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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에서 독점 기업으로
◇ 닷컴을 추억하며...
닷컴이 대박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등장과 함께 많은 돈과 우수한 인력들이 그 우산 아래 모여들었고 수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탄생했다. 당장 수익을 창출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한 없이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정당화 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들이 탄생한 것도 이때다. 매출액과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PSR'이 인터넷 기업의 가치 평가에 적용되었고 심지어는 가입자당 얼마 하는 식의 잣대도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인터넷 기업은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열풍에 사로잡혀 있었던 사람들이 이성을 찾고 사물을 냉정하게 보기 시작했다. 결국 투자자들의 돈은 사라졌고 돈줄이 막힌 인터넷 기업들이 명멸하기 시작했다. 불과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일어난 일이었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 이후부터는 인터넷 기업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했다. 바람 피워 밖에서 낳아 들어온 자식을 보고 있노라면 정이 좀 들다가도 문득문득 남편의 바람 피웠던 이력이 떠올라 분노가 치밀었다는 어느 조강지처의 심정과 같지 않았나 싶다.
2003년에 접어들자 살아 남았던 닷컴 기업들이 점차 숫자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성장성과 이익률 또한 무서웠다. 일반 제조업에서는 보기 힘든 수치였다. 당연히 시장이 다시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닷컴 기업들이 달라졌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이미 99년에 예견된 것이었다. 인터넷 산업은 최후까지 살아남는 기업이 독점하게 되고 2위와 큰 격차를 벌릴 뿐 아니라 매출액이 고정 비용을 넘어가는 순간 굉장한 이익률이 나온다는 논리는 과거 인터넷 기업들의 몸값을 부풀릴 때의 논리였다. 다만 투자자들이 욕심을 내어 미래 가치까지 반영해 지나친 값을 지불했고 너무 조급한 나머지 누가 살아남는지 관찰하는 고된 과정을 피해버렸을 뿐이다.
달라진 닷컴 기업의 부활을 이끈 선두주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NHN이다.
NHN은 한게임과 네이버라는 양 날개를 가지고 잘 풀린 인터넷 기업의 전형을 보여줬다. 올해 반기 기준으로 영업이익률 35%, ROE 31%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으며 아직도 성장이 진행형에 있다. 그야말로 살아남은 자에서 인터넷 사용자들을 사로잡는 독점자로서의 위치로 올라간 셈이다.
◇ 10만원, 고가주의 비밀
액면가 500원인 NHN16,980원, ▼-90원, -0.53%의 주가는 10만원에 육박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투자자에게 효과적이면서도 큰 폭의 자산증식을 맛 보여줬다는 의미다. 물론 인터넷 버블 기간 중 비싼 값에 유상증자를 한 이유도 있지만 이것은 인터넷 기업의 특성과 NHN의 효과적인 발전 단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초창기 인터넷 기업의 주수입원은 광고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독이 되었다. 인터넷 기업들이 트래픽이 있으면 광고 수입이 따라온다는 생각으로 무료 서비스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 효과를 낼 수 있을 정도의 미디어 성격을 갖기 위해선 많은 자금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포털들이 무너진 이유는 버블의 붕괴로 인해 이러한 투자의 기간을 감내하지 못했던 탓이다.
네이버도 마찬가지였다. 초기에는 돈 들어갈 데만 많았지 고정 비용을 벌충할 수 있을 정도로 광고가 붙지 못했다. 이 투자의 과정을 버텨준 데에는 2000년 7월 인수한 한게임의 공이 컸다.
인터넷 산업에서 가장 먼저 돈을 벌기 시작한 분야는 중독성 있는 게임 컨텐츠였다. 네이버와 한게임의 양날개 중 한게임이 먼저 돈을 벌어 네이버로의 투자를 감당할 수 있게 해준 셈이었다. 여기에 인터넷 사용자의 특성을 파악한 한게임의 유료화 정책도 한 몫 했다. 기본적으로는 무료로 게임을 제공하면서 편의를 증강시키는 형태로 과금을 한 것이 들어 맞은 것이다.
한게임이 현금흐름을 만들자 네이버는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야후에 비해 인지도와 자금에서 열세인데다가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꾸준히 검색 부문과 인지도 제고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다행히 야후는 자만한 나머지 네이버를 얕잡아 본 우를 범했고 1차 포털 전쟁이 끝나갈 때쯤에는 오히려 네이버가 승기를 잡았다.
