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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女心' 사로잡는 파워 브랜드
◇메가 브랜드의 집결체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무차별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업보다 더 안정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런 까닭에 가치투자자는 브랜드형 기업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표'와 '브랜드'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도 이름이 있다고 해서 유명인이 아니듯 제품이나 기업도 상표라는 이름을 가지지만 그것이 모두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류업계에 많은 상표들이 난무하지만 그 중에 브랜드라 칭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브랜드는 강력한 소비자 충성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타 상표에 비해 많은 마진을 붙일 수 있어 인지도가 곧 돈으로 연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워렌 버핏은 허쉬 초콜렛을 예로 들어, 소비자가 한 가게에 들어갔는데 허쉬 초콜렛을 팔지 않을 때 굳이 허쉬 초콜렛을 사기 위해 다른 가게로 가는 수고를 감수한다면 허쉬는 소비자 독점력을 가진 브랜드가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화장품업계에도 수많은 상표들이 존재한다. 의류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구매가 결정되는 탓에 화장품업체는 화장품의 이미지를 표출하는 상표를 붙여서 팔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중 '샤넬' '에스떼로더' 등 소위 외국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면 브랜드의 조건에 해당하는 상표가 몇 개나 될까? 대부분의 국내 브랜드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대폭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경기가 살아나면 광고나 방문판매에 의존해 물량전을 펼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국내 화장품 업계의 지존이자 자존심인 태평양의 존재는 군계일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 브랜드의 끊임없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은 국내 화장품 시장점유율 30%를 수성하고 있다. 보유 브랜드는 라네즈, 마몽드, 헤라, 아이오페, 설화수, 오딧세이 등이 있다.
모두 각 세그멘트에서 탄탄한 지배력을 자랑한다. 이중 헤라와 설화수는 작년 한 해에만 각각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보다는 적지만 라네즈와 아이오페도 각각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메가브랜드다. 브랜드 하나의 매출액이 어지간한 중견 기업 수준에 이른다. 또한 화장품업계 2위인 LG생활건강325,500원, ▲11,500원, 3.66%이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브랜드를 단 하나 밖에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태평양의 브랜드 파워를 가늠해볼 수 있다.
◇태평양 브랜드 왜 강한가
작년 한해 태평양이 쓴 광고선전비는 무려 1274억원이었다. 전지현의 라네즈 광고, 이영애의 아이오페 광고, 박주미의 마몽드 광고가 기억에 생생한 것은 태평양 브랜드의 광고 노출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태평양의 브랜드 파워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광고로 인한 인지도가 꼭 매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설화수와 같은 메가브랜드는 TV광고를 하지도 않는다.
광고와 별개로 태평양의 브랜드가 강한 이유는 다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태평양은 화장품에 회사의 역량을 총집결하고 있다.
태평양의 사업부문은 크게 화장품, 생활용품, 녹차류로 나뉜다. 이중 화장품의 매출 비중은 80%다. 에뛰드, 빠팡에스쁘아 등 자회사들 대부분도 화장품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식당으로 따지면 단품으로 승부하는 전문점인 셈이다.
전문점은 두 가지 강점을 가지는데 하나는 인력과 자본을 성공 확률이 높은 곳에 집중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도 내부 역량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전선을 벌려놓은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위 업체인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 비중은 31%에 불과하며 국내에 진출한 외국 브랜드들도 지사의 규모가 작아 단순 유통과 마케팅을 수행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1조원에 육박하는 화장품 매출을 올리는 태평양에 대항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둘째, 태평양은 다양한 유통경로에 뻗어 있는 촘촘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제 아무리 브랜드 파워가 높더라도 소비자와의 접점이 없다면 매출로 연결될 수 없다. 특히 화장품업계는 가격과 대상 고객에 따라 복잡한 유통경로를 가지고 있어 제품의 특성과 유통경로 사이에 성격이 맞지 않으면 상승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태평양의 유통 경로별 매출 비중은 방문판매, 전문점, 백화점, 할인점이 각각 36%, 20%, 14%, 8%다. 이중 구축하기 힘든 유통 경로가 바로 방문판매와 백화점이다. 전문점과 할인점은 가격경쟁력만 갖추면 누구든지 진입이 가능한 반면 마진이 낮은 제품만 취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방문판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촘촘히 구축해야 하는 반면 소비자 한 명에 대해 반복 구매 유도가 가능하며 프리미엄급 제품 및 신제품 소화가 용이하다. 또한 백화점은 브랜드 파워를 따지므로 입점이 힘든 대신 일종의 광고판 역할을 하게 되고 높은 마진의 제품을 취급할 수 있다.
