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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톨라니의 <투자는 심리게임이다>를 읽고
전에 읽은 코스톨라니의 다른 책들과 중독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그래서 이번 후기는 제 생각과 주장이 주가 되어 버렸습니다. 쓰고 보니까 충분히 알지 못하면서 좀 오버해서 주장한 것은 아닌가 싶네요.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보이면 지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 정진상 옮김
미래의창, 304p
코스톨라니 책 중에 2번째로 번역되어 나온 책이다. 이 책은 투자에 대한 조언보다는 코스톨라니 개인의 삶과 경험에 대해서 많이 서술이 되어 있다. 차례 구성은 몇 번째 강의라는 식이지만 내용은 에세이집에 가깝다. 이 책은 코스톨라니 개인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만 권해주고 싶고(특히 마지막장을 보시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의 다른 책 2권만 읽는 게 좋다고 생각된다.
내가 볼 때 이 책의 번역과 편집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제목부터 <투자는 심리게임이다>인데, 대체 왜 이런 제목을 달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코스톨라니는 증시에 있어 단기적, 중기적으론 심리적인 요소는 영향을 주지만, 장기적으론 근본적인 요소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투자철학의 핵심 되는 것 중에 하나는 장기투자에 대한 강조이며, 단기투자자 중에서 성공한 투자자를 본적이 없으며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책제목 자체가 코스톨라니 투자철학과 다르게 지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환상’이 성공적인 투자와 예측을 가능케”라는 문장이 자주 등장하는데, 내가 볼 때는 ‘상상력’이라고 번역해야 맞을 것 같다. “정보는 곧 파산이다”란은 문장도 자주 등장하는데, 정보라는 말보다 루머라는 단어가 적합하지 않은가 싶다. 또 증권시장을 말하면서 “1평당 그토록 강한 정신력을 지닌 사람들이 우글대는”이란 문장이 나오는데, 그의 다른 책의 똑같은 맥락의 이야기에선 ‘강한 정신력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 ‘바보들’이라고 번역되어 있고, 문맥상으로도 그게 맞다고 본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번역이 자주 눈에 띄는 것으로 봐서 코스톨라니의 투자철학에 대한 이해가 결려된 상태에서 직역한 책이 아닌가 싶다. 역자가 경제학과 교수인데(본인이 직접한건지 제자를 시켜서 한건지 모르겠지만) 코스톨라니가 투자문제에 있어서 경제학자를 신뢰하지 않는 다는 주장을 이런 방식으로도 확인시켜주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투자자의 윤리>. 코스톨라니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에 적절치 않은 법규나 정책이 발표되면 그것을 어리석고 비윤리적인 것으로 보고, 반대로 자신의 투자에 긍정적인 것이면 윤리적이고 훌륭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문제는 그것이 인간적인 관점에서 윤리인지 이기적인 관점에서 오용되는 윤리인지겠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원자재나 생필품의 현물투기에 대해서만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이야기는 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우선 ‘노동시장 유연화’는 어떻게 봐야 할까? 그것이 투자자에게는 기업의 가치를 올려주는 일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노동자들에게는 생존권 자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잭월치 같은 사람은 뛰어난 경영자이지만 많은 노동자에게 참담함을 안겨준 인물이기도 한 것 같다. 장기적으로 ‘주주자본주의’가 더욱 발전하려면 약자에 대한 배려의 장치가 어떤 형태로던 좀더 수용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선물옵션거래> 코스톨라니는 상품선물은 카지노의 룰렛게임과 정확히 똑같으며 딸 수도 있지만, 결국엔 잃게 되는 게임이라고 했다. 상품선물거래의 호황이나 폭락 후에는 손실과 폐허와 중개인의 수수료만 남으며, 옵션을 계속 하다보면 조금씩 피를 흘리고 마침내 쓰러지게 된다고 말했다.
흔히 선물옵션거래를 제로섬 게임이라고 말하지만, 수수료가 계속 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실은 ‘마이너스섬 게임’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이는 코스톨리니 말대로 딱 카지노 구조다. 그런데, 기업의 주가수익률 평가로 동남아 국가들보다도 못하다는 우리나라가 선물옵션은 개인투자자들의 폭발적인 투자(?)에 힘입어서 우리 자본시장보다 수십배는 큰 뉴욕, 유로를 누르고 당당히 세계 거래량 1위라고 한다.
현재 한국의 선물옵션 거래대금이 현물주식시장 대금보다 5배가 많으며, 1일 거래량이 아시아 전체 1년치 거래량과 맞는다는데 어이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이 생긴지 8년 만에 이렇게 됐다는데, 어떻게 이게 자랑스러운지 신문에 ‘여의도의 기적’이라는 글까지 쓴 모증권 연구원도 있던데, 정말 이렇게 말해도 되는건가? 한국 증시가 10년 이상 답보상태인 것은 선물옵션시장과도 강한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웨런버핏과 피터린치는 선물옵션 거래를 불법화시켜야 한다는 데 이것의 법적근거를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찾으면 있을 것 같다. 시장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자본시장 거래를 빙자한 카지노 게임이 아닌가? 카지노는 특별한 곳에서만 허용되며 관련 법규에 제제를 받고 있지만, 선물옵션거래는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목아래 오히려 해택과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은 뭔가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
증권시장이 건전해야 자본주의시장도 건전하게 돌아갈 것이다. 한국의 선물옵셥시장의 기형적 비대화는 개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판과 대책을 별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증권거래소, 수수료 수익에 눈이 먼 증권사, 사회비판 책임 다하지 않고 있는 지식인들에게 비판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선물옵션의 헤지기능이라는 게 말이 안돼 보인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집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집을 판다’라는 구조가 아닌가?
* 기타 메모해둔 것들...
- 87년 주가폭락의 근원지는 시카고의 지수선물시장과 골든보이들이었다.
- 투자가 잘못됐을 때, 그것을 “운이 없었어”라고 말해버리고 만다면 그것은 이미 미신을 믿는 사람이 된 것이다.
- 차트를 통해 어제가 어떠했고, 오늘이 어떠한지는 확실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없다.
- 옛날 빈에서는 사람들이 차트사들을 “젊어서는 증권인, 늙어서는 거지”라고 불렀다. 차트사의 최대의 불행은 그가 게임시작과 동시에 돈을 땄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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