그 결과 시장 정리가 끝난 상황에서 포털의 미디어적 성격이 부각되자 광고가 붙기 시작했고 그 과실을 고스란히 네이버가 차지하게 되었다. 현재는 야후가 ‘거기’라는 서비스까지 밀어가며 이미 멀어져 버린 네이버를 쫓아가는 형국이 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네이버와 한게임의 매출 비중은 45대45 정도로 나타났다. 4년의 기간 동안 효과적인 재투자로 인해 매출 비중에 있어 황금비율을 갖게 된 셈이다. SK텔레콤이 삐삐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동통신에 투자해 현재의 고가주 자리에 오른 것과 비슷한 궤적을 그린 것이다.
게다가 한게임도 많은 경쟁자와 싸우고 있긴 하지만 꾸준히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현금흐름을 창출해왔다. 타 인터넷 및 게임업종에 비해 NHN이 높은 평가를 받는 데는 이러한 안정적인 매출의 균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NHN 왜 강한가?
인터넷 기업의 성패는 많은 트래픽과 이를 바탕으로 한 수익창출에 달려 있다. 트래픽은 다시 서비스의 질과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 더 사람이 모여드는 네트워크 효과에 좌우된다. 그리고 수익창출은 인터넷 유저들의 특성을 잘 파악한 효과적 과금에 달려있다. 그런데 NHN의 양날개인 네이버와 한게임은 이들을 모두 완벽하게 수행한 까닭에 독점에 가까운 힘을 가지게 되었다.
네이버는 검색에 바탕을 둔 포털이다. 포털의 수익모델은 딴 게 없다.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이들을 상대로 직접 장사를 하거나 유저들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이다. 우선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의 질을 올렸다.
그런데 탁월한 엔진 개발을 통한 검색 기능 강화보다는 화제가 되는 키워드를 이끌고 나가는 식의 미디어 성격의 강화 그리고 지식검색 등 유저들이 재생성시키는 네트워크 효과의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에 텍스트와 이미지를 적절히 결합한 보기 좋은 인터페이스로 유저들의 익숙성을 자극했다. 이런 방침은 디렉토리 검색 위주의 야후, 이메일과 커뮤니티 위주의 다음, 검색 성격이 지나치게 강한 엠파스 사이를 교묘하게 지나가며 가장 포털다운 포털을 완성하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여기에 효과적인 과금 체계를 더했다. 무료에 익숙한 유저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보다는 이들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업체로부터 일종의 마케팅비를 받은 셈이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배너 광고, 이벤트 광고, 프리미엄 사이트 등록, 키워드 검색 광고다. 이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키워드 검색 광고다. 키워드 검색 광고는 병원, 개인사업자, 소규모 사이트 등 홍보는 해야 하지만 대규모 광고는 집행할 수 없는 곳들을 집중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미디어 광고와는 달리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네이버 입장에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의 리스크가 있지만 일단 효과를 증명만 하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지만 검색이 강한 1등 포털 아니면 감히 할 수 없는 서비스다.
한게임은 서비스의 질만큼이나 네트워크 효과가 가장 중요한 서비스다. 온라인 게임이나 채팅처럼 유저간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재미를 추구하는 서비스는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또 다른 사람을 부르는 특징이 있다.
이는 바꿔 얘기하면 1등 서비스에 대부분의 트래픽이 집중된다는 의미다. 제 아무리 게임이 좋아도 같이 할 사람을 찾을 수 없거나 내가 게임 잘 하는 걸 자랑할만한 대상이 없다면 온라인게임의 재미는 크게 반감된다. 한게임은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였을 뿐 아니라 아이템이나 서비스의 질 모두 흠 잡을 데가 없었다. 고스톱, 포커, 당구 등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익숙성을 가진 아이템이었으며 그 수명 또한 매우 길다.
한게임은 네이버와는 달리 유저들로부터 직접 돈을 거두는 사업 모델이다. 이때의 딜레마가 유료화를 하더라도 기존 트래픽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래픽이 떨어지면 주지하다시피 사람 모이는 곳에 또 사람이 모이는 특성의 반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게임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즉 게임 자체는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하되 방 개설 권한, 게임머니 충전 등 편의를 높이는 아이템 혹은 월정액권을 팔았던 것이다. 넷마블, 피망 등 후발주자들의 도전도 받았지만 트래픽으로보다 수익창출력으로보다 온라인 보드 게임 시장에서 한게임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 향후 성장 동력 그리고 리스크는?
종합해볼 때 네이버와 한게임은 거의 반 독점 수준의 궤도에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 가치까지 반영한 현재의 다소 비싼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우선 지적되는 한계는 네이버와 한게임이 한글 기반의 서비스인 만큼 전형적인 내수 서비스라는 점이다.