이렇게 분산된 유통망의 성격에 맞게 브랜드를 투입하므로 효율성이 뛰어나고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는 여지를 막아준다. 설화수 등 고가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이들 제품의 소화가 가능한 방문판매와 백화점의 비중이 도합 50%에 이른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태평양의 대변신, 지금은...
화장품은 마진이 높은 제품이다. 태평양의 영업이익률이 22%, ROE가 20%에 이른다는 점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원가와 소비자가를 비교해보면 화장품업이 얼마나 좋은 사업인지를 어림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태평양은 1959년 설립 이후 생활 수준의 향상과 함께 찾아온 화장품 산업의 성장과 함께 해오면 높은 마진의 장사를 즐겼다. 그러나 헛손질이 많아 본업인 화장품 사업의 가치는 가려지기 일쑤였다. 화장품으로 번 돈을 가지고 금융업, 의류업 등 사업다각화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현대 유니콘스의 전신인 태평양 돌핀스 야구단은 사업다각화의 절정을 이뤘다.
태평양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재 번영의 초석을 놓기 시작한 것은 서경배 사장이 기회조정실을 맡으며 구조조정을 추진한 93년부터였다.
태평양이 구조조정 막바지에 접어들어 화장품으로 역량을 집중하게 된 2000년에 주가는 18000원 선이었다. 이때의 태평양은 고배당주이자 구조조정으로 인한 턴어라운드주였다. 이후 방문판매의 성장성이 더해지며 태평양은 성장주로 인식되어 주가가 15만원까지 수직상승했다. 현재 20만원이 넘는 태평양 주식은 어떤 불황도 이겨낼 수 있는 가치주 대접을 받고 있다.
여기서 태평양은 한 단계 더 도약을 해 투자자들로부터 가격에 걸 맞는 인정을 받기 위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첫 번째는 수성의 문제다.
주지했다시피 화장품업은 워낙 매력적인 시장이라 후발주자의 도전이 만만치않다. 최근 태평양을 위협하는 후발주자는 미샤, 더페이스샵 등의 저가화장품 메이커들이다. 물론 태평양은 설화수 등 고가품 위주로 제품을 재편해 2위 업체에 비해 큰 타격은 없지만 내수시장의 완전 석권에 금이 갔다는 면에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라네즈걸이라는 중저가 브랜드와 휴플레이스라는 전문점을 통해서 맞불을 놓고 있지만 저가화장품 메이커들이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뚜렷한 전략을 들고 나와 승패를 가늠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 다행이라면 태평양이 저가화장품 메이커들의 공세를 그냥 두고 보지 않고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해외진출의 문제다.
태평양과 함께 가치주 반열에 올라가 있는 농심과 신세계는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해외진출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고 있어 내수주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화장품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태평양의 해외진출 성과는 아직 미약하다.
중국 현지 다수의 백화점에 입점했고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중국에서 맞붙어야 할 태평양의 경쟁 상대는 이미 전세계를 석권한 화장품 기업들이다. 프랑스 현지에서 롤리타렘피카 향수가 인기라고는 하지만 워낙 매출이 작은 부분일 뿐 아니라 현지 회사를 통한 것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해외진출이라고 보긴 힘들다.
