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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기금, 지금 주식투자해야 한다

연기금, 지금 주식투자해야 한다


연기금 주식투자, 힘들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 문제가 논란이다. 최근 주가 폭락으로 인해 정부 여당과 증권가를 중심으로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부처나 여당은 과거 주가 폭락 등 금융권에 충격이 있을 때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전면 허용'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었다. 그 때마다 시장에서는 기대감에 단기 반등을 하기도 했고, 연기금이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주가 수준이 한 단계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마다 야당과 노동계, 일부 시민단체들은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나섰고, 결국 법개정에는 실패했다. 야당에서 걱정하는 것은 표면상으로는 준조세 성격이 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연기금이 주식투자를 해서 손실을 보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종합주가지수가 사실상 정부의 경제성적표로 비춰지는 상황에서, 주가부양을 통해 여당이 득을 보려한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반대하는 이유 또한 공공적 성격이 강한 연기금은 공공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는데, 외부변수에 약하고 투기성과 위험성이 높은 우리 주식시장에 연기금을 투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것이다. 또한 지금처럼 외국인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연기금이 주식을 사면 외국인 투기 세력의 주식을 받아주는 총알받이밖에 안된다고 한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논의 과정을 보면 연기금 주식투자를 반대하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있게 들린다. 시장이 폭락하니까 연기금이 나서서 시장을 지탱해야한다는 주장은 과거 89년 12.12 증시안정대책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주가는 1007.77를 기록한후 92년 480선까지 내리 밀렸다.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었던 정부는 기관투자가를 동원,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 증권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투신사로 하여금 무제한 주식을 매입하도록 한 것이 12.12대책의 핵심이다.


이후 투신사들은 보유 주식의 급락으로 자본잠식상태에 이르렀고, 정부는 급기야 92년8월 한국은행 특별융자방안을 발표하게 된다. 아직도 우리 증시는 이 조치로 인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투신권은 이 때의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부실 회사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고, 증시부양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89년 증시안정대책은 반대론자들의 좋은 논거로 쓰여왔다. 결국 증시부양 혹은 폭락방지차원에서의 연기금 주식투자를 접근하는 것은 연기금을 제 2의 부실 투신사로 만들자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민심수습용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국민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가라는 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현재 연기금의 대표격인 국민연금은 작년 5월 100조원을 넘어섰고, 현재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규모만 해도 세계 10대 기금에 들어가고,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캘퍼스 등을 제치고 향후 5년 내 단일 기금으로는 세계 수위권에 근접할 전망이다. 이 중 주식에 투자하는 기금은 10% 미만이고, 대부분이 채권으로 운용되고 있다. 다른 연기금들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0조원을 운용 중인 57개 국내 연기금의 지난해 말 주식 투자 비중은 4%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민연금을 제외한 나머지 연기금은 거의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셈이다.


이와는 달리 세계 최대의 규모의 연기금인 캘퍼스는 운용 자산의 65%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고, 하버드대나 예일대 등 유수 대학의 기금들도 대규모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물론 선진국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으니 우리도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선진국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이유는 채권수익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없어 연기금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선진국의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꾸준한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주식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

한국의 사정을 살펴보자. 국채 금리는 4%대로 떨어졌다. 채권만 사놓고 있어도 두 자리 숫자의 이자율을 보장받던 시기는 완전히 지나갔다. 산업은행이 123개 업종의 매출액 10억원 이상 3,517개의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3년 기업재무분석'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이익률, 배당률, 현금성자산 보유 등이 사상 최고수준이었다. 부채비율은 116.1% 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해 미국의 154.8%나 일본의 156.2%보다 낮았다. 작년 우리나라의 제조업체들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65조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넘치는 현금상황과 채권 수익률이 경제성장률 수준에 수렴해왔던 과거 경험을 볼 때 앞으로도 채권 이자율이 급상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현재 외국인의 주식투자 비중은 40%가 넘고, 삼성전자, 국민은행, 포스코 등 우량 대기업들의 주식비중은 50%를 넘긴지 오래다. 왜 이들은 한국의 채권을 사지 않고, 한국의 주식을 사는 것일까? 당연히 채권보다 주식이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낮은 부채비율로 부도 위험이 거의 없어졌고, 글로벌 경쟁력은 날로 커지고 있고, 기업수익성을 나타내는 ROE도 10%를 넘어서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배당수익률만도 채권수익률보다 높은 기업들이 많으니 굳이 한국 채권을 살 필요가 없는 셈이다.