그런데 내수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상당 부분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NHN이 엔토이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출범하고 다음이 검색을 강화하고 야후가 지역정보제공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넘본다는 것은 이미 기존에 잡고 있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반증이다.
또한 NHN은 생각보다 전선이 넓어 다양한 경쟁자를 두고 있다.
NHN의 경쟁자는 꼭 다음, 야후, 파란이 아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미디어 기업, 피망을 앞세운 네오위즈, 심지어는 벼룩시장, 가로수 등 지역 정보지까지도 포괄한다. 즉 이마트가 재래시장을 무너뜨리며 성장을 구가해왔듯이 NHN도 인터넷이라는 기반을 바탕으로 남의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했다.
이 역시 제한된 파이를 나눠 갖는 것이니만큼 무한한 성장을 계속 하리라고 믿는 것은 금물이다. 또한 NHN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엔토이나 아크로드의 사업 진행에서 볼 수 있듯이 NHN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성공시키는 마이더스의 손은 아니다. 핵심 역량에서 벗어나 남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은 지금까지 순항을 해온 NHN에게도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아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NHN 일본법인이 현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게임을 바탕으로 이익회수기에 접어들었다. 또한 아워게임을 인수함으로써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보했다.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노하우만 잘 살린다면 해외 사업의 성공도 결코 꿈만은 아니다.
추가로 지적할 수 있는 리스크는 두 가지를 더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구글의 존재다.
구글이 아직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 않지만 속도를 낸다면 가장 큰 타겟은 역시 네이버다. 전면전으로 갈 경우 사업 지위가 흔들리거나 과다한 마케팅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게임 포털의 성격 변화다.
게임업체가 적고 몇 가지 게임만 있었을 때는 게임 포털의 기존 트래픽이 신규 게임을 성공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지만 이제 유저들은 철저히 재미를 추구한다. 즉 게임포털을 보기보다는 게임 자체의 재미에 따라 이동이 잦아졌단 뜻이다. 같은 골프 게임이지만 피망을 등에 업은 샷온라인보다 한빛소프트의 팡야가 더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게임 포털의 힘이 약화되고 있다는 변화의 한 예다.
결국 네이버와 한게임가 강하긴 하지만 끊임없는 경쟁자의 도전에 맞닥뜨리고 있다는 점은 완전 독점으로 가는 길이 아직도 남아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닷컴이 대박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등장과 함께 많은 돈과 우수한 인력들이 그 우산 아래 모여들었고 수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탄생했다. 당장 수익을 창출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한 없이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정당화 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들이 탄생한 것도 이때다. 매출액과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PSR'이 인터넷 기업의 가치 평가에 적용되었고 심지어는 가입자당 얼마 하는 식의 잣대도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인터넷 기업은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열풍에 사로잡혀 있었던 사람들이 이성을 찾고 사물을 냉정하게 보기 시작했다. 결국 투자자들의 돈은 사라졌고 돈줄이 막힌 인터넷 기업들이 명멸하기 시작했다. 불과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일어난 일이었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 이후부터는 인터넷 기업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했다. 바람 피워 밖에서 낳아 들어온 자식을 보고 있노라면 정이 좀 들다가도 문득문득 남편의 바람 피웠던 이력이 떠올라 분노가 치밀었다는 어느 조강지처의 심정과 같지 않았나 싶다.
2003년에 접어들자 살아 남았던 닷컴 기업들이 점차 숫자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성장성과 이익률 또한 무서웠다. 일반 제조업에서는 보기 힘든 수치였다. 당연히 시장이 다시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닷컴 기업들이 달라졌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이미 99년에 예견된 것이었다. 인터넷 산업은 최후까지 살아남는 기업이 독점하게 되고 2위와 큰 격차를 벌릴 뿐 아니라 매출액이 고정 비용을 넘어가는 순간 굉장한 이익률이 나온다는 논리는 과거 인터넷 기업들의 몸값을 부풀릴 때의 논리였다. 다만 투자자들이 욕심을 내어 미래 가치까지 반영해 지나친 값을 지불했고 너무 조급한 나머지 누가 살아남는지 관찰하는 고된 과정을 피해버렸을 뿐이다.
달라진 닷컴 기업의 부활을 이끈 선두주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NHN이다.
NHN은 한게임과 네이버라는 양 날개를 가지고 잘 풀린 인터넷 기업의 전형을 보여줬다. 올해 반기 기준으로 영업이익률 35%, ROE 31%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으며 아직도 성장이 진행형에 있다. 그야말로 살아남은 자에서 인터넷 사용자들을 사로잡는 독점자로서의 위치로 올라간 셈이다.