기업가치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한 해외 진출이 단계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주가에 반영할 만큼 지나친 기대를 가져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태평양은 베스트스톡인가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PER은 13배, PBR은 2.5배가 기대된다. 절대적인 수준으로 봐도 적절한 가격을 인정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과거 태평양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겐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의 밸류에이션이다. 좋은 건 알지만 과연 이 가격에 사도 되는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주가 상승만큼 배당이 증가하지 않아 배당수익률이 1%에 머물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태평양이 비싸다 해서 2위 업체를 살 수는 없다. 태평양의 국내 입지로 볼 때 2위 업체가 설 수 있는 땅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위 업체에 관심이 갈 정도로 화장품 산업에 매력을 느낀다면 태평양 우선주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태평양 우선주는 보통주의 약 3분의 1 값에 거래되고 있으며 주가가 싼 만큼 3% 초반대의 배당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배당의 기본은 현금흐름인데 이 면에서도 태평양 우선주는 채권에 가까운 안정성을 담보하고 있다. 다만 우선주의 시가총액이 1200억원에 이르지만 장기투자자가 많아 유동성이 적어 거래를 활발하게 하려는 투자자에게는 그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무차별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업보다 더 안정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런 까닭에 가치투자자는 브랜드형 기업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표'와 '브랜드'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도 이름이 있다고 해서 유명인이 아니듯 제품이나 기업도 상표라는 이름을 가지지만 그것이 모두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류업계에 많은 상표들이 난무하지만 그 중에 브랜드라 칭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브랜드는 강력한 소비자 충성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타 상표에 비해 많은 마진을 붙일 수 있어 인지도가 곧 돈으로 연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워렌 버핏은 허쉬 초콜렛을 예로 들어, 소비자가 한 가게에 들어갔는데 허쉬 초콜렛을 팔지 않을 때 굳이 허쉬 초콜렛을 사기 위해 다른 가게로 가는 수고를 감수한다면 허쉬는 소비자 독점력을 가진 브랜드가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화장품업계에도 수많은 상표들이 존재한다. 의류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구매가 결정되는 탓에 화장품업체는 화장품의 이미지를 표출하는 상표를 붙여서 팔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중 '샤넬' '에스떼로더' 등 소위 외국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면 브랜드의 조건에 해당하는 상표가 몇 개나 될까? 대부분의 국내 브랜드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대폭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경기가 살아나면 광고나 방문판매에 의존해 물량전을 펼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국내 화장품 업계의 지존이자 자존심인 태평양의 존재는 군계일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 브랜드의 끊임없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은 국내 화장품 시장점유율 30%를 수성하고 있다. 보유 브랜드는 라네즈, 마몽드, 헤라, 아이오페, 설화수, 오딧세이 등이 있다.
모두 각 세그멘트에서 탄탄한 지배력을 자랑한다. 이중 헤라와 설화수는 작년 한 해에만 각각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보다는 적지만 라네즈와 아이오페도 각각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메가브랜드다. 브랜드 하나의 매출액이 어지간한 중견 기업 수준에 이른다. 또한 화장품업계 2위인 LG생활건강325,500원, ▲11,500원, 3.66%이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브랜드를 단 하나 밖에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태평양의 브랜드 파워를 가늠해볼 수 있다.
◇태평양 브랜드 왜 강한가
작년 한해 태평양이 쓴 광고선전비는 무려 1274억원이었다. 전지현의 라네즈 광고, 이영애의 아이오페 광고, 박주미의 마몽드 광고가 기억에 생생한 것은 태평양 브랜드의 광고 노출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태평양의 브랜드 파워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광고로 인한 인지도가 꼭 매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설화수와 같은 메가브랜드는 TV광고를 하지도 않는다.
광고와 별개로 태평양의 브랜드가 강한 이유는 다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태평양은 화장품에 회사의 역량을 총집결하고 있다.
태평양의 사업부문은 크게 화장품, 생활용품, 녹차류로 나뉜다. 이중 화장품의 매출 비중은 80%다. 에뛰드, 빠팡에스쁘아 등 자회사들 대부분도 화장품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식당으로 따지면 단품으로 승부하는 전문점인 셈이다.
전문점은 두 가지 강점을 가지는데 하나는 인력과 자본을 성공 확률이 높은 곳에 집중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도 내부 역량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전선을 벌려놓은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위 업체인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 비중은 31%에 불과하며 국내에 진출한 외국 브랜드들도 지사의 규모가 작아 단순 유통과 마케팅을 수행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1조원에 육박하는 화장품 매출을 올리는 태평양에 대항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둘째, 태평양은 다양한 유통경로에 뻗어 있는 촘촘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제 아무리 브랜드 파워가 높더라도 소비자와의 접점이 없다면 매출로 연결될 수 없다. 특히 화장품업계는 가격과 대상 고객에 따라 복잡한 유통경로를 가지고 있어 제품의 특성과 유통경로 사이에 성격이 맞지 않으면 상승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태평양의 유통 경로별 매출 비중은 방문판매, 전문점, 백화점, 할인점이 각각 36%, 20%, 14%, 8%다. 이중 구축하기 힘든 유통 경로가 바로 방문판매와 백화점이다. 전문점과 할인점은 가격경쟁력만 갖추면 누구든지 진입이 가능한 반면 마진이 낮은 제품만 취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방문판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촘촘히 구축해야 하는 반면 소비자 한 명에 대해 반복 구매 유도가 가능하며 프리미엄급 제품 및 신제품 소화가 용이하다. 또한 백화점은 브랜드 파워를 따지므로 입점이 힘든 대신 일종의 광고판 역할을 하게 되고 높은 마진의 제품을 취급할 수 있다.
