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네. 물론 이익이 크게 나면 지분법 평가이익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겠네. 하지만 G마켓의 고객이 결국 어디서 오겠나. 물론 경쟁사인 옥션에서도 오겠지만, 인터파크를 비롯한 종합쇼핑몰쪽에서 오지 않겠나.

또한 인터파크 또한 자체적으로 G마켓과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면 자회사와 모회사간에 같은 고객을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네.

지킬 : 우리 나라의 인터넷 쇼핑몰, 온라인 유통은 시간이 갈수록 성장할 것이네. 인터넷 환경에 사람들이 더욱 익숙해짐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더 편리하고 싼 온라인 쇼핑은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밖에 없네. 인터파크는 지금까지 대기업과의 숱한 경쟁에도 밀리지 않고 1위 자리를 유지해왔네. 더구나 이제는 G마켓이라는 보너스까지 생긴 셈이고. 난 인터파크가 한국의 아마존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네.

하이드 : 난 인터파크의 경쟁력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데 한 표 던지겠네. 인터파크가 시장에서 1위임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낼 수 없는 이유는 시장자체가 매우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네.

더구나 인터파크의 경쟁자는 너무나 강력하네. 이런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대그룹이 버티고 있는 재벌계열 온라인 쇼핑몰과 인터파크 중 누가 먼저 마케팅에 쓸 수 있는 돈이 떨어질 것 같은가? 그리고 난 무엇보다 일단 회계처리 문제로 신뢰가 떨어진 기업에 투자하고 싶지 않네.


김민국 /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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