주식투자는 기업의 소유권을 사는 것이다. 주식이 단지 복권에 불과하다면 가격의 급등락 자체에 울고 웃어야겠지만, 주식이 기업의 소유권이기에 주식은 가격에 쌀수록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기업이 창출한 이익은 주주인 외국인이 대부분 가져가고, 연기금은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한자리수의 이자에 만족하는 형국밖에는 되지 않는다.


연기금이 주식투자를 해야하는 이유는 시장을 떠받치고, 여당의 인기 상승을 위해서가 아니다. 현재 한국 주식이 매력적인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더욱 좋아지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기업 가치에 훨씬 못미치는 헐값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주식을 사서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변하고 있다. 이웃 중국 경제 성장의 수혜를 입고 있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익이 늘어나면서 배당금을 상향조정하고,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면서 차입을 통한 성장보다는 주주중시 경영에 눈을 띄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높인 분명한 이유가로 있는 셈이다.


연기금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림과 동시에 운영 시스템의 개선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미국의 연기금인 캘퍼스가 산 주식이 오르는 것은 그들이 가격을 쳐올리면서 샀기 때문에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면서 실제 기업가치를 올려놨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반 개인투자자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없다. 그렇다면 투자전략은 시장에서 트레이딩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경영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실질적인 기업가치를 올려가는 쪽으로 맞춰져야 한다. 연기금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한국 주식시장은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한단계 진일보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기금 운영 책임자들에게 산 주식이 단기간 평가손실이 났다고 문책하기보다 최소 3년에서 5년 단위로 평가기간을 장기화하고, 운영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책임과 의무만 있고, 권한과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위축되고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똑똑한 연기금이 나라를 살린다. 연기금은 그 수혜자들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연기금이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수익률을 내거나 부실화될 경우 국민들은 편안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고, 우리 후손들의 부담만 커지게 된다. 채권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기금의 자산운용구조로는 물가상승률을 따라가기도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금 시점은 연기금이 둔한 곰보다는 똑똑한 여우가 될 시점이다. 연기금 주식투자는 그 과정이 힘들지 모르지만 결국 가야할 길이다. 대세를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연기금 주식투자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운용 시스템 개선을 통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국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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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9개

  • jan35
    김민국대표께서 시원한 글을 올리셨네요.

    근데 기성사회라는 게 좀 그렇답니다.
    좀 복잡한 현실주의라고 할까요?

    여하튼 시원한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2004.05/17 11:16 답글쓰기
  • jan35
    2004.05/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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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NivOn
    저는 경제에 관심 둔지 초반인 초보입니다.
    이런 시각을 접하게 되어서 아주 좋은데요

    세상을 알아가는데는 참으로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단걸 느꼈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옳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저희 나라 연기금도 국제 글로벌 경쟁에 맞추어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2004.05/17 12:44 답글쓰기
  • ReNivOn
    2004.05/1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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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opalm
    한국의 관료주의가 타파되지 않는한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좋진 않을듯 싶네요.
    2004.05/18 17:32 답글쓰기
  • leopalm
    2004.05/18 17:32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섭섭
    변화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관료주의에 의해서 운용되고 있고 운용될 연기금...
    그 연기금의 주식투자... 아마도... 엄청 손해볼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하지만..(연기금의 주식투자 수익률이 어찌되건간에....)
    '연기금의 주식투자' 저도 찬성입니다.
    2004.05/23 14:17 답글쓰기
  • 섭섭
    2004.05/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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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경제신문
    기본적으로 허가없이 글을 인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이용하시는 것이 아닌 스크랩 차원의 인용을 하실 시에는 미리 말씀을 해주시고 반드시 출처(아이투자닷컴)와 링크주소(http://www.itooza.com)를 명기해주시면 인용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05/24 14:32 답글쓰기
  • 대학경제신문
    2004.05/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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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undseeker
    이렇게 명백하고 설득력있는 논리가
    이제는 체택될 때도 되었지 않나 기대해 봅니다.
    2004.06/01 18:33 답글쓰기
  • fundseeker
    2004.06/01 18:33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정석투자_bill
    정말 공감이 가고여..,,미국농구의 드림팀처럼 최고의 프로들로 구성된 팀을 구성해 연기금을 운용한다면 좋을텐데...주식이 정치논리에 이용됨이 없이 정말 좋은 재테크 수단으로 잘 홍보되고, 결코 쉽고 편하게 버는 투기가 아님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네여..
    2005.03/17 18:55 답글쓰기
  • 정석투자_bill
    2005.03/17 18:55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도쿠가와
    승승장구하던 미국 농구 드림팀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X망신 당하던데요.. ㅋㅋ..
    2005.08/06 11:48 답글쓰기
  • 도쿠가와
    2005.08/0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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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탁 투나잇
  • 예측투자 - 부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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