이렇게 분산된 유통망의 성격에 맞게 브랜드를 투입하므로 효율성이 뛰어나고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는 여지를 막아준다. 설화수 등 고가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이들 제품의 소화가 가능한 방문판매와 백화점의 비중이 도합 50%에 이른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태평양의 대변신, 지금은...
화장품은 마진이 높은 제품이다. 태평양의 영업이익률이 22%, ROE가 20%에 이른다는 점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원가와 소비자가를 비교해보면 화장품업이 얼마나 좋은 사업인지를 어림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태평양은 1959년 설립 이후 생활 수준의 향상과 함께 찾아온 화장품 산업의 성장과 함께 해오면 높은 마진의 장사를 즐겼다. 그러나 헛손질이 많아 본업인 화장품 사업의 가치는 가려지기 일쑤였다. 화장품으로 번 돈을 가지고 금융업, 의류업 등 사업다각화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현대 유니콘스의 전신인 태평양 돌핀스 야구단은 사업다각화의 절정을 이뤘다.
태평양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재 번영의 초석을 놓기 시작한 것은 서경배 사장이 기회조정실을 맡으며 구조조정을 추진한 93년부터였다.
태평양이 구조조정 막바지에 접어들어 화장품으로 역량을 집중하게 된 2000년에 주가는 18000원 선이었다. 이때의 태평양은 고배당주이자 구조조정으로 인한 턴어라운드주였다. 이후 방문판매의 성장성이 더해지며 태평양은 성장주로 인식되어 주가가 15만원까지 수직상승했다. 현재 20만원이 넘는 태평양 주식은 어떤 불황도 이겨낼 수 있는 가치주 대접을 받고 있다.
여기서 태평양은 한 단계 더 도약을 해 투자자들로부터 가격에 걸 맞는 인정을 받기 위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첫 번째는 수성의 문제다.
주지했다시피 화장품업은 워낙 매력적인 시장이라 후발주자의 도전이 만만치않다. 최근 태평양을 위협하는 후발주자는 미샤, 더페이스샵 등의 저가화장품 메이커들이다. 물론 태평양은 설화수 등 고가품 위주로 제품을 재편해 2위 업체에 비해 큰 타격은 없지만 내수시장의 완전 석권에 금이 갔다는 면에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라네즈걸이라는 중저가 브랜드와 휴플레이스라는 전문점을 통해서 맞불을 놓고 있지만 저가화장품 메이커들이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뚜렷한 전략을 들고 나와 승패를 가늠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 다행이라면 태평양이 저가화장품 메이커들의 공세를 그냥 두고 보지 않고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해외진출의 문제다.
태평양과 함께 가치주 반열에 올라가 있는 농심과 신세계는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해외진출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고 있어 내수주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화장품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태평양의 해외진출 성과는 아직 미약하다.
중국 현지 다수의 백화점에 입점했고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중국에서 맞붙어야 할 태평양의 경쟁 상대는 이미 전세계를 석권한 화장품 기업들이다. 프랑스 현지에서 롤리타렘피카 향수가 인기라고는 하지만 워낙 매출이 작은 부분일 뿐 아니라 현지 회사를 통한 것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해외진출이라고 보긴 힘들다.
기업가치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한 해외 진출이 단계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주가에 반영할 만큼 지나친 기대를 가져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태평양은 베스트스톡인가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PER은 13배, PBR은 2.5배가 기대된다. 절대적인 수준으로 봐도 적절한 가격을 인정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과거 태평양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겐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의 밸류에이션이다. 좋은 건 알지만 과연 이 가격에 사도 되는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주가 상승만큼 배당이 증가하지 않아 배당수익률이 1%에 머물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태평양이 비싸다 해서 2위 업체를 살 수는 없다. 태평양의 국내 입지로 볼 때 2위 업체가 설 수 있는 땅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위 업체에 관심이 갈 정도로 화장품 산업에 매력을 느낀다면 태평양 우선주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태평양 우선주는 보통주의 약 3분의 1 값에 거래되고 있으며 주가가 싼 만큼 3% 초반대의 배당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배당의 기본은 현금흐름인데 이 면에서도 태평양 우선주는 채권에 가까운 안정성을 담보하고 있다. 다만 우선주의 시가총액이 1200억원에 이르지만 장기투자자가 많아 유동성이 적어 거래를 활발하게 하려는 투자자에게는 그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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