◇ 10만원, 고가주의 비밀
액면가 500원인 NHN16,980원, ▼-90원, -0.53%의 주가는 10만원에 육박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투자자에게 효과적이면서도 큰 폭의 자산증식을 맛 보여줬다는 의미다. 물론 인터넷 버블 기간 중 비싼 값에 유상증자를 한 이유도 있지만 이것은 인터넷 기업의 특성과 NHN의 효과적인 발전 단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초창기 인터넷 기업의 주수입원은 광고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독이 되었다. 인터넷 기업들이 트래픽이 있으면 광고 수입이 따라온다는 생각으로 무료 서비스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 효과를 낼 수 있을 정도의 미디어 성격을 갖기 위해선 많은 자금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포털들이 무너진 이유는 버블의 붕괴로 인해 이러한 투자의 기간을 감내하지 못했던 탓이다.
네이버도 마찬가지였다. 초기에는 돈 들어갈 데만 많았지 고정 비용을 벌충할 수 있을 정도로 광고가 붙지 못했다. 이 투자의 과정을 버텨준 데에는 2000년 7월 인수한 한게임의 공이 컸다.
인터넷 산업에서 가장 먼저 돈을 벌기 시작한 분야는 중독성 있는 게임 컨텐츠였다. 네이버와 한게임의 양날개 중 한게임이 먼저 돈을 벌어 네이버로의 투자를 감당할 수 있게 해준 셈이었다. 여기에 인터넷 사용자의 특성을 파악한 한게임의 유료화 정책도 한 몫 했다. 기본적으로는 무료로 게임을 제공하면서 편의를 증강시키는 형태로 과금을 한 것이 들어 맞은 것이다.
한게임이 현금흐름을 만들자 네이버는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야후에 비해 인지도와 자금에서 열세인데다가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꾸준히 검색 부문과 인지도 제고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다행히 야후는 자만한 나머지 네이버를 얕잡아 본 우를 범했고 1차 포털 전쟁이 끝나갈 때쯤에는 오히려 네이버가 승기를 잡았다.
그 결과 시장 정리가 끝난 상황에서 포털의 미디어적 성격이 부각되자 광고가 붙기 시작했고 그 과실을 고스란히 네이버가 차지하게 되었다. 현재는 야후가 ‘거기’라는 서비스까지 밀어가며 이미 멀어져 버린 네이버를 쫓아가는 형국이 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네이버와 한게임의 매출 비중은 45대45 정도로 나타났다. 4년의 기간 동안 효과적인 재투자로 인해 매출 비중에 있어 황금비율을 갖게 된 셈이다. SK텔레콤이 삐삐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동통신에 투자해 현재의 고가주 자리에 오른 것과 비슷한 궤적을 그린 것이다.
게다가 한게임도 많은 경쟁자와 싸우고 있긴 하지만 꾸준히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현금흐름을 창출해왔다. 타 인터넷 및 게임업종에 비해 NHN이 높은 평가를 받는 데는 이러한 안정적인 매출의 균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NHN 왜 강한가?
인터넷 기업의 성패는 많은 트래픽과 이를 바탕으로 한 수익창출에 달려 있다. 트래픽은 다시 서비스의 질과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 더 사람이 모여드는 네트워크 효과에 좌우된다. 그리고 수익창출은 인터넷 유저들의 특성을 잘 파악한 효과적 과금에 달려있다. 그런데 NHN의 양날개인 네이버와 한게임은 이들을 모두 완벽하게 수행한 까닭에 독점에 가까운 힘을 가지게 되었다.
네이버는 검색에 바탕을 둔 포털이다. 포털의 수익모델은 딴 게 없다.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이들을 상대로 직접 장사를 하거나 유저들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이다. 우선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의 질을 올렸다.
그런데 탁월한 엔진 개발을 통한 검색 기능 강화보다는 화제가 되는 키워드를 이끌고 나가는 식의 미디어 성격의 강화 그리고 지식검색 등 유저들이 재생성시키는 네트워크 효과의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에 텍스트와 이미지를 적절히 결합한 보기 좋은 인터페이스로 유저들의 익숙성을 자극했다. 이런 방침은 디렉토리 검색 위주의 야후, 이메일과 커뮤니티 위주의 다음, 검색 성격이 지나치게 강한 엠파스 사이를 교묘하게 지나가며 가장 포털다운 포털을 완성하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여기에 효과적인 과금 체계를 더했다. 무료에 익숙한 유저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보다는 이들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업체로부터 일종의 마케팅비를 받은 셈이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배너 광고, 이벤트 광고, 프리미엄 사이트 등록, 키워드 검색 광고다. 이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키워드 검색 광고다. 키워드 검색 광고는 병원, 개인사업자, 소규모 사이트 등 홍보는 해야 하지만 대규모 광고는 집행할 수 없는 곳들을 집중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미디어 광고와는 달리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네이버 입장에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의 리스크가 있지만 일단 효과를 증명만 하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지만 검색이 강한 1등 포털 아니면 감히 할 수 없는 서비스다.
한게임은 서비스의 질만큼이나 네트워크 효과가 가장 중요한 서비스다. 온라인 게임이나 채팅처럼 유저간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재미를 추구하는 서비스는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또 다른 사람을 부르는 특징이 있다.
이는 바꿔 얘기하면 1등 서비스에 대부분의 트래픽이 집중된다는 의미다. 제 아무리 게임이 좋아도 같이 할 사람을 찾을 수 없거나 내가 게임 잘 하는 걸 자랑할만한 대상이 없다면 온라인게임의 재미는 크게 반감된다. 한게임은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였을 뿐 아니라 아이템이나 서비스의 질 모두 흠 잡을 데가 없었다. 고스톱, 포커, 당구 등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익숙성을 가진 아이템이었으며 그 수명 또한 매우 길다.
한게임은 네이버와는 달리 유저들로부터 직접 돈을 거두는 사업 모델이다. 이때의 딜레마가 유료화를 하더라도 기존 트래픽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래픽이 떨어지면 주지하다시피 사람 모이는 곳에 또 사람이 모이는 특성의 반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게임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즉 게임 자체는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하되 방 개설 권한, 게임머니 충전 등 편의를 높이는 아이템 혹은 월정액권을 팔았던 것이다. 넷마블, 피망 등 후발주자들의 도전도 받았지만 트래픽으로보다 수익창출력으로보다 온라인 보드 게임 시장에서 한게임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 향후 성장 동력 그리고 리스크는?
종합해볼 때 네이버와 한게임은 거의 반 독점 수준의 궤도에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 가치까지 반영한 현재의 다소 비싼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우선 지적되는 한계는 네이버와 한게임이 한글 기반의 서비스인 만큼 전형적인 내수 서비스라는 점이다.
그런데 내수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상당 부분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NHN이 엔토이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출범하고 다음이 검색을 강화하고 야후가 지역정보제공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넘본다는 것은 이미 기존에 잡고 있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반증이다.
또한 NHN은 생각보다 전선이 넓어 다양한 경쟁자를 두고 있다.
NHN의 경쟁자는 꼭 다음, 야후, 파란이 아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미디어 기업, 피망을 앞세운 네오위즈, 심지어는 벼룩시장, 가로수 등 지역 정보지까지도 포괄한다. 즉 이마트가 재래시장을 무너뜨리며 성장을 구가해왔듯이 NHN도 인터넷이라는 기반을 바탕으로 남의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했다.
이 역시 제한된 파이를 나눠 갖는 것이니만큼 무한한 성장을 계속 하리라고 믿는 것은 금물이다. 또한 NHN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엔토이나 아크로드의 사업 진행에서 볼 수 있듯이 NHN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성공시키는 마이더스의 손은 아니다. 핵심 역량에서 벗어나 남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은 지금까지 순항을 해온 NHN에게도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아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NHN 일본법인이 현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게임을 바탕으로 이익회수기에 접어들었다. 또한 아워게임을 인수함으로써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보했다.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노하우만 잘 살린다면 해외 사업의 성공도 결코 꿈만은 아니다.
추가로 지적할 수 있는 리스크는 두 가지를 더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구글의 존재다.
구글이 아직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 않지만 속도를 낸다면 가장 큰 타겟은 역시 네이버다. 전면전으로 갈 경우 사업 지위가 흔들리거나 과다한 마케팅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게임 포털의 성격 변화다.
게임업체가 적고 몇 가지 게임만 있었을 때는 게임 포털의 기존 트래픽이 신규 게임을 성공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지만 이제 유저들은 철저히 재미를 추구한다. 즉 게임포털을 보기보다는 게임 자체의 재미에 따라 이동이 잦아졌단 뜻이다. 같은 골프 게임이지만 피망을 등에 업은 샷온라인보다 한빛소프트의 팡야가 더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게임 포털의 힘이 약화되고 있다는 변화의 한 예다.
결국 네이버와 한게임가 강하긴 하지만 끊임없는 경쟁자의 도전에 맞닥뜨리고 있다는 점은 완전 독점으로 가는 길이 아직도 